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스토리

나파 밸리의 초심, 샤토 몬텔레나

“행복한 고민이죠.”

1976년 파리의 심판 덕분에 샤르도네 와인이 너무 주목을 받는다는 푸념 아닌 푸념이다. 파리의 심판에서 샤토 몬텔레나(Chateau Montelena)는 화이트 와인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샤토 몬텔레나의 오너 보 배렛(Bo Barrett)을 만나러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JS가든 블랙으로 향하는 동안 사실 기자도 샤르도네에 대해 물어볼 계획을 잔뜩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만나 보니 샤토 몬텔레나의 주력은 카베르네 소비뇽이었다. 물론 샤르도네도 기대 이상의 훌륭한 맛을 보여 주었지만 몬텔레나의 카베르네 소비뇽은 예상치 못한 큰 수확이었다.나파 밸리의 와인 장인 보 배렛과의 만남은 유쾌한 분위기에서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


[샤토 몬텔레나의 오너이자 와인메이커 보 배렛]


샤토 몬텔레나의 역사는18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독일계 이민자 텁스(Tubbs)가 설립한 이 와이너리는1920년부터1933년까지 이어진 미국의 금주령 시기를 견디지 못했다. 보 배렛의 아버지인 짐 배렛(Jim Barrett)이 1972년 와이너리를 매입해 다시 일으키기 전까지 몬텔레나는 버려져 있던 거나 다름 없었다.


짐 배렛은 성공한 변호사였다. 하지만 변호사란 남의 불행을 계기로 돈을 벌 수 밖에 없는 법. 그는 와인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몬텔레나를 사들였고 밭과 와이너리를 재정비했다. 짐 배렛은 카베르네 소비뇽에 특히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새로 심은 카베르네 소비뇽에서 포도를 수확해 와인을 만들고 제대로 숙성시키려면 10년은 기다려야 했다. 어쩔 수 없이 그는1976년 파리의 심판에 샤르도네 와인1973년산을 내놓았다. 그런데 이것이 덜컥 우승을 한 것이다.


[샤토 몬텔레나]


보 배렛에 따르면1976년 당시 나파 밸리 와이너리는 유럽식 양조법을 따라 와인을 만들었다고 한다. 레드 와인은 보르도를 모델로 했고,화이트 와인은 부르고뉴가 모델이었다. 1990년대에 들어서서야 캘리포니아 스타일이 정착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캘리포니아 스타일이란 무엇일까.


“미국인의 입맛은 청량음료에 너무 길들여져 있어요. 그래서 신맛을 싫어하고 단맛을 좋아하죠. 단맛을 높이기 위해 포도를 과숙시키니 알코올이 높아지고,알코올이 올라가면 와인에서 쓴 맛이 납니다. 그걸 덮기 위해 오크를 많이 쓸 수 밖에 없구요. 자연스레 포도와 테루아의 맛은 가려지고 맙니다. 하지만 몬텔레나는 다릅니다. 우리는 지금도 초심을 잃지 않았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군요. 이런 몬텔레나 스타일을 좋아하는 팬들이 많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위해 와인을 만듭니다.”


프레스노(Fresno) 대학에서 와인을 공부한 보 배렛은1977년부터 와인메이커로 일했다. 42년이라는 긴 경력을 쌓아온 장인답게 그의 와인 철학은 확고했다.


“우리는 캘리포니아 와인이 아닙니다. 몬텔레나 와인을 만듭니다.”


그는 미국을 대표하는 카베르네 소비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샤토 몬텔레나는 절대 양을 추구하지 않으며 철저히 품질로 승부하는 와이너리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연간 생산량도50만 병이 채 되지 않는다. 와인 포트폴리오도 단순하다. 엔트리 레벨부터 아이콘급까지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는 여타 와이너리와 달리 몬텔레나는 품종 별로 한 가지 와인만 만든다. 그만큼 심혈인이다. 유일하게 두 가지 종류로 생산하는 것은 카베르네 소비뇽 뿐이다. 카베르네 소비뇽을 두 가지로 분류한 이유는 에스테이트 카베르네 소비뇽이 샤토 몬텔레나가 위치한 나파 밸리 칼리스토가(Calistoga) 지역의 특성을 더 잘 표현하기 때문이다.


이런 설명을 들으며 하나씩 맛본 몬텔레나의 와인은 어느 것 하나 아쉬운 점 없이 개성을 맘껏 표현하고 있었다. 나파 밸리 와인에서 찾아보기 힘든 경쾌한 신맛과 우아한 향미는 몬텔레나가 추구하는 스타일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샤토 몬텔레나의 소비뇽 블랑과 샤르도네]


샤토 몬텔레나 소비뇽 블랑(Chateau Montelena Sauvignon Blanc)

신선한 허브, 상큼한 레몬,여기에 어우러진 무화과 등 잘 익은 열대 과일향이 코와 입을 즐겁게 한다. 소비뇽 블랑 치고는 부드럽고 제법 묵직하다. 이유를 물으니 밭에 세미용이 약5% 섞여 있고, 이것을 필드 블렌드로 함께 발효한다고 한다. 포도의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밤에 수확하고 포도가 차가운 상태에서 압착하는 것도 포인트다. 낮은 온도에서 착즙할수록 허브향이 강하지 않고 은은하게 나온다고 한다. 소비뇽 블랑은 아직까지는 미수입이다. 하반기에 수입될 전망이다.


샤토 몬텔레나 나파 밸리 샤르도네(Chateau Montelena Napa Valley Chardonnay)

샤토 몬텔레나를 대표하는 역사적인 와인이다. 맛을 보니 ‘과연 몬텔레나!’라는 찬사가 절로 나왔다.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했다면 나파 밸리 샤르도네라고 맞추기 힘들만큼 클래식한 부르고뉴 스타일이다. 비밀은 포도 송이를 분쇄하여 착즙하는 방식과 송이 전체를 분쇄하지 않고 착즙하는 것을 병행하기 때문. 분쇄해서 착즙하면 향이 더 강렬해지고 송이 전체를 압착하면 은은한 향이 나온다고 한다. 비밀은 또 있다. 젖산 발효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산화(Oxidation)을 최소화 하기 위해 바토나주(Battonage, 오크통을 열고 이스트 앙금을 휘젖는 일)도 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초창기 몬텔레나의 풍미를 지키기 위해서다. 맛을 보면 순수하고 아삭한 샤르도네의 맛이 살아 있다. 결코 묵직하지 않다. 경쾌함이 가득한 샤르도네다.


[샤토 몬텔레나의 에스테이트 카베르네 소비뇽, 나파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 진판델]


샤토 몬텔레나 칼리스토가 진판델(Chateau Montelena Calistoga Zinfandel)

칼리스토가에 위치한 몬텔레나의 밭 가운데 카베르네 소비뇽의 최적지가 아닌 곳에 진판델을 심는다고 한다. 진판델은 어디에 심어도 잘 자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판델의 문제는 한 송이 안에서도 포도알의 익는 속도가 다르다는 점. 그래서 착즙을 할 때도 과숙한 포도 맛이 느껴지기 시작하면 바로 압착을 중단한다고 한다. 신선한 맛이 살아 있는 즙만 쓰기 위해서다. 그래선지 몬텔레나의 진판델에서는 신선한 딸기향이 가득했고 질감이 놀라울 정도로 부드러웠다. 보 배렛에 따르면 샤토네프 뒤 파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와인이라고 한다. 재미난 것은 이 와인을 숙성 시키는 데에 다양한 오크통을 쓰는데 그 중 하나가 아이리쉬 오크라는 점이다. 이는 배렛 가문이 아일랜드 출신이기 때문인데, 진판델을 숙성시킨 오크통은 다시 아일랜드로 보내 미들턴 그린 스팟 아이리쉬 위스키를 숙성시키는 데에도 쓰인다고 한다.


샤토 몬텔레나 나파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Chateau Montelena Napa Valley Cabernet Sauvignon)

칼리스토가에 위치한 다섯 군데 밭에서 수확한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든 와인이다. 칼리스토가 AVA로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한데 보 배렛의 깐깐한 기준 때문에 나파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출시되는 와인이다. 카베르네 소비뇽86%에 메를로13%와 카베르네 프랑1%를 블렌드해 만들었다.연간 생산량은 약14만 병. 과일향이 경쾌하고 타닌이 벨벳처럼 부드럽다. 밸런스가 완벽한 와인이다. 부드럽고 넉넉한 스타일의 카베르네 소비뇽을 찾는다면 바로 이 와인이다.


샤토 몬텔레나 에스테이트 카베르네 소비뇽(Chateau Montelena Estate Cabernet Sauvignon)

몬텔레나를 대표하는 와인이다. 카베르네 소비뇽98%에 카베르네 프랑2%가 블랜드 됐다. 앞서 언급한 나파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이 레스토랑에서 고급스럽게 즐기는 와인이라면, 이 와인은 애호가의 소장용 와인이라 할 수 있다. 나파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에 비해 향신료 향미가 더욱 진하게 올라온다.향은 더 묵직하고 점잖지만 보디감은 더 가볍다. 타닌의 질감이 벨벳처럼 푸근한 나파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과 달리 실크처럼 매끄럽기 때문인 듯하다. 알맞게 잘 익은 검은 베리류의 밀도 높은 향미 속에서 장미와 바이올렛 등 꽃향도 은은한게 섞여 있다. 정교하고 탄탄하며 우아한 카베르네 소비뇽의 전형이다.이 와인을 보르도5대 샤토와 비교한다면 어느 곳과 가장 가깝냐고 묻자 보 배렛은‘샤토 라투르’라고 답했다.


1970년대에는 미국 와인이 유명하지도 않았고, 나파 밸리 와이너리들은 오로지 좋은 와인을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다. 파리의 심판 이후 나파 밸리는 고급 와인 산지로 거듭났고, 자연스레 최대 수요자인 미국인의 입맛에 따라 스타일도 변화의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샤토 몬텔레나만은 초심을 잃지 않았다. 몬텔레나 와인에서는 산기슭과 평지가 적절히 어우러진 칼리스토가만의 테루아가 살아 숨쉰다. 이들의 와인은 그래서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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