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스토리

도넛에 잼을 바르면 어떤 맛일까? 얄룸바(Yalumba)

‘크로넛’이라는 빵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크로넛은 크루아상 반죽을 기본으로 한 도넛이다. 기나긴 줄을 감수하고서라도 먹을 가치가 있는 이 빵 한 조각에 타임지는 2013년 가장 위대한 발명 중 하나로 꼽으며 극찬했다. 세상에 버터를 겹겹이 쌓아 만든 크루아상 반죽을 튀기다니. 지구를 몇 바퀴를 돌아야 이 칼로리를 다 소모할 수 있을는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그런 걱정은 다 사라지고 허겁지겁 먹고 있는 나만 발견할 뿐이다. 역시 모든 쾌락은 죄악과 연결된 것인지 그 순간만큼은 내 몸에 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생각은 잊게 된다. 크로넛은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된 베이커리 업계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고소함에 고소함이 더해지고 느끼함에 느끼함이 더해져 최상의 만족감을 느끼게 한다. 그렇다면 와인 업계는 어떨까? 기원전 6천 년 전부터 시작된 와인 제조야말로 더 새로울 것이 없을 텐데, 발전할 무언가가 있단 말인가! 대답은 Yes. 아직도 이 업계에서는 혁신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 세상 모두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도, 바로 바로사 밸리의 터줏대감 얄룸바 와이너리에서 일어났다. 

 

 

[얄룸바의 세일즈 매니저 팀 헤르만(Tim Herrmann)]

 

얄룸바의 모회사는 네고시앙 인터네셔널로 약 200년 전부터 많은 와인을 수입, 유통하기 시작했다. 1848년, 영국인 양조가 사무엘 스미스(Samuel Smith)가 호주 최고의 와인 산지 중 하나인 바로사 밸리(Barossa Valley) 동쪽 앵거스톤(Angaston)에 12ha의 땅을 구입해 첫 포도나무를 식재하며 ‘얄룸바’로 이름 지은 것이 본격적인 와이너리의 시작이다. 얄룸바는 ‘이 모든 땅’을 의미하는 토착어로 떼루아를 병 안으로 옮겨 담으려는 이들의 굳은 의지가 보이는 이름이다. 얄룸바는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가족 경영 와이너리로 지역을 가장 잘 반영하는 와인을 생산한다. 

 

호주 최초의 비오니에 생산자, 얄룸바 

가장 오래된 가족 경영 회사, 바로사 밸리의 터줏대감 얄룸바의 위대함은 사실 역사를 바탕으로지속적인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에 있다. 얄룸바는 자체 종묘장을 운영해 체계화된 올드 바인 명명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바로사의 에덴밸리(Eden Valley)는 좋은 레드와인 산지이기도 하지만 훌륭한 화이트 와인 산지이기도 하다. 에덴밸리는 바로사 밸리보다 낮에는 2~3도, 밤에는 5~7도가 낮다. 덕분에 포도는 천천히 익어가며 자연 산도가 충만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암석과 산성의 회색 편암이 노출된 언덕면, 급격한 경사면이 있으며 바로사 밸리(Barossa Valley)보다 고도가 조금 더 높다. 이곳에서는 화이트 품종은 지금까지도 리슬링이 지배적이다(2016년 기준, 723ha). 하지만 얄룸바는 다른 가능성을 보았다. 프랑스 론(Rhone) 지방에서 주로 재배되는 비오니에 품종을 에덴밸리에 심는다면 볼륨이 있으면서도 세이보리(savory)함이 잘 살아있는 새로운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대성공. 1980년, 상업적 생산을 위해서는 호주에 처음으로 비오니에를 심은 얄룸바는 1997년 첫 빈티지를 출시했다. 그 후 에덴밸리 비오니에(Eden Valley Viognier) 2008년은 2009년 와인스펙테이터 Top 100 와인 중 39위에 선정되며 호주의 화이트 와인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프리미엄 와인인 버질리우스 비오니에(The Virgilius Viognier)는 청량감과 함께 풍만한 바디감으로 전 세계 와인 애호가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복숭아, 살구, 생강, 껍질을 깐 아몬드 등의 향이 풍부하게 느껴진다. 꽃내음과 함께 미네널러티가 주는 여운, 겹겹이 싸여있는 고급스러운 플레이버는 호주 비오니에만의 매력을 보여준다.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는 만큼 다채로운 재료를 사용하는 한식과도 어우러짐이 좋았다. 탕평채의 경우 묵의 하늘하늘한 식감, 채소가 주는 크리스피한 텍스쳐와 약간의 유질감, 김에서 느껴지는 미네널러티, 고기에서 오는 바디감이 모두 버질리우스 비오니에와 드라마틱하게 잘 어우러졌다. 구절판 또한 추천할만하다. 고명으로 올라가는 한 두 알의 잣에서 오는 고급스러운 유질감이 비오니에와 밸런스가 잘 맞았다. 

 

  

[버질리우스 비오니에] 

 

얄룸바의 비오니에 식재는 북론 스타일의 쉬라즈-비오니에 블랜딩 와인을 탄생하게 했다. 에덴 밸리 쉬라즈-비오니에는 쉬라즈 약 95%, 비오니에 5%를 블랜딩 해 만든다. 쉬라즈와 비오니에는 마치 남매 같은 조화로 서로의 강점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준다. 약간의 비오니에 블랜딩으로 얻어진 화사한 꽃향기와 함께 정향, 후추, 자두와 같은 향신료와 풍부한 과실의 아로마가 아름답다. 실키하며 부드러운 타닌이 우아하다. 아주 달지 않은 팥소가 들어간 수수부꾸미와 의외의 조합을 이루어냈다. 함께 하면 향이 더욱 짙어지는 인상을 받았다. 찹쌀가루를 묻혀 구운 고기와도 매칭이 훌륭했다. 

 

  

[쉬라즈-비오니에] 

 

최초의 카베르네 쉬라즈 창시자, 얄룸바 

보르도에는 까베르네 쇼비뇽, 메를로 쁘띠 베르도를 기본으로 한 ‘보르도 블랜딩’이 있다. 그리고 호주에는 이들만의 블랜드 스타일인 카버네-쉬라즈(Cab-Shiraz)가 일반적이다. 수많은 와이너리들이 이 블랜딩으로 와인을 만든다. 그 시작점은 어디였을까? 바로 얄룸바 와이너리다. 얄룸바 시그니쳐 카버네 쉬라즈를 한 모금 넘기면 마치 도넛에 잼을 바른 것 같은 충격적인 맛이 느껴진다. 너무 달고 파워플 할 것 같다고? 사실은 그 반대다. 도넛은 와인에 스트럭쳐와 백 본(back bone)을 담당하는 까베르네 쇼비뇽과 같다. 한편, 잼은 미드 팔렛과 지속성을 담당한다. 도넛에 잼을 올린 것처럼 쉬라즈로 인해 와인은 한층 더 화려하고 다채로워졌다. 클래식한 스타일의 와인으로 블랙커런트, 붉은 과일, 담뱃잎, 후추, 모카, 다크 초콜릿 등의 아로마가 다채롭게 느껴진다. 결이 고우면서도 탄탄하며 스케일이 큰 타닌이 매력적이다. 에덴 밸리의 우아함과 바로사 밸리의 풍부함을 한 병 안에 모두 담아낸 와인이다.

 

 

[얄룸바 시그니쳐] 

 

프로필이미지양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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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17.11.27 11:11수정 2017.11.2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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