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8일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와인수입사 ㈜까브드뱅이 주최한 르로이(Leroy) 와인 시음 행사가 개최되었다. 이날 행사에는 르로이 사의 수출담당이사인 질 데스프레(Gilles Desprez) 씨가 참석해 메종 르로이와 도멘 르로이에 대한 설명과 함께 7가지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전통적인 가족 경영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온 르로이 사는 1868년 프랑수아 르로이(Francois Leroy)가 뫼르소(Meursault) 가까이에 있는 부르고뉴의 작은 마을, 오쎄 뒤레스(Auxey-Duresses)에 메종 르로이(Maison Leroy)를 설립하며 그 역사가 시작되었다. 19세기 말 프랑수아의 아들인 조셉 르로이(Joseph Leroy)와 그의 아내 루이즈 커틀리(Louise Curteley)가 사업에 참여해 부르고뉴 지역 포도원에서 최고의 와인을 생산하며 사업을 확장한다. 그리고 1919년에는 조셉 르로이의 아들인 앙리 르로이(Henri Leroy)가 가족 사업에 참여하게 된다. 그는 1942년 친구 자크 샹봉(Jacques Chambon)으로부터 DRC(도멘 드 라 로마네 꽁띠, Domaine de La Romanee Conti) 지분의 절반을 구입하고, 이때부터 르로이와 DRC와의 인연이 시작된다. 당시 DRC는 지금처럼 유명하지 않았고, 여러 가지 사정에 의한 경제적 압박으로 포도원의 지분을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1955년부터는 앙리 르로이의 딸인 랄루 비즈 르로이(Lalou Bize Leroy)가 본격적으로 와인 사업에 참여한다. 그녀는 최고의 부르고뉴 컬렉션을 위해 고품질 와인을 구입했고, 그 컬렉션은 지금까지도 이어져오고 있다. 로버트 파커는 “랄루 비즈 르로이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똑같이 흉내낼 수 없는 샤르도네(Chardonnay)와 피노 누아(Pinot Noir)를 생산해 낸다.”라고 평했고, “오늘날 르로이는 부르고뉴 지역에서 가장 위대한 에스테이트이다. 논란의 여지가 없는 장기 숙성 능력과 강렬함을 지닌 와인을 만들어 낸다.”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랄루 비즈 르로이 여사는 세계 와인 산업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여성으로, 로버트 파커는 그녀를 남성 우월적인 프랑스 와인계에서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낸 여성 중 한 사람으로 꼽았다. 그녀는 ‘태어난 지 15분만에 입술에 와인을 댔다.’, ‘3살 때부터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천재적인 미각과 테이스팅 능력을 지닌 것으로도 유명하다. 17살이 되던 때부터 와인 사업에 관여하며 뛰어난 능력과 엄격한 품질 관리로 훌륭한 와인을 세상에 내놓았으며, 1974년에는 DRC의 공동 경영자로 취임했다. 그러나 그녀는 메종 르로이의 와인 품질에 만족하지 못해 메종 르로이 지분의 1/3을 일본 유통회사인 타카시마야 사에 매도하고, 자가 소유의 포도원에서 재배된 포도만을 사용해 양조하는 도멘 르로이(Domaine Leroy)를 설립한다. 와이너리 설립을 위해 도멘 샤를 노엘라(Domaine Charles Noellat)와 도멘 필립 레미(Domaine Philippe Remy)로부터 포도밭을 매입하고, 루아르 지방의 바이오다이내믹(Biodynamic) 농법의 명수로 알려진 니콜라 졸리(Nicolas Joly)의 살롱에서 실력을 쌓아, 부르고뉴 지역 최초로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도입했다.
현재 도멘 르로이는 9개의 그랑 크뤼(Grand Cru), 8개의 프르미에 크뤼(Premier Cru), 9개의 마을 단위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다. 도멘 르로이의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은 가지치기를 엄격히 제한하며, 줄기 제거도 하지 않는다. 양조 과정에서도 하루에 두 번 포도 껍질을 아래로 가라앉히는 삐자주(Pigeage) 작업을 사람이 직접 하고 있으며, 발효 과정부터 100% 새 오크통만을 사용한다. 또한, 자연스러운 색상과 와인이 가진 모든 맛과 향을 보여주기 위해 여과 및 청징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있다. 르로이 와인은 엄격한 과정을 거쳐 제한적으로 생산되므로 부르고뉴 지역 평균 와인 생산량의 절반을 밑도는 양만이 생산되고 있다.
르로이 와인의 병입 과정은 와인이 가득 차있는 상태에서 코르크를 막는데, 이때 순간적으로 와인이 흘러 넘치며 병목의 캡슐과 자연스럽게 밀착되어 산소 침입을 최소한으로 막는다. 이로 인해 적정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는 공간에서 숙성을 거치면서 병목 주변에는 자연스럽게 곰팡이가 생겨난다. 이러한 이유들로 르로이 와인은 색이 불투명하고, 병목 주변에 곰팡이가 슬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들은 절대 와인이 변질되거나 상하여 생긴 현상이 아니라 르로이만의 양조 철학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한다.
이날 행사에서 시음한 와인들은 다음과 같다.
메종 르로이, 뫼르소 프르미에 크뤼 ‘레 페리에르(Maison Leroy, Meursault 1er Cru ‘Les Perrieres’) 2003
볏짚 색을 띠고, 풍부한 과실 향과 효모, 그리고 견과류의 향이 물씬 느껴지는 이 와인은 뿔리니 몽라쉐(Puligny-Montrachet)와 인접한 지역에서 생산된다. 레 페리에르 포도밭은 경사지의 상단 부분에 위치하고 있다. 2003년 빈티지는 최근 50년 중 가장 더웠던 해로 평가받고 있는데, 2002년과 비교하면 좀 더 숙성된 잠재력을 가졌고, 2004년과 비교하면 보다 가볍고 섬세하다. 우아하고 풍부한 힘과 미감을 지닌 와인이다.
메종 르로이, 부르고뉴 루즈(Maison Leroy, Bourgogne Rouge) 2009
밝은 루비색의 이 와인에서는 붉은 과실의 아로마와 버섯, 흙내음이 느껴진다. 부르고뉴 루즈 AOC 이지만 이 와인은 빌라주 급 마을에서 사들인 포도만으로 생산되었다. 참고로 도멘 르로이의 부르고뉴 루즈 2004년 빈티지는 최상급 포도밭에서 수확된 피노 누아만을 사용해 만들어진 특별한 와인이다.
메종 르로이, 샹볼 뮈지니 ‘레 푸셀로트’(Maison Leroy, Chambolle Musigny ‘Les Feusselottes) 2002
잘 익은 붉은 루비색을 띠고, 보라빛 꽃 향기와 붉은 베리류의 과실 향이 은은하게 느껴진다. 제브리 샹베르땡(Gevrey Chambertin)과 비교하면 샹볼 뮈지니답게 부드러운 맛과 실키한 타닌을 보여준다. 레 푸셀로트 포도밭은 뮈지니 그랑 크뤼(Musigny Grand Cru) 밭과 인접해 있어, 좀 더 섬세한 와인들이 만들어진다.
메종 르로이, 뉘 생 조르쥐(Maison Leroy, Nuits St. Georges) 2002
짙은 루비색을 가진 이 와인은 체리와 자두 향, 그리고 후반부에 민트와 감초 향이 기분 좋게 살짝 느껴진다. 10년 이상 숙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신선한 맛과 향을 지녔다. 타닌은 상당히 부드럽고 입안 가득히 느껴지는 풍미가 오랜 여운으로 남는 와인이다.
메종 르로이, 뽀마르 프르미에 크뤼(Maison Leroy, Pommard 1er Cru) 2002
잘 익은 붉은 루비색을 띠고, 무르익은 딸기와 체리 향이 느껴지며, 흙내음과 허브 등의 향신료 향도 복합적으로 느껴지는 와인이다. 입안에서 감칠 맛과 함께 오랫동안 지속되는 과실 풍미의 여운이 잘 살아있다.
도멘 르로이, 본 로마네 ‘레 제네브리에르’(Domaine Leroy, Vosne Romanee ‘Les Genevrieres’) 2007
진한 루비색을 가진 이 와인은 스모키한 흙내음과 자두, 체리와 같은 잘 익은 붉은 과실 향, 향신료, 꽃 향기가 복합적으로 잘 어우러진다. 미네랄과 민트의 스파이시한 느낌도 조화롭게 느껴지며, 입안 가득 퍼지는 복합적인 맛과 향이 미감을 자극한다. 탄탄하고 정교하지만 과하지 않는 타닌과 뛰어난 밸런스의 와인이다. 특히 2007년 빈티지는 상당히 잘 만들어졌다.
도멘 르로이, 뉘 생 조르쥐 ‘오 잘로’(Domaine Leroy, Nuits St. Georges ‘Aux Allots’) 2007
깊은 레드 컬러에, 블랙체리, 꽃 향, 감초, 흙내음과 함께 살짝 느껴지는 시가와 초콜릿 향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어린 빈티지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마셔도 좋을 만큼 상당히 깊고 복합적인 맛과 향을 가졌다. 도멘 르로이의 빌라주 급 와인들은 프르미에 크뤼나 그랑 크뤼의 최고급 와인들과 똑같은 오크통과 양조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다른 한가지는 토양의 차이뿐이다. 그만큼 와인 하나하나에 똑같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현재 르로이 와인들은 수입사 ㈜까브드뱅을 통해 국내에 정식 유통되고 있으며, 여러 유통경로를 거치지 않고 주문과 동시에 르로이 사의 셀러로부터 바로 국내로 운반되어 최상의 보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자료제공: 자료제공_까브드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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