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상상 초월! 2019 칠레 와인 보고서!

평생 한 번뿐일 거라 생각했던 칠레행 비행기에 다시 몸을 실었다. 2013년에 이어 6년 만의 일이다. 칠레 및 아르헨티나 와인 홍보 기관인 브랜드어바웃 와인(Brandabout wine)의 초대로 이뤄진 이번 취재는 <바로 지금 칠레 와인의 최전선>을 경험하기 충분했다. 무슨 상상을 하든 그 이상을 보여줬던 2019 칠레 와인을 만나보자.


칠레 와인 생산 규모
칠레는 전 세계 7위, 남미에서는 아르헨티나 다음으로 와인을 많이 생산하는 국가다. 2018년 칠레 농림부 자료에 따르면, 칠레는 135,907헥타르 포도원에서 12억 9천 9백만 리터 와인을 생산한다. 이는 화재와 열파로 생산량이 급감했던 2017년 대비 35.9% 증가한 수치다. 칠레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레드가 60%, 화이트가 40%로 나뉜다.


칠레 와인 소비량은 1980년대 연간 인당 42.7ℓ에서 2018년 14ℓ로 줄었다. 여기엔 아르헨티나인과 달리 조용한 칠레 국민성도 작용했다. 이로 인해 칠레는 1990년대부터 수출에 주력했고, 그 결과, 칠레 와인 수출은 초기보다 약 4배 증가했다.


2013년 기자는 취재 후 일부 칠레 중간급 레드 와인이 지닌 금속성 비린 맛(코피가 목으로 넘어갈 때와 비슷한 맛)이 아직 거슬린다고 썼다. 6년이 지난 칠레에선 단 1병의 와인에서도 이와 같은 향과 풍미를 느낄 수 없었다. 그리고 이는 2019 칠레 와인 발전상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다.


칠레는 존(Zone)의 전쟁 중!
한국에서 영주 사과, 나주 배가 유명하듯 칠레에서도 세부 지역과 품종이 상당히 많이 연결됐다. 레이다 밸리(Leyda Valley, San Antonio Valley 세부지역)는 소비뇽 블랑과 피노 누아, 리마리 밸리(Limarí Valley, Coquimbo 세부지역)는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 Lontue Valley 세부지역)는 카베르네 프랑, 페우모(Peumo, Cachapoal세부지역)는 카르메네르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레이다 밸리 화강암 토양을 설명 중인 스테파노 간돌리니]


레이다 밸리(Leyda Valley)는 태평양에서 12km 떨어져 있으며, 일조량은 보르도의 2배다. 쉼 없이 불어오는 바람의 영향으로 여름에도 최고 기온이 26~27도에 불과할 정도로 서늘하다. 따라서, 레이다 밸리에서는 신선함과 산미가 좋은 와인을 얻을 수 있다. 레이다의 토양은 화강암 기반암에 회색 중간 토양, 코르나스(Cornas)와 같은 산화철 표토를 지닌다. 화강암 토양은 포도나무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석영을 포함해 좋은 열매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벤톨레나 소비뇽 블랑 버티칼 테이스팅]


레이다 밸리에 진출한 와이너리는 많지만, 수확한 포도를 레이다 밸리 내에서 양조하는 곳은 단 2곳에 불과하다. 이중 벤톨레라(Ventolera)와인이 매우 훌륭했다. 벤톨레라(Ventolera)는 최상급 15% 포도만 사용해 와인을 만들고, 나머지는 판매한다. 벤톨레라 와인 메이커인 스테파노 간돌리니(Stefano Gandolini)는 서늘한 밤에 수확한 소비뇽 블랑을 6도로 냉각(산화 위험 감소)한 뒤 완벽한 송이(더운 해엔 100% 전송이 사용)만 골라 압착해 1개월간 저온(5도)에 보관(색, 향과 풍미, 부드러움 부여)하다가 알코올 발효를 진행한다. 스테파노는 소비뇽 블랑의 향과 풍미 성분이 포도 속 당분과 붙어 가수 분해가 되어야 비로소 좋은 향을 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6개 빈티지 벤톨레라 소비뇽 블랑 버티컬 시음을 했다. 숙성된 칠레 소비뇽 블랑에서는 공통으로 트러플(송로버섯)향이 났다. 2013년 산이 인제야 시음 적기에 진입하는 거로 봐서 숙성력이 어마어마하단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이는 대부분 칠레 소비뇽 블랑이 1~2년 이면 시음 적기를 지나는 점과 다르다. 벤톨레라 최상급 와인인 체로 알레그레(Cerro Allegre, 행복한 산이란 의미)는 칠레에서 가장 비싼 소비뇽 블랑으로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스테파노 간돌리니가 만드는 카베르네 소비뇽 100% 간돌리니 와인]


스테파노 간돌리니는 마이포 안데스(Maipo Andes)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간돌리니(Gandolini)와인도 생산한다. 마이포 안데스는 프랑스 보르도 1등급 그랑 크뤼 포도원과 같은 4단계 자갈 테라스 지형을 지닌 남미 유일 포도원이라고 한다. 테루아가 워낙 좋아 마이포 안데스에서는 100%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을 빚을 수 있다. 그는 세냐(Seña), 돈 막시밀리아노(Don Maximiliano) 등 칠레 최고의 포도원에서 포도 가지를 구했다. 그는 2011년 포도나무를 심고, 10년을 기른 뒤 2011년에 첫 수확을 해 2014년 첫 간돌리니 와인을 출시했다. 간돌리니 와인은 와인 소사이어티(Wine Society)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세계 소믈리에 대회 우승자인 올리비에 푸시에(Olivier Poussier)가 강력히 추천하는 등 출시 후 줄곧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 


[비냐 마이포 3단계로 나뉜 포도원 전경]


마이포 밸리(Maipo Valley) 테루아는 비냐 마이포(Vina Maipo)시에테 콜로레스(7 Colores)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비냐 마이포는 굽이치는 마이포 강 둔덕에 위치한다. 포도원은 크게 언덕, 위 테라스 그리고 아래 테라스 3단계로 나뉜다. 언덕은 표토가 얇고, 척박하며, 배수가 잘된다. 토양은 화강암이 주를 이루며, 각진 돌이 포도원 중간 툭툭 솟아있다. 언덕 포도원 시라는 풍미가 집중되고 표현력이 좋다. 위 테라스는 6번이나 화산 활동을 일으켰던 안데스의 영향으로 먼지처럼 풀풀 날리는 고운 토양으로 구성됐다. 이 화산재가 점토와 엉겨 있으며, 언덕과는 달리 이완되며 개성 넘치는 시라가 생산된다. 아래 테라스는 안데스산맥에서 눈이 녹아 내려온 물이 옮긴 자갈과 모래가 많다. 이 물의 흐름은 공기 순환을 도와 카베르네 소비뇽이 잘 된다. 강의 범람에 대비한 타하마르(Tajamar)라는 돌담이 포도원을 감싸고 있다.


[비냐 마이포 수석 와인메이커 막스 바인라우프와 프로테지도 와인]


비냐 마이포 수석 와인메이커 막스 바인라우프(Max Weinlaub)는 2008년 시작된 프로테지도(Protegido)와인 2012년~2014년 버티칼 시음을 준비했다. 그는 포도원 한 부분의 카베르네 소비뇽이 유난히 잘 익은 과실 풍미와 부드러운 질감을 지닌다는 걸 알게 됐다. 그는 이 부분을 프랑스 부르고뉴의 리우-디(Lieu-Dit)처럼 받아들인 뒤 그 부분의 포도만으로 자연 효모로 발효해 오래된 배럴에 숙성시켰다. 와인은 매우 정교하고 순수성이 빛나며, 힘을 많이 빼서 편안하며 기품이 넘쳤다. 그래서일까? 프로테지도 와인은 란(LAN)항공 비즈니스 클래스 와인으로 쓰인다.


[마이포 밸리 와인에 신선함을 주는 태풍 같은 바람]


안데스 눈 녹은 물이 내려오며 강줄기를 만들고 공기 순환을 돕는다는 말은 시에테 콜로레스(7Colores) 포도원에 도착하자마자 완전히 이해됐다. 강과 안데스 비열 차이로 일종의 산곡풍이 지속해서 강하게 불어오는데, 손으로 머리를 누르지 않으면 모자가 벗겨질 정도로 바람이 세다. 여기에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섞여 마치 태풍이 왔을 때처럼 바람 소리가 대단했다.


[마울레 밸리 부티크 생산자인 제이. 부숑 와인들]


마울레 밸리(Maule Valley)는 큰 변혁의 시기를 통과하고 있었다. 산티아고에서 남쪽으로 300km에 위치한 마울레 밸리는 해안과 안데스 중간에 자리해 평균 온도가 당연히 높다. 그래서, 마울레 생산자는 와인의 신선함을 확보하기 위해 서늘한 곳으로 이동했는데, 이곳이 바로 밍그레(Mingre)포도원이다. 밍그레는 해안에서 45km 떨어져 있으며, 해발고도 193m로 일교차가 20도에 달한다. 토양은 화강암이 주를 이루며, 석영이 잔재한다. 이곳엔 마울레와 역사를 함께한 부티크 와인 생산자인 제이. 부숑(J. Bouchon)이 있다. 프랑스 보르도 출신인 제이. 부숑은 줄곧 마울레에서 보르도를 표현하는 와인을 생산해왔다. 하지만, 5년 전부터 제이. 부숑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와인을 만들고 있다. 그들은 토양 전기 전도 분석으로 밍그레 포도원 토양이 부분별로 화강암과 진흙의 비율과 이에 따른 함수력 차이가 있음을 알아냈다. 이를 바탕으로 제이. 부숑은 품종 및 토양별 수확을 따로 진행해 예전보다 훨씬 좋은 품질의 포도를 얻는다. 또한 드라이 파밍 비율을 현재 50%에서 서서히 높여 100%로 전환해 기후 변화에 대응할 계획을 세웠다. 와인 메이커인 크리스티안 세풀베다(Christian Sepulveda)는 블렌딩에 사용되는 다른 토양에서 자란 같은 품종 와인을 일행과 함께 시음했다. 토양에 따라서 타닌과 질감이 확연히 달라 테루아가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었다. 


[국민 와인 몬테스의 아팔타 포도원 전경]


콜차구아 밸리(Colchagua Valley)에서는 몬테스(Montes)가 자리한 아팔타(Apalta)포도원을 방문했다. 다른 밸리들과 달리 아팔타는 사방이 초록으로 뒤덮여있다. 아팔타 포도원을 오르려면, 우선 힘이 좋은 사륜구동 차가 필요했다. 산을 오를수록 경사가 매우 가파르고 땅이 험해졌다. 아우렐리오 몬테스가 이 아팔타 포도원을 조성할 당시 이곳 사람들이 왜 미친 짓이라고 했는지 금세 인정이 됐다. 일반적으로 콜차구아 밸리는 충적토양(Alluvial)이지만, 아팔타는 붕적토양(Colluvial, 해발고도와 경사가 심한 곳에서  갑자기 붕괴하여 산기슭에 쌓인 것)을 지닌다. 아팔타에서 자란 포도는 송이와 열매가 작아 훨씬 집중된 맛과 향을 지니며, 타닌과 구조가 탁월하다. 


[태생부터 다른 몬테스 알파 스페셜 뀌베, 일명 몬테스 블랙 라벨 와인들]


몬테스 알파 스페셜 뀌베 카베르네 소비뇽(Montes Alpha Special Cuvée)은 '콜차구아 레드 와인은 타닌이 많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탄생한 와인이다. 와인은 검붉은 과실, 흙내음, 가죽 향과 풍미가 진하면서, 입에선 산미가 훌륭하고 몹시 부드러운 질감을 자랑한다. 


[뷰 마넨 수석 와인메이커 파트리시오 셀레돈과 새 와인 뀌베 인피니토]


몬테스처럼 붕적토양 포도원을 가진 와이너리가 바로 뷰 마넨(Viu Manent)이다. 뷰 마넨도 5년 동안 토양 전기 전도 분석을 해서 이전과 확연히 다른 와인을 만들고 있다. 뷰 마넨은 원래  산 카를로스(San Carlos), 엘 올리바(El Olivar), 라 까삐야(La Capilla) 3곳의 포도원을 갖고 있다. 뷰 마넨은 포도원별 구획을 좀 더 세밀히 연구하여, 심하면 1헥타르 안에 8종류 토양이 섞인 곳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뷰 마넨은 세부 구획 별로 최적 시기 포도를 수확해서 덜 익은 포도는 와인 양조에서 완전히 배제한다. 뷰 마넨 수석 와인메이커인 파트리시오 셀레돈(Patricio Celedon)은 화이트 와인 양조에는 효모와 접촉 시 고운 효모만 동요될 정도로 와인을 저어 예전보다 신선하고 예리한 산미를 확보한다. 레드 와인은 완벽하게 익은 포도만 양조에 사용해 미네랄과 타닌, 산미 표현이 좋은 우아하고 여성적인 스타일로 변신했다.


칠레 와인은 슈퍼마켓 강자만이 아니다!
아르헨티나에서도 느낀 거지만, 칠레 프리미엄 와인의 품질 향상은 과연 그 끝이 어디일까 궁금해질 정도였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해 와인 시장에서 칠레 와인에 대한 인식은 저가 와인 혹은 보급형 와인에 머무르고 있다. 여기에 칠레 와인이라고 하면, 풀 바디의 과실 향이 진한 레드 와인이라는 선입견이 함께 자리한다. 이것이 칠레 와인 생산자가 뛰어넘어야 할 장벽이다.


칠레 프리미엄 레드 와인은 이전과 완전히 다르다. 심지어, 알마비바(Almaviva), 돈 멜초(Don Melchor) 등 칠레 유명 와인들도 1990년대와는 달리 힘이 아닌 우아함으로 전 세계 프리미엄 와인들과 경쟁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많은 와이너리에서는 포도 재배부터 숙성에 이르는 전체 과정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언급했듯 칠레 와인 생산자는 포도원 토양 전기 전도성 분석을 통해 품종별, 구획별 수확 시기를 달리한다. 이 토양 분석은 포도의 산미, 알코올 간 균형과 페놀계 숙성을 가능한 최적화 할 수 있게 했다. 이 방식을 적용하면, 수확 시기는 평균 10~15일 앞당겨지는 동시에, 더 이상 덜 익은포도가 섞이지 않게 되어 극적으로 와인 품질이 향상된다. 그 효과는 기본급 와인부터 나지만, 아이콘 와인에서 극대화된다. 더불어, 수확 시기가 빨라진 덕분에 와인 알코올은 평균 13.5%, 최대 14%를 넘지 않게 됐다. 균형이 좋아진 만큼 출시 직후 마시기 편안하며 동시에 긴 숙성 잠재력을 지니니 이점이 많다.


[뷰 마넨 와이너리에서 사용 중인 콘크리트 에그 발효조]


양조장에서는 샤르도네, 말벡, 쌩쏘(Cisault), 까르메네르 품종에 콘크리트 에그 발효조 적용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콘크리트 에그에서 화이트 와인을 만들 경우, 발효조 안에서 생기는 자연 순환에 의해 효모가 더 잘 부서져서 와인에 볼륨과 복합성이 추가된다고 한다. 콘크리트 에그는 미세 산화와 온도 조절 능력이 좋아 레드 와인을 만들면, 부드러운 질감과 타닌, 산미에 잘 묻어나는 미네랄 표현력을 지닐 수 있다고 한다. 


칠레는 이렇게 탄생된 칠레 프리미엄 와인을 전 세계 와인 애호가에게 알리고 싶어 한다.


인기 폭발이 머지않은 빠이스(Pais)와 까리냥(Carignan)
빠이스(Pais)는 16세기 중반 크리스토퍼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에 의해 카나리섬(Canary Isaland)에 전해진 뒤 그로부터 60년 후 스페인 선교사에 의해 칠레 콘셉시온(Concepcion)으로 전파됐다. 빠이스는 현재 칠레 전역 10,056헥타르에서 자라며, 마울레 밸리가 80년 이상 된 빠이스로 유명하다. 오랜 수령의 빠이스는 뿌리를 깊이 내려 더위와 가뭄에 잘 견디기에 드라이 파밍이 적용된다. 


[100년이 넘은 빠이스로 전통 살바헤 방식으로 와인을 만드는 제이. 부숑]


제이. 부숑에서는 포도나무 아래쪽에 열린 포도와 위쪽 포도를 분리 수확해 각기 와인을 만든다. 이는 자란 부위별 맛이 다르기 때문이다. 마울레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사란다(Saranda)라는 대나무 체에 포도를 비벼 줄기를 제거해 와인을 만들었는데, 이를 살바헤(Salvaje)라고 부른다. 살바헤 방식 빠이스는 꽃과 포푸리 향이 화사하며, 미네랄과 과실 풍미가 좋은 와인이었다.


[오랜 수령의 까리냥 나무]


칠레 와인 생산자는 이탈리아에 바롤로가 있다면, 칠레는 까리냥이 있다고 말한다. 까리냥 재배 면적은 851헥타르이며, 마울레 밸리에서 잘 자란다. 까리냥은 과거 빠이스와 섞여 재배됐고, 1kg당 0.1 USD로 헐값에 거래됐다. 이에 많은 포도 재배자들이 까리냥을 뽑아 버렸다. 하지만 현재 까리냥은 1kg당 1~2 USD로 몸값이 올랐고, 제값을 쳐주는 와이너리가 늘가 포도 재배자들은 오랜 수령 까리냥을 뽑지 않고 기르고 있다.


빠이스는 아무리 잘 만들어도 포도 품질 자체에 태생적 한계가 있는 반면, 까리냥은 품질 향상 가능성이 무한대다. 비뇨(VIGNO, Vignadores de Carignan)와인들이 고품질 까리냥의 좋은 예다. 비뇨 라벨을 가지려면 여러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마울레 밸리에서 최소 30년 이상 된 자신의 뿌리 혹은 빠이스에 접목한 까리냥이어야 하며, 드라이 파밍으로 자라야 한다. 포도나무는 부쉬 바인이나 고블렛 형태이며, 와인은 최소 65% 이상 까리냥을 써야 하고, 나머지 35%도 마울레의 오랜 수령 포도나무 열매여야한다. 숙성은 병 혹은 배럴에서 최소 2년, 배럴은 새것일 필요는 없고 암포라를 사용할 수 있다. 제이. 부숑 비뇨 2016(J.Bouchon VIGNO)은 일찍 수확해 알코올 도수가 13%다. 와인은 예리한 스파이스와 미네랄, 꽃 향을 지녔다. 자두와 붉은 열매 풍미가 생동감 있어, 봄 어린 양고기구이가 바로 연상됐다. 디캔터(Decanter)는 최근 제이. 부숑의 비뇨 와인을 최고 6종 비뇨 와인에 포함시켰다. 


드디어 제집을 찾은 칠레 까르메네르, 그래서 집은 어디?
까르메네르(Carmenere)는 프랑스에서 칠레로 전해진 뒤 본국에선 필록세라로 자취를 감춘 품종이다. 칠레에선 메를로로 오해받다가 1990년대에 이르러서야 까르메네르라고 재확인됐다. 그런데 이 까르메네르는 자칫하면 피라진(Pyrazine)이라는 풀 내음이 강해 많은 와인 애호가에게 외면당해왔다. 2013년 취재에서도 어지간히 노련한 생산자의 까르메네르가 아니면, 시음하기 전 겁부터 났던 품종이 까르메네르다. 그런데 이 까르메네르가 드디어 칠레에서 제집을 찾았는데, 바로 페우모(Peumo)다. 와인 생산자는 이제 까르메네르에서 풀 내음이 안 나려면 진흙처럼 함수력이 큰 토양이 필요하다는 걸 안다. 특히, 2m이상의 진흙 토양을 지닌 페우모 까르메네르가 가장 좋으며, 최상급 까르메네르에서는 초콜릿 향이 난다. 


제대로 선을 넘는 칠레 와인
칠레는 북부 아타카마(Atacama)부터 마이포 밸리(Maipo Valley) 등 중부를 지나 최남단 오스트랄(Austral)까지 포도원이 분포한다. 2013년엔 상당수 와이너리가 앞다퉈 리마리(Limarí), 레이다(Leyda), 카사블랑카(Casablanca) 등으로 진출해 있었다. 당시엔 해안가에서 20~30km떨어진 곳이 대다수를 이뤘는데, 2019년 칠레에서는 몬테스가 개발한 사바야(Zapallar)처럼 해안에서 불과 5km 거리에 떨어진 곳, 감자의 원산지인 남쪽 칠로에(Chiloé)포도원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동서남북 경계 확장에 더불어 포도원의 해발고도 상승도 눈에 띄었다.


[유기농법으로 기른 포도를 맛보고 있는 코노 수르 와인메이커 기예르모 산체스 마르티네스]


칠레 와인은 카베르네 소비뇽을 비롯한 레드 와인이 주로 생산된다. 하지만, 코노 수르(Cono Sur)처럼 칠레에서 화이트 와인과 피노 누아로 승부를 건 와이너리도 있다. 코노 수르는 비오니에, 리슬링, 게뷔르츠트라미너, 피노누아를 재배하는데, 피노누아 품종으로는 칠레 최대 생산량을 자랑한다. 코노 수르는 와인 생산 규모가 상당히 큼에도 불구하고 친환경적 농법을 적용하고, 전 레인지 와인의 품질이 정말 높고, 접근성이 훌륭해 이번 취재에서 얻은 재발견 중의 재발견이었다.


[코노 수르 포도원을 돌보고 퇴근 중인 거위들]


제이. 부숑 화강암 토양 세미용(J. Bouchon Granito Semillon)은 최소한의 개입으로 만든 와인으로 매우 훌륭했다. 스파클링 와인으로 유명한 발디비에소(Valdivieso)솔레라 방식으로 만든 까바요 로코(Caballo Loco)뮈스캇으로 만든 오렌지 와인도 상당한 품질을 지녔다. 카사 도노소(Casa Donoso)세사르 누아(Cesar Noir)라는 희귀 품종 와인을 생산한다. 이 세사르 누아는 피노 누아처럼 재배가 까다롭고 연약한 포도라고 한다. 와인은 검붉은 과실 향에 스파이스 풍미가 스쳐 언뜻 피노 누아를 연상시켰다. 카사 도노소 세사르 누아는 와인 인수지애스트에서 90점을 받았다. 


칠레 와인은 각 지역별, 토양별, 품종별 특성을 강화하며 빠르게 발전 중이다. 칠레 와인 생산자들은 예전과는 다른 우아한 레드, 다양한 고품질 화이트 와인, 칠레만의 특별한 와인들을 꾸려 세계 와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금의 칠레 와인은 언제 골라도 망하지 않는 슈퍼마켓 가성비 와인을 뛰어넘어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프리미엄 와인이 됐다.이제 우리는 칠레 와인은 다들 비슷할 거란 생각을 바꿔야한다. 빵집에서 소보로빵만 고르듯 칠레 카베르네 소비뇽만 집어 드는 일도 이젠 안녕!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안겨줄 새로운 칠레 와인에 마음과 지갑을 슬슬 열어보시길 바라본다! 

https://youtu.be/TTFR2camBh8

프로필이미지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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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19.03.25 14:18수정 2019.04.1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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