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렌보쉬(Stellenbosch)는 남아공 와인의 수도라 불릴 만큼 가장 대표적인 남아공 와인 산지다. 2015년 기준 남아공 전체 와이너리 갯수는 600개쯤 되는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200개 정도가 이 지역에 들어가 있다. 경작지는 전체 면적의 17%, 생산량은 14%를 차지한다. 그 어느 지역보다도 와인 연구소, 교육 기관, 협회, 와인 페스티벌이 많은 이유이다. 지형은 3개의 산인 헬더버그(Helderberg), 시몬시그(Simonsig), 스텔렌보쉬가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다. 다양한 토질을 가지고 있으며 5km~10km 앞에 있는 폴스 베이(False Bay)에서 부는 바닷바람을 맞고 포도가 자란다. 차가운 해풍은 병충해 발생을 억제한다. 고도 200m~400m, 평균 기온 섭씨 21.5도, 평균 강우량 700mm다.

[스텔렌보쉬로 가는 R45 번 국도]
17세기 중반 케이프타운에 네덜란드가 문을 연 동인도 회사 제2대 총독은 사이먼스 반 데르 스텔(Simons Van der Stel) 이었다. 포도 농사에 남다른 지식과 애정을 품고 있었던 그는 케이프타운에서 내륙 쪽으로 50km 들어간 곳에 자신의 이름을 딴 '스텔의 덤불(Stel's Bush)'란 의미를 가진 도시 '스텔렌보쉬(Stellenbosch)'를 세웠다. 1679년의 일이다. 그래서 이 도시에는 케이프와 네덜란드의 건축 양식이 섞인 '케이프 더치(Cape Dutch)'가옥들이 유난히 많다. 당시 가로수로 심었던 오크 트리는 지금도 그대로 길가에 잘 남아 있다. 도시가 들어서고, 때마침 1688년 프랑스에서 종교 박해를 피해 들어온 위그노 종교 난민들이 그곳에 있었다. 그들은 포도 농사를 짓고 와인 만들기 시작했고 지금은 남아공 최대 와인 산지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남아공 와인은 스텔렌보쉬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이 가장 많다. 지역이 넓고 와이너리가 많아 다양한 와인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와인과 더불어 다운 타운은 빼놓을 수 없는 목가적 풍경을 가진 아름다운 도시로 소문 나 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룬 낮은 건물의 스텔렌보쉬 대학교(Stellenbosch University)가 대표적이다. 캠퍼스 사이를 오가는 자전거 탄 학생들은 이곳을 대학의 도시로 기억케 해 준다. 이 대학은 남아공 유일의 포도 재배학과 양조 학위를 딸 수 있는 대학이며 남아공의 유명 와인 메이커들은 거의 이 대학 동문들이다. 남아공의 고유 품종 피노타쥐(Pinotage)의 탄생도 1925년 이 대학에서 있었다. 가을이면 캠퍼스를 구르는 플라타너스 낙엽길이 압권이다. 스텔렌보쉬는 남아공에서 케이프타운에 이어 두 번째의 고도(古都)로 340년의 역사와 와인이 살아 숨쉬는 도시다.
스텔렌보쉬의 200여 개의 포도원 중에서 단 몇개를 골라 소개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모든 와이너리가 자부심을 가지고 와인을 빚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직접 방문을 했던 곳 중 가급적이면 우리나라에서도 만날 수 있는 와인과 케이프 와인 투어 때 접근이 좋은 와이너리들을 골라 본다.
미어러스트 Meerlust

[미어러스트 와이너리]
월드 클래스의 와인을 생산하는 미어러스트는 1693년에 시작한 포도원이다. 현재도 남아 있는 영주의 저택이 그 역사를 잘 말해준다. 다른 와이너리에 비해 여러 품종 보다 레드는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피노 누아, 카베르네 프랑이 전부다. 화이트는 오직 샤르도네 한 가지. 모두 최고 평가를 받는다. 보르도 스타일의 '루비콘(Rubicon)'은 농장주가 보르도 여행 중 '우리는 보르도보다 더 나은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내 놓은 야심작이다. 주저 없이 루비콘 강을 건너 로마로 전진하는 카이사르처럼.
알토 Alto

[알토 와이너리 입구]
남아공에서 '가장 오래된 레드 와인 이스테이트'라는 별칭처럼 레드 와인 전문이다. 탄생 역사 또한 1693년으로 거슬러 간다. 카베르네 소비뇽과 시라가 얼굴이며 중저가 '알토 로그 Alto Rogue'는 시라, 카베 프랑, 메를로와 카베르네 소비뇽을 섞었다. 몇 년간 좋은 평가를 주욱 받아 왔는데 요즈음은 예전만 못한 느낌이 들어 아쉽다. 와인 병의 클래식한 로고가 이쁘다. 가성비가 좋은 와인이라 생각하고 마신다.
데 드라포드 De Trafford

[데 드라포드 와이너리 뒷 쪽의 헬더버그 마운틴]
헬더버그 마운틴의 가장 꼭대기에 자리한 와이너리다. 남반구에서는 북향에 해가 잘 드는데 이곳의 포도밭도 북향에 소규모 5ha에만 농사를 짓는다. 해발 393m에서 딴 포도로 만든 '쉬라393'과 카베르네 소비뇽과 시라를 섞은 '엘레베이션 393'은 매년 최상의 평가를 받는다. 겨우 차 한 대만 지나갈 수 있는 좁은 시골길을 어렵게 달려온 보람을 안겨 주는 와이너리다.
카논콥 Kanonkop

[카논콥의 블랙 라벨 피노타쥐(좌)와 피노타쥐(우)]
전통의 남아공 고유 레드 품종 피노타쥐를 찾아 마시는 와인 애호가를 만나면 반갑다. 카논콥은 피노타쥐를 가장 잘 만드는 와이너리라는 자부심 가득한 곳이다. '블랙 라벨 피노타쥐 Black Label Pinotage'가 최고. 고집스럽게 레드만 생산하며 와인 시음도 한 팀 인원이 10명만 넘어도 불편해한다. '폴 사우어 Paul Sauer'는 카베르네 소비뇽이 주축으로된 보르도 스타일로 세월이 갈수록 맛이 좋아져 장기 보관용으로 좋다. 오래된 빈티지를 구입할 수 있다.
베이어스클루프 Beyerskloof

[베이어스클루프 와이너리에 걸린 농부의 사진]
바로 위의 카논콥과 피노타쥐 쌍두마차다. 피노타쥐는 다른 나라의 와인 산지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품종이다. 그래서 아직 국내에서 인기 있는 품종은 아니다. 아쉬움이라면 맛과 품질 좋은 피노타쥐가 국내에 소개 되길 바래본다. 정말 맛있는 피노타쥐는 따로 있는데 국내에 소개된 것들은 매우 한정적이다. 베이어스클루프는 남다른 피노타쥐를 만든다. '디젤 피노타쥐(Diesel Pinotage)' 같은 것 말이다.
어니 엘스 Ernie Els

[어니엘스 와인 시음장]
골프 좋아하는 대한민국 골퍼들이 한번쯤 찾고 싶어 하는 와이너리다. 남아공 출신 프로 골퍼 어니 엘스는 큰 덩치에 비해 스윙이 부드러워 '빅 이지' 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그가 1999년 문을 연 곳이다. 골프 잘 친다고 좋은 와인을 만들라는 법은 없지만 '어니 엘스 시그네쳐(Ernie Els Signature)'는 이름값을 하는 와인이다. 스텔렌보쉬 시내에는 그의 이름이 걸린 레스토랑도 있다.
멀더보쉬 Mulderbosch

[멀더보쉬의 와인들]
캘리포니아의 투자 회사 테루아 캐피탈(Terroir Capital)이 2011년 투자한 포도원이다. 슈넹 블랑과 소비뇽 블랑은 매우 인상적인 화이트 와인으로 꼽힌다. '보르도 5중주'라 불리는 '훼이스풀 하운드(Faithful Hound)' 도 높이 평가 되지만 화이트가 워낙 좋다. 다른 와인 생산 지역 툴바(Tulbagh)에 있는 페이블 마운틴(Fable Mountain) 포도원과 자매 회사. 기회가 되면 한국 와인 시장을 노크 하고 싶다고 한다.
러스텐버그 Rustenberg

[러스턴버그 와인 시음장]
이름만 들어도 맛 좋은 와인이라는 느낌이 들어 기분 좋아지는 곳.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든 '피터 발로우(Peter Barlow)' 쉬라로 만든 '버자드 클루프(Buzzard Kloof)'는 매우 한정된 지역에서만 수확한 포도로 만든다. 와이너리 하면서 사람 끌려고 커피 내리고 음식 파는데 이 사람들은 빈 땅이 있어도그러지 않는다. 올 사람만 찾아 오라는 것인지. 조용하게 다녀 가고 싶을 때 찾는다. 여름 밤이 오면 별 아래에서 고전 명작을 상영한다. 그 순간 누구나 와인을 마시지 않을 수 없다.
케이프타운에서 접근이 쉬운 곳
스피어스(Spires), 니슬링스호프(Neethlingshof), 아사라(ASARA)등이 있다. 초 대형급의 와이너리이면서도 질 좋은 와인을 빚는다.
남아공 와인은 유럽에서도 와인 소비자의 수준이 제일 높다는 영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 그 중심에 스텔렌보쉬에서 빚어진 와인이 자리하고 있다.
Copyrights © 와인21닷컴 & 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