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르헨티나는 이제 말벡이 아닌 테루아를 판다!

지금까지 우리는 ‘아르헨티나는 말벡이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부터 우리는 아르헨티나 와인을 대할 때, 멘도사에서 자세히 루한 데 꾸요와 우꼬 밸리를, 최종적으로 구알타야리와 알타미라를 찾아 즐겨야 할 거 같다. 왜냐하면, 아르헨티나는 이제 그냥 말벡이 아닌 구체적인 테루아를 팔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 멘도사의 새로운 소식을 전한다.


[여름철, 남미 최고봉 안데스 산맥의 절경]


아르헨티나(Argentina) 멘도사(Mendoza)를 가는 길은 이렇다. 인천에서 미국 달라스로 14시간 50분, 달라스에서 산티아고로 9시간 20분 그리고 다시 산티아고에서 멘도사까지 35분, 총 25시간만(?) 비행하면 된다. 이 긴 여정의 피로를 한 번에 날려주는 건 바로 안데스산맥이다. 멘도사행 비행기 기장은 때가 되면, ‘안데스 산맥입니다. 아콩카과입니다!’ 하고 안내 방송을 해준다. 창 너머로 보이는 장엄한 안데스 산맥과 남반구 최고봉 아콩카과(해발고도 6959m) 장관 앞에선 모두 할 말을 잃는다. 다들 숨죽인채 눈과 마음에 안데스를 담느라 바쁘다. 안데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눈물이 차오른다.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 목젓이 아플만큼 눈물을 꾹꾹 삼키며 안데스를 본다. 그 순간, 안데스는 내게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나의 인생은 괜찮을 거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그렇게 안데스는 내게 삶이 힘겨울 때마다 꺼내 보는 마음 조각이 됐다. 


[우꼬 밸리에 위치한 주카르디 와이너리 전경]


땅에 내려 아르헨티나 포도원을 향해 달리는 길은 녹록지 않다. 주먹만 한 돌무지가 투덜대듯 엉덩이를 괴롭히는 길, 비비빅 색깔 흙먼지가 뿌옇게 뒤덮는 길, 너무 하얘서 선글라스를 껴도 눈이 부신 길이 일행을 기다린다. 트럭 1600대를 동원해 돌을 치우고 포도원과 와이너리를 세웠다는 주카르디에서는 ‘여기가 지구인가?’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불안정한 대기로 작은 공기 소용돌이가 생긴 포도원 모습]


1월 말~2월 초 북반구는 겨울이지만, 남반구는 여름이다. 반사막 기후인 아르헨티나 멘도사의 여름은 더위와 함께 습도가 높다고 한다. 이례적인 폭염을 기록한 2019년 여름, 멘도사 포도원 온도는 최고 42도, 습도 65%를 기록해 익숙한 듯 낯선 꿉꿉함이 전해졌다. 폭염 때문에 불안정해진 대기가 하늘을 반으로 갈라 흑백 구름을 만들기도 하고, 건조한 모래 폭풍이 방향없이 불어오기도 했다. 모래 폭풍은 불구경처럼 화끈하고 위협적이다. 그중 압권은 불안한 하늘이 내는 엽총 소리다. ‘쾅! 쾅’ 불규칙적으로 들려오는 소리에  ‘최근에 뭐 잘못한 거 있나?’ 하는 반성의 마음이 들기도 했다. 서울과는 완전히 다른 모든 상황에 취재진의 오감은 쉴 틈이 없었다.


[철길 옆에 세워진 트라피체(Trapiche)와이너리]


안데스 산기슭에 위치한 멘도사는 아르헨티나 와인의 70%를 생산하는 남미 최대 와인 생산지다. 다른 남미 포도원 면적을 다 합쳐도 멘도사 포도원 규모보다 작은 정도다. 아르헨티나에서 양조용 포도 재배는 1553년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Santiagno del Estero)에서 시작됐다. 아르헨티나에서 900km 떨어진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는 덥고 습해 값싼 와인만 생산했고, 이마저 교회에서 사용하는 용도로 제한됐다. 본격적인 아르헨티나 와인 발전은 1570년대 스페인계 이주민들이 칠레에서 포도를 들여다 심으며 이뤄졌다. 1885년 멘도사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로 향하는 철도가 완공되며 멘도사는 전 세계 와인 수도로 자리 잡게 된다. 아르헨티나 대표 와이너리인 트라피체(Trapiche)는 바로 이 철로 옆에 와인 양조 시설을 세워 일찍이 크게 성공할 수 있었다.


[루한 데 꾸요 비스탈바 포도원 풍경]


멘도사는 안데스산맥으로 막혀 있어 연간 강수량이 200mm불과한 반사막(연간 태양일 수 320일)에, 대륙성 기후를 지닌다. 일행이 머무는 동안 멘도사는 낮 최고 기온 42도, 최저 기온 16도로 일교차가 26도에 달했다. 인간은 감기 걸리기 딱 좋은 조건이지만, 포도는 이러한 상황에서 숙성력과 신선함을 최대한 얻을 수 있다. 건조하니 포도 재배자는 질병 걱정 없이 포도를 키운다. 그러면, 멘도사 포도나무는 어떻게 물을 얻을까? 멘도사는 안데스의 눈이 녹은 물로 오아시스를 형성하고 있으며, 포도는 이 깨끗한 물을 마시며 자란다. 멘도사 포도원은 전체 면적의 4%에 해당하는 16만 헥타르 규모이며, 바로 이곳이 세계 최고 말벡의 성지다.


[멘도사 지도]


멘도사는 멘도사 도심을 기준으로 북동쪽과 남서쪽으로 크게 나뉜다. 북동쪽은 벌크 와인 생산지다. 이 지역에선 마이푸(Maipú)가 품질 와인 생산으로 중요하다. 남서쪽은 안데스 산기슭에 자리해 포도원 해발고도는 마이푸보다 높다. 이곳은 ‘말벡의 요람’인 루한 데 꾸요(Luján de Cuyo, 멘도사 전체 와인 생산지 면적의 7%)와 ‘아르헨티나 그랑 크뤼 와인 산지’인 우꼬 밸리(Uco Valley)로 나뉜다. 


멘도사 지역 전체 와인 생산의 70%가 레드 와인이며, 말벡과 카베르네 소비뇽이 주 품종이다. 말벡(Malbec)은 1852년 프랑스에서 아르헨티나로 전파됐다. 서늘하고 축축한 프랑스에서 말벡은 너무 섬세해 키우기 어려웠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로 온 말벡은 따뜻하고 건조한 기후에 잘 적응했다. 이후 1992년 카테나 자파타(Catena Zapata)가 서늘한 고산 지대에서 말벡 재배를 시작하며, 새로운 스타일의 말벡을 만들었다. 고지대는 기본적으로 온도가 낮으며, 일조량이 풍부하고, 일교차가 크다. 덕분에 말벡의 껍질은 두꺼워진다. 이런 말벡은 자연적으로 높은 산미, 응집된 과실 풍미, 탁월한 미네랄 표현력을 지닌다. 대부분 포도가 두꺼운 껍질을 지니면, 당연히 타닌이 많겠다고 생각하겠지만, 말벡 타닌은 다르다. 말벡의 타닌은 워낙 부드러워 와인은 마시기 편하면서 동시에 긴 숙성 잠재력도 갖는다. 바로 이 점이 아르헨티나 말벡을 세계 최고로 치는 이유다. 나바로 코레아스(Navarro Correas) 와인메이커인 페르난도 라베라(Fernando Ravera)는 ‘아르헨티나에서 말벡이 잘 되는 건 맞지만, 자신이 원하는 말벡을 얻으려면 와인메이커도 그만큼 독하고 고약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말벡 재배와 양조에서 자칫 잘못하거나 소홀히 다루면, 촌스럽거나 거친 말벡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말벡 이외에 멘도사에서는 카베르네 소비뇽이 많이 재배된다. 더불어 카베르네 프랑과 피노 누아의 장래도 밝다. 한국인의 사랑을 듬뿍 받는 트라피체 이스카이(Iscay)에도 카베르네 프랑 비율이 최근 빈티지로 올수록 점차 높아지고 있다. 백포도 품종은 샤르도네, 토론테스, 세미용, 소비뇽 블랑 등이 주를 이룬다. 아르헨티나 스파클링 와인은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갈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페르골라(Pergola)방식으로 자라는 포도 모습]


아르헨티나 와인 라벨에는 와인 숙성에 관한 표시가 있다. 새로운 아르헨티나 와인 법규에 따라, 리저브(Reserve)와인은 12개월, 그란 리저브(Gran Reserve)는 24개월 숙성을 거친다. 오크 통 및 병입 후 숙성 기간은 와인 생산자에 따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멘도사 취재는 루한 데 꾸요(Luján de Cuyo)에서 시작됐다. 카이켄(Kaiken) 와이너리가 자리한 비스탈바(Vistalba)는 우아르페(Huarpe)족 언어로 ‘일출 절경지’라는 의미다. 일행은 이름과 반대인 일몰 시간에 비스탈바 포도원을 돌아봤다. 일출을 못 봐서 아쉽긴 했지만, 대신 포도원을 돌보는 거위떼가 턱을 쭉 치켜들고 지는 해는 바라보는 모습이 참 평화로워 보기 좋았다.


[포도원을 돌보며 노을을 즐기고 있는 거위들]


비스탈바는 말벡으로 유명하지만, 샤르도네와 카베르네 품종도 훌륭하다. 비스탈바는 해발고도가 인근 포도원보다 살짝 높아 일조량이 더 많고, 포도나무 사이 공기 흐름이 원활하다. 물 부족 때문에 전통적으로 3월에 눈 녹은 물을 이용한 홍수 관개(Flood Irrigation)로 포도원에 물을 댄다. 포도원 가장자리에 난 수로와 녹슨 여닫이 장치가 실용적으로 보였다. 비스탈바는 석회가 둘러싼 현무암 토양으로 이곳 레드 와인은 두드러지는 미네랄 풍미를 지닌다. 카이켄의 아이콘 와인인 울트라 시리즈를 만드는 포도원은 페르골라(Pergola)형태로 포도나무를 관리한다. 포도나무는 사람 키만큼 자라고 줄기와 잎이 지붕처럼 드리우며, 그 아래 포도송이가 늘어져 자란다. 페르골라 방식을 쓰면, 그늘이 생겨 강렬한 햇빛으로부터 포도송이를 보호해 산미와 신선함을 확보할 수 있다. 대부분 취재에서 무릎이나 허벅지 근처에 매달린 포도송이만 보다가 고개를 들고 봐야 하는 페르골라를 보니 매우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루한 데 꾸요에 속한 아그렐로(Agrelo)포도원은 해발고도 980~1079m 사이에 자리한다. 해발고도가 높은 만큼 일교차가 크고, 포도는 서서히 익는다. 아그렐로 토양은 60%가 지름 10cm 이상의 자갈, 15% 모래 그리고 25% 점토와 석회로 구성된다. 이런 토양 구성은 포도재배에 아주 이상적이며, 아그렐로에서 자란 말벡은 매우 향기로우면서 풍성한 향과 풍미를 지닌다.


[안데스산맥에 가까이 자리한 고지대 와인산지 우꼬밸리]


루한 데 꾸요를 둘러본 일행은 다음날 우꼬 밸리(Uco Valley)로 향했다. 우꼬 밸리는 멘도사 도심에서 100km 정도 남쪽에 위치하며, 현재 전 세계 와인 애호가와 관광객의 관심이 집중되는 와인 산지다. 우코 밸리 포도원은 세상에서 가장 높은 해발고도 850~1700m 사이에 분포한다. 안데스산맥에 비하면 모든 포도원 풍경이 낮고 평평해 보이지만 말이다. 우꼬밸리는 해발고도가 높아 일조량은 풍부하나 서늘하여 말벡뿐만 아니라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가 잘 자란다. 가로 22km, 세로 80km에 이르는 우꼬 밸리는 북에서 남으로 투풍가토(Tupungato), 투누얀(Tunuyán, 투누잔으로 발음하기도 한다.), 산 카를로스(San Carlos)로 나뉜다. 


[우꼬밸리 세부 포도원]


일행은 투풍가토의 엘 페랄(El Peral)과 구알타야리(Gualtallary), 투누얀의 산 파블로(San Pablo), 로스 카차예스(Los Chacayes), 비스타 플로레스(Vista Flores), 산 카를로스의 라 콘술타(La Consulta), 파라헤 알타미라(Paraje Altamira)를 집중적으로 보고 이곳에서 난 와인들을 시음했다. 


[안데스산맥에서 흔히 발견되는 해양 화석]


주카르디(Zuccardi) 와이너리의 포도재배 및 와인 양조 담당자인 마르틴 디 스테파노(Martin di Stefano)는 안데스가 멘도사 포도원 형성에 미친 영향과 우꼬밸리 특성, 양조 방식 선택 이유를 일행에게 명확하게 설명해줬다. 


[우꼬밸리 토양 구성과 포도 생육 관계를 설명 중인 주카르디의 마르틴]


안데스 산맥은 해양판인 나즈카 판과 대륙판인 남아메리카 판이 만나면서 형성됐다. 나즈카 판은 해양판으로 해양 생물 화석이 풍부하다. 이 두 개의 판이 마주쳐 주름이 잡히며 현재의 안데스 산맥이 됐다. 해양 생물 화석은 탄산칼슘(CaCO3, 석회석)이 풍부하다. 이 탄산칼슘은 안데스 산맥이 솟아오르는 동안 발생한 6번의 화성 활동으로 열분해가 된 뒤 생석회(CaO)로 변했다. 안데스산맥 위의 생석회는 자연에 방치되며 소석회(Ca(OH)2)로 풍화됐다. 


[우꼬밸리를 지나는 투누얀과 투나스 강]


안데스에서 눈이 녹은 물이 내려오며 우꼬 밸리를 지나는 투누얀강과 투나스(Tunas)강이 됐다. 이 과정에서 물에 실려 온 자갈, 모래, 점토가 경사가 갑자기 완만해지는 평지를 만나며 부채꼴 모양의 선상지를 만들었다. 바로 이 곳에 우꼬 밸리 포도원이 있다. 이러한 형성 과정 때문에 이 때문에 안데스 산맥 화성암은 하얗게 석회 성분으로 겉이 쌓여있다. 


[석회가 하얗게 감싼 화강암은 우꼬밸리 대표 토양이다.]


따라서, 우꼬 밸리 토양은 안데스 산맥 어느 줄기에서 자갈이 내려왔는지에 따라 달라지며, 이는 포도원 땅 색으로부터 쉽게 알 수 있다. 마르틴은 전 세계 와인 전문가들이 우꼬 밸리 토양을 석회암이라고 쓰는데에 오류가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취재진에게 우꼬 밸리 토양은 석회가 둘러싼 화강암(Granite covered with Lime)임을 명심해달라고 누누이 부탁했다. 그에 따르면, 멘도사에서 탄산칼슘, 즉 석회암이 풍부한 포도원은 로스 카차예스(Los Chacayes)뿐이며, 이곳의 석회암은 산성 물질을 뿌리면 바로 부글거릴 정도로 활성도가 높아 산미 좋은 화이트 와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용 포도를 재배하는 데 적합하다고 한다.


[안데스산맥 산줄기별 주요 암석, 강줄기의 상류, 중류, 하류에 속하는지에 따라 우꼬밸리 토양은 달라진다.]


그랑 크뤼 수준급 와인으로 전율을 느끼게 한 우꼬 밸리 내 와인 산지 3곳을 정리한다.


아르헨티나 와인에 새로운 미래를 열어준 구알타야리(Gualtallary, 구알타자리로도 발음한다.)는 우꼬 밸리 북쪽 투풍가토에 위치한다. 바로 1992년 카테나 자파카(Catena Zapata)가 아드리아나(Adriana) 포도원을 시작한 곳이며, 말벡뿐만 아니라 샤르도네 화이트 와인 및 스파클링 와인 최적 생산지다. 구알타야리 포도원은 해발고도 1200~1550m에 있으며, 우꼬 밸리에서 가장 척박하다. 


[구알타야리 포도원은 모래로 된 표토 두께에 따라 포도생육 정도가 다르다.]


구알타야리의 토양 내부는 습곡 작용으로 인해 구불구불하게 휘어져 있어 한 포도원 내에서도 자갈과 모래 구성 비율이 다르다. 이로 인해 같은 품종 포도나무의 생장도와 표현력이 달라진다. 따라서, 와인 생산자는 포도나무 아래 토양의 상황에 맞게 나무 한 그루씩 적합한 가지치기와 잎 관리를 하는 노력을 기울인다. 구알타야리 말벡은 흑연, 타임, 잘 익은 자두 향이 일품이며, 짜릿한 산미를 지녀 스페인 프리오랏의 가르나차와 공통점이 느껴졌다.


다음은 투누얀에 위치한 비스타 플로레스(Vista Flores)다. 이곳 포도원은 해발고도 900~1300m에 있으며, 자갈과 점토 구성이 프랑스 보르도 그랑 크뤼 포도원과와 비슷해 우꼬 밸리에서 가장 먼저 개발이 시작됐다. 비스타 플로레스 말벡은 집중되고 농축된 풍미에 큰 골격을 지닌다. 토양 구성 탓에 보르도 품종들이 주로 자라지만, 지중해 품종인 그르나슈와 무르베드르도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비스타 플로레스 샤르도네는 둥글고 풍만하다.


마지막으로 파라헤 알타미라(Paraje Altamira)는 간단히 알타미라로도 불리는데, 우꼬 밸리에서 가장 남쪽 산 카를로스에 속한다. 알타미라 포도원은 해발고도 1000m에 있으며, 토양은 모래, 빙퇴석, 자갈, 땅속 석회암까지 다양하다. 알타미라 말벡은 칼슘과 미네랄이 풍부한 토양 덕분에  와인 풍미가 향수처럼 전해진다. 이곳 말벡은 바이올렛, 라벤더, 붉은 과실 향이 아주 좋고, 산미, 골격과 미네랄 풍미가 일품이며 여운도 매우 길다. 와인 시음을 해보니 이곳 와인 생산자들이 하나같이 알타미라를 최고로 치는 이유에 공감이 됐다.


[프리미엄 와인 생산에 많이 사용되는 콘크리트 에그 발효조]


구알타야리, 비스타 플로레스, 알타미라가 와인 라벨에 적힌 프리미엄 말벡 양조에는 콘크리트 에그 발효조가 많이 적용된다. 콘크리트 발효조는 윗부분이 좁은 형태라 발효 중에 떠오른 머스트를 자연적으로 부드럽게 눌러준다. 콘크리트 에그 발효조 겉면엔 사람 팔과 비슷한 털(일종의 곰팡이)이 자라는데, 털의 양은 콘크리트 발효조에 따라 다르다. 놀랍게도 이 털은 발효조 온도를 유지하고, 발효조 내부에서 액체와 고체 성분이 고루 잘 섞이게 하며, 와인에 복합성을 더해주는 마노프로테인(Mannoprotein)함량을 높인다. 게다가 콘크리트 에그 발효조는 미세산화효과로 타닌을 부드럽게 한다. 콘크리트 에그에서 발효한 말벡은 산미와 미네랄, 타닌 표현이 부드러우면서 깔끔해진다. 콘크리트 에그에서 발효한 말벡은 굳이 와인 전문인이 아니더라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하다.


이처럼 아르헨티나 멘도사 와인 생산자들이 토양에 대한 이해를 깊이할수록 와인에서 빈티지 차이도 명확하게 읽혔다. 2016년은 추운 해로 산미가 좋고 피네스를 지닌 가벼운 와인, 2015년은 4월에 내린 비로 이때 수확한 경우, 풍부한 향과 영롱함을, 이후 수확된 경우, 더 잘 익고 풍만함을 지닌 와인이 됐다. 2014년은 생산량이 적으며, 산미와 과실 풍미가 진하고, 피네스와 신선함이 특징이다. ‘아르헨티나 와인은 해마다 비슷하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하면 곤란하다는 걸 깨달았다.


일부 미수입 와인 포함 아르헨티나 멘도사에서 시음한 와인 중 다음 와인을 추천하고 싶다.
트라피체(Trapiche)
-그란 메달라 샤르도네(Gran Medalla Chardonnay)
-테루아 핀카 콜레토 샤르도네(Terroir Finca Coletto Chrardonnay)
-테루아 말벡 핀카 콜레토(Terroir Finca Coletto Malbec)
-이스카이(Iscay) 


나바로 코레아스(Navarro Correas)
-알레고리아 말벡(Alegoria Malbec)
-스트럭투라(Structura) 


트리벤토(Trivento)
-골든 리저브 말벡(Golden Reserve Malbec)
-블랙 말벡(Black Malbec)
-블랙 카베르네 프랑(Black Cabernet Franc)


카이켄(Kaiken)
-소비뇽 블랑 세미용(Sauvignon Blanc Semillon)
-토론테스(Torrontes)
-리저브 말벡(Reserve Malbec)
-오베르투라(Obertura) 


카테나 자파타(Catena Zapata)
-화이트 본즈 샤르도네(White Bones)
-포르투나 말벡(Fortuna Malbec)
-리버스톤 말벡(River Stone Malbec)


주카르디(Zuccardi)
-큐 샤르도네(Q Chardonnay)
-콘크레토 말벡(Concreto Malbec)
-호세 주카르디 말벡(Jose Zuccardi Malbec)
-알루비오날 알타미라 말벡(Aluvional Altamira Malbec)
-핀카 피에드라 인피니타(Finca Piedra Infinita)


개인적으로 아르헨티나 말벡은 소박하지만 참 좋은 과실 풍미에 입에서 부드러워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 품종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나 자신을 말벡이 그저 편안한 쉬운 와인이라고만 여기게 했고, 다소 위협적인 칠레와 아르헨티나 말벡의 비교, 아르헨티나 지역별 말벡의 특징을 탐험하는 호기심과 집중력을 막았다. 기자는 이번 취재 기간 동안 때로는 그랑 크뤼 급 보르도 와인, 프리오랏 극상의 가르나차 와인, 드물게는 바롤로에서 느껴지는 숙성 잠재력도 보인 이들의 말벡 완성품에 놀라고 또 놀랐다. 그래서 어느 포도원에선가 한 와인 생산자가 일행에게 ‘멘도사 우꼬 밸리 와인에 대해 어디까지 알아요?’라고 던진 물음에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부끄러웠다. 취재 중 쓴 시음 와인 노트를 다시 한번 훓어보니 아르헨티나 멘도사의 와인생산자들이 며칠동안 우리에게 전한 궁극적인 메시지는 분명했다. 그들의 메시지는 '아르헨티나는 이제 세부 산지 특성을 잘 살린 프리미엄 와인으로 또 한 번의 도약을 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는 그냥 아르헨티나 말벡이 아닌 아르헨티나 테루아를 담은 고품질 와인을 즐길 준비를 해야 할 거 같다.


프로필이미지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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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19.02.18 10:44수정 2021.06.1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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