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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21 공식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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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기치 힐스가 만들어낸 ‘결정적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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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8.12.07 10:15   |  
최종수정 : 2018.12.07 17:43

품질이 뛰어난 좋은 제품은 많다. 기술의 발전으로 각 분야에서 소비자들이 향유할 수 있는 품질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만큼, 생산자들의 개성과 철학이 더욱 중요해졌다. 별들이 많아도 남달리 빛나는 별은 있는 법이다. 그것이 차별화된 품격일 것. 와인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나파 밸리에는 훌륭한 와인 생산자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그르기치 힐스(Grgich Hills)는 특별한 역사와 개성, 철학이 돋보이는 와이너리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성비도 뛰어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현재 그르기치 힐스의 전체 수출 국가 중 한국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12월 4일, 그르기치 힐스의 부사장이자 빈야드 관리와 양조를 총괄하는 와인메이커 이보 제라마즈(Ivo Jeramaz)와 브랜드 앰배서더로서 수출을 담당하는 그의 장녀, 마야 제라마즈(Maja Jeramaz)가 내한했다. 이보 제라마즈는 크로아티아 출신의 전설적 와인메이커이자 그르기치 힐스의 설립자인 마이크 그르기치(Mike Grgich)의 조카다. 설립자의 뒤를 이어 다음 세대가 이끌고 있는 가족 경영 와이너리의 ‘현재’를 대표하는 이들. 두 사람을 만나 무엇이 그르기치 힐스를 특별하게 만드는지, 그 결정적 차이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그르기치 힐스의 부사장이자 와인메이커인 이보 제라마즈와 브랜드 앰배서더인 그의 딸, 마야 제라마즈]


미국 와인 역사의 전설적 이야기 

그르기치 힐스는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많은 와이너리다. 풍부한 스토리가 와인 자체의 매력의 압도하진 않을까 염려될 정도. 1954년 고국인 크로아티아를 떠난 마이크 그르기치는 동독과 캐나다를 거쳐 4년 만인 1958년 미국에 다다랐다. 그는 자신의 와이너리를 설립하기 전, 몇 곳의 세계적 와이너리에서 일했는데, 볼리우(Beaulieu) 와이너리에서 나파 밸리 와인 역사상 최고의 와인메이커로 꼽히는 안드레 첼리체프(Andre Tchelistcheff)의 조수로 9년간 근무했고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에서도 4년간 근무했다. 이후 샤토 몬텔레나(Chateau Montelena)의 설립 초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전체적인 와이너리 관리와 양조를 책임졌다. 1976년 ‘파리의 심판’ 테이스팅에서 그가 만든 샤토 몬텔레나 샤도네이 1973년 빈티지가 쟁쟁한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은 아주 유명한 이야기다. 이 사건을 계기로 많은 와이너리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지만 마이크 그르기치는 자신의 와이너리를 설립하기로 했다. 자본력을 갖추기 위해 당시 대형 커피 사업체를 운영하던 오스틴 힐스(Austin Hills)와 파트너십을 맺고, 1977년 두 가문의 성을 딴 그르기치 힐스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그들의 파트너십은 지금까지 41년째 공고하게 이어지고 있다.  


워싱턴DC에 자리한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는 마이크 그르기치와 관련된 물건들이 있다. 그가 만든 샤토 몬텔레나 샤도네이 1973이 전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상징인 베레모와 미국으로 이주해올 때 가져온 여행가방 등도 전시 중이다. 크로아티아 출신인 전설적 와인메이커의 물건이 미국의 박물관에 당당히 자리한 것. 마이크 그르기치는 곧 96세가 된다. 그는 와이너리의 전체적인 경영에서 물러났지만 그의 업적은 다음 세대가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보 제라마즈는 이렇게 말한다. “미국에서 그르기치 힐스는 현재 2세대와 3세대가 이어가고 있지만 우리는 그 이전 크로아티아에서 훨씬 더 오랜 시간 동안 와인을 만들어온 역사가 있습니다. 와인이 곧 우리의 삶이므로, 발전 가능성이 무한한 와인을 통해서 가족과 임직원들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파 밸리에 자리한 그르기치 힐스 에스테이트]


오가닉으로, 예술 작품처럼

그르기치 힐스는 자신들의 밭에서 수확한 포도만으로 모든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한 오가닉 와인을 추구하며 나파 밸리에 소유한 5개의 포도밭은 모두 100% 유기 재배 공식 인증을 받았다. “와인의 풍미는 와인메이커의 기술보다는 땅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유기 재배를 통해 포도가 매우 다채로운 풍미를 드러낼 수 있고, 오랜 수령의 포도나무도 재배할 수 있습니다. 최소 20년 이상 수령의 포도나무가 많고 125년 수령의 진판델도 있죠.” 와인메이커로서 이보 제라마즈가 추구하는 것은 예술 작품과도 같은 와인이라고 한다. 물론 화학비료를 사용해서도 좋은 와인을 만들 수 있지만 개성 있는 와인은 일률적이고 인위적인 방식을 벗어날 때 가능하다는 것. “세계적 예술 작품이 풍부한 감성을 불러일으키듯이 와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와인은 다른 와인과 구별될 수 있죠. 독창성과 개성이 예술품의 중요한 가치인 것과 비슷합니다.” 규격화된 좋은 제품이 많지만 와인에서는 특별함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완벽한 와인보다는 개성이 넘치는 와인을 추구하며 그것이 표준화되고 상업화된 와인을 앞설 수 있다는 것은 그르기치 힐스의 철학이기도 하다. 


[그르기치 힐스의 와인들]


강하지 않게, 은근한 매력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와인들 

먼저 시음한 와인은 그르기치 힐스 나파 밸리 퓌메 블랑(Grgich Hills Napa Valley Fume Blanc) 2014. 나파 밸리에서 가장 서늘한 기후인 카르네로스와 아메리칸 캐년의 포도밭에서 재배한 100% 소비뇽 블랑이다. 이 와인을 포함해 모든 와인은 천연 효모로만 발효한다. 산뜻한 산미와 풍부한 미네랄 느낌이 여운을 남기며 화려하지 않고 점잖은 인상을 준다. 소비뇽 블랑이지만 샤도네이 못지 않게 10여 년간 충분히 숙성해도 좋을 와인이다. 이어서 시음한 그르기치 힐스 나파 밸리 샤도네이(Grgich Hills Napa Valley Chardonnay) 2015는 와이너리를 대표한다고 해도 좋을 와인. 역시 서늘한 카르네로스와 아메리칸 캐년에서 재배한 샤도네이를 절반씩 사용했다. 이보 제라마즈는 “우아한 꽃과 과실의 풍미, 그리고 미네랄이 조화로워야 위대한 샤도네이 와인이 완성된다”고 했다. 그리고 이 와인에서 그 세 가지 요소를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는 부르고뉴의 양조법을 따르고 있지만 산미를 보존하기 위해 젖산발효를 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보 제라마즈는 삼촌인 마이크 그르기치로부터 진판델과 흡사한 품종이 크로아티아에 있다는 이야기를 수차례 들었다고 한다. 실제로 2001년 DNA 검사를 통해 미국의 진판델이 크로아티아의 품종 10여 종과 유전적으로 거의 같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르기치 힐스 나파 밸리 진판델(Grgich Hills Napa Valley Zinfandel) 2013은 크로아티아 출신 와인메이커의 손을 거친다는 점에서도 특별한 와인. 칼리스토가의 포도밭에서 생산한 97%의 진판델을 사용하고 3%의 쁘띠 시라로 구조감을 더했다. 검은 과실과 후추 등 향신료 향이 어우러져 한식을 포함한 다양한 음식과 잘 어울리는 와인. 프렌치 오크에서 15개월간 숙성하고 병입 이후에도 약 20개월간 숙성한 덕분에 세련되고 안정된 풍미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시음한 그르기치 힐스 나파 밸리 까베르네 소비뇽(Grgich Hills Napa Valley Cabernet Sauvignon) 2014는 까베르네 소비뇽 79%, 메를로 14%, 쁘띠 베르도 4.5%, 까베르네 프랑 2.5%를 사용한 보르도 블렌딩 와인. 욘트빌을 중심으로 러더포드, 칼리스토가에서 재배된 포도를 사용했다. 짙은 검은 과실의 아로마와 미네랄 풍미가 조화롭고 견고한 구조감을 느낄 수 있다. 2014년은 나파 밸리가 가물었던 만큼 완숙한 부드러움이 있는 빈티지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나파 밸리의 와인들이 풍부하고 과숙한 스타일이 많다면 그르기치 힐스의 와인들은 그와 달리 유럽의 양조 스타일이 느껴진다. 이런 스타일에 유기농에 대한 소신이 더해져 그르기치 힐스만의 고유한 개성이 만들어졌다. 자연을 느끼고 그 변화를 받아들이면 사람은 자연히 겸손해지는 법. “매년 자연이 주는 것이 다르니, 그것을 잘 받아서 작업할 뿐”이란 이보 제라마즈의 말에서 이 와이너리의 아름다운 철학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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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기치 힐스가 만들어낸 ‘결정적 차이’ http://www.wine21.com/11_news/news_view.html?Idx=17162 http://img.wine21.com/NEWS_MST/TITLE/17000/17162.jpg 그르기치 힐스는 전설적 와인메이커로 꼽히는 마이크 그르기치가 나파 밸리에 설립한 가족 경영 와이너리다. 나파 밸리의 자가 포도원에서 유기농 재배로 뛰어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 이 와이너리의 부사장이자 와인메이커인 이보 제라마즈와 브랜드 앰배서더인 마야 제라마즈가 한국을 찾았다.
2004년 월간 Noblesse의 에디터로 잡지 기자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아시아나항공 기내지 Asiana Entertainment의 수석기자로 근무하며 2010년 와인21미디어의 객원기자 1기로 합류했다. 2013년 여름부터 1년 동안 런던에서 영국통신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한국에서 문화예술 전문 기자이자 에세이스트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와인은 문화의 가장 아름다운 한 부분이라 생각하며, 여러 와이너리의 철학을 담은 브랜드 스토리, 와인업계 리더들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풀어내는 인터뷰 기사 등 와인과 다양한 문화 분야의 글을 쓰고 있다.
Miyoung AHN started her career as an editor for the magazine ‘Noblesse’ in 2004 and then worked as a managing editor for the Asiana Airline magazine ‘Asiana Entertainment’ up to July 2013. She joined Wine21 Media as a contributing editor in 2010. She is a specialist in interviewing, culture and art. From the summer of 2013 to August 2014, she worked in London as a correspondent and delivered vivid news about wine countries for Koreans. Miyoung considers wine another part of attractive culture which brought her to know about wine and write about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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