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익브레드 와이너리가 소유한 나파 밸리 포도밭]
대부분 미국 와이너리의 역사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유럽의 와이너리와 달리 비교적 최근에 시작됐다. 그만큼 각 와이너리의 탄생 배경도 다소 생뚱맞을 때가 있다. 케익브레드 와이너리를 설립한 잭 케익브레드(Jack Cakebread)도 그중 한 명. 부업으로 사진작가를 병행하던 그는 1972년 ‘Treasury of American Wine’ 책에 사용할 사진 작업을 의뢰받아 나파 밸리의 전역을 돌며 포도밭을 촬영했다. 이 작업 중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에 관해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이때는 오직 관심만 있었을 뿐이었는데, 사진 촬영 중 포도밭을 문의했던 곳이 이듬해 곧바로 포도밭을 내놓았고 그는 다소 갑작스럽지만, 포도원 매입을 결정했다. '케익브레드 와이너리'는 그렇게 단 1년 만에 탄생한 것이다. 이렇게 단기간에 탄생한 와이너리지만, 40여 년이 지난 지금 외부 투자를 받지 않는 순수 가족경영을 유지하면서도 높은 명성을 쌓았다. 확장을 거듭했고 현재는 캘리포니아 카네로스(Carneros)에서 앤더슨 밸리(Anderson Valley)까지 약 560에이커에 해당하는 15개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다.
케익브레드 와인이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첫 번째 요인은 분명 특이하고 재미있는 와이너리 이름일 것이다. 그러나 이 와이너리는 지역 와인 애호가들에게 또 다른 모습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바로 와이너리가 매년 자체적으로 개최하는 아메리칸 하비스트 워크샵(American Harvest Workshop). 1987년부터 시작한 이 행사는 식음료 관련 전문가, 미디어 관계자 등을 초청해 와인과 음식 페어링을 선보이는 행사다. 추가로, 연간 무려 400회 이상의 크고 작은 와인 페어링 이벤트와 매달 진행하는 쿠킹 클래스 역시 음식, 와인 애호가들게 매력적인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케익브레드 와이너리에는 '컬리너리 디렉터'라는 직책이 따로 존재할 정도다. 이처럼 와인을 보다 문화적으로 즐기는 방법을 제시하는 모습을 볼 때, 이 와이너리는 왠지 케익브레드라는 이름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이런 매력적인 와이너리를 주제로 하는 세미나라면 그 자체로 언제나 환영이다. 그러나 창업자인 젝 케익브레드의 아들이자 현 소유주 브루스 케익브레드(Bruce Cakebread)가 기획한 이번 세미나는 또 다른 콘셉트의 세미나. 와이너리에서 출시를 앞둔 와인의 배럴 샘플을 숙성 컨테이너, 발효 방식, 수확 방식, 포도밭 구획, 포도 품종별로 나누고 다양한 관점에서 비교 시음하며 케익브레드 와인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준비했다. 매력적인 와이너리가 준비한 매력적인 콘셉트의 세미나. 와인 애호가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있을까? 마치 빵집에 있는 수많은 케이크를 종류별로 맛보듯 케익브레드 와인의 종류별 배럴 샘플을 맛보니,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이들은 모두 동심으로 돌아가 어린아이가 된듯했다.

*똑같은 와인을 각기 다른 컨테이너에 담는다면?
*아래 세 와인은 모두 2017년 커팅스 워프(Cuttings Wharf) 포도밭에서 재배한 소비뇽 블랑
1번 화이트 와인 : 약 3년을 사용한 225L 프랑스 오크통에서 발효 후 숙성 중
처음에는 미네랄, 레몬 등 광물적이면서 동시에 신선한 시트러스 과실 위주의 향이 지배적이었다. 약간의 패션프루츠, 구즈베리 뉘앙스도 나타났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지난 후 바닐라 크림, 스피아 민트 향이 은은하게 퍼지기 시작해 분명한 오크의 특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입안에서 느껴지는 산미는 단단하고 상큼했으며, 짜릿한 미감을 선사했다.
2번 화이트 와인 : 500L 새 프랑스 오크통에서 발효 후 숙성 중
처음에는 역시 미네랄과 라임, 레몬 등 신선한 감귤류 향이 강했지만, 조금 뒤 약간의 핵과류 특징을 보였다. 시간이 지나자 살짝 바닐라, 크림, 우유 뉘앙스가 느껴지나 싶더니 이내 토스트, 견과 등 더 다양한 오크 특징을 바로 뿜어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향이 많이 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3번 화이트 와인 : 1700L 크기의 달걀모양 콘크리트에서 발효 후 숙성 중
마치 분필을 연상하게 만드는 강한 광물적인 특징이 도드라졌다. 미네랄, 신선한 라임, 레몬, 특히 입안에서 짜릿하고 강한 산미를 느낄 수 있었다. 각진 미감이 특징이었다.
*젖산발효(Malolactic Fermentation)가 만드는 변화?
*아래 두 와인은 모두 2017년 커팅스 워프(Cuttings Wharf) 포도밭의 동일한 구획에서 수확한 샤르도네 품종. 양조 후 225L 프랑스 산 오크통에서 숙성 중
4번 화이트 와인 : 젖산발효를 거치지 않고 숙성
처음 향에서는 토스트 및 견과 오크의 뚜렷한 특징이 느껴졌지만, 입안에서 시트러스 과실 특징이 두드러졌고 미감이 상당히 각진 느낌이었다. 시간이 더 지나면서 신선한 배, 사과 등 핵과류 특징도 느껴졌다.
5번 화이트 와인 : 약 4개월간 젖산발효를 거친 후 숙성
향을 맡자마자 크림치즈 특징이 강하게 뿜어져 나왔다. 입안에서 미감은 전반적으로 부드러웠다. 여운에서 버터의 느낌이 오래 남았지만, 과한 우유의 느끼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과 기계의 분명한 차이?
*아래 두 와인은 모두 같은 날 밤, 밀턴 로드(Milton Road) 포도밭의 동일한 구획에서 동시에 수확했으며 모두 동일한 방법으로 양조
6번 화이트 와인 : 100% 기계로 수확한 샤르도네
버터, 토스트를 동반하는 레몬 향이 강했다. 그러나 다소 특징 없는 시트러스 특징을 동반했다. 입안에서는 미감이 꽉차고 거친 산미가 느껴졌다.
7번 화이트 와인 : 100% 손으로 수확한 샤르도네
잔잔한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처럼 향의 강도는 낮았다. 그러나 우아하고 섬세한 텍스쳐는 기계로 수확한 와인과 확실한 차이를 보였다. 손으로 수확한 샤르도네의 품질을 지금 시기에 결정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분명 상당한 병 숙성 능력이 예상됐다.
[2018년 1월까지 배럴 숙성중었던 레드 와인]
*같은 와인 생산지(AVA)에 속한 포도밭을 굳이 또 세분화하는 이유?
*아래 세 와인은 모두 카베르네 프랑 품종. 2017년에 수확했으며, 동일한 방식으로 양조 후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숙성
1번 레드 와인 : 도그우드 포도밭(Doggwood Vineyard)에서 수확한 와인
카시스 열매, 블랙 체리 등 강한 검은 과실 특징이 느껴졌지만, 동시에 약간의 미네랄, 흙, 이끼의 뉘앙스도 같이 찾을 수 있었다.
2번 레드 와인 : 수스콜 스프링스 포도밭(Suscol Springs Vineyard)에서 수확한 와인
세 종류의 포도밭 중 가장 서늘한 기후가 형성되는 지역. 검은 체리 보다는 카시스 느낌이 강하며 과일 뉘앙스는 1번 레드 와인 보다 덜 발랄하나, 더욱 농밀한듯 하다. 또한 토마토 잎, 허브 등 식물성 특징이 더 강했다.
3번 레드 와인 : 댄싱 베어 랜치 포도밭(Dancing Bear Ranch Vineyard)에서 수확한 와인
케익브레드 와이너리의 포도밭 중 가장 뛰어난 떼루아를 지니고 있는 포도밭. 아주 잘 익은 블랙 체리가 가장 먼저 생각났지만, 다양한 베리류 과실이 동시에 느껴졌다.
*각각 다른 포도 품종을 동일한 포도밭에서 재배한다면?
*아래 세 와인은 모두 댄싱 베어 랜치 포도밭에서 재배 후 2017년 수확
3번 레드 와인 : 까베르네 프랑 품종
케익브레드 와이너리의 포도밭 중 가장 뛰어난 떼루아를 지니고 있는 포도밭. 아주 잘 익은 블랙 체리가 가장 먼저 생각났지만, 다양한 베리류 과실이 동시에 느껴졌다.
4번 레드 와인 : 메를로 품종
같은 검붉은 과실이지만, 체리보다는 서양자두, 블랙 베리 뉘앙스가 강했으며, 입안에서는 3번 와인보다 조금 더 부드러웠다.
5번 레드 와인 : 까베르네 소비뇽 품종
카시스, 제비꽃 뉘앙스가 한층 더 강하게 느껴졌다. 입안에서는 산미를 동반하는 구조감이 더욱 조밀했으며 탄닌이 강한 편이었다.
*단 1년 동안 와인은 어떻게 달라질까?
*아래 두 와인은 모두 댄싱 베어 랜치 포도밭에서 수확한 까베르네 소비뇽
5번 레드 와인 : 댄싱 베어 랜치 포도밭에서 2017년에 수확한 와인
카시스, 제비꽃 뉘앙스가 한층 더 강하게 느껴졌다. 입안에서는 산미를 동반하는 구조감이 더욱 조밀했으며 탄닌이 강한편이다.
7번 레드 와인 : 댄싱 베어 랜치 포도밭에서 2016년에 수확한 와인
과실향을 강하게 뿜어내는 와인은 아니지만, 오크 향 중에서도 코코넛 느낌이 강하다. 바닐라, 버터 느낌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질감이 더 꽉차고 무거우나 부드러웠다.
*아래 두 와인은 모두 수스콜 스프링스 포도밭에서 수확한 까베르네 소비뇽 품종
6번 레드 와인 : 수스콜 스프링스 포도밭에서 2017년에 수확한 와인
농축미가 상당해서 마치 졸인 검은 과실이 생각날 정도. 잘 익은 블랙 체리가 가장 두드러졌으며 분명 농도가 짙은 과실향 위주의 와인이었다.
8번 레드 와인 : 수스콜 스프링스 포도밭에서 2016년에 수확한 와인
좋은 초콜릿, 바닐라,향신료,모카,에스프레소 오크향이 곁들어진 와인이다. 발랄하던 과실 특징은 이제 오크 숙성과 잘 어우러져 한층 더 세련된 복합미를 만든다. 입안에서도 더 우아하며 탄닌도 조밀하게 변했다. 여운도 더욱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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