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 뱅 드 비엔의 세 주인공, 프랑소와 빌라르(좌), 피에르 가이야르(가운데), 이브 뀌에롱(우)]
이제는 북부 론의 거장이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세 이름, 피에르 가이야르(Pierre Gaillard), 이브 뀌에롱(Yves Cuilleron), 프랑수아 빌라르(François Villard). 이 세 사람이 함께 와인을 만든다는 사실 만으로도 와인 애호가의 눈은 번쩍 뜨이고 가슴은 두근거릴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레 뱅 드 비엔(Les Vins de Vienne). 세 사람이 함께하는 프로젝트 이름이다. 프로젝트의 시작은 1996년. 리옹(Lyon)을 왕래하던 이브 뀌에롱은 비엔(Vienne) 북쪽 세씨엘(Seyssuel)의 유난히 일조량이 좋은 경사면을 눈여겨 보고 있었다. 당시 세씨엘은 19세기 필록세라 창궐 이래 황폐해진 채로 버려져 있었다. 비슷한 시기 피에르 가이야르는 로마 시대 ‘비엔의 와인’을 찬양한 중세의 문헌들을 발견했다. 로마시대 비엔은 여행객들의 발길이 잦았던 도시로 식당과 여관업이 발달했다. 당연히 와인 수요 또한 많았는데 이에 맞추어 와인을 공급한 것이 바로 세씨엘의 포도밭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프랑수아 빌라르는 세씨엘 토양을 면밀히 조사한 후 이 잊혀졌던 포도밭이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확신했다. 론 와인의 혁신을 이끌고 있는 동지이자 친구인 세 사람은 세씨엘 포도밭을 복원하기로 마음을 모았고 그 결과 ‘비엔의 와인’이라는 의미인 ‘레 뱅 드 비엔’이 탄생했다. 로마인들이 세씨엘 와인을 일컬었던 이름을 그대로 차용한 셈이다.
세씨엘의 포도밭은 남향, 또는 남서향의 좁고 가파른 경사지에 위치하고 있다. 때문에 일조량은 비교적 충분하며 기온이 높고 돌풍이 잦다. 토양은 화강암(granite)을 중심으로 표면을 편암(shist)과 점판암(slate)이 덮고 있다. 여기에 헥타아르 당 8천에서 1만 그루의 포도나무를 빽빽하게 심었다. 완숙된 포도로 복합미와 섬세함을 겸비한 와인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셈이다. 이 포도밭에서 나오는 와인은 소타눔(Sotanum), 타부르눔(Taburnum), 헬루이쿰(Heluicum) 세 종류. 로마 시대 세씨엘에 존재했던 세 개 크뤼의 이름을 땄다. 세 사람의 와인에 대한 욕심과 열정은 세씨엘에서 그치지 않는다. 근거지인 북부 론은 물론 남부 론까지 영역을 확장해 연간 30만 병의 와인을 생산한다. 와인의 종류는 대략 35종에 이른다. AOP는 물론 뱅 드 프랑스(Vin de France)까지 포괄한다는 점에서 그들의 와인에 대한 열린 마음과 호기심을 엿볼 수 있다. 일례로 북부 론에만 포도밭을 보유한 프랑수아 빌라르는 샤토네프 뒤 파프(Chateauneuf du Pape)나 꼬뜨 뒤 론(Cotes du Rhone) 등 남부 론 와인을 양조할 때 특히 흥미로워하며 블렌딩에 가장 열성적으로 참여한다고.
레 뱅 드 비엔의 와인은 내추럴 와인(natural wine)은 아니지만 포도 재배와 양조 과정에서 화학 성분 사용을 최소화하고 천연 효모로 발효하는 등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추구한다. 각 지역과 포도밭의 성격을 와인에 그대로 드러내려는 것. 그렇다 보니 레 뱅 드 비엔의 와인에는 가이야르, 뀌에롱, 빌라르 세 사람 각자의 와인과는 또 다른 개성이 담겨 있다. 이번에 국내에 소개되는 일곱 종의 와인을 통해 세 명의 대가가 이루어 낸 앙상블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레 뱅 드 비엔을 통해 로마 시대의 명성을 재현할 그들의 행보를 주목해 보자.


Les Vins de Vienne, Viognier 2013 Vin de France
옅은 레몬 그린 컬러에서 퍼져나오는 향긋한 노란 꽃과 허브 티, 살구, 열대과일 향기가 즉각적인 기쁨을 선사한다. 입에 넣으면 파인애플의 달콤함, 사과의 상큼함, 핵과의 깊은 풍미가 연이어 드러나며 익힌 서양배의 달콤한 뉘앙스 또한 매력적이다. 미디엄 바디에 깔끔하고 개운한 산미가 기분 좋은 생생함을 남기는 와인. 줄기 제거와 파쇄 작업을 하지 않은 비오니에(Viognier) 100%를 중력을 이용해 압착(gravity-fed wine press). 프렌치 오크와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효모 찌꺼기(lees)와 함께 6개월 숙성한다. 알코올 12.5%

Les Vins de Vienne, Condrieu 2012
비오니에와 유사하지만 조금 더 짙은 듯한 레몬 그린 컬러. 시원한 허브의 녹색 기운이 충만한 첫 향. 스월링을 하면 섬세한 바닐라 향 감도는 밀도 높은 완숙 과일 아로마가 피어나기 시작한다. 우아한 미감을 타고 흐르는 청포도와 그린애플, 달콤한 열대과일 풍미. 청량감을 주는 가벼운 스파이스와 은은한 살구 풍미는 시간이 지날수록 특징적인 진저 & 시트러스 뉘앙스로 변해 간다. 세련되고 품격 있는 스타일이지만 미디엄 바디의 탄탄한 구조와 깊이 있는 미감에서는 힘이 느껴진다. 남동향의 화강암 토양 경사지에서 자란 비오니에 100%를 줄기 제거와 파쇄 없이 중력을 이용해 압착. 9개월 간 프렌치 오크와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효모 찌꺼기와 함께 숙성한다. 알코올 14%.

[와인21닷컴 9월 이달의 와인 선정]
Les Vins de Vienne, Cotes du Rhone Les Cranilles 2012
은은한 연보라 빛 루비 컬러. 바이올렛과 허브의 풋풋한 향이 초반을 지배한다면 시간이 지날 수록 숨어 있던 후추 향이 밖으로 튀어나오는 형상. 가벼운 타닌과 고운 꽃 향기가 검붉은 베리 풍미를 부드럽게 감싸 안는 느낌. 미디엄 바디에 잔잔한 산미, 감칠맛 남는 여운. 남부에서 재배한 그르나슈(Grenache 60%), 무르베드르(Mourvedre 10%)에 북부의 시라(Syrah 30%)를 블렌딩하여 톡 쏘는 듯 날선 매력을 더했다. 줄기를 제거한 포도를 3-4주 침용하며 10개월 동안 콘크리트 통(vat)에서 숙성한다. 알코올 14.5%
특히 꼬뜨 뒤 론은 깔끔한 풍미와 생생한 산미가 매력적인 스타일로 와인 자체의 기쁨도 충만하거니와 다양한 음식과의 매칭에도 적합하다. 비오니에와 함께 레스토랑의 하우스 와인으로 추천한다.

Les Vins de Vienne, Chateauneuf du Pape Les Oteliees 2012
연보라빛 루비 컬러. 살짝 구운 고기에 후추를 뿌린 듯한 뉘앙스에 잘 익은 라즈베리, 블루베리, 블랙베리 향기. 첫 미감은 깔끔하고 뒤이어 촘촘한 타닌이 입안을 뒤덮는다. 풀 바디에 묵직하게 눌러 주는 무게감과 단단한 골격이 인상적. 검은 과일 풍미와 어우러지는 초콜릿과 시나몬, 감초 풍미는 피니시까지 여운을 남긴다. 힘과 균형을 겸비한 매력적인 와인. 그르나슈 80%, 시라 15%, 무르베드르 5% 블렌딩. 일부 가지를 제거한 포도를 3-4주 침용하여 16개월 간 프렌치 오크에서 숙성한다. 알코올 15.5%.

Les Vins de Vienne, Saint-Joseph 2012
톡 쏘는 스파이스와 짓이긴 꽃잎, 고혹적인 라즈베리, 블루베리 아로마. 강하게 느껴지는 산미는 과일 풍미가 드러나면서 우아하게 잦아든다. 후추 향이 중심에서부터 스며나오는 듯 하며 넘치는 미네랄과 허브 뉘앙스가 풋풋한 기운을 풍긴다. 미디엄풀 바디에 깔끔하고 정제된 인상의 아름다운 와인. 남동향 화강암질 경사면에서 수확한 시라를 일부 가지를 제거하여 천연 이스트를 사용하여 2-3주간 발효한다. 이후 12개월 동안 스테인레스 탱크(25%)와 프렌치 오크(75%)에서 숙성. 알코올12.5%

Les Vins de Vienne, Cote Rotie Les Essartailles 2011
확연한 오크 바닐라에 이어 바이올렛, 자두, 프룬, 블루베리, 블랙베리, 스모키 뉘앙스와 허브향이 고급스럽고 화사하게 피어오른다. 블루베리 등 싱그러운 검은 베리 풍미에 후추를 뿌려 재운 고기, 홍차, 프룬 뉘앙스. 미디엄 바디에 산미와 풍미의 밸런스가 훌륭하다. 섬세하고 깔끔하게 다듬어진 스타일로 화사함 뒤에 숨겨진 힘 또한 인상적. 100% 시라를 일부 줄기를 제거하여 천연 이스트로 2-3주 발효한다. 프렌치 오크에서 16개월 숙성. 알코올 13%

Les Vins de Vienne, Sotanum 2012 IGP Collins Rhodaniennes
바이올렛과 시원한 허브, 검붉은 베리, 발사믹 뉘앙스. 풋풋함과 완숙미가 공존한다. 라즈베리와 블루베리 등 전면에 나서는 과일 풍미 뒤로 후추를 뿌린 훈제 고기 같은 스파이시함과 동물성 힌트가 은은히 드러난다. 생생한 산미와 균형잡힌 풍미, 부담스럽지 않은 알코올이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밸런스 또한 일품. 미디엄 바디에 좋은 구조감을 갖춘 프리미엄 와인이다. 소타눔은 타브루눔, 헬루이쿰과 함께 세시엘의 세 크뤼 중 하나. 편암 토양의 남향/남서향 경사면에서 재배한 시라 100%를 일부 줄기를 제거한 후 천연 이스트만 사용하여 저온에서 2-3주 발효한다. 이후 16개월 간 프렌치 오크통에서 숙성. 알코올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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