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1일, 도멘 드 바로나크(Domaine de Baron'Arques)의 프레스&소믈리에 컨퍼런스가 개최되었다. 도멘 드 바로나크는 1998년 바롱 필립 로칠드 그룹의 최고 경영자인 바로네즈 로칠드의 두 아들이 랑그독-루시용 지역의 포도원을 인수하며 시작되었다. 미국의 오퍼스 원과 칠레의 알마비바에 이어 또 다른 최고급 와인을 생산하고자 한 그들은 토양을 개량하고 생산시설을 정비해 2003년 리무(Limoux) AOC 와인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바로나크’라는 이름으로 뱅 드 페이(Vin de Pay)급 와인을 생산하였으나 2003년부터는 AOC 등급으로 승격되며 이름도 지금의 도멘 드 바로나크로 바뀌었다. 포도원을 인수한 뒤 기존 포도나무를 대부분 뽑아내고 우수한 포도를 새롭게 식재하여 현재 총 42헥타르의 포도밭에서 와인이 생산되고 있다.
도멘 드 바로나크가 위치한 리무 지역은 스페인과의 국경 지역으로 지중해성 기후와 대서양성 기후가 혼재되어 있으며 피레네 산맥의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복합적인 특성으로 메를로, 까베르네 소비뇽, 까베르네 프랑, 그르나슈, 말벡, 쉬라, 샤르도네 등 다양한 품종이 재배된다. 특히 도멘 드 바로나크의 포도밭은 해발 250~300미터로 리무 지역에서 가장 고도가 높고 서늘한 지역에 위치해 풍부함과 섬세함을 동시에 지닌 와인이 생산된다. 주된 토양성분은 진흙과 석회질이 섞였으며 일부는 자갈토양이다. 포도수확은 샤토 무똥과 동일한 방식인 12킬로 단위 바구니에 100% 손 수확으로 이루어진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도멘 드 바로나크와 세컨드 와인인 라 카피텔(La Capitelle)을 버티컬 테이스팅 했으며 화이트 와인인 르 샤르도네 도멘 드 바로나크(Le Chardonnay Domaine de Baron'Arques)를 테이스팅 했다. 그리고 바롱 필립 로칠드에서 생산하는 포이악의 그랑크뤼 클라세 5등급 와인 샤토 클렉 밀롱(Chateau Clerc Milon)과 샤토 달마이악(Chateau d'Armailhac)도 함께 시음했다. 아래에 시음 와인들을 소개한다.

르 샤르도네 도멘 드 바로나크 2012 (Le Chardonnay de Baron’Arques 2012)
샤르도네 100%로 양조한 와인. 리무 지역은 원래 샤르도네가 훌륭한데 이 와인 또한 매우 뛰어난 품질의 와인이다. 반짝이는 옅은 레몬 컬러로 잘 익은 감귤과 멜론, 바나나 등의 과실 향이 느껴졌고 오크 숙성(50% 프렌치 뉴 오크)에 의한 코코넛, 구운 빵 등의 향과 미네랄이 조화를 이룬다. 잘 만들어진 그라브 화이트의 느낌에 남부 지역의 과실 풍미가 더해졌으며 높은 산도가 인상적이다. 도멘 드 바로나크에서는 앞으로 샤르도네의 생산 비중을 높일 계획이라고 한다.
라 카피텔 뒤 도멘 드 바로나크 2008 (La Capitelle du Domaine de Baron'Arques 2008)
‘카피텔’은 포도원 노동자들이 사용하던 헛간을 뜻한다. 짙은 루비 컬러의 와인으로 신선하고 강한 과실 향이 직선적이다. 여기에 민트와 페퍼, 채소류의 향이 더해지며 약간의 가죽 향도 느낄 수 있다. 53% 메를로, 19% 말벡, 18% 쉬라, 10% 그르나슈.
라 카피텔 뒤 도멘 드 바로나크 2010 (La Capitelle du Domaine de Baron'Arques 2010)
짙은 루비컬러의 풀 바디 와인으로 농축미가 높은 과실 향, 특히 말린 자두를 연상시키는 향이 인상적이며 코코아와 블루베리, 페퍼와 채소류의 향도 느껴진다. 아직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한 와인이다. 61% 메를로, 13% 까베르네 소비뇽, 6% 까베르네 프랑, 12% 쉬라, 8% 말벡.
도멘 드 바로나크 2006 (Domaine de Baron’Arque 2006)
와인 스펙테이터 87점 와인. 루비 컬러의 외관에서도 숙성의 흔적을 약간 느낄 수 있다. 향에서도 숙성에 의한 간장 향과 연필심, 민트와 채소류의 향이 느껴진다. 질감 자체는 많이 부드러워졌지만 아직 매우 드라이한 타닌이 강하게 느껴진다. 피니쉬에서 좋지 않은 쓴맛이 느껴지며 전체적인 볼륨감이 없는 느낌으로 다른 바로나크의 와인들에 비해 과실 향이 떨어지는 편이다. 56% 메를로, 19% 까베르네 프랑, 5% 까베르네 소비뇽, 15% 쉬라, 5% 말벡 / 25% 뉴 프렌치 오크+75% 1~3년 된 오크 배럴 숙성.
도멘 드 바로나크 2007 (Domaine de Baron’Arque 2007)
와인 스펙테이터 90점 와인. 2010년 빈티지와 더불어 이번 행사의 베스트 와인이라고 생각된다. 짙은 루비 컬러로 전체적인 향과 맛이 와인에 매우 잘 녹아들었다. 과실 향이 풍부하며 예쁘게 입혀진 오크의 향과 연필심, 다크 체리를 연상시키는 화려하면서도 섬세한 과실 향이 인상적이고 피니쉬 또한 매우 길다. 57% 메를로, 18% 까베르네 프랑, 4% 까베르네 소비뇽, 10% 쉬라, 9% 말벡, 1% 그르나슈 / 뉴 프렌치 오크+75% 1~3년 된 오크 배럴 숙성.
도멘 드 바로나크 2008 (Domaine de Baron’Arque 2008)
2012 디캔터 월드 와인 어워즈 브론즈, 2011 IWSC 브론즈 수상 와인. 짙은 루비 컬러의 와인으로 특별히 모나거나 모자란 요소가 없는 조화가 느껴져 시음 와인들 중 딱 평균 점수를 주고 싶다. 초콜릿 향이 많이 느껴지며 구운 빵 향이 난다. 질감이 부드럽고 과실 향이 풍부하다. 57% 메를로, 18% 까베르네 프랑, 4% 까베르네 소비뇽, 12% 쉬라, 9% 말벡 / 뉴 프렌치 오크+75% 1~3년 된 오크 배럴 숙성.
도멘 드 바로나크 2009 (Domaine de Baron’Arque 2009)
와인 스펙테이터 88점, 2012-2013 디캔터 월드 와인 어워즈 브론즈 수상. 짙은 루비 컬러이며 매우 파워풀한 풀 바디 와인이다. 시음 적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며 질감은 아주 부드럽고 집중도 높은 과실풍미가 입안을 가득 메운다. 타닌 또한 둥글고 부드럽다. 좋은 와인임에는 분명하지만 숙성을 통한 발전이나 그 이상의 느낌을 기대할만한 임팩트는 부족한 편이다. 61% 메를로, 13% 까베르네 소비뇽, 6% 까베르네 프랑, 12% 쉬라, 8% 말벡 / 뉴 프렌치 오크+75% 1~3년 된 오크 배럴 숙성.
도멘 드 바로나크 2010 (Domaine de Baron’Arque 2010)
젠시스 로빈슨 16/20점. 이번 행사의 최고 와인이자 앞으로 발전가능성도 기대되는 와인이다. 2009년과 마찬가지로 훌륭한 빈티지이지만 이 와인에는 2009년 빈티지에는 없는 스파이시함과 섬세한 산도가 더해졌다. 과실의 풍미와 집중도는 2009년과 같이 훌륭하며 풀 바디에 질감 또한 매우 부드럽고 둥글다. 피니쉬도 아주 길어서 아직은 어리지만 숙성을 거친다면 2007년 빈티지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품질을 보여줄 것으로 생각된다. 51% 메를로, 23% 까베르네 프랑, 6% 까베르네 소비뇽, 14% 쉬라, 6% 말벡 / 뉴 프렌치 오크+75% 1~3년 된 오크 배럴 숙성.
샤토 클렉 밀롱 2008 (Chateau Clerc Milon 2008) & 샤토 달마이약 2008 (Chateau d'Armailhac 2008)
샤토 클렉 밀롱 2008은 와인 스펙테이터 90점, 샤토 달마이약 2008은 89점. 보르도의 메독 지구 포이악에 위치하고 있는 샤토로서 둘 다 그랑크뤼 클라세 5등급에 해당한다. 바롱 필립 로칠드에서 운영하며 두 샤토의 거리가 매우 가깝지만 와인 스타일은 아주 달라 재미있는 테이스팅이 되었다. 클렉 밀롱이 비교적 화려하고 스파이시하다면 달마이약은 보다 음성적이고 중후한 신사 같은 와인으로 시가박스 향이 특징적이다. 두 와인은 전문가 평점도 거의 비슷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달마이악 스타일의 와인이 더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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