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부담 없이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우리가 일상에서 와인을 접하기 시작한 것은 1988년 와인 수입 자율화가 이루어진 이후로 이제 약 30년밖에 되지 않았다. 와인은 애당초 우리 문화가 아니었던 만큼 아직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우연한 기회로 마셨던 와인이 마음에 들어 그 와인과 비슷한 와인을 마시고 싶을 때, 혹은 와인의 맛과 향을 표현하려고 할 때, 과연 어떤 단어를 사용해야 할지 몰라 종종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관련 정보를 찾아보지만, 와인을 혼자 공부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럴 때 여러 와인 아카데미에서 제공하는 프랑스, 호주, 뉴질랜드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인 강좌는 우리에게 좋은 기회가 되어왔다.
그러나 그동안 왠지 모르게 유독 이탈리아 전문 와인 강좌만은 찾기가 힘들었다. 이제 집 근처 와인샵이나 할인마트에서 다양한 이탈리아 와인을 접하기 어렵지 않은데, 그런 이탈리아 와인을 위한 강좌가 없다는 것은 늘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우연히 알게 된 이인순 원장의 'IWM 이탈리아 와인 마스터' 과정은 나에게 큰 기쁨으로 다가왔다. 'IWM 이탈리아 와인 마스터 과정'은 이탈리아 와인을 전반적으로 탐구하는 이탈리아 와인 전문 과정. 그러나 인증서를 받기 위한 별도의 시험은 없기에 스트레스는 덜하다. 바쁜 일상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오직 총 다섯 번의 수업만 참석하면 되니 시간적인 부담도 그리 크지 않았다. 그리고 그 강좌를 이탈리아 와인 앰배서더(Italian Wine Ambassador)를 획득한 전문가가 진행하니, 나로서는 당장 신청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마침내 1월 10일 첫 수업이 열린 홍익대학교 강남교육원을 찾았다.
['IWM 이탈리아 와인 마스터' 과정을 진행 중인 이인순 원장]
모든 국토와 오랜 역사는 이탈리아 와인의 자랑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이탈리아 와인의 역사. 시칠리아와 사르데냐섬을 포함해 거의 모든 이탈리아 지방에서는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 북쪽으로부터 알프스산맥을 따라 아래쪽으로 형성된 산악지대이며 삼면은 우리나라처럼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형태다. 많은 미세 기후가 존재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이탈리아의 큰 장점이다. 이렇게 방대한 이탈리아 지방의 와인을 다루기 위해 수업은 이탈리아 전체 국토를 지역별로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눠 진행한다. 놀라운 사실은 이런 오랜 역사와 넓은 와인 생산지역을 자랑하는 이탈리아 와인이 매번 프랑스 와인의 그늘에 가려 2인자 역할을 했다는 것. 그 배경에는 과연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왜 20세기에 들어서야 진정한 진가가 발휘됐는지. 이인순 원장은 역사적 사건과 문화적인 면모를 통해 그 이유를 밝혔다. 과거 이탈리아 와인의 역사와 현재 이탈리아 와인 산업의 발자취를 있는 그대로 알아보는 기회를 가진 것이다.
카스텔로? 테누타? 포지오?
이탈리아 와인을 처음 접하는 소비자가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두려움은 과연 무엇일까? 바로 발음하기도 힘든 이탈리아 단어들. 영어 단어를 외우기도 벅찬 우리에게 이탈리아어가 쉽게 느껴질 리 없다. 수업을 시작하고 이인순 원장이 가장 처음으로 다룬 부분은 바로 이탈리아의 20가지 행정구역 이름을 발음하는 방법. 또 프랑스 와인에 샤또(Chateau)와 도멘(Domaine)의 개념이 존재하듯 이탈리아 역시 와이너리의 이름을 나타내는 특정 단어가 있다. 예를 들면 성(城)을 의미하는 카스텔(Castel), 카스텔로(Castello), 사유지를 의미하는 테누타(Tenuta), 농장 또는 농가를 의미하는 카사(Casa), 언덕을 의미하는 포지오(Poggio) 등이 그렇다. 이렇듯 평소 이탈리아 와인 레이블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지만 내재한 의미를 알기 힘들었던 이탈리아 단어를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와인 생산국 중에서도 유독 지역 고유의 포도 품종이 많은 이탈리아. 와인 레이블에서 포도 품종과 지역 명칭을 같이 표기하는 문장 구조를 알아보며 이탈리아 와인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시간이기도 했다.
[시음한 와인들]
눈높이에 맞춘 표현 방법, 동시에 자연스레 접하는 전문 지식
강의에서는 우리가 이해하기 쉬운 예시가 자주 사용됐다. 이인순 원장은 우리나라의 주요 도시 서울과 부산에도 기후 및 식문화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포함, 우리가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비유를 예로 들었다. DOC, DOCG와 같은 이탈리아 등급별 원산지 규정에 관해 설명하며, ‘지역적 차이를 반영하는 조건이 바로 와인 등급의 기준'이라는 것에 이해를 도왔다. 이탈리아 와인만의 특징을 알아보기 위해 평소 잘 알려진 국제 포도 품종과 이탈리아 품종의 차이를 빗대어 설명하기도 했다. 가끔은 유머러스한 농담도 사용했다. 포도나무를 지탱하는 격자구조(trellis) 기법을 설명하며 포도나무가 햇볕을 많이 받기 위해 곱슬머리를 스트레이트 파마로 변화를 준다는 것. 그리고 네비올로 품종을 설명하면서도 외모적으로 뛰어난 잘생긴 남성은 아니지만, 마치 평범한 외모의 영화배우 다이엘 크레이그가 연상되듯 자세히 알고 보면 남성적인 강한 면이 숨겨진 스타일이라고 표현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탈리아 와인은 같이 즐길 때 비소로 빛을 본다
이탈리아 사람과 단 한 번이라도 대화를 나눈 경험이 있는 사람은 흔히 이탈리아 사람을 호탕하다고 말한다. 그런 이탈리아 사람의 호탕한 성격은 그들이 와인을 즐기는 방식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형식에 얽매이기보다 와인을 다 같이 유쾌하게 즐기기 좋아한다. 꼭 와인잔이 아니여도 단순한 유리잔에 와인을 따라 나눠 마시며 그 시간을 즐기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이탈리아 와인을 공부하다 보니 강의장 전체에 이탈리아 특유의 유쾌한 분위기가 맴돈듯했다. 강의를 듣는 사람들은 서로 자연스레 친목을 도모하며 새로운 모임을 만들어 와인과 함께하는 만남 자체를 즐겼다. 'IMW 이탈리아 와인 마스터 과정'은 분명 전반적인 이탈리아 와인에 대해 전문성을 기반으로 교육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 있어 오직 지식만을 습득하는 시간이 아닌 자연스러운 대화 속에 이탈리아 와인을 알아가는 느낌이 들게 만든다. 그래서 그런지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강의가 더 기다려진다.
이인순 원장
- 학교, 단체 및 기업 다수 와인 강의 출강
- Diploma of Wine & Spirit Education Trust U.K 수료, Wine & Spirit Education Trust(WSET) 공인인증강사
- 프랑스 보르도와인협회(CIVB) 공인인증강사
- 프랑스 부르고뉴와인협회(BIVB) 공인인증강사
- 호주 와인협회(A+Wine Australia) 공인인증강사
- 스페인 와인스쿨 공인인증강사
- 이탈리아 와인 앰배서더(Italian Wine Ambassador qualified by Vinitaly International Academy)
- 뉴질랜드 와인협회 Qualified Official Wine Educator
- LeeInsoon WineLab(이인순와인연구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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