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25년 세계 와인 시장, 가능성을 모색해야 할 때

세계 와인 시장은 지금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팬데믹 이후 이어진 인플레이션, 과잉 재고, 그리고 알코올 소비 감소는 와인 시장의 미래를 더욱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레드 와인을 중심으로 한 판매 감소는 산업 전반에 큰 타격을 입혔으며, 미국과 중국 같은 주요 시장의 침체와 소비자 선호도 변화는 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2024년에 이어 2025년 역시 부정적인 전망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와인 산업은 과연 이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더 깊고 어두운 터널로 들어가게 될 것인가? 이제는 와인 산업이 직면한 위기의 본질을 면밀히 분석하고, 가능성을 모색하며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다.



온트레이드의 난관

와인 소비 감소는 전 세계적으로 외식 채널, 즉 온트레이드 시장에 가장 큰 타격을 주었다. 팬데믹 이후 소비자들이 집에서 와인을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았으며, 인플레이션과 가격 상승으로 많은 이들에게 외식이 부담스러운 선택지가 됐다. 포르투갈 소그라프(Sogrape)의 CCO 조앙 고메스 다 실바(João Gomes da Silva)는 관광객 수가 팬데믹 이전 대비 50% 이상 증가했음에도 외식 채널에서의 와인 소비는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스페인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프리미엄 외식 채널 데이터에 따르면, 2년 전만 해도 와인 5병 중 1병이 온트레이드에서 소비되었으나 현재는 7병 중 1병만이 외식 장소에서 소비되고 있다.


영국과 미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특히 젊은 소비자층은 외식 시 더 저렴한 알코올 음료나 비알코올 음료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뉴욕과 시카고에 위치한 바에서는 현재 매출의 약 30%가 비알코올 음료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팬데믹 이전에 비해 2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소비자들이 외식 대신 집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와인을 즐기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은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

 

저도수 와인의 도전 과제

소비자들의 음주 트렌드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소비자들은 가볍고 드라이한 스파클링 와인, 로제 와인, 화이트 와인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받는 카테고리는 무알코올과 저도수 와인이었다. 임팩트 테이터뱅크(Impact Databank)에 따르면, 2023년 미국에서 저도수 와인은 유일하게 두 자릿수 성장률(11.4%)을 기록하며 두드러진 성과를 보였다.


특히 웰빙 트렌드와 맞물려 소위 'BETTER FOR YOU' 와인으로 불리는 저도수·저칼로리 와인의 성장이 눈에 띄고 있다. 옐로 테일(Pure Bright), 샤토 생미셸(Light), 켄달 잭슨(Low Calories), 킴 크로포드(Illuminate)와 같은 대형 브랜드는 이미 이 카테고리를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시켰으며, 수많은 생산자들이 앞다투어 신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아직은 시장 점유율이 미흡하지만 지난 10년간 키토, 노슈거, 저탄수화물 식품 등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고려할 때, 저도수·저칼로리 와인의 잠재력은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트렌드는 와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에서 Z세대를 대표하는 아이콘 주류인 하드 셀처(Hard Seltzer)를 필두로, 트렌디하고 상큼하며 칼로리와 도수가 낮은 RTD(Ready-to-Drink) 음료들은 이제 전통적인 주류 카테고리의 인기를 대체한다.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품질, 스타일, 전략적 마케팅을 철저히 실행해야 시장 입지를 유지할 수 있다. 이를 놓치면 더욱 자유롭게 혁신이 가능한 타 주류에 시장을 빼앗길 위험이 크다.

 

계속되는 중국의 소비 감소

중국 와인 시장은 팬데믹 이후 매우 느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부동산 시장의 하락과 경제적 불확실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평균 자산의 약 70%가 부동산과 연관된 중국 소비자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되었고, 이는 와인 구매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의 완전한 회복이 단기적으로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긍정적인 변화의 신호도 분명히 존재한다. 과거 기업 선물이나 접대, 비즈니스 연회에서 주로 소비되던 풀바디 레드 와인이 이제는 개인 소비를 위한 100~200위안 가격대의 와인으로 대체되고 있다. 독일 리슬링, 이탈리아의 모스카토 다스티 같은 가벼운 스타일의 와인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는 중국 소비자들이 점점 더 다양한 와인 스타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전자상거래의 발달과 캐주얼 다이닝 환경의 변화는 중국 와인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제 앱을 통해 원하는 와인을 주문하고, 15분 내로 레스토랑에서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적 변화는 중국 시장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긍정적인 토대가 된다.


한편, 관세 철폐로 5년 만에 중국 시장에 재입성한 호주 와인은 예상치 못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무지개빛 미래를 꿈꿨던 호주의 프리미엄 레드 와인 생산자들은 급격히 변화한 중국 소비자들의 선호도와 시장 트렌드에 적응하기 위해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다양한 스타일과 가격 접근성을 무기로 하는 호주 와인 생산자들이 위축된 중국 소비자들의 틈새를 다시 파고들 수 있을지는 중국 시장의 변화와 적응력에 달려 있다.


영국, 새로운 주류세와 포장세 도입

2025년, 영국 와인 시장은 새로운 주류세와 포장세 도입으로 인해 중대한 변화를 맞을 예정이다. 2월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주류세 구조는 기존의 단순한 세율 체계를 대체하며, 알코올 함량에 따라 0.1% 단위로 세율이 달라지는 세밀한 시스템으로 변경된다. 과거에는 스틸 와인, 스파클링 와인, 강화 와인 등 세 개의 카테고리에 따라 고정된 세율이 적용됐으나, 이번 변화는 와인의 알코올 함량에 따라 세율이 점진적으로 높아지도록 설계됐다. 정부의 목적은 명확하다. 알코올 함량이 낮은 와인에는 세금을 줄이고, 높은 알코올 함량의 와인에는 더 높은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저알코올 제품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 변화는 저도수 와인 트렌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소비자와 판매자뿐만 아니라 생산자에게도 와인 스타일과 알코올 함량에 대한 재고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내년부터는 확장된 생산자 책임(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이라는 새로운 포장세가 도입된다. 이 포장세는 기존의 환경 규제를 강화한 것으로, 와인 산업 전반에 걸쳐 추가적인 비용 부담을 안길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 새로운 포장세가 이미 인상된 보험세와 사업장세와 겹쳐, 많은 소매업체들에게 심각한 부담을 줄 것이라고 경고한다. 실제로 소규모 독립 소매점의 경우 운영비가 최대 25%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프리미엄 와인 섹터는 이러한 변화로 인해 가격 인상과 비즈니스 모델의 재정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운영 비용 상승과 소비자 가격 인상은 소규모 소매업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고, 이는 프리미엄 와인의 접근성을 더욱 제한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변화는 영국 와인 시장의 구조를 재편하며, 새로운 트렌드와 규제 속에서 적응력을 시험할 것이다.


Z세대를 위한 신 마케팅 전쟁

와인 시장의 미래는 더이상 음주를 즐기지 않는 Z세대와의 성공적인 연결에 달려 있다. 업계의 주요 과제 중 하나는 이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하고, 어떻게 그들을 와인 시장에 효과적으로 끌어들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를 위해 마케팅 전문가들은 각기 다양한 전략을 구상하고 있지만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Z세대는 새로운 경험을 탐구하는 데 적극적이며, 사교적인 음주를 선호하고, 단순한 소비를 넘어 연결과 의미를 중시한다. 이들의 특성을 고려할 때, 와이너리와 브랜드들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경험 중심의 마케팅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 와인 투어리즘, 소비자 직접 판매, 맞춤형 이벤트와 같은 체험 기반의 활동을 통해 Z세대의 관심을 끌고자 노력하고 있다. 기존의 전통적인 마케팅에서 벗어나 Z세대만을 위한 창의적이고 확실한 맞춤형 전략을 구축하는 브랜드만이 장기적인 성공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Z세대가 현실 세계에서 관계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에 주목한다. 와인 이벤트는 단순히 음료를 즐기는 공간이 아니라 관계를 형성하고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해야 하며, 와인을 단순히 음료가 아닌 문화로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Z세대는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와인 시장의 미래를 형성하는 핵심 주체다. 그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선호도를 이해하고 그에 맞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성공적인 마케팅의 열쇠가 될 것이다.


소규모 와이너리의 위기와 기회

소규모 와이너리들은 변화하는 소비자 트렌드와 치열한 시장 경쟁 속에서 생존의 기로에 놓여 있다. 대형 브랜드들은 변화에 신속히 적응하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지만, 소규모 와이너리들은 기존 철학과 제한된 자원으로 인해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를 들어, 많은 대기업들은 저도수 와인 카테고리에서 발빠르게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지만, 다수의 소규모 전통 와이너리들은 이러한 흐름을 거부하거나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 감소의 타격은 소규모 와이너리들에게 더 치명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대형 기업들은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며 소비 감소 상황에 대응하고 있으며, 소매업체들은 다양성을 축소하고 가격 경쟁력을 갖춘 대형 브랜드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소규모 와이너리들의 시장 접근성을 더욱 좁히는 결과를 초래한다. 게다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인해 와이너리의 인수 및 합병이 증가하고 있으며, 많은 포도밭과 와이너리가 사라지거나 다른 용도로 전환되고 있다. 이같은 구조적 변화는 소규모 와이너리들에게 더 큰 도전 과제를 안겨준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도 기회는 존재한다. 살아남은 소규모 와이너리들이 자신들만의 뚝심과 철학을 고수하거나,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접근을 통해 차별화를 이룰 수 있다. 아마도 내년 이맘때쯤, 우리는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탄생한 소규모 와이너리의 놀라운 성공 사례들에 대해 이야기하게 될지도 모른다.


럭셔리 와인의 새로운 과제와 방향성

중저가 와인은 항상 포화된 시장에서 수많은 경쟁 제품들과 싸워왔다. 맥주, RTD 음료, 심지어 미국에서는 대마초 음료까지 새롭고 트렌디한 주류들이 소비자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이끌어 왔다. 반면, 럭셔리 와인은 지금까지 충성도 높은 소수의 고객층과 안정적으로 소통하며 자신들만의 '버블' 속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생존해왔다. 그러나 계속되는 시장 침체와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 속에서 럭셔리 와인 시장 역시 타격을 피할 수 없다. 럭셔리 와인의 소비자들은 여전히 동일한 비율로 존재할지 모르지만, 그들의 음주 빈도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기존 소비자들이 와인을 구매하거나 소비하는 횟수가 감소한다면 기존 고객의 소비를 유도하고 새로운 고객을 창출할 적극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제 많은 소비자들은 단순한 브랜드 명성과 이미지에 만족하지 않고, 진정한 품질과 가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와인을 구매하는 행동을 넘어, 소비자가 와인에 부여하는 가치와 경험을 재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생산자들은 독창적인 스토리텔링, 지속 가능성을 강조한 생산 방식, 그리고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교류를 통해 포지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2025년 와인 시장은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변혁의 해가 될 것이다. E&J 갤로(E&J Gallo)의 럭셔리 포트폴리오 책임자인 에두아르 베졸(Edouard Baijo) MW는 2024년에 이어 2025년에도 더욱 공격적인 투자와 혁신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단기적인 대응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비전을 바탕으로 전략을 세운다면 위기가 기회로 바뀌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급변하는 소비자 트렌드, 치열한 시장 경쟁, 그리고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혁신과 소비자와의 깊은 연결을 추구하는 기업만이 새로운 시대의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2025년, 누가 이 변화를 기회로 만들어낼지, 그리고 와인 산업이 어떤 모습으로 새롭게 정의될지 기대하며 지켜볼 일이다.


프로필이미지엄경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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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5.01.20 15:34수정 2025.01.2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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