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케의 표시는 알 수가 없다. 그것이 필자가 일본에서 생활하는 동안 느겼던 인상이었다. 아버지가 설날이면 평소 즐겨 드시던 “2급”주 대신에 품질이 좋은 “특급”으로 어머니께 사오라던 말씀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그런데 사케를 직접 골라 마시는 나이가 되었을 때는 “특급”이라는 사케는 사라져 있었고, 품질 높은 사케의 대명사로 “다이긴죠”가 이를 대신 하고 있었다. 물론 “다이긴죠”만 먹을 경제적인 여유도 없어 “긴죠”라는 용어가 들어 있는 것을 찾았는데 “긴죠” “특별 긴죠” “준마이 긴죠” “긴죠 타입” 등 외로 많은 표시들이 있었다. 그리고 “긴죠”가 아닌데도 맛있는 사케도 많았다.
특정명칭주와 보통주
사케의 표시는 주세법과 주류업조합법 등을 근거로 한 용어를 기본으로, 원료나 제조에 관한 사항, 또한 제조 업계에서 사용하는 전문용어 등이 복잡하게 얽혀져 라벨에 표시되어 있다. 그것이 소비자의 혼란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고 있는 반면, 라벨을 잘 읽으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어떤 술인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기도 한다.
사케는 “주세의 보전 및 주류업조합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특정명칭주(特定名称酒)” 와 “후츠우슈(普通酒)”로 분류된다. 특정명칭주란 품질보다 세금에 의한 성격이 진한 기존의 “특급, 1급, 2급”표시를 없에고 이들의 대체로 1992년4월1일부터 적용된 제도이며, 원료, 제조법, 정미율 등에 의해 8가지로 분류된다. 특정명칭주는 먼저 사용되는 원료에 의해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쌀과 쌀누룩만을 사용한 “준마이슈(純米酒)타입”과 쌀, 누룩쌀에 양조 알코올을 첨가한 “혼죠조슈(本醸造酒)타입”이다. 게다가 각 타입에서 정비율에 의해 분류가 된다. “준마이슈타입”은 정미율에 규정이 없는 “준마이슈(純米酒)”, 정미율 60%이하인 “토쿠베츠준마이슈(特別純米酒)”와 “준마이긴죠슈(純米吟醸酒)”, 50%이하인 “준마이다이긴죠(純米大吟醸)”로 분류된다. “혼죠조슈(本醸造酒)타입”도 마찬가지로 정미율 70%이하인 “혼죠조슈(本醸造酒)”, 60% 이하인 “토쿠베츠혼죠조슈(特別本醸造酒)”와 “긴죠슈(吟醸酒)” 50% 이하인 “다이긴죠슈(大吟醸酒)”로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정미를 할수록 사케의 성질이 깔끔해지고 생산단가도 많이 들기 때문에 좋은 술이라고 판단할 한 요소가 될 수 있지만, 사케의 품질을 좌우하는 요소는 정미율 뿐만 아니라 원료인 쌀이나 효모의 종류, 발효과정의 관리 등 양조기술에 의한 부분도 크며 또한 생산자마다 추구하는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다이긴죠”가 최고라고는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준마이긴죠슈”와 “토쿠베츠(특별을 뜻함)준마이슈”, 그리고 “긴죠슈”와 “토쿠베츠 혼죠조슈”가 각각 같은 조건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여기서 “특별”이 의미하는 차이는 어떤 것인가. 기본적으로는 긴죠향이라고 하는 화려한 향기성분을 특징으로 해서 만든 것에 “준마이긴죠슈” 또는 “긴죠슈”표시를 할 경우가 많다. 그보다 더욱 깔끔한 맛을 추구해 만든 것을 “토쿠베츠”명칭으로 표시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한 가지 경우는 어떤 생산자가 자사 제품들을 서로 비교해서 나는 차이로 “특별”명칭으로 표시할 경우이다. 예를 들어 정미율 70%의 준마이슈에 비해 좀 더 정미를 실시한 제품을 “토쿠베츠준마이슈”로 표시하거나, 같은 정미율 70%인데 원료를 야마다니시키 같은 고급 주조호적미를 사용했다고 “토쿠베츠”표시를 사용하는 것이다.
후츠우슈(普通酒)란 특정명칭의 규정으로부터 벗어난 것을 가리키는 총칭이다. 양조 알코올을 규정량 이상 사용하거나, 감미료, 산미료, 아미노산 같은 첨가물을 사용한 것, 또는 누룩쌀의 사용비율이 15%이하인 것도 후츠우슈로 취급된다. 후츠우슈는 현재 사케 전체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점차 줄여 들고 있고 준마이슈의 생산이 늘고 있다.
라벨에 쓰이는 의무사항과 임의사항

라벨에 반드시 써야 하는 의무사항으로는 원재료(특정명칭을 기입한 경우는 정미율도 같이 기재함), 제조일, 열처리 하지 않은 제품은 보존방법, 원산지, 제조자 이름, 제조장 주소, 용량, “청주”라는 표시, 알코올 도수 등이 있다. 특정명칭은 라벨에 기입해야 되는 의무사항이 아니고 임의사항이지만 특정명칭을 위한 조건을 채운 제품은 사케의 이름과 같이 기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외의 임의 기재사항에는 다음과 같은 항목들이 있다.
저장년수 : 1년 이상 저장한 제품에 1년 단위로 연수를 표시할 수 있다.
원주(原酒) : 물을 더해서 알코올 도수를 조정하지 않은 제품에 표시할 수 있다.
나마자케(生酒) : 열처리를 일체 하지 않은 제품에 표시할 수 있다.
나마초죠슈(生貯蔵酒) : 열처리를 하지 않고 저장하고 출하할 때 열처리한 제품에 표시할 수 있다.
기이뽄(生一本) : 단일의 제조장에서만 제조한 준마이슈에 대해 표시할 수 있다.
다루자케(樽酒) : 목재통으로 숙성 시켜 나무향을 가지고 있는 제품에 표시할 수 있다.
라벨을 보면 사케의 맛을 알 수 있을까?
와인과 마찬가지로, 사케도 라벨에 표시된 내용만으로 맛을 완벽하게 아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산지, 원료, 특징명칭 등으로 어느 정도의 예측이 가능할 것이다. 또 뒷면 라벨을 보면 맛에 관한 힌트가 표시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일본주도(日本酒度)는 물의 비중을 “0”로 한 사케의 비중을 나타낸 수치이며 사케의 단맛, 쓴맛을 표현하는 기준이 된다. 비중이 가벼워 0보다 플러스 방향으로 수치가 커질 수록 쌉쌀한(드라이한) 맛, 비중이 무거워 0보다 마이너스 방향으로 커질 수록 단맛을 나타낸다. 산도(酸度)는 사케에 포함되어 있는 호박산, 젖산, 사과산 등 산의 총량을 나타내며, 일반적으로 산도가 높으면 농후하고 쌉쌀한 맛이 나고 반대로 산도가 낮으면 깔끔하며 단맛이 나는 경우가 많다. 아미노산도(アミノ酸度)는 사케에 포함되어 있는 아미노산의 양을 표시한 수치이다. 아미노산은 사케의 맛을 구성하는 중요한 성분으로, 일반적으로 아미노산이 많을수록 감질 맛이 난다. 단, 필요 이상의 아미노산이 들어 있을 경우에는 잡미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런 수치들 외 뒷면 라벨을 보면 잘 어울리는 음식이나 적절한 음용 온도가 표시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정성껏 만든 사케를 맛있게 먹어 달라는 생산자의 마음이 담아져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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