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다시 한번, 칠레로 와이너리 투어를 떠난다면

봄, 가을은 전 세계의 와인 업계 사람들이 바쁘게 일하는 시기다. 남들은 남미로 여행을 가면 6개월은 준비해서 간다고 하는데, 한창 분주하던 시기에 떠나던 여행이라 제대로 준비가 안 된 채 떠났던 것 같다. 하지만 칠레는 언젠가 한 번쯤은 꼭 가보고 싶던 와인 산지였다. 항상 마음에 품어왔던 산지를 직접 눈으로 보고 느꼈던 감회는 남달랐다. 이런 감정이 절절하게 전달되었는지, 현장에서 개인 공간인 블로그와 SNS에 와이너리 투어에 대한 내용을 남기자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투어 문의를 해왔다. 우리의 일상을 책임지는 품질 좋은 칠레 와인을 직접 경험하고 싶어 하는 와인 애호가는 많은데, 투어에 관한 정보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한동안은 마음이 너무 벅차서 글을 쓸 수가 없었다.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고 온지라 ‘내 필력으로 이걸 다 설명할 수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무려 왕복 60시간에 달하는 비행시간을 거쳐 다녀왔던 머나먼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풀어 놓아 본다. 다시 한번, 칠레로 와이너리 투어를 떠난다면 어떨까? 이번에는 철저히 준비하고 떠날 것이다. 그리고 이 와이너리들 또한 다시 방문하고 싶다.

 

비냐 빅(Vina Vik)

와인 여행을 테마로 한다면 이곳에는 꼭 들러 봐야 한다. 시간이 여유롭다면 비냐 빅 호텔에서도 하루 이틀 묵어가면서 말이다. 비냐 빅은 신생 와이너리다. 2009년에 첫 번째 빈티지를 출시했는데, 어떤 역사를 지닌 와인보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사실 이들의 성공은 예견된 일이었다. 교과서를 충실히 보고 공부한 수능 만점자와 같달까. 좋은 땅에서 훌륭한 와인 메이커가 와인을 만들어냈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자본이 있었다. 비냐 빅은 노르웨이 출신 사업가인 알렉산더 빅(Alexander Vik)과, 샤또 파비(Château Pavie)의 전 소유주자 양조가였던 패트릭 발레(Patrick Vallet)가 손잡고 기획한 프로젝트다. 처음에는 최고의 테루아를 찾기 위해 유럽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고, 남미에서 답을 찾아냈다. 이곳의 책임 와인 메이커는 크리스티앙 발레호(Christian Vallejo). 샤또 마고(Château Margaux) 등 최고급 와이너리에서 양조를 담당했던 최고의 이력을 소유하고 있다. 그는 충적토 자체는 칠레의 다양한 지역에 펼쳐져 있지만, 땅의 수령은 제각각이라며 표층의 양분만으로 포도를 재배하면 맥도날드처럼 패스트푸드와 다름없는 결과가 만들어지지만 심토가 견고하다면 슬로푸드와 같은 와인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냐 빅은 다양한 토양과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영향 등을 고려해 크게 12개의 구획을 나누어 각각에 맞는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 

 

*투어 신청 등 자세한 정보 http://www.vik.cl/en/visits.php

 

 

[비냐 빅 와이너리]



[비냐 빅 호텔에서 보이는 비냐 빅 포도밭]



[객실 안에서도 비냐 빅의 떼루아를 감상할 수 있다]

 

뷰 마넨(Viu Manent)

뷰 마넨은 1935년, 스페인 이민자였던 돈 미구엘 뷰 그라시아(Don Miguel Viu Gracia)가 그의 두 아들 어거스틴(Agustin), 미구엘(Miguel) 뷰 마넨과 산티아고에 보데가스 뷰(Bodegas Viu)를 설립하면서 시작되었다. 1980년대에 현재의 오너인 호세 미구엘(Jose Miguel)에 의해 와이너리는 비약적인 발전을 맞이한다. 우아한 카베르네 소비뇽을 만들어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지만 사실 뷰 마넨은 말벡으로 더 명성이 높다. 칠레에서 말벡을 처음 재배하기 시작했으며 2005년에는 플라네타 비노스 테이스팅(Planeta vinos tasting)에서 칠레 최고의 말벡 마스터로 선정되었다. 칠레의 와인 가이드(guia de vinos chilenos) 2005년 에디션에서도 칠레 최고의 말벡으로 선정되는 등 일일히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상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브랜드라 이들의 명성은 이미 잘 알고 있을 터. 하지만 현장에서 마차를 타고 빈야드를 돌며 이들의 이야기와 양조 철학을 들을 수 있다. 뷰 마넨은 와인 투어리즘으로 상을 받기도 한 곳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역사가 깊은 만큼 레스토랑과 샵에서는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올드 빈티지 와인을 구할 수 있는 것 또한 즐겁다. 칠레 와인의 수준과 역사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오늘날까지 100% 가족 경영으로 이어지고 있다. 

 

*투어 신청 등 자세한 정보 http://viumanent.cl/visitenos/#tour-degustacion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뷰 마넨 레스토랑. 직원들이 칠레 전통 의상을 입고 관광객을 맞이한다] 

 

[뷰 마넨 소비뇽 블랑과 잘 어울리는 칠레산 굴은 꼭 먹어 보아야 한다] 



[뷰 마넨에서는 마차를 타고 빈야드를 돌며 투어를 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비냐 몬테스(Vina Montes)

“와인은 몰라도 몬테스는 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에서 독보적인 인지도를 지니고 있는 바로 그 와인. 칠레를 방문한다면 이곳의 투어 프로그램을 빼놓을 수가 없다. ‘국민와인’이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을 만큼 팬층도 두텁다. 칠레를 방문하기 전에는 ‘몬테스의 인기는 한국에서 과열되었다’라는 말을 듣기도 했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칠레 현지에서 느끼는 몬테스 인기는 한국에서보다 더 뜨거웠으니. 마트에 가도 샵에 가도, 현지인들도 몬테스 사랑에 여념이 없었다. 비냐 몬테스를 방문하면 풍수지리에 근거해 지어진 와이너리와 아팔타 밸리(Apalta Valley)의 떼루아를 두 눈으로 직접 경험할 수 있다. 다양한 셀렉션의 와인 테이스팅에 기분 또한 최고조. 하지만 비냐 몬테스를 방문한다면 레스토랑에서 식사도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최근 프란시스 발만(Francis Mallmann)의 새로운 레스토랑인 푸에고스 데 알파타(Fuegos de Alpata by Vina Montes)가 비냐 몬테스에 오픈했다. 프란시스 발만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유명 셰프로 파타고니안(Patagonian) 요리를 한다. 아르헨티나 멘도사, 부에노스아이레스, 우루과이, 마이애미에도 레스토랑이 있는 탑 셰프다. 신선함이 가득한 칠레 전통 음식에 몬테스 와인 한 모금! 비냐 몬테스를 방문하면 ‘세상 사는 맛’을 볼 수 있다.

 

*투어 신청 등 자세한 정보 http://www.monteswines.com/en/our_tours.php#;​ 

 

[몬테스 알파 엠. 알파 엠이라면 모든 빈티지가 훌륭하지만 특히 2010년 빈티지는 와이너리 담당자가 인생 빈티지라며 극찬했다]

[이산화탄소 프리 지역, 비냐 몬테스. 와인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빈야드 주변의 야산을 모두 매입했다]

 

[푸에고스 데 알파타 바이 빈야 몬테스]

프로필이미지양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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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18.01.03 11:22수정 2018.01.0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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