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컬트와인

(이 글은 어휘에 대해 주관적인 의미 해석이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나는 며칠 전 모 일간지를 보다가 기사 제목에서 “컬트와인”이라는 단어를 만났다. 그런데 내용을 보니  무엇인가 좀 이상하였다. 주변의 와인 애호가들이나 전문가들도 조금은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 이유를 몇 가지 밝히자면, 첫째, 핑구스의 와인은 컬트라고 말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 그리고 고급 와인의 가격을 수 십 만원에서 수 백 만원대로 정의했다는 것, 다음으로는 “저렴한 가격의 고품질 컬트와인”이라는 단어가 많은 이들의 이견을 만들어 냈다. “과연 컬트가 저렴하였단 말이던가”하는 전문가 그리고 애호가들의 의구심 섞인 시각은 추천되어 제시된 와인의 상당수가 모두 특정수입사의 와인이라는 것을 확인하고서는 하나의 헤프닝이 아닌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언론은 좀 더 신중해야 하는 것이, 와인 전문가나 와인 경험이 매우 많은 애호가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으나, 대개는 이러한 점을 알아차리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컬트라는 단어를 섣불리 쓴 결과로, 와인에 있어서 컬트와인과 고가 와인을 동일시하는 경향을 대중적으로 전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해당 글을 통해서 컬트는 본디 비싼 와인이며 최근에 저렴한 컬트가 많이 나타났고, 컬트가 와인 대중화를 통해 인기를 끌게 되었다는, 대중이 쉽게 알아차리기 힘든 논리적 문제점을 내포하여 글이 작성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처음 내가 제기한 문제점들 역시 가만히 살펴보면 컬트의 논쟁에서는 조금 빗겨 나간 듯싶어 조금 와인의 이야기 보다는 컬트라는 단어 자체에 대해서 잠시 생각하고 와인으로 다시 돌아올까 한다.
 
우선 해당 기사에서 이야기 하는 “컬트와인”의 정의를 조금 인용할까 한다. “소량의 고품질 와인을 뜻하는 용어.”(고품질 합리적 가격, 컬트와인, 만찬주로 각광) 나는 이 말을 듣고는 컬트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다. 포털의 전자사전에는 명사적 의미로 “추종, 숭배”라 나타난다. 그러나 이런 정의는 나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지 못하기에 한 페이스북 이웃에 그 어원을 물어보았다. 그의 답은 “cult는 culture의 어근으로 '갈다'의 뜻입니다. agriculture는 '땅(agr)을 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농업이라고 번역을 하였지요.”라는 답이 왔다. 이를 토대로 좀 더 깊이 있게 어원학 사전(online etymology dictionary: www.etymonline.com)을 찾아보았다. 그 사전의 정의는 “1610년대에는 숭배, 혹은 숭배의 특정한 물리적 형태를 뜻하는 불어 culte에서 유래, 이는 라틴어 컬투스(cultus)의 ‘돌보다, 노동’, 혹은 ‘추앙, 숭배’의 의미. (... 중략 ...) 어떤 인물이나 사물에 대한 헌신, 몰두의 의미로는 1829년부터 나타남”이렇게 정의되어 있다.
 
이를 토대로 나의 주관을 더해서 컬트를 풀어 쓴다면 다음과 같다. 아주 오래전 농업은 하늘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었으며, 이는 어떤 절대적인 존재에 대한 숭배를 의미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당시 관개 시설을 갖추기가 힘들고 내일의 날씨, 특히 폭풍우나 집중호우, 가뭄과 같은 것은 극복할 수 없는 자연재해였기 때문에 절대적 존재 혹은 자연재해를 견뎌낸 자연물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숭배하는 행위가 보편적이었을 것이다. 가령 대가뭄에도 살아남은 700년 된 마을 입구의 고목 같은 존재들은 대표적인 예시가 될 것이다. 오늘날에도 이러한 것은 살펴볼 수 있는데, 최근 동일본 대지진의 해일에서 살아남은 한 소나무를 사람들이 기념물로 하고자 하는 것도 일종의 숭배 문화에서 온 것일 것이다.(The miracle file: the tree that survived 2011 Japanese ...) 그러나 이런 숭배의 대상은 대개 지역적이고 소수의 사람만이 따를 수밖에 없다. 자연히 이를 따르는 사람들은 지역적이거나 범위가 국한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우리는 왜 나파지역에서 와인에 대해서 컬트라는 단어를 쓰게 되었는지 약간의 단서를 알 수 있다. 나파라는 제한된 지역에서 작은 생산자가 자신의 설명되지 않는 강한 신념 혹은 목적에 따라서 와인을 만들었고, 그 와인이 우연히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게 됨으로써 가격은 자연스럽게 올랐다는 순서를 따르게 된다. 대부분의 성공한 컬트 와인들은 대개 이와 비슷한 시나리오로 성장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과연 이 것을 컬트 와인이라는 기준으로 설명할 것인가 하면 나는 아니라고 본다. 가격이 주가 아니고 얼마나 소수의 추종자들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 컬트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컬트의 근원적 의미는 “추종”이다. 그 “추종”도 보편적 “추종”이 아니라 소수의 “추종”을 전제로 한다. 아주 국한된 이들만 알고, 국한된 이들만 이를 열광적으로 추종하며, 여기에는 비싸든 싸든 경제적 비용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령 시네 퀴어 논(Sine qua non)을 생산하는 맨프레드 크랭클(Manfred Krankl)이 포도 찌꺼기로 증류주를 조금 만들었다고 가정 해 보자. 그리고 이를 무료로 아주 귀한 고객들에게만 나누어주었다고 생각 해 보자.(실제 존재하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렇다면 이 와인은 컬트일까? 나는 컬트라 본다. 왜냐하면 첫째, 시네 퀴어 논의 철저한 추종자들이 있을 것이고, 둘째, 이 증류와인이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극소수일 것이며, 셋째, 돈은 컬트의 요소가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모두를 종합하여 생각해본다면 앞서 언급된 “컬트와인”이라는 것은 좀 더 넓은 의미에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1. 땅이나 기후, 환경, 나아가 와인 양조에 있어서 어떤 숭배에 가까운 깊은 철학적 통찰력을 바탕으로 와인을 만드는 와인 생산자와 그 와인을 통칭하는 것.
 
2. 특정 와인에 대하여 숭배에 가까운 신뢰를 보내는 소수의 개인 혹은 집단. 
 
 
이 두 가지 요소가 성립되어야만 컬트와인이라는 정의가 완성될 것이다. 컬트와인이란 내가 무조건적으로 “내가 만든 것이 컬트와인이요”라고 선언한다고 바로 컬트가 되는 것이 아니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제한된 환경 내에서 상호작용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추종의 종속관계가 성립될 때만 컬트와인이라는 구조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컬트라는 것은 추종자가 나타날 때 까지 기다려야 하며, 그 추종자들이 대중적이고 보편화 되었을 때에는 컬트라는 단어를 떼어내어야 한다. 대신 고품질의 와인, 혹은 고급와인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지만, 컬트와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너무나 많은 이들이 따르게 된다면 이는 컬트가 아니라 하나의 트렌드가 될 것이다. 즉, 나 혼자의 존재, 나 혼자만의 정의로 컬트는 절대 성립될 수 없다. 생산자와 소비자들 사이에 숭배와 추종 관계가 만들어져야 하고, 그 것이 어느 정도의 폐쇄적인 구조가 되며 이 사이에 가격의 문제는 중요한 요소가 아닐 때 컬트라는 단어를 부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것은 내가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부여해주는 소중한 의미다.
 
그러니 한 편으로 보았을 때 컬트 와인이 유명해졌다는 것은 아쉬운 뉴스다. 그래서 주변의 와인 애호가들은 늘 이런 와인을 찾아 헤맨다. “나만 아는 맛있으며 숨겨놓은 와인”. 그리고 이런 와인은 생산자들이 가격이나 마케팅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가격이 터무니 없이 비싸지 않다. 일단 맛을 들이면 철저하게 그 와인을 집중적으로 찾게 되니 추종세력화 될 수밖에 없다. 생산자는 추종자를 원하고, 소비자는 자신만을 바라보는 비밀의 와인을 찾는다. 이 것이 컬트의 진정한 의미 아닐까 싶다.
 
 
ps. 컬트와인에 대한 와인 관점의 제대로 된 해석을 보고 싶다면 와인오케이 닷컴에 게재된 나라셀라 신성호 이사의 글 을 참조한다.(http://www.wineok.com/board.php?PN=board_view&code=winetalk&no=310)

프로필이미지정휘웅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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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14.07.16 01:15수정 2014.07.3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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