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다이닝

이탈리아 와인 갈라디너, 다양성의 매력에 빠지다

“자연에는 생물의 다양성이 요구되듯이, 인류에게는 교류와 혁신과 창조성의 원천으로서 문화의 다양성이 요구된다.” - 유네스코 세계 문화 다양성 선언 中

 

생태계에서도, 문화계에서도 다양성이 중요하듯이 와인의 매력을 말할 때도 다양성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금도 많은 양조가들이 세계 여러 지역에서 수많은 포도 품종으로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을 양조하고 있다. 와인 초보자들에게는 이런 다양성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매력에 빠져들어 와인 애호가가 된 이들도 적지 않다.


와인의 다양성을 이야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국가가 바로 이탈리아다. 남북으로 길쭉한 반도국인 이탈리아는 북부 산악지대인 피에몬테(Piemonte)부터 남부 해안지대 풀리아(Puglia)까지, 국토 전체에 걸쳐 다양한 기후와 토질에서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 또 넓은 재배 지역만큼이나 많은 품종을 선보이고 있는데, 토착 품종만도 350개 이상이고,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샤도네이 같은 국제 품종까지 재배하므로 이탈리아는 포도 품종의 전시장으로 불리고 있다. 또한 지역별로 강한 전통이 각기 특화된 양조 방식에 영향을 주었고, 현대 소비자들의 취향에 부합하고자 하는 노력이 더해지면서 현재 이탈리아 와인의 다양성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지난 5월 21일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 다양성의 날, 5월22일은 유엔 생물 다양성의 날이었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5월 23일에는 이탈리아 와인의 다양성을 즐길 수 있는 디너가 개최되었다. 에노테카 코리아에서 주최하고 JW 메리어트 호텔 이탈리안 레스토랑 올리보에서 열린 이번 디너는 뜨라또리아 스타일의 가정식 요리와 6종의 이탈리아 와인이 마리아주를 선보였다. 그 인상적인 만남에 대해 소개한다.

 

알레그리니, 코르테 지아라 소아베 2012와 말린 숭어알을 곁들이 관자와 훈제연어
(Allegrini, Corte Giara Soave 2012 & Smoked Salmon with Scallop)

소아베(Soave)는 이탈리아 북동부 베로나(Verona)의 동쪽에 위치한 마을 이름이며 전통적으로 이 지역에서는 토착 품종 가르가네가를 중심으로 한 화이트 와인이 생산되고 있다. 알레그리니 코르테 지아라 소아베는 감귤류와 사과의 향이 부드럽게 올라오며, 라운드하고 부드러운 산미와 뒤에 남는 당도의 밸런스가 훌륭하다. 피니쉬로 이어지는 미네랄의 풍미가 제법 강건하게 느껴지며 상쾌함을 남긴다. 소아베의 또 다른 뜻은 클래식 음악 용어로 ‘사랑스럽게, 부드럽게’라고 하는데, 이 와인의 이미지가 딱 그런 느낌이었다. 오렌지 바질 비네거 소스가 훈제연어의 무거움을 살짝 덜어주며 와인과의 볼륨을 맞췄고, 부드러운 식감의 관자는 그 자체로도 잘 어울렸다.

 

아템스 피노 그리지오 쿠프라 라마토 2011과 피렌체풍의 전통 양파 스프
(Attems, Cupra Ramato 2011 & Carabaccia Onion Soup)


이탈리아 북동부 베니스의 전통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아템스 피노 그리지오 쿠르라 라마토는 포도껍질과 12시간 침용추출을 하는 과정에서 구릿빛을 뜻하는 라마토(Ramato)의 독특한 색감이 만들어진다. 청량감을 특징으로 하는 피노 그리지오의 풍미와는 조금 다른 느낌인데, 첫 향에서 신선한 딸기와 레몬류의 풍미를 보여준 뒤 우아한 산미로 산뜻하게 마무리된다. 반대로 양파스프는 초반에 산미가, 그리고 후반에는 캐러멜과 같은 당도가 이어지는데, 그 덕분에 산미와 당도의 균형이 기분 좋은 조화를 이뤘다.

 

예르만, 샤도네이 2011과 샤프란 향의 도미찜
(Jermann, Chardonnay 2011 과 Saffron Marinated Sea Bream)


예르만은 이탈리아 북동부 프리울리(Friuli) 지역의 화이트 와인 생산자로, 샤도네이와 같은 국제 품종과 현대적인 양조 방식을 도입하는 데 있어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예르만 샤도네이는 구조감이 좋은 산미와 토스티한 오크 터치, 섬세한 미네랄 풍미가 어우러져 이목구비가 뚜렷한 석고상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샤프란으로 마리네이드한 도미는 함께 서빙된 야채 스튜에 적셔 먹으니 섬세한 미감이 살아났고, 특히 도미의 구워진 껍질은 와인의 토스티한 향과 어우러져 고소한 풍미를 즐길 수 있었다.

 

가야, 프로미스 2010 와 로즈소스로 맛을 낸 딸리아뗄레
(Gaja, Promis 2010 & Tagliatelle Cremosa)


갸야 와이너리의 안젤로 가야(Angelo Gaja)는 현대 이탈리아 와인의 선구자라 할 수 있다. 포도원의 생산량 제한과 소형 오크통의 사용, 국제 품종 카베르네 소비뇽의 도입, DOCG 규정에 얽매이지 않는 블렌딩 등 많은 혁신의 중심에는 그가 있었다. 이탈리아 와인의 위상을 프랑스 최정상 와인들과 동등하게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 받는 안젤로 가야가 토스카나 지역에서 만드는 와인이 바로 가야 프로미스이다. 가야 프로미스는 국제품종 메를로와 쉬라를 중심으로 하며 이탈리아 토착 품종인 산지오베제는 10%만 블렌딩에 활용하고 있다. 초반에 자두와 같은 부드러운 과실 풍미가 메를로를 연상시키며, 중반의 스파이시한 향은 쉬라를, 산뜻한 산미의 피니쉬는 산지오베제를 연상시킨다. 크림소스가 어울릴 것 같은 메를로와 쉬라, 토마토소스가 어울릴 것 같은 산지오베제가 만난 와인인 만큼, 로즈소스의 등장이 흥미로웠으며 실제로도 와인과 파스타 소스는 잘 어울렸다.

 

카스텔로 디 아마, 키안티 클라시코 2007과 알레그리니 팔라쪼 델라 또레 2009,

한우 안심스테이크와 바닷가재 구이
(Castello di Ama, Chianti Classico 2007 & Allegrini, Palazzo della Torre 2009 &

Grilled Hanwoo Beef Tenderloin and Half Lobster tail)


앞서 맛본 가야 프로미스가 현대적 스타일의 토스카나 와인이라면, 카스텔로 디 아마 키안티 클라시코는 토스카나에서도 전통적인 스타일의 와인이다. 카스텔로 디 아마를 이끌고 있는 마르코 팔랜티(Marco Pallanti)도 이탈리아 최고의 와인 메이커로 꼽히는 이로, 이 와인은 키안티 클라시코 고유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잘 익은 자두의 향과 산지오베제의 산미가 어우러진 풍미가 지속성을 갖고 길게 이어진다. 후미의 단맛과 부드러운 오크 터치가 복합적인 피니쉬를 선사하며, 전체적으로 유연한 질감을 가지고 있는 와인이다.


알레그리니 팔라쪼 델라 또레는 이탈리아 특유의 와인 양조법인 리파소(Ripasso) 방식으로 만든 와인이다. 리파소란 이탈리아 프리미엄 와인 중 하나인 아마로네를 만들고 건조시킨 포도에서 얻은 포도즙을 다시 발효시키는 양조 방식이다. 농익은 체리와 베리류의 풍미가 진하게 느껴지며, 초콜릿 향이 감돈다. 맛에서는 산미와 당도의 긴장감이 느껴지며 묵직한 느낌의 풀바디 와인이다.


풍성한 플레이트 덕분에 다양한 조합을 시도하며 와인과의 페어링을 즐길 수 있었는데, 카스텔로 디 아마 키안티 클라시코의 경우, 스테이크에 토마토와 곁들여 먹었을 때 가장 좋은 조합을 보여주었다. 또 알레그리니 팔라쪼 델라 또레는 스테이크에 포치니 소스를 듬뿍 찍어 먹었을 때 깊은 풍미는 살려주고 산미와 당도의 긴장감을 덜어주면서 편안한 느낌을 전해주었다. 그리고 디너의 마지막에는 부드럽고 약간 단 풍미를 지닌 마스카포네 치즈 파르페(Mascarpone cheese parfait)가 등장해 기분 좋게 마무리해주었다.

 

이번 이탈리아 와인 갈라 디너는 완전히 스타일이 다른 6종의 이탈리아 와인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도록 한 에노테카 코리아의 세심한 준비가 돋보였으며, 레스토랑 올리보의 푸짐한 요리들은 와인과의 즐거운 마리아주를 선사했다. 앞으로도 이렇게 다양성의 매력을 나눌 수 있는 행사가 자주 개최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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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13.06.10 14:51수정 2014.10.25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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