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 와인 메이커이자 아태 지역 마케팅 담당자인 조지 누네스]
'신사들의 와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포트 와인에 젊은 세대가 유입되며 지각 변동이 시작됐다. 포트 와인 시장 점유율 35%를 자랑하는 시밍턴 가문(Symington Family)의 다우(Dow's)사가 전하는 놀라운 새 소식을 전한다.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은 다우(Dow's)
포트 와인 이야기를 할 때, 시밍턴 가문은 필수다. 시밍턴 가문은 여러 포트 브랜드를 소유하며,2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가문 사람들 중 10여 명 정도가 와인 일을 하는데, 최근 5대손이 가업에 뛰어들었다. 20~30대인 소위 밀레니얼 세대인 이들은 이전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와인 커뮤니케이션을 이끌고 있다. 포트 와인은 그동안 중년 남성을 연상시키는 신사의 와인이란 이미지가 있었지만, 이제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전혀 다른 마케팅을 진행하며 젊은 기운을 얻고 있다.
다우는 단순이 이익 추구뿐만 아니라 후대를 위해 지속 가능한 비지니스 시스템을 구축해 최근 비콥(Certified B Corporation)을 받았다. 비콥 인증은 굉장히 까다로운 기준을 만족시켜야 받을 수 있는 사회적 기업 인증이다. 기준은 사회적, 환경적 영향, 사업 투명성, 법적 신임, 고용인 만족도, 노폐물 관리, 에너지 소비 등을 모두 아우른다. 세계적인 식품 기업인 다농과 아웃도어 기업인 파타고니아가 이 인증을 받았고, 다우는 유럽 와이너리로는 최초로 비콥 인증을 받았다. 다우사의 와인 메이커이자 아태 지역 마케팅 담당자인 조지 누네스(Jorge Nunes)는 다우를 위해 일한다는 건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며, 오랜 기간 근속한 사람들이 많은데, 다들 구석구석 업무를 파악하고 책임 의식을 갖은 사람들이 많다고 말한다.
포트 와인 시장 트렌드
포트 와인 자체 매출은 지난 7~8년간 지속해서 감소했다. 포트 와인의 최대 시장은 프랑스와 벨기에로 대형 마트에서 파는 저렴한 와인으로 포트 와인을 선택해 식전주로 마시는 데에 그쳤다. 하지만, 프리미엄 포트 와인 시장은 반대로 성장세가 가파르며, 와이너리에서는 이로 인해 수익도 증가 중이라고 한다. 특히, 10년, 20년, 30년 등이 표시된 숙성된 토니 포트(Aged Tawny Port) 와인은 프리미엄 포트 와인 생산에서 70%를 차지할 정도로 그 비중이 높은 핵심 와인이 됐다.
[다우 숙성된 포트 10년, 20년, 30년, 40년 산, 와인병과 라벨이 바뀌었다.]
제임스 서클링이 호평한 다우 10년 숙성 토니 포트
토니 포트(Tawny Port)는 숙성 중 산화가 일어나 적갈색을 띠는(Tawny) 와인이다. 전통적으로 랏지 파이프(Lodge pipes)라고 불리는 600~640 L 용량 캐스크에서 숙성시키며 옅은 적갈색과 코냑과 비슷한 산화 풍미를 얻는다. 와이너리는 오크 통 크기와 구움 정도 등에 변화를 주어 자신만의 스타일을 지닌 토니 포트를 만들 수 있다.
다우는 루비 포트(Ruby Port)와 레이트 바틀드 빈티지 포트(Late Bottled Vintage Port, 줄여서 LBV)의 강자다. 루비나 LBV는 수천 리터에 달하는 엄청난 큰 배럴을 사용해 숙성한다. 다우는 전통적인 600리터와 자신들의 장기인 수천 리터 배럴을 쓰는 루비나 LBV의 중간으로 크기가 커야 1~2천 리터 사이 배럴을 선택해 토니 포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따라서, 다우사의 새로운 토니 포트는 전통적인 토니 포트에 비해 보다 진하고 붉은색을 띠는데, 최신 토니 포트 트렌드에 잘 맞는다. 새로운 다우 10년 숙성 토니 포트는 예전보다 더욱더 명확한 과실, 구조, 테루아 반영이 가능하다. 이에 포트 와인을 많이 평가하기로 유명한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은 '프리미엄 토니 포트가 가야 할 방향이 바로 이것'이라며 다우 10년 숙성 토니 포트 와인을 호평했다. 다우 10년 숙성 토니 포트는 기존에 사용하던 와인병이 아닌 빈티지 포트처럼 완전히 검은 병에 담겨있다.
[왼쪽이 기존 10년 숙성된 토니 포트, 오른쪽이 새로운 병과 라벨 10년 숙성 토니 포트다.]
새로운 스타일로 빚은 다우 10년 숙성 토니 포트 와인은 좀 더 진한 루비색을 띤다. 톡 쏘는 느낌의 산화취가 확연히 줄어 일반 레드 와인 느낌이 강화됐다. 말린 자두, 대추야자, 태운 설탕 향이 좀 더 집중된 느낌이며 대범함도 스친다. 입에서는 자두, 알코올에 절인 체리 등 각종 붉은 열매 풍미가 분명하며, 살짝 모카, 미네랄, 스파이스 풍미도 느낄 수 있다. 골격, 짭짤함을 동반한 감칠맛을 지니고 있으며, 분명 잔당이 높은 와인임에도 길고 드라이한 피니쉬를 자랑한다.
조지 누네스에 따르면, 토니 포트를 놓고 진행한 브레인스토밍에서 '제임스 본드'가 떠오른다는 의견이 많은 이의 공감을 받았다고 한다. 얘기를 듣고 보니 제임스 본드가 보여주는 클래식한(현란한 면이 살짝 있긴 하지만) 면, 그리고 잘 조직된 구성이 다우 10년 숙성 토니 포트의 탄탄한 구조와 일치되는 느낌이다.
[왼쪽이 제임스 서클링이 호평한 새로운 다우 10년 숙성 토니 포트 색, 오른쪽이 기존 10년 숙성 토니 포트 색]
대조 시음 된 예전 스타일 다우 10년 숙성 토니 포트는 이탈리아 파시토(Passito)와인과 비슷한 느낌이다. 와인은 대추차 색을 띤다. 산화취가 톡 쏘는 느낌이며, 말린 오렌지, 레몬이나 오렌지 칩, 붉은 과실 향을 낸다. 입에서는 캐러멜, 말린 무화과, 스파이스 풍미가 가득하다. 단맛과 신맛의 조화가 참 좋은 모습이다.
조지 누네스는 토니 포트에 사용되는 <10년 숙성>이라는 표현이 저가 토니 포트 생산자에 의해 악용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하며, 다우 토니 포트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평균 숙성 기간 10년을 딱 지킨 와인이라고 강조한다.
최강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다우 숙성 토니 포트
다우 20년 숙성 토니 포트는 10년 산보다 품질이 급등함에도 가격은 그만큼 비싸지지 않아 포트 와인 애호가에겐 최강의 가성비를 선사한다. 조지 누네스는 10년 토니 포트를 더 오랜 시간 숙성해 20년 숙성을 만드는 게 아니라 원래부터 더 좋은 와인을 사용해 20년 숙성 토니 포트는 태생부터 다르다고 강조한다. 와인은 갈색과 마호가니 빛이 감도는 루비색을 띤다. 톡 쏘는 느낌이 거의 없고, 중상 정도 농축된 말린 무화과, 라즈베리, 체리, 당밀, 팜슈가, 아주 살짝 토피 향이 난다. 입에서는 체리 봉봉, 무화과, 무화과쨈, 그리고 모카와 신선한 땅콩 풍미를 동반한다. 질감과 목 넘김이 탁월해 주말 여유를 더욱 빛내줄 그런 와인이다.
다우 30년 숙성 토니 포트는 생산량이 무척 적은 와인이다. 토니 포트 와인은 숙성 중 매년 일정 부분이 증발하여 그 양이 줄어드는 대신 당도와 산미는 함께 높아서 고유한 풍미를 낸다. 와인은 점성이 느껴질 정도지만, 입에서는 나는 듯이 들리는 가벼움이 동시에 느껴지는데 이를 두고 포르투갈 사람들은 비녜그리뇨(Vinagrinho)라는 표현을 쓴다. 이는 탁월한 균형을 지닌 와인만이 낼 수 있는 특징이다. 다우 30년 숙성 토니 포트는 견과류 특히, 생땅콘 향이 두드러진다. 각종 말린 약초, 스파이스, 토란대, 연근 칩, 코냑 같은 향이 상당히 두드러진다. 조지 누네스에 따르면, 이런 풍미는 휘발성 산과 전체 산 함량이 매우 높은 와인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입에서는 캐러멜, 초콜릿, 모카, 말린 자두, 건포도 풍미가 좋으며 산미가 좋아서 질척대는 질감이 없다. 밤 조림을 먹는 듯한 여운이 훌륭하며, 스파이시함이 오래도록 입안을 맴돈다.
[다우 빈티지 포트 2017년 산]
역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공표된 다우 빈티지 포트 2017
빈티지 포트 와인(Vintage port)은 10년 동안 2~3번 공표될 정도로 귀한 와인으로 그해에 수확한 포도로만 와인을 만든다. 포트 와인 숙성 잠재력은 수십 년에 이르기에 보통 집안에 아이가 태어나면 포트 와인을 사서 그 아이가 성인이 되거나 결혼을 할 때 와인을 열어 마신다. 빈티지 포트 와인 역사상 빈티지 포트가 2년 연속 공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2010년대에 다우사는 2011년, 2016년 그리고 2017년 빈티지를 공표했다.
2017년은 포트 와인 역사상 가장 이른 시기인 8월 3주 차에 수확은 마친 해다. 즉, 2016년에 수확을 시작했던 시점에 수확을 마친 셈이다. 날씨가 너무나 건조해 생산량은 30%나 감소했지만, 대신 풍성함, 잘 익은 과실이 주는 순수함, 구조와 농도가 매우 높은 와인이 됐다. 서늘해서 우아한 와인이 생산된 2016년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이에 다우사는 빈티지를 공표했다.
2017년 빈티지 포트에는 투리가 나시오날(Touriga Nacional) 68%, 투리가 프란카(Touriga Franca) 30% 그리고 알리칸테 부셰(Alicante Bouschet)와 기타 품종이 사용됐다. 투리가 나시오날은 골격, 구조, 타닌, 그리고 바이올렛 향을, 투리가 프란카는 볼륨과 과실 풍미를 낸다. 알리칸테 부셰는 색과 산도를 보강해준다. 최고 편암 포도원인 퀸타 드 봉핑(Quinta de Bomfim)에서 80%, 퀸타 세뇨라 다 리베이라(Quinta Senhora da Ribeira)에서 20% 포도를 수확했다.
와인은 잉크 같은 보랏빛을 낸다. 프랑보아스 케이크, 밀크 초콜릿, 불붙인 칵테일, 체리봉봉, 신선한 포도즙, 민트, 클로브, 타임 등의 향이 강렬하다. 굳이 잔을 들어 흔들지 않아도 맡을 수 있을 정도로 향이 대단하다. 와인을 마셔보니 향과는 달리 적당한 무게를 지녀 놀랍다. 힘은 있으나 울룩불룩한 근육은 보이지 않는 정말 세련된 모습이다. 단맛과 산미의 조화가 놀라우며 2016년보다 더 긴 장기 숙성 잠재력을 자랑한다.
[말린 토마토와 프로슈토를 넣은 파스타와도 잘 어울리는 토니 포트]
숙성된 토니 포트는 체더치즈, 사과 조림이 들어간 디저트, 말린 과실, 밀크 혹은 다크 초콜릿, 티라미수, 호박 혹은 피칸 파이와의 매칭이 주로 추천된다. 하지만, 서울 다이닝에서 무화과를 곁들인 샐러드, 토마토와 치즈를 곁들인 파스타 등 식사 메뉴와 페어링해 보니 깜짝 놀랄만한 페어링을 보여준다.
와인 세계에는 '빈티지 포트는 왕, 숙성된 토니 포트는 왕비'라는 말이 있다. 새 시대를 열 다우의 숙성 포트와 빈티지 포트 2017년 산은 이 비유에 정말 딱 맞는 와인이다. 빈티지 포트 2017년 산은 한국에 120병 할당되었다고 하니 2017년에 좋은 일이 있었던 사람들은 서둘러 와인을 사시길 바란다. 포트 와인의 매력을 한 사람이라도 더 알아보길 기대하며. Ch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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