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남아공 와인의 남다름

바다와 도시가 서로 맞물려 펼쳐진 풍경, 진수성찬을 한 상 가득 차려도 남을 만큼 넓은 식탁 같은 테이블 마운틴. 아프리카 남쪽에 자리한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그림 같은 장면이다. 특히 이 도시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건 풍부한 햇살이다. 그래서 케이프타운을 ‘눈부신 태양의 도시’라고도 부른다. 세계 대도시와 비교해봤을 때 연평균 일조량이 런던 3.8시간, 뉴욕 6.9시간인 데 비해 케이프타운은 무려 7.5시간에서 9.5시간에 달한다. 하늘이 내려준 축복이다. 그 풍성하고 넘치는 햇볕 아래서 터질 듯 달아오른 포도들은 대낮부터 취해서 휘청거린다. 
 
인류의 고향, 아프리카 대륙에 최초로 포도가 전파된 것은 기원전 1000년경 지중해에 접한 북 아프리카 지역에 이탈리아인들이 다니면서부터였다. 지구는 둥글지 않다고 믿던 시절, 지리적 한계로 아프리카 남단을 향한 항해의 꿈은 접어야 했다.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인도로 가는 무역항로가 발견되고, 1652년 네덜란드에서 건너온 이주자들이 유럽의 포도를 케이프타운에 전했다. 포도의 유입과 더불어 와인 문화도 전파되기 시작했다. 남아공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케이프타운은 아프리카와 유럽, 뒤이어 들어온 아시아의 문화와 인종이 뒤섞인 고장이다. 그 중에서도 유럽의 백인 문화는 가장 깊숙하게 스며들었다. 케이프타운을 ‘아프리카 속의 유럽’이라고 부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남아공 와인은 이런 배경에서 탄생되었다.
 
케이프타운은 남아공 와인의 최초 생산지가 있는 곳이자 800km에 달하는 남아공 와인 루트의 시발점이다. 대부분의 와인은 이곳 케이프타운을 거점으로 내륙과 동남 해안으로 펼쳐진 와인 농가에서 빚어진다. 세계 지도를 펴고 주요 와인 생산국가들을 살펴보면 북반구에는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독일, 미국의 캘리포니아 지역이 있다. 남반구에서는 호주의 시드니, 칠레의 중부, 남아공의 케이프타운이 비슷한 위도에 걸쳐 있는데, 남아공의 포도산지는 다른 남반구 와인 생산국과 매우 유사한 기후다.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로 포도가 재배되는 남방 혹은 북방 한계선이 더 북상하거나 남하하고 있다니 앞으로 포도 재배 지역은 더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
 
[가을걷이가 끝난 남아공의 포도밭 풍경]
 
그렇다면 무엇이 남아공 와인을 남다르게 만들어줄까? 와인은 자연이 만드는 것이므로, 자신을 낳아준 자연과 닮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포도가 있다. 아프리카는 가장 오래된 대륙으로, 풍부한 광물이 그걸 증명한다. 남아공의 오랜 토양, 경사진 골짜기, 대서양과 인도양에서 불어오는 해풍은 독특하고 다양한 포도 재배를 가능케 했다. 축복의 도시 케이프타운이 속한 웨스턴 케이프(Western Cape)주는 9,600여 종의 야생화가 생장하고 있으며, 이는 지구상에서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수다. 이렇듯 남아공 와인은 세계 어느 와인보다도 청정한 자연 환경 속에서 생산되는, 대표적인 웰빙 와인이라 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구대륙과 신대륙 와인 스타일의 실현이다. 새로움은 유구한 전통을 바탕으로 했을 때만 가능하다. 남아공에는 350년 유럽인들의 통치 기간 동안 구대륙 스타일의 와인 제조법이 지속적으로 전수되었고, 전통을 기반으로 실험성을 더해 새롭고 다양한 와인을 생산한다. 그래서 남아공 와인은 구대륙과 신대륙 스타일 모두를 생산할 수 있고 이는 여러 계층의 와인 소비자를 만족 시킬 수 있는 강점이다. 또한 매년 국제 와인 경연대회에서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으며 내수보다 수출이 더 많다. 수출 물량의 25% 이상은 와인 소비자들의 수준이 가장 높고 남아공 와인의 진가를 잘 알고 있는 영국으로 가고 있다.  
 
가격 대비 뛰어난 와인의 맛은 또 다른 매력이다. 마시고 싶은 와인 가격이 부담된다면 그림의 떡일 뿐. 우리가 원하는 와인이란 좋은 맛과 합리적인 가격의 와인이다. 남아공 와인은 부담 없는 테이블 와인부터 프리미엄 와인까지 가격대가 폭넓고, 비싸지 않으면서 품질이 우수하다.
 
세계 각 매체에서는 매년 ‘가장 찾고 싶은 도시’를 뽑는다. 케이프타운은 언제나 빠지지 않고 최상위에 뽑히며 2014년에는 1위에 올랐다. 모든 사람들이 ‘아름답고 깨끗하다’고 여기는 자연이 있기 때문이다. 그 매혹적인 풍광 속에는 우리를 몇 뼘이나 달뜨게 하는 포도원이 펼쳐져 있다. 세상 그 어떤 곳이 이처럼 우리를 들썩거리게 할 수 있을까? 남아공 와인이 있는 풍경이다. 
 
우리가 그토록 찾는 와인의 매력 중 하나는 남다르므로 더욱 귀한 것이 아닐까? 그 특별함을 남아공 와인 속에서 찾아보자. 남아공 와인은 다름을 기대하는 와인 애호가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유월, 가을 서리가 내리는 남아공의 포도밭은 서서히 겨울을 준비 하고 있다.
 

프로필이미지김은영 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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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15.07.15 21:18수정 2015.07.2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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