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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보석, 오스트리아 와인

 

 와인 하면 한국인의 머리 속에 떠오르는 국가는 어디일까? 고급 와인의 대명사로 통하는 프랑스, 와인의 종주국 이탈리아, 혹은 가격 대비 품질이 좋다는 평가를 받으며 한국 시장에 빠르게 침투한 칠레 등이 거론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스트리아를 떠올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응? 오스트리아 와인이라고? 오스트레일리아(호주)가 아니고?’ 라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오스트리아는 와인 생산량과 수출량 모두 세계 10위권 밖으로 멀찌감치 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국내 와인 수입량에서도 1%가 채 되지 않는 미미한 점유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2011년 관세청 수입량 기준).

 

 그러나 오스트리아 와인은 좋은 품질과 독특한 개성을 겸비한 숨겨진 보물 같은 존재다. 특히 호기심이 많고 학구열이 높은 한국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역삼동 영화와인셀러에서 만난 바인굿 하인리히(Weingut Heinrich Gernot und Heike)와 바인굿 로이머(Weingut Loimer)의 와인들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는 훌륭한 와인들이었다. 이렇게 보석 같은 와인들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와인으로 만나게 된 것이 더 없는 축복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오스트리아 와인지도 (오스트리아 와인 홈페이지 발췌)

오스트리아 와인 생산지역 (오스트리아 와인협회 홈페이지 발췌)

 

 바인굿 하인리히는 부르겐란트(Burgenland) 북쪽 노이지들러 호수(Neusiedlersee) 부근을 중심으로 토착 품종 중심의 와인을 만드는 생산자로 이미 평단의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 그들은 떼루아의 개별성이 명확히 드러나면서도 명쾌하고 이해하기 쉬운 와인을 추구한다. 바인굿 로이머는 니더외스터라이히(Niederösterreich) 서쪽 캄프탈(Kamptal)에 위치한 와이너리로 오스트리아 최고의 화이트 와인 생산자 중 하나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8개 DAC(Districtus Austriae Controllatus, 오스트리아 원산지 통제 명칭으로 프랑스의 AOC나 이탈리아의 DOCG 등과 유사) 지역 중 하나인 캄프탈에서 ‘캄프탈 DAC’, ‘캄프탈 DAC 레제르브(Reserve)’, ‘에르스테 라게(Erste Lage, 싱글 빈야드와 유사)’ 등 세 가지 라인업의 와인을 생산한다.

 

 두 와이너리의 와인들은 모두 섬세하고 우아하면서도 자신만의 특징을 세련되게 어필하고 있었다. 또한 모던하고 깔끔한 레이블과 비노락(Vino-lock, 코르크 대신 사용되는 유리 재질의 마개)으로 마감된 와인 병은 새로운 기술 도입과 끊임없는 혁신의 일면을 보여준다. 새로움을 갈구하는 와인 애호가라면 공들여 찾아서라도 마셔볼 만 하다.

 

 

시음한 와인들을 간단히 소개한다.

 

 

 

Weingut Heinrich, Red 2011 붉은 꽃과 베리, 체리, 가벼운 스파이스에. 뒷마당 뉘앙스. 입에서 역시 붉은 베리와 커런트 힌트, 그리고 향과 맛의 중심에 은은한 감초 풍미가 존재한다. 미디엄 바디에 적당한 산미, 가벼운 타닌을 지닌 와인으로 피니시의 스모키한 여운이 특징적. 토착 품종인 쯔바이겔트(Zweigelt), 블라우프랭키쉬(Blaufränkisch), 생로랑(St.Laurent)이 블렌딩되며 다양한 음식과 편안하게 마시기 좋은 타입이다.

 

Weingut Heinrich, Blaufränkisch 2010 딸기, 포도 주스, 아몬드, 후추, 그리고 무엇보다 화사한 장미 향수 같은 아로마가 인상적이다. 붉은 베리, 체리 풍미와 함께 버섯, 감초, 뒷마당 부케가 살짝 감돈다. 선선한 지역의 삐노 누아(Pinot Noir)를 연상시키는 스타일이지만 과실 풍미와 구조감이 좀 더 강하다. 지금 즐기기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비교적 단단한 골격과 약간은 거칠고 날 선 산미가 누그러지는 몇 년 후에 더욱 편안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Weingut Heinrich, Blaufränkisch Leithaberg DAC 2010 향긋한 붉은 꽃과 바닐라의 정제된 첫 향부터 프리미엄 급 와인임을 명확히 감지할 수 있다. 딸기와 라즈베리, 다크체리, 블랙베리 등 검붉은 과실 풍미에 더해지는 삼나무, 담배, 감초 아로마는 복합미를 배가한다. 타닌과 산미, 알코올은 높은 수준에서 조화를 이루며 밀도 높은 풍미와 어우러져 훌륭한 하모니를 만들어 낸다. 미디엄풀 바디의 세련된 와인으로 아직 숙성할 시간이 필요하다. 노이지들러 호수 서쪽 언덕에 위치한 라이타베르크는 오스트리아의 8개 DAC 중 하나로 독특한 미세 기후와 블라우프랭키쉬에 적당한 토양을 가지고 있다.

 

 

Weingut Loimer, Grüner Veltliner Kamptal DAC 2011 라임, 사과 꼭지, 천도복숭아 등 달면서도 산도가 좋은 과일 향기와 가벼운 풀, 연기 미네랄이 마치 소비뇽(Sauvignon) 처럼 신선한 첫인상을 남긴다. 하지만 한 모금 머금으면 향기에 비해 묵직한 미디엄 바디와 크리미한 질감, 탄탄한 골격, 그리고 정제된 산미가 느껴진다. 광어나 우럭 등 어떤 생선회와도 좋은 궁합을 이룰 것 같다.

 

Weingut Loimer, Grüner Veltliner Terrassen Kamptal DAC 2011 핵과, 사과 등 앞의 와인과 유사한 아로마를 엘더 플라워, 서양배 등 섬세한 향들이 우아한 레이스처럼 겹겹이 둘러싸는 느낌. 입에 넣으면 마치 잘 익은 사과 꿀처럼 달콤한 뉘앙스가 오일리한 질감에 실려 길게 이어진다. 풍미의 밀도와 산미의 조화 또한 훌륭하며 어느 요소 하나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은 원만한 와인. 다섯 개의 싱글 빈야드(Erste Lage)에서 수확된 포도로 양조한다.

 

Weingut Loimer, Grüner Veltliner Langenlois Spiegel Kamptal DAC Reserve 2009 18K 금빛 컬러에 후지 사과, 파인애플, 백김치, 아카시아 꿀, 벌집 등 다양한 아로마가 조화롭고 풍성하게 피어오른다. 이어지는 핵과, 무화과, 시나몬 등 달콤한 과일과 스윗 스파이스 풍미. 달콤함이 느껴지는 다양한 요소들 때문인지 분명히 드라이 와인임에도 진짜 단맛이 느껴지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다. 끝 모를 구멍에 빠져드는 것 같은 밀도 높은 아로마와 다층적인 풍미를 지닌 풀 바디 화이트 와인. 지금부터 10년 이상은 생생한 풍미를 즐길 수 있을 듯 하다.

 

프로필이미지김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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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12.12.31 13:58수정 2013.02.2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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