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남아공 와인 가이드 ‘플래터스’

‘와인 맛을 보고 구매하고, 기분 좋게 마시도록’ 그리고 ‘와인을 통해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것’은 <플래터스 남아공 와인 가이드 Platter’s South African Wine Guide>가 추구하는 바이다.
 
와인 애호가 존(John)과 저널리스트 플래터(Platter)가 영국의 휴 존슨스의 와인 포켓북을 보고 ‘남아공만의 와인 평가서’를 만들기로 하면서 시작되었다. 1980년이 첫 출발이었으니 올해로 서른여섯 번째가 되며 현재까지 100만 부 넘게 출판되었다. 
 
600여 개의 남아공 와이너리에서 매년 쏟아져 나오는 와인의 종류는 무려 8천여 종이 넘는다. 과연 그 많은 와인 중에서 어떤 와인을 골라 마셔야 할지 망설여질 때 가장 의존하는 가이드 북이 <플래터스> (이하 ‘플래터스’)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과 객관성 유지로 세월이 갈수록 남아공 와인 애호가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와인을 마시면 그만이겠지만 그러다 보면 평생 몇 가지만 마시고 말 것이다. 이왕 마시는 와인, 하늘의 별 만큼이나 많다는 그 와인을 조금이라도 알고 만나 보면 어떨까?
 
    
남아공 와인의 모두가 이 한 권에
650페이지가 넘는 <플래터스>의 두께는 남아공 와인의 과거와 현재를 잘 말해준다. 와인 평가와 함께 남아공 와인 산업 현황, 수출, 생산 지역, 품종별 생산량, 와인 교육 기관, 과거 및 근래 빈티지, 와이너리 지역의 레스토랑과 숙소까지도 상세히 소개해 두었다. 친절하게 맨 뒤쪽에는 지역별로 지도를 넣어 와인 투어 여행자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게 했다. 매년 다른 무지개 컬러로 나오는 하드 커버와 사진이 없는 간결함도 이 책의 멋이다. 꾸민 사진은 오히려 독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그러지 않았을까? 
 
포켓북의 내용과 평가단
뭐니 뭐니 해도 책의 주된 내용은 각 와이너리에서 출시된 와인에 대한 개별 평가이다. 와인마다 세 줄 정도의 짧은 코멘트를 붙여 두었다. 더불어 와이너리 소개, 해당 와인의 특징, 농장 주변 자연환경, 농장의 크기, 주소, 와인 메이커, 와이너리에 딸린 부대 시설도 올라와 있다. 
16명의 평가단은 와인 전문가, 와인 저널리스트, 오랫동안 남아공 와인을 경험한 전문가 수준의 애호가로 짜여있다. 평가 방법은 작년까지는 평가단별로 할당된 와이너리의 와인을 시음 후 별점을 붙였으나, 올해부터는 모든 평가단의 토론을 거친 후 최종 별점을 부여 했다. 테이스팅은 와이너리의 라벨을 붙이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졌다. 
 
복잡한 설명 대신 별점으로 등급을 
<플래터스> 와인 가이드의 특징은 누구에게나 쉽게 느낌이 오게 별점으로 와인 등급을 매긴다. 와인의 가격은 구입처마다 다를 수 있어 제외하였다. 등급 표시는 크게 별 1개에서 5개까지의 등급으로 나눈 후, 등급마다 다시 2단계로 나누었다. 그러므로 전체는 10등급이 되는 것이다.
1~5등급마다 별 모두에 색칠된 등급과 하나는 색칠이 안 된 등급으로 구별했다. 별 다섯에만 붉은색을 썼으며 별 다섯 개 모두 색칠된 와인은 ‘사우스 아프리칸 클래식’이라고도 부른다. 별 다섯은 최상급 수준의 와인들이다. 별 넷은 ‘우수한 맛’, 셋은 ‘나름대로 특징 있음’, 둘은 ‘매일 마시기에 부담 없음’, 별 하나는 ‘심플함’의 별칭을 붙여 주었다. 또한, 올해의 와인너리, 5성급 와인들, 강력 추천 와인들, 숨어 있는 보석들, 지금 구매 후 나중에 마시면 좋은 와인들도 소개해 두었다.
 
올해의 와이너리, 멀리너 & 리우(Mullineux & Leeu) 패밀리 와이너리 
와인 메이커 안드레아와 멀리넥스는 프랑스, 캘리포니아, 남아공의 여러 와이너리를 거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들이다. 이 커플은 케이프타운 서북쪽에 있는 스와트랜드 지역에서 최고의 와인을 빚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2007년 포도원 문을 열었다. 농장은 스와트랜드에, 시음장과 전시장은 프랑스훅(Franshoek)에 있다. 2014년부터 인도의 재벌 맥스 인디아 그룹과 손잡고 최상급 와인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상급 5개의 별점을 받은 와인들 
총 91종류의 와인이 5성급 평가를 받았다. 이는 시음 대상 8천 개중에서 약 1%를 조금 넘는 숫자다. 별 다섯을 받은 와인은 자연스럽게 위상이 높아져 선전과 판매 효과 덕을 톡톡히 기대할 수 있다. 91개의 와인 중 단일 품종 5성급은 41종류(45%), 블렌드 와인이 29종류(32%), 스파클링과 디저트 와인 9종류(10%)가 선정되었다. 2013년부터는 브랜디도 평가하고 있으며 올해는 12종류(13%)의 브랜디가 최상급 5성 별점을 받았다.   
 
강력추천 와인들 
획득한 별의 개수와는 관계없이 품종별로 자신 있게 강력 추천하는 지면이다. 선별해서 올라온 와인들이라 머뭇거리는 구매자들에겐 많은 도움이 되는 코너다. 레드 와인 60종, 화이트 와인 32종, 스파클링 와인 9종류, 디저트와 포트 와인 7종류가 올라왔다. 
 
숨어있는 보석 같은 와인들
평가에서 후한 별점을 받지는 않았지만 뭔가 다르고, 독특하고, 재미있고 매력 있는 와인들을 뽑았다. 다이아몬드의 나라답게 보석 표시를 붙인 것도 재미있다. 별도의 점선 박스에 넣어 두어 한눈에 들어오게 했다. 레드 27종류, 로제 3종류, 화이트 22종류, 디저트 와인 2종류, 브랜디 1종이 선택되었다. 개인적으로도 눈길이 가는 와인들이 꽤 있다. 기대와 호기심 가지고 마셔볼 일이다.
 
지금 사 두었다 나중에 마시기 좋은 와인들 
보관 가치와 더불어 구매 후 더 묵혔다 마시면 맛이 더 좋아질 와인들이다. 추천한 와인의 그 해 빈티지와 자신이 각별하게 기억 하고픈 일이나 사건이 겹쳤다면 이런 와인을 한 두 병 가져봐도 남다른 의미가 있을 것이다. 레드 40종, 화이트14종, 포트 와인 1종이다. 
 
나와 <플래터스> 
무엇이든 그렇지만 남이 작성한 목록에 그렇게 의존할 일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남이 좋다는 와인’ 자체가 아니라 그런 목록을 보고 ‘와인에 관심을 갖고 마셔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일이다. 그러면 된 것 아닌가?
와인 가이드도 그렇게 만나면 좋겠다. 
 
<플래터스>는 매년 연말을 앞두고 시중에 나온다. 나는 2006년에 첫 권을 만났다. 어떤 해는 중간에 한두권 빠져 있기도 하다. 해마다 포켓 북이 나오는 시간이 되면 딸 아이는 나에게 그 책을 새해 선물로 전해준다. 책의 첫 페이지 속지에는 아빠의 건투를 비는 글을 남긴다. 올 해 아이의 바람처럼 ‘열정이 더 빛나는 한 해’ 가 되면 좋겠다.
 
<플래터 와인 가이드>와 함께 나의 2016년 새해도 시작되었다.  

프로필이미지김은영 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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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16.02.17 10:16수정 2016.02.1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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