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고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아마도 떼루아(terroir)일 것이다. 마을 단위를 넘어 개별 밭(Climat)과 구획(lieu-dit)으로 잘게 쪼개지는 포도밭들은 다른 지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부르고뉴만의 특징이다. 이렇게 세밀한 떼루아의 특징을 각자의 철학을 가지고 구현해 내는 훌륭한 생산자들, 예를 들어 로마네 꽁띠(Domaine de la Romanee Conti)라던가 앙리 자이에(Domaine Henri Jayer) 등 개별 도멘(domaine)들의 존재 또한 부르고뉴 와인 애호가들의 뇌리에 강하게 각인되어 있다.
상대적으로 네고시앙(Negociant)의 역할까지 수행하는 메종(Maison), 즉 포도나 포도즙을 구매해서 와인을 만드는 생산자에 대한 국내 애호가들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어 보인다. ‘직접 재배하지 않은’ 포도로 양조한다는 선입견이 은연중에 품질과 개성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내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부르고뉴 와인산업의 중흥을 이끈 것은 바로 메종이었다. 최근에는 포도 재배자가 직접 와인을 양조하고 병입하는 것이 일반화되는 추세지만, 19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영세한 농가들은 포도를 재배할 뿐 양조나 판매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농가들로부터 포도나 초기 단계의 와인을 구매하여 양조, 숙성, 병입하여 자신의 브랜드로 판매까지 담당한 것이 바로 메종이었다. 메종은 안정적인 품질을 제공하며 비교적 넓은 지역적 커버리지를 바탕으로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는 경우가 많다.

WSApdp 이인순 원장
이런 부르고뉴 메종의 대표 격인 메종 루이 자도(Maison Louis Jadot)를 소개하는 세미나가 5월 22일 서울 JW 메리어트 동대문 호텔에서 열렸다. 와인 전문인들을 대상으로 특별히 마련된 이번 세미나에서는 WSApdp 이인순 원장이 부고고뉴 와인을 개괄하고 루이 자도의 특징에 대해 설명한 후 일곱 가지 와인을 시음하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또한 본 세미나 이후 진행된 ‘스월 더 글라스(Swirl the Glass)’ 시음회를 통해 까브드뱅에서 수입하는 루이 자도의 다양한 와인들을 추가로 시음할 수 있었다.
1859년 설립된 루이 자도는 설립부터 지금까지 가족 소유로 운영되고 있는 유서 깊은 생산자. 일반적으로 메종이라고 하면 포도를 구매하는 것만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루이 자도는 부르고뉴 각지에 총 264ha(보졸레 148ha 포함)의 넓은 포도밭을 소유하고 포도를 직접 재배한다. 네고시앙과 도멘의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것이다. 오히려 구매 계약된 포도밭(33.75ha)보다 소유하고 있는 밭의 면적이 훨씬 넓다. 보유한 밭들은 그랑 크뤼(Grand Cru, 특급밭)와 프르미에 크뤼(Premier Cru, 1급밭) 수준의 밭들이 대부분. 반면에 지역단위(regional)와 마을단위(communal) 와인들은 ‘장기 계약’을 맺은 밭으로부터 수확한 포도나 와인으로 생산된다. 구매 계약된 포도밭 또한 루이 자도에서 특별 관리하기 때문에 좋은 품질의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 루이 자도의 와인이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와인 애드버킷(Wine Avocate), 버그하운드(burghound.com) 등 세계 유수의 와인 평론지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높은 평가를 얻고 있는 이유다.

네고시앙 생산 와인 레이블(좌)과 도멘 생산 와인 레이블(우) 비교.
도멘 생산 와인들은 레이블에 도멘 명칭이 기재되어 있다.
이런 품질에 대한 고집은 루이 자도의 철학과 생산 방식에서도 잘 드러난다. 루이 자도는 오직 부르고뉴 지역에서 100% AOC 등급의 와인을 ‘루이 자도’라는 하나의 브랜드로만 생산한다. 루이 자도를 상징하는 ‘바쿠스 헤드(Bacchus Head)’가 그려진 레이블만으로 ‘품질 좋은 부르고뉴 와인’임을 알 수 있게 한 것이다. 모든 포도를 손수확하여 선별 작업을 거쳐 양조하는 것은 물론, CADUS라는 오크통 제조 회사를 소유하고 있어 와인과 오크 풍미의 균형을 세밀하게 조율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생산되는 와인의 범위와 다양성은 물론 품질에서도 ‘부르고뉴의 얼굴’이라고 할 만 하다.
설명에 이어 진행된 테이스팅에서는 먼저 꼬뜨 드 뉘(Cotes de Nuits)지역 2007년 빈티지 와인 네 가지가 제공된 후 꼬뜨 드 본(Cotes de Beaune) 와인 세 가지를 시음하였다. 모든 와인을 블라인드로 제공하여 편견 없이 시음할 수 있도록 배려한 주최측의 세심함 또한 돋보였다.

Louis Jadot(Domaine Louis Jadot), Gevrey-Chambertin 1er Cru Estournelles Saint-Jacques 2007
약간 탁한 느낌의 미디엄 라이트 인텐시티 루비 코어에 약간의 페일 림. 감초, 체리, 상쾌한 허브가 가볍게 드러나는 탑 노트. 작고 붉은 베리 풍미에 이어 약간 거친 터치의 담배 힌트. 잔잔한 타닌의 임팩트 후 은은히 이어지는 앵두 같은 산미. 마른 붉은 꽃잎, 투박하지만 은근한 미네랄리티가 매력적인 미디엄 바디의 부르고뉴 와인. 바로 마시기에 아주 좋은 상태로 숙성되었다.
Louis Jadot(Domaine Gagey), Chambolle-Musigny 1er Cru Les Baudes 2007
라이트 인텐시티 루비 코어에 오렌지 뉘앙스가 확연한 페일 림. 산뜻한 붉은 베리, 앵두, 조금 더 섬세한 미네랄과 붉은 꽃 아로마의 탑 노트. 스월링 후에야 은근히 드러나는 스파이스, 그리고 풍부한 딸기 향. 입에 넣으면 미디엄(라이트) 바디에 쨍한 산미를 타고 붉은 베리, 레드 커런트 풍미가 제법 밀도 높게 느껴진다. 시간이 지날 수록 드러나는 감초, 약재 향기, 칡 뉘앙스가 오묘한 느낌을 더한다. 전반적으로 가는 선에 하늘하늘한 인상이지만, 그 안에 굳은 심지를 숨기고 있는 스타일.
Louis Jadot, Vosne-Romanee 1er Cru Les Petit Monts 2007
샹볼 뮤지니와 유사하나 살짝 더 짙은 컬러. 처음부터 감초, 허브, 붉은 꽃과 과실 등 다양한 아로마가 잘 버무려져 풍부하고 직설적으로 올라온다. 미디엄 바디에 라운드하고 우아한 질감, 정제된 산미, 둥글둥글한 스위트 스파이스와 붉은 자두 풍미, 허브 뉘앙스 피니시. 균형 잡힌 풍미와 화사한 아로마를 지녀 부르고뉴 애호가라면 누구에게나 사랑 받을 와인이다.
Louis Jadot(Domaine Gagey), Nuits-Saint-Georges 1er Cur Les Boudot 2007
미디엄 라이트 인텐시티 가넷 코어에 오렌지 림이 많이 디벨롭되었다. 마른 김과 말린 허브(정향), 연기 미네랄의 탑 노트. 마당 향 같은 숙성 뉘앙스를 제법 풍기는데 입에 넣으면 검붉은 베리 풍미에 견과, 초콜릿 힌트가 더해진다. 미디엄 바디에 잔잔히 남는 산미, 아담하지만 골격감도 느껴진다. 빈티지에 비해 외관과 풍미에서 숙성의 느낌이 도드라졌다.
2007년은 힘들었던 해로 꼽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래 숙성하지 않아도 즐겁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이 생산되었다. 좋지 않은 빈티지라고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이인순 원장의 조언.
Louis Jadot(Domaine des Heritiers Louis Jadot), Beaune 1er Cru Clos des Ursules 2009
미디엄 인텐시티 루비 레드 컬러에 페일 림이 아주 약간. 붉은 과실, 커런트, 붉은 꽃, 스파이스 향기가 단정하면서도 밀도 높게 올라온다. 입에 넣으면 처음부터 직설적으로 드러나는 딸기, 체리, 라즈베리의 방순한 느낌. 너무나도 매력적인 과실 풍미를 은근한 미네랄과 가벼운 토스티 힌트가 받쳐 준다. 미디엄(풀) 바디, 잔잔하지만 쫀쫀한 타닌, 거스르지 않는 무난한 산미가 친근하고 편안한 인상을 선사한다. 순수하게 ‘맛있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와인. ‘끌로 데 쥐르쉴’은 루이 자도가 1789년 가장 먼저 구입한 유서 깊은 포도밭.
Louis Jadot, Volnay 2010
부르고뉴 치고는 제법 짙은 루비 컬러. 검붉은 과일, 커런트, 가죽, 시나몬과 정향, 초컬릿 등 다양한 향기들이 폭발적으로 올라온다. 스월링을 하면 허브, 스파이스가 임팩트 있게 드러나며 붉은 과일 풍미가 주도권을 잡는다. 미디엄(풀) 바디에 강건한 구조, 단단한 타닌은 젊고 건장한 인상을 준다. 쌉쌀한 미네랄과 산미가 은근하게 뒤를 받친다. 볼네 중에는 비교적 강건하고 단단한 스타일.
Louis Jadot(Domaine Louis Jadot), Pommard 1er Cru Rugiens 2007
비교적 옅은 루비 컬러에 오렌지 림이 약간 디벨롭 되었다. 마른 꽃잎의 산화 뉘앙스가 가볍게 드러나며 푹 익은 과육 같은 느낌이 강하다. 입에 넣으면 우아한 첫 터치에 이은 약간의 쌉쌀한 풍미. 약재, 부엽토 등 숙성 부케가 많지만 목 넘김 후 드러나는 강한 타닌은 아직 건재한 힘을 느끼게 한다. 디캔팅 후 다시 병에 넣는 더블 디캔팅 후 제공되었다.
꼬뜨 드 본은 꼬뜨 드 뉘에 비해 기후가 온화하기 때문에 수확 시기가 평균 1주일 정도 빠르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본(Beaune)의 와인은 과실의 집중도가 뛰어나며 뽀마르(Pommard)는 파워가 돋보인다. 볼네(Volnay) 와인은 섬세한 피네스(finess)가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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