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손 세바스티아노 데 코라토]
이탈리아 풀리아의 리베라(Rivera)는 1940년대 말 설립된 와이너리다. 리베라는 카스텔 델 몬테(Castel del Monte)지역 와인의 잠재력을 최대한 꺼냈을 뿐만 아니라 풀리아 지역의 상징이자 닮고 싶은 우상이 됐다. 현재 리베라를 이끄는 3대손 세바스티아노 데 코라토(Sebastiano de Corato)에게 직접 풀리아와 리베라 와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풀리아 카스텔 델 몬테 지도]
이탈리아의 빵 바구니 풀리아! 와인에 미치다!
부츠 모양의 이탈리아에서 풀리아는 바로 뒷굽 부분이다. 풀리아는 해안을 접하고 있는 이탈리아 여러 지역 중 해안선의 길이가 가장 긴 지방이다. 이곳은 로마 시대부터 <빵 바구니>로 불릴 정도로 밀 농사가 잘 됐고, 포도와 올리브도 잘 자랐다. 예로부터 풀리아 사람들은 자연스레 직접 와인을 빚어 마셨다.
필록세라 대재앙이 유럽 포도원을 휩쓸고 풀리아 와인은 포도밭 사이에 깐 철로를 통해 벌크 와인(Bulk wine)용으로 주로 거래됐다. 이 당시 팔려나간 풀리아 레드 와인은 알코올이 높고, 타닌이 거칠어 이 지역 와인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끼쳤다.
이에 1940년대 말 세바스티아노 데 코라토(Sebastiano de Corato)는 리베라 와인을 설립하고, 와인으로 풀리아를 알리는 일을 시작했다. 그는 나쁜 이미지를 지닌 풀리아 레드 와인 대신 토착 품종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과 로제 와인을 시장에 선보였다. 리베라의 로제 와인은 알코올 도수가 11%로 다소 낮고, 청량하고 마시기 편해 리베라 와인의 초기 20년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 더불어 이탈리아 사람들이 갖는 풀리아 지방 와인에 대한 인식도 바꿔놨다. 리베라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1971년 고품질 레드 와인 일 팔코네(Il Falcone)를 시장에 내놓았다. 리베라는 일 팔코네의 인기와 함께 풀리아의 상징적인 와이너리가 됐다.
[리베라 포도원의 해양성 석회질 토양은 와인에 풍부한 미네랄 풍미를 준다.]
리베라 포도원의 땅과 바람
풀리아는 폭 50km, 총 길이 400km에 이르는 좁고 기다란 지형을 지녔다. 흔히 풀리아를 이탈리아 남부 지방이라고 하지만, 지도를 조금 자세히 보면 아드리아해를 바라보며, 그 건너에 발칸 반도가 있는 걸 알 수 있다. 러시아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의 영향을 받는 풀리아는 4계절이 뚜렷하며, 매년 눈도 제법 내린다.
리베라는 풀리아 지역에 95헥타르 포도원을 소유하고, 연간 150만 병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리베라가 소유한 포도원은 크게 2곳으로 나뉜다. 가장 남쪽인 살렌토(Salento)는 반도 형태로 20km 이내에 바다를 접하고 있다. 평지라 더우며, 붉은색 점토 밑에 부드러운 해양성 석회암인 투파(Tufaceous)가 있다. 이 지역은 빨리 익는 품종인 프리미티보(Primitivo)와 네그로아마로(Negroamaro)를 키운다. 살렌토의 와인은 타닌이 적어 부드러운 질감을 지니며, 금방 마실 수 있다. 중북부는 해발고도 200~600m사이에 포도원이 있으며, 느슨한 해양성 석회암으로 구성된다. 기후가 서늘해서 만생종인 알리아니코(Aglianico)와 네로 디 트로이아(Nero di Troia)를 재배한다. 중북부의 와인은 우아하고 장기 숙성 잠재력을 지닌다.
[리베라 프렐루디오 넘버 원 샤르도네와 음식 페어링의 예]
리베라 와인을 즐기는 포인트는 바로 이것!
<자연을 극복하여 만든 풀리아의 샤블리> 프렐루디오 넘버 원 샤르도네 (Preludio N˚1 Chardonnay)
프렐루디오에 쓰이는 샤르도네는 과거 바다에서 형성된 석회암이 울퉁불퉁 튀어나온 포도원에서 재배됐다. 이는 마치 외계 행성처럼 보인다. 리베라는 구멍이 숭숭 뚫린 거대한 석회암을 밤낮으로 부숴 1m 두께에 이르는 포도원 흙으로 만들었다. 리베라 가문은 이 포도원에 부르고뉴 묘목을 들여다 재배하고, 부르고뉴 방식으로 프렐루디오를 만들었다. 넘버 원이라는 이름처럼 이 와인은 풀리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샤르도네가 됐다. 이 와인의 성공엔 풀리아 사람들이 해산물 요리를 즐기는 점도 한 몫을 차지한다. 와인은 꽃, 잘 익은 배 향이 시원하며, 산미가 높으나 질감이 부드러워 음식과 참 잘 어우러진다. 토양이 주는 두드러지는 미네랄 풍미가 인상적이다.
<2018년 대한민국 주류대상 5만 원 이하 대륙 레드 부문 대상> 프리미티모(Primitivo)
한마디로 리베라 프리미티보는 맛있다. 병이 무거워서 팔이 떨어질 듯 하고, 와인 풍미가 너무 진해 잼 같은 프리미티보가 절대 아니다. 와인은 꽃, 잘 익은 흑자두, 미네랄 풍미가 집중됐고, 산미가 신선하고, 여운이 정말 향긋하다. 이 와인은 약간 차게 즐길 때 더 맛있다.
<어서 와! 이런 가성비 와인은 처음이지?> 카펠라쵸(Cappellaccio)
카펠라쵸는 3천 년 전 고대 그리스에서 이탈리아로 전해진 품종인 알리아니코(Aglianico)로 만든 와인이다. 알리아니코는 포도가 아주 늦게 익는 데다, 산미가 높고 타닌이 강해서 ‘남부의 네비올로(Nebbiolo)’라 불린다. 리베라는 완전히 익은 포도알만 선별해 남다른 복합성, 완성도 및 표현력을 갖는 풀리아식 알리아니코를 만든다. 와인은 체리와 예리한 스파이스, 상당한 산미와 입자가 작은 타닌을 지녔다. 와인의 구조와 섬세한 여운이 기억되며, 다양한 음식과 즐길 수 있다. 맛에 한 번, 품질 대비 가격에 또 한 번 놀라게 되는 진정한 가성비 와인이다.
[리베라 와인들]
<풀리아 지역 전설이 된 와인> 일 팔코네(Il Falcone)
리베라의 클래식한 와인으로 레이블엔 신성로마제국의 프레데릭 2세를 상징하는 독수리가 그려져 있다. 와인은 ‘타닌 괴물’로 불리는 네로 디 트로이아(Nero di Troia)와 이를 부드럽게 하는 몬테풀치아노(Montepulciano)가 섞여 있다. 이 와인의 탄생에는 포도 재배부터 와인 양조 및 오크 숙성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전통과 현재가 공존하고 있다. 리베라는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타닌 괴물 네로 디 트로이아가 던지는 질문에 답하느라 실험과 도전을 하고 있다. 그 노력만큼 리베라는 네로 디 트로이아 품종을 다루는 노하우를 갖게 됐고, 포도와 리베라의 정체성을 찾으며, 풀리아의 살아있는 전설이란 명성을 얻었다. 리베라의 담금질을 받은 와인은 극도로 섬세하며, 우아한 모습이다. 진중한 모습으로 검붉은 과실, 젖은 낙엽과 연필 깎는 향 등을 내며, 산미와 장기 숙성 잠재력이 돋보인다. 일 팔코네의 향은 중국의 변검처럼 잔을 들 때마다 변화한다.
<전 세계 유일한 네로 디 트로이아 단일 품종 와인> 푸에르 아풀리에(Puer Apuliae)
푸에르 아풀리에는 이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원에서 발견된 오랜 수령의 네로 디 트로이아로 만든 와인이다. 이 네로 디 트로이아는 유난히 작은 포도알을 지녔고, 그 맛이 생동감을 지니며, 산미와 타닌의 균형이 탁월했다고 한다. 리베라는 이 단일 포도원, 단일 품종, 한 가지 오크 통만으로 와인을 숙성해 ‘풀리아의 아들’이란 이름의 푸에르 아풀리에를 만들었다. 와인은 제비꽃, 다양한 검은 과실과 열매 향을 지닌다. 아주 맛있는 산미와 부드러운 질감, 날렵하고 단정한 모습이 좋다.
리베라 와인은 이탈리아 와인 명가 19개가 속하는 그란디 마르끼(Grandi Marchi) 소속이다. 리베라 와인은 10년이 넘게 지속해서 한국 와인 애호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한국 수입사가 바뀌면서 포트폴리오가 리베라 고급 와인과 숙성된 빈티지 와인으로 변화했다. 이탈리아 북부 레드 와인을 선호하는 와인 애호가들에게 아주 정교한 표현력을 지닌 남부의 리베라 와인을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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