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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 론에 강림한 별, 이브 뀌에롱(Yves Cuilleron)

‘론(Rhone) 와인’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는가? 고고한 은둔자의 와인 ‘에르미따쥬(Hermitage)’? 혹은 유폐된 교황의 와인 ‘샤또네프 뒤 빠쁘(Chateauneuf du Pape)’? 하지만 론 지역, 특히 일곱 개의 크뤼(Cru)들로 구성된 북부 론(Northern Rhone)에는 이런 유명 아뻴라시옹(AOC)의 와인 외에도 훌륭한 와인이 얼마든지 존재한다. 향긋한 꽃 내음이 가득한 꽁드리외(Condrieu), 시크한 스타일의 꼬뜨-로띠(Cote-Rotie), 그리고 생-조셉(Saint-Joseph)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그 중심에는 북부 론의 떠오르는 스타, 이브 뀌에롱(Yves Cuilleron)이 있다. 지난 12월 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pdp 포도플라자에서 이브 뀌에롱을 만났다. 소탈한 얼굴에 약간은 수줍은 미소를 띠며 인사를 건네는 그의 표정이나 악수를 하며 잡은 그의 두툼한 손에서 영락없는 농부의 모습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후 한 시간 넘게 이어진 인터뷰와 두 시간에 걸친 세미나에서는 와인 메이커로서의 그의 열정과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전형적인 스타일의 꽁드리외를 만든는 천재’라는 로버트 파커(Robert M. Parker Jr.)의 찬사를 비롯해 유수의 언론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이브 뀌에롱. 무엇이 그를 최고의 와인 메이커로 만든 것일까. 청년 시절 그가 꿈꿨던 길은 사실 와인 메이커가 아니라 기술자(Mechanics)였다. 그랬던 그가 와인 메이커가 되겠다는 결심을 한 계기는 군 복무 시절 알사스에서 운명처럼 만난 와인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그의 가족이었다. 할아버지 때부터 와인을 생산했던 양조가 집안으로 항상 좋은 와인을 곁에 두고 즐길 수 있었던 경험, 그것이 결국 그를 와인의 세계로 이끈 것이다.

 

양조가 집안답게 그는 떼루아를 강조한다. 역사와 전통에 대한 존중이다. 그렇기에 와인이 떼루아를 잘 드러낼 수 있도록 밭의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하는 데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그의 밭에서 최근 유행하는 ‘유기농(Organic)’이나 ‘비오디나미(Biodynamie)’같은 단어들을 찾기는 어렵다. 그는 그 이유를 ‘자기 땅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말로 설명한다. 무조건적인 유기농법 적용으로 화학 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면 그를 보완하기 위해 오히려 지나치게 많은 유기농 비료를 써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비오디나미 농법을 적용하는 경우는 컨설팅 기관의 월력에 무조건 따라야 하기 때문에 자기 밭의 특성에 따라 농법을 조절하기가 어렵다. 그보다는 자신의 밭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농법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새로 밭을 구매할 때도 밭의 상태를 확인하고, 가능하면 오래된 나무(Vieilles Vignes)가 존재하는 밭을 선택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달콤한 스타일의 꽁드리외를 복원한 것도 이브 뀌에롱이다. 원래 30여 년 전만 해도 꽁드리외 와인은 달콤한 스타일이 주류였다고 한다. 하지만 근래 들어 드라이한 와인이 주로 양조되면서 달콤한 꽁드리외는 자취를 감추었는데, 그가 최근 다시 스위트한 타입의 양조를 시작한 것이다. 최근에는 그와 함께 레 뱅 드 비엔느(Les Vins de Vienne)를 조직한 삐에르 가이야르(Pierre Gaillard)와 프랑수아 빌라르(Francois Villard) 등도 달콤한 꽁드리외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전통에만 천착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누가 마셔도 이브 뀌에롱의 것임을 알 수 있는 와인을 만들겠다는 신념이 있다. 바로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려는 노력이다. 예컨대 양조 방법을 단순화하여 포도가 떼루아를 그대로 드러내도록 배려하는 것이 전통을 존중하려는 의도라면, 재배부터 양조까지 와인 생산의 전 단계를 스스로 관리하는 것은 신선하고 밸런스가 좋은 와인을 만들려는 의지의 발현이다. 이런 노력은 포도나무를 심는 단계부터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포도밭에 새로 식수(植樹)할 때 병충해에 강한 묘목을 골라 클론을 생산하는데, 이런 경우 생산되는 포도 풍미의 다양성이 결여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그는 ‘셀렉션 마살(Selections Massales)’, 즉 다양한 묘목들을 취사 선택한다. 자기 밭의 오래된 나무들 중 양질의 나무만을 골라 클론을 만드는 한편 구매하는 묘목 또한 다양한 성격으로 취사 선택함으로써 복합적이고 개성적인 풍미가 만들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와인을 양조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는 생-조셉 와인을 만들 때 세 가지 퀴베(Cuvee)로 분류한다. 품질이나 등급의 의미 보다는 스타일에 따라 구분하는 것인데, 바로 마시기 편한 타입과 묵직하고 숙성 잠재력을 지닌 타입, 그리고 중간적인 타입이 그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자신의 밭을 20개의 파셀(Parcel)로 나누어 이를 개별적으로 양조, 숙성한 후 최종 단계에서 세 가지로 분류하여 블렌딩한다. 이 때 사용하는 방법이 바로 블라인드 테이스팅(blind tasting).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베이스 와인을 구분하는 이유는 놀랍게도 자신의 밭을 잘 알기 때문이란다. 각 파셀의 성격을 너무나 잘 파악하고 있기에 수확할 때 이미 생산될 와인에 대한 이미지가 형성되는데 이것이 오히려 편견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빈티지에 따라 달라지는 포도의 성격을 반영하기 위해 각 파셀에서 나온 와인들을 블라인드로 시음한다. 각 파셀 별 떼루아의 성격이 명확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매 해 80~90%의 파셀에서 생산된 와인은 동일한 뀌베의 원료로 쓰이지만, 변동되는 10~20%의 파셀에서 나온 와인들이 각 뀌베의 빈티지 특성을 반영하고 개성을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또한 그는 몇 년간 캘리포니아의 와인 메이커를 컨설팅하여 함께 비오니에 와인을 양조한 적이 있다. 이 경험은 그의 시야를 넓혀주었다. 꽁드리외에서만 비오니에를 다루었다면 항상 똑같은 방식만을 고집했을 텐데, 환경이나 방법 등 모든 것이 낯선 캘리포니아에서 와인을 양조하다 보니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다는 얘기다. 이는 그가 자신의 꽁드리외에 개성을 입히는 데 일정 부분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전통과 혁신의 변증법으로 탄생한 이브 뀌에롱의 와인은 만족을 넘어 감동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 그는 자신의 와인이 한국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아직은 자신의 와인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국 시장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와인에 대한 관심과 학구열이 대단하므로 결국은 자기 와인의 진가를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와인은 경험해 보고 알게 되는 만큼 맛있기 때문이란다. 바로 오늘 저녁, 한 상 가득히 차려 나오는 한국 식탁에서는 꽁드리외, 한국인이 즐기는 석쇠 고기구이에는 생 조셉을 권한 이브 뀌에롱의 추천에 맞추어 식탁을 차려 보는 건 어떨까.


* 아래는 비노쿠스를 통해 소개될 다섯 가지 와인에 대해 이브 뀌에롱이 직접 코멘트 한 것이다. 무엇이든 마음에 드는 와인을 하나 마셔 보면 그가 왜 북부 론의 스타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Yves Cuilleron, Viognier 2010
꽃 향과 복숭아, 살구 등의 복합적인 과일 향이 두드러지는, 젊어서 아주 쉽게 마시도록 만든 와인. 아페리티프로도 훌륭하다. 스스로도 과일 향이 풍부한 신선한 스타일을 좋아한다. 

 

Yves Cuilleron, Condrieu ‘La Petite Cote’ 2009
본인의 세 가지 드라이 꽁드리외 중 가장 빨리 마시기 좋은 스타일이다. 묵히는 것 보다는 과일 향이 풍부하게 드러날 때 신선하게 마시기를 권한다.

 

Yves Cuilleron, Syrah 2010
과일 향이 좋고 편안한, 시라 품종의 모든 특성이 잘 드러나는 와인. 보통 시라로 양조한 와인은 서늘한 계절에 많이 즐기지만 이 와인은 여름에 마셔도 좋다. 뱅 드 뻬이(Vins de Pays) 급 와인들은 모두 과일 향이 뚜렷하고 술술 잘 넘어가 바로 마실 수 있는 스타일로 양조한다.

 

Yves Cuilleron, Saint-Joseph ‘L’Amarybelle’ 2009
생-조셉은 가장 넓은 면적을 소유한 AOC이다(20개 파셀, 총 18 ha). 각 파셀의 와인들을 따로 양조하여 추후 세 개 뀌베로 블렌딩한다. ‘라마리벨’은 편한 스타일과 묵직한 스타일의 중간적 성격을 띤 뀌베로 음식과의 매칭이 좋아 주로 레스토랑에서 많이 팔린다.

 

Yves Cuilleron, Cote-Rotie ‘Madiniere’ 2008
꼬뜨-로띠는 크게 두 개의 언덕으로 나뉘어진다. 섬세하고 우아한 여성적 성격의 꼬뜨 블롱드(Cote Blonde)와 타닉하고 강한 남성적 성격의 꼬뜨 브륀(Cote Brune)이 그것이다. ‘마디니에르’는 시라 100%로 양조하며 꼬뜨 브륀에서 생산되어 구조감이 좋고 무게감이 느껴지지만, 개중에서는 신선한 과일 풍미가 살아 있는 상쾌한 스타일이다. 첨언하면, 꼬뜨-로띠를 양조할 때는 비오니에를 20%까지 블렌딩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비오니에를 블렌딩하는 것이 전통적인 스타일은 아니다. 오래 전부터 시라만 심어져 있던 밭도 있었고 그런 경우 시라만 사용했다. 꼬뜨 브륀의 포도밭을 처음 구매했을 때도 시라만 심어져 있었기에 시라 100%인 것이다. 하지만 최근 비오니에 품종도 일부 심었으므로, 3-4년 내에 비오니에가 블렌딩된‘마디니에르’가 나올 것이다. 이는 비오니에의 풍미, 특히 바이올렛 향이 향신료처럼 작용하여 꼬뜨-로띠에 복합미를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이브 뀌에롱의 와인 레이블에는 특징적인 요철 무늬 테두리가 있다. 세련되고 모던한 느낌이라 최근에 디자인한 것이냐고 물었더니, 레이블 상단 중앙의 문양과 함께 선대부터 내려오는 문양이라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다만 각 아뻴라시옹과 뀌베 별로 테두리에 컬러를 입힌 것은 본인이란다. 레이블만 보고도 와인을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라고. 레이블 조차 전통과 혁신이 멋지게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는 생각에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왔다.

 

프로필이미지김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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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11.12.13 00:00수정 2012.06.07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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