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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벡을 품은 떼루아, 알토스 라스 오르미가스

일반적으로 프랑스나 이태리, 독일 등 유럽권 와인 산지에서는 떼루아(Terroir)로 대변되는 지역 특성을, 미국이나 호주, 칠레 등 비교적 신생 와인 산지에서는 품종을 앞세우는 경향이 있다. 물론 신세계 중에서도 미국 등은 비교적 떼루아를 중요시하는 편이고, 최근 호주나 남미에서도 미세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미미한 정도다. 하지만 설립부터 지금까지 떼루아를 중심에 두고 와인을 만들어 온 아르헨티나 와이너리가 있다. 알토스 라스 오르미가스(Altos Las Hormigas)가 바로 그 주인공. 10월 28일 광화문 부근 한식 레스토랑 콩두에서 와인메이커 알베르토 안토니니(Alberto Antonini) 씨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알토스 라스 오르미가스의 와인메이커 알베르토 안토니니 씨]

 

이태리 토스카나(Toscana) 출신의 와인메이커 안토니니씨는 1995년 아르헨티나의 와인 산지를 여행하던 중 그 천혜의 환경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안티노리(Antinori)와 프레스코발디(Frescobaldi) 등 토스카나를 대표하는 와이너리는 물론 E & J 갤로(E & J Gallo)와 콘차 이 토로(Concha y Toro) 등에서도 경력을 쌓았던 그를 단번에 매료시킨 지역은 바로 멘도사(Mendoza). 특히 높은 해발 고도와 건조한 기후를 갖춘 루한 데 꾸요(Lujan de Cuyo)는 충분한 일조량과 큰 일교차로 농축된 과일 맛과 생생한 산미를 겸비한 와인을 생산하기에 최적 요건을 갖추고 있었다. 또한 우아한 미네랄과 미묘한 생동감, 그리고 긴 여운을 와인에 부여하는 석회암(limestone) 토양이 산재하여 고급 와인을 생산하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결국 그는 해발 800m 지대에 포도밭을 구입하고 1997년 첫 빈티지를 생산하게 된다.

 

안토니니 씨에 의하면 처음 알토스 라스 오르미가스를 출시한 1998년경에는 고객들이 아르헨티나를 와인 산지로 인식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심지어 말벡(Malbec) 품종을 발음하는 방법 조차 몰랐다고 한다. 말벡이 현재와 같이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품종으로 각광받는 데 큰 공헌을 한 인물을 거론할 때 안토니니 씨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 것은 이렇게 초창기부터의 꾸준한 노력 때문이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포커스가 말벡 품종 보다는 멘도사 지역의 떼루아에 있다는 것. 말벡은 멘도사 떼루아에 최적의 품종으로서 중요성을 가지지만, 품종 보다는 지역의 개성이 고객들에게 우선적으로 인식되어야 고급 와인 산지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 안토니니 씨의 철학이다. 예컨대 보르도 우안의 뽀므롤(Pomerol)의 주요 품종은 메를로(Merlot)지만 고객들이 와인 레이블에서 찾는 것은 메를로가 아니라 뽀므롤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알토스 라스 오르미가스 와이너리 전경] 

 

떼루아 프로젝트(Terroir Project)는 멘도사의 떼루아를 드러내기 위한 노력의 결정체다. 사실 멘도사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충적토양(Alluvial soil)은 몇 미터 사이에서도 다양한 차이를 보인다. 이 차이를 제대로 밝혀내기 위해 떼루아 스페셜리스트 페드로 파라(Pedro Parra)의 도움을 받아 토양의 유형들을 분석하고 특성에 따라 세부 지역을 구분했다. 우코 밸리(Uco Valley)의 뛰어난 떼루아를 확인한 것 또한 프로젝트의 성과. 이를 통해 기존 와인들의 품질을 향상시켰음은 물론 더욱 섬세하게 세부 지역의 특성을 드러내는 와인들과 비스타 플로레스(Vista Flores) 등 싱글 빈야드(Single vineyard) 와인 또한 생산하게 되었다.

 

와인 양조도 떼루아의 발현을 뒷받침하기 위한 방향으로 진행된다. 첫째는 너무 많이 익지 않은 포도를 수확하는 것인데 과숙된 과일은 떼루아의 개성을 드러내지 못하며 지루한 와인을 만들기 때문이다. 둘째는 이스트나 효소(Enzyme)을 첨가하지 않고 천연 이스트로 발효하며, 침용 및 발효 시 지나친 성분 추출을 지양하는 것이다. 셋째는 오크가 과실의 풍미를 가리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바리크(Barrique) 20배 크기의 커다란 프렌치 캐스크(French Cask)를 토스팅하지 않고 사용한다. 이런 노력은 자연스럽게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등 비평지와 평론가들의 지속적인 높은 평가로 이어졌다.

  

안토니니 씨에게 ‘레이블 디자인이 너무 단순하다’고 얘기했더니 안데스 산맥과 멘도사 지역을 흐르는 강을 형상화한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레이블에서조차 떼루아에 대한 애정이 드러난다. 와이너리의 이름 알토스 라스 오르미가스는 ‘개미 언덕(Hill of Ants)’ 이라는 뜻인데 포도밭 조성 초기 포도나무들을 갉아대던 수많은 개미 때문에 힘들었던 경험의 산물이라고 한다. 안토니니 씨에게 ‘지옥을 경험하게 해 준’그 개미들이 결국 와이너리의 상징이 되었다는 것이 아이러니지만 이 또한 포도밭의 원래 주인이었던 개미들, 그리고 그 개미들이 살던 땅에 대한 경의의 표현이 아닐까. 처음부터 끝까지 떼루아가 얽힌 와인, 그것이 바로 알토스 라스 오르미가스다.

 

디너에서 제공된 와인들을 간단히 소개한다.

 

[시음 와인들]

 

Altos Las Hormigas, Malbec Clasico 2012 Mendoza

처음 느껴 보는 산뜻한 인상의 말벡. 블루베리, 라스베리, 식물줄기나 정향 같은 느낌의 허브, 가벼운 스파이스, 그리고 크리미한 뉘앙스. 한 모금 머금으면 제비 꽃 향기가 비강을 채움과 동시에 혀에서는 짭짤한 맛이 제법 강하게 느껴진다. 검붉은 과일 풍미가 순수하게 드러나며 산미가 잘 살아있어 음식 매칭이 좋은 미디엄 바디의 말벡. 이날 소개된 와인들은 모두 2012년산으로 최근 10년간 베스트 빈티지라고 한다. 여름이 너무 덥지 않고 생육기간은 길어 산미가 살아있으면서도 완숙한 포도를 얻을 수 있었던 해였다.

 

Altos Las Hormigas, Malbec Terroir 2012 Mendoza Valle de Uco

붉은 꽃과 오미자, 앵두 같은 작은 붉은 열매, 매콤한 스파이스. 레이블과 같이 전반적으로 붉은 기운이 강한 첫 인상. 실키한 타닌과 잘 살아있는 산미가 만들어내는 부드러우면서도 날렵한 라인을 형성하며, 검은 베리 풍미에 약간의 후추, 바닐라, 스모키 힌트가 더해진다. 풀 바디에 균형 잡힌 산미, 그리고 긴 여운. 과하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스타일이다. (국내 미수입)

 

Altos Las Hormigas, Malbec Reserva 2012 Mendoza Valle de Uco

밀도 높은 블루베리, 블랙베리, 프룬 아로마 주위에 꽃과 허브 향이 감도는 느낌이다. 밀도 높은 검은 과실 풍미에 확연한 바닐라, 그리고 밀크 초컬릿 뉘앙스. 소개된 와인들 중 가장 익숙한 말벡이지만 무게감은 상당히 덜어냈다는 느낌. 친근하하면서도 편안한 스타일.

 

Altos Las Hormigas, Malbec Appellation Altamira 2012 Mendoza Valle de Uco

화사한 붉은 꽃과 바닐라, 생생한 레드 베리 향에서 이미 살아있는 산미가 느껴진다. 매콤하게 톡 쏘는 스파이스에 커런트 리커 처럼 강렬한 첫 인상, 화사하게 드러나는 플로랄 허브와 순수하게 표현되는 검붉은 베리와 자두 풍미, 그리고 고급스러운 발효차 뉘앙스. 실키하지만 촘촘한 타닌과 균형 잡힌 산미가 만들어 내는 구조감 또한 훌륭하다. ‘장식이 필요 없는 진품성(aura)’이 느껴지는 와인. 지금도 맛있게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이 좋지만 셀러링을 통해 더욱 아름답게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미수입)

 

 

프로필이미지김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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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14.10.31 12:35수정 2014.10.31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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