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시원한 맥주 한 잔이 떠오르는 계절이다. 아니지, 맥주도 좋지만 와인 애호가라면 역시 스파클링 와인(sparkling wine) 이다. 얼음이 가득 담긴 바스켓에 잠겨 있던 두툼한 스파클링 와인 병을 꺼내어 날씬한 플루트 혹은 튤립 모양의 잔에 3분의 2쯤 따르면 힘차게 솟아오르는 기포, 그리고 그 기포에서 터져 나오는 청량한 아로마… 생각만 해도 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로 시원하다.
스파클링 와인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샴페인(Champagne)이다. 그냥 떠오르는 정도가 아니라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스파클링 와인=샴페인’이라고 생각할 정도다. 하지만 샴페인은 프랑스의 특정 지역에서 특정 법규에 따라 생산되는 스파클링 와인에만 사용할 수 있는 명칭이다. 그 이외의 스파클링 와인에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규정 위반이다. 이렇게 스파클링 와인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샴페인의 가격은 상당히 비싼 편. 저렴한 것이라고 할 지라도 소매가 10만원에 육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샴페인 하면 쉽게 떠오르는 이미지인 흔들어서 ‘펑!’ 하고 터뜨리기에는 확실히 무리가 있는 가격이다. 그렇기에 시작하는 와인 애호가들이 선뜻 샴페인을 마시기에는 부담이 따른다. 만드는 공정이 다른 와인들에 비해 복잡한 데다 샴페인이라는 명칭 자체가 명품 브랜드처럼 인식되는 것도 고가의 이유가 될 것이다.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나니, 이렇게 부담스러운 가격의 샴페인 말고도 적절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양질의 스파클링 와인은 많이 있다. 세계 각지에서 샴페인을 벤치마킹 하거나 독자적인 방식으로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쓰이는 품종과 양조 방법, 풍미의 경향성 등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차가운 온도와 시원한 기포로 무더운 여름의 열기를 누그러뜨리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스파클링 와인은 와인 초보자에게 추천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오픈하는 것 만으로도 흥을 돋울 수 있는 데다 떫은 맛이 없고 시원해 거부감이 적기 때문이다. 사실 스파클링 와인은 여름뿐만 아니라 사계절 모두 잘 어울리며 여러 가지 음식들과 다양한 분위기에서 즐기기에도 안성 맞춤인 와인이다.

Bohigas, Cava Brut Reserva 올해의 밸류 스파클링 와인을 딱 하나만 꼽으라면 주저 없이 이 와인을 선택할 것이다. 상큼한 시트러스와 프레시한 청사과, 향긋하고 달콤한 서양배 아로마에 이어 잘 구워진 고급 서양 과자 향기. 입에 넣으면 적절한 시트러스 산미와 잘 익은 핵과 풍미가 입안에 퍼진다. 섬세하면서도 하루가 지나도록 사그러들지 않고 힘차게 솟아오르는 기포 또한 훌륭하다. 카바 생산에 쓰이는 토착 품종 자렐로(Xarel-lo), 마카베오(Macabeo), 파렐라다(Parellada) 외에 국제 품종인 샤르도네(Chardonnay)가 블렌딩되어 우아함을 더했으며 24개월 동안 리와 함께 숙성하여 고혹적인 여운 또한 갖추고 있다. 독특한 병 모양과 깔끔한 레이블 등 외관도 고급스러워 샴페인의 저렴한 대안으로서도 손색이 없다.
참고로 스페인에서 전통 방식(샴페인과 같이 병입 2차 발효를 통해 기포를 생성)으로 만들어지는 카바는 일반적으로 샴페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빈자의 샴페인’이라 할 만 하다.
Domaine Ste. Michelle, Michelle Brut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만족감을 선사하는 미국 워싱턴 주 콜럼비아 밸리의 전통 방식 스파클링 와인. 한 마디로 이런 가격에 이 정도의 품질과 꾸준함은 쉽지 않다. 편안한 기포를 타고 솟아오르는 서양배, 사과 등 잘 익은 과일의 신선한 아로마와 어우러지는 쌉쌀한 미네랄. 이스트 힌트, 은은히 이어지는 산미, 피니시에 잔잔하게 남는 사과 꿀의 가벼운 뉘앙스. 샤르도네(63%), 피노 누아(Pinot Noir, 19%), 피노 그리(Pinot Gris, 18%)로 만들어지며 병입 후 18개월 숙성한다. 주요 와인샵은 물론 왠만한 대형 마트에서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쉽게 구할 수 있는 진정 가까운 곳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밸류 와인이다.
Albert Bichot, Cremant de Bourgogne Brut Reserve 반짝이는 골드 컬러에 적절히 올라오는 잔잔한 기포. 상큼한 감귤과 톡 쏘는 사과 향에 이어 크리미한 뉘앙스와 이스트 풍미가 처음부터 명확히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잘 익은 핵과의 부드러움이 편안한 기포와 어우러져 비교적 우아한 인상을 만들어낸다. 알베르 비쇼의 사슴 로고가 청색, 금색 장식들과 고급스럽게 어우러진 외관 또한 이런 인상을 더욱 강화하는 듯. 샤르도네 (54%)를 중심으로 피노 누아 (27%), 알리고떼(Aligote, 14%), 가메(Gamay, 5%)를 블렌딩하여 2년 정도의 병 숙성을 거친다. 부르고뉴의 전통 방식 스파클링 와인으로 선물용으로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샴페인 생산지역 이외에서 샴페인과 같이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프랑스 스파클링 와인을 크레망(Cremant)이라고 부른다. 지역에 따라 품종과 숙성 기간 등의 차이가 발생한다.
Bisol, 'Crede' Valdobbiadene Prosecco Superiore Brut 고혹적인 흰 꽃 아로마와 가벼운 생강, 은근한 미네랄이 섬세하게 느껴진다. 배, 사과의 풍미와 드라이한 미감, 쌉쌀한 피니시가 잔잔한 기포와 어우러져 우아한 인상을 선사한다. 크레데는 격이 다른 품질을 지닌 프로세코로 가파른 경사지에서 재배된 글레라(Glera, 85%)에 삐노 비앙코(Pinot Bianco) 10%, 베르디소(Verdiso) 5%가 블렌딩되어 만들어졌다.
꼭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져야만 좋은 스파클링 와인인 것은 아니다. 특정 산지에서는 포도의 신선한 아로마를 더욱 매력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탱크에서 2차 발효를 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지금 소개하는 프로세코(Prosecco). 프로세코는 이태리 북동부 베네토 부근에서 만들어지는 와인 중 하나로 스틸 와인(still wine, 기포가 없는 와인)이나 프리잔테(frizzante, 약발포성 와인)도 있지만 보통 스파클링 와인을 지칭한다. 향긋한 아로마와 생생한 과일 맛이 경쾌하게 드러나는 스파클링 와인을 원한다면 프로세코가 합리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 스파클링 와인 또한 다음의 다섯 가지 원칙을 가지고 추천했다. 합리적인 가격, 구매 편의성(접근성), 전형성, 일관성,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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