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지속되고 있다. 한 풀 꺾였다고는 하지만 8월 하순으로 치닫고 있는 지금도 한낮의 온도계는 섭씨 30도 밑으로 떨어질 줄을 모른다. 아열대 기후라도 된 듯 앉아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여름, 성인이라면 시원하고 깔끔한 맥주 한잔이 간절해진다. 물방울 맺힌 투명한 유리잔에 맥주를 가득 따라서 쭉 들이켜면 ‘캬~’ 하는 소리와 함께 시원한 느낌이 온몸에 퍼진다.
여름용 맥주로 사랑 받는 것은 역시 라거 비어(lager beer)다. 하면 발효 효모((bottom fermenting yeast)를 사용하여 섭씨 10도 전후에서 양조한 뒤 1~2도의 저온에서 장기간 저장하는 라거 비어는 개운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보통 6~12도 정도로 차갑게 마시는데, 여름이라면 당연히 낮은 쪽 온도로 마시는 것이 선호된다. 이에 반해 상면 발효 효모(top fermenting yeast)를 사용하여 상온에 가까운 온도에서 양조하는 에일(ale)은 라거 비어에 비해 풍부한 맛과 씁쓰름한 풍미를 지닌다. 라거 비어보다 3~4도 정도 높은 온도에서 마셔야 섬세한 향과 풍미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기본적인 특징만 보아도 여름에 라거 비어가 선호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시원하고 깔끔한 라거 비어의 특징을 겸비한 에일이 있다. 바로 독일 쾰른(Köln) 지역의 맥주 쾰쉬(Kölsch)다. 향긋하고 섬세한 에일의 아로마와 복합적인 풍미 또한 잘 드러나는 것은 물론이다. 에일인 쾰쉬가 라거 비어의 특징을 가지는 이유는 상면 발효한 후 라거 비어와 같이 낮은 온도에서 2~4주간 후발효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깔끔하고 부드러운 풍미와 맑고 투명한 황금빛을 지닌 쾰쉬가 탄생한다.
일단 쾰쉬 맥주는 따르는 잔부터가 독특하다. 슈탕에(stange)라고 불리는 전용잔을 사용하는데 단어의 의미대로 원통형의 막대처럼 생겼다. 일반적으로 맥주를 마실 때 사용하는 500ml나 330ml 잔과는 달리 200ml 용량으로 적정 온도의 쾰쉬를 신선하게 마실 수 있는 크기다. 이 날렵한 잔에서 맑게 빛나는 황금색 쾰쉬를 보면 세련되고 도회적인 인상을 받는데, 건배를 즐기는 한국의 음주 문화와도 잘 어울릴 것으로 생각된다.
쾰쉬의 특별함은 ‘원산지 보호’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쾰른은 9세기부터 이미 맥주 양조의 전통을 가지고 있었고 1918년에 이미 ‘쾰쉬’라는 용어가 공식적으로 사용되었다. 1960년대에 이르러 현재의 쾰쉬 스타일이 정립되었으며 이윽고 1986년 쾰쉬 협정으로 ‘쾰쉬’의 명확한 정의가 내려져 EU로부터 ‘원산지 통제 명칭’을 인정받는다. 쾰쉬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규정을 지켜야 한다. 첫째, 반드시 쾰른과 그 주변 양조장에서 상면 발표로 생산되어야 하며(쾰른 대성당이 보이는 곳!), 둘째로 맥아(원맥즙)의 비중이 맥주의 11-14%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호프의 약간 떫은 맛과 함께 숙성과 여과를 통해 빛나는 연한 색을 지녀야 한다. 독일 맥주의 전통인 ‘맥주 순수령’을 따르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국내 수입 중인 '가펠 쾰쉬'와 '프뤼 쾰쉬'
최근 한국에 이 특별한 맥주가 수입되고 있다. 날아오르다(대표 박형석,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fruhkorea)에서 들여오는 프뤼(Früh)와 ㈜도아인터내쇼날(대표 이동석, www.facebook.com/gaffelkorea)의 가펠(Gaffel)이 바로 그것. 이 둘은 모두 업무 차 현지를 방문하다가 그 맛에 반해 수입하게 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좋아서 수입하게 된 만큼 맛과 품질에는 자신이 있다는 반증일 게다. 실제로 프뤼 쾰쉬를 시음해 보니 그 개성이 놀라웠다. 연한 황금빛 맥주 위에 부드럽게 토핑되는 기포. 우아하게 퍼지는 향긋한 엘더플라워와 과일 아로마. 달콤한 꿀 뉘앙스와 부드러운 목넘김까지. 과하지 않은 드라이함과 가벼운 홉 향, 우아하고 깔끔한 뒷맛이 매력적인 맥주였다. 가볍고 산뜻하며 알코올이 도드라지지 않기 때문에 남녀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스타일이다. 적정 음용온도는 섭씨 8~9도 정도로 일반적인 에일보다는 조금 낮은 편. 더운 여름이라면 조금 더 낮은 온도에서 마시는 것도 좋다.
현재까지는 쉽게 만나기 어려운 맥주이기 때문에 판매처를 간단히 소개한다. 앞으로 더 다양한 곳에서 쾰쉬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프뤼 쾰쉬를 만날 수 있는 곳: 신세계백화점(본점, 강남점, 죽전점 등), 맥주마트(수도권) 등
*가펠 쾰쉬를 만날 수 있는 곳: 신세계백화점(본점, 강남점, 도곡SSG, 경기점 등), 갤러리아백화점(본점, 수원점, 천안점, 대전점 등), 현대백화점(목동점) 등
자료제공: 사진제공_날아오르다, (주)도아인터내쇼날Copyrights © 와인21닷컴 & 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