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그리니 동아시아 와인 수출 담당자 안드레아 보따레]
운명적인 러브스토리의 단골 레파토리하면, 시대를 초월해 회자되는 셰익스피어 희곡『로미오와 줄리엣』이 주저없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야기의 배경이 이탈리아 베네토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테다. 이곳에 자리한 베네토 와인 양조의 선구자이자 아마로네 와인의 리더로 손꼽히는 와이너리를 있으니, 50년의 역사를 지나온 알레그리니(Allegrini)가 그 주인공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밤을 지새우며 마신 와인 '꼬르떼 지아라 소아베'가 여기서 생산된다니, 감미로운 아로마를 담고 있을 것만 같은 알레그리니 와인에 온갖 낭만이 투영된다.
지난 11월 6일 목요일 저녁, JW메리어트호텔의 JW's 그릴에서 와인수입사 에노테카의 주최로 '알레그리니 와인 디너'가 열렸다. 이날은 알레그리니 동아시아 와인 수출 담당자 안드레아 보따레(Andrea Bottarel) 씨가 함께했다. 모델 못지않은 훤칠한 체격에 준수한 외모를 지닌 안드레아 보따레 씨는 탁월한 매너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이날 디너의 세심한 가이드가 되어주었다. 그가 설명하길, 설립자인 지오바니 알레그리니(Giovanni Allegrini)부터 7대째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역사 깊은 가족 경영 와이너리라며, 자부심을 내비쳤다. 지금은 그 후손인 비즈니스 CEO 마릴리사(Marilisa Allegrini)와 와인 메이킹을 맡은 프랑코(Franco Allegrini)가 산 증인이라고 한다.
[디너와 함께 시음한 알레그리니 와인 리스트]
먼저 화이트 와인인 꼬르떼 지아라 소아베 2013(Corte Giara Soave 2013)를 시음하며 디너가 시작됐다. 소아베의 깔끔한 목넘김에, 입가심으로 제공됐던 루이 로드레 브뤼 프리미에 샴페인이 잠시 잊힐 정도였다. 토착 품종을 사용을 지양하고, 현대적인 스타일로 접근했다는 소아베. 20%의 샤도네이와 80%의 가르가네 품종을 사용해 고급스러운 미네랄이 도드라졌다. 함께 나온 캐비어, 킹크랩을 곁들인 참치롤이 와인의 섬세함과 풍미를 생기있게 돋궜다. 곧이어, 알레그리니 레드와인 중 가장 마시기 편하다는 꼬르떼 지아라 발폴리첼라 2012(Corte Giara Valpolicella 2012)가 따라졌다. 코르비나 품종을 사용해 높은 산도와 낮은 타닌, 신선한 체리향을 지닌 발폴리첼라가 함께 나온 거위간, 바닷장어의 뭉근함을 깨워 궁합이 좋았다.
세 번째로, 한국의 와인 애호가의 사랑을 받는 팔라쪼 델라 또레 2010(Palazzo della Torre 2010) 나왔다. 알레그리니의 시초인 와인으로, 베이비 아마로네라고도 불린다는 설명이 덧붙었다. 힘이 느껴지는 타닌과 긴 피니시가 인상적인 팔라쪼 델라 또레는, 송로버섯이 곁들여진 쇠고기 본 메로 파나코타(Bone Marrow Panna Cotta)와 어우러져 디너의 만족감을 채워갔다. 이어 로버트 파커에게 91점을 받은 알레그리니 라 그롤라 2010(Allegrini La Grola 2010)가 네 번째 와인으로 따라졌다. 수출 담당자 안드레아 보따레가 가장 좋아하는 와인으로, 레스토랑에서 처음 접한 와인이기에 잊을 수 없다며 눈을 반짝였다. 스파이시한 아로마를 지닌 라 그롤라는, 케비아 오일이 올려진 양갈비의 향을 감싸 매력적인 풍미를 자아냈다.
[알레그리니 와인 디너의 전경들]
마지막으로, 알레그리니가 추구하는 와인이자 알레그리니 아마로네 2008(Allegrini Amarone 2008)가 나왔다. 와인이 지닌 풍만하고 온화한 부케는 알레그리니가 추구하는 전통적이면서 우아한 느낌이 들기에 충분했고, 함께 나온 횡성 한우 안심과 송로버섯 에센스가 어우러지며 디너의 절정을 입안 가득 알렸다.
소규모로 진행된 알레그리니 디너에 초청된 손님 중에는 커플이 많았는데, 그 중 유독 눈에 띄던 노부부가 있었다. 서로의 눈을 맞추고 잔을 부딪히며, 함께 와인 이야기를 하던 모습을 보며, 인생의 희노애락을 공유하며 서로의 모난 각들이 깎여 매끈한 조약돌처럼 둥그레지는 시간을 거쳤겠구나 싶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나이 든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면 아마 이런 모습이었을까. 그 순간, 문득 알레그리니가 노부부와 겹쳤다. 오랜 시간동안 노력을 더해 양질의 와인을 생산하고자 부단히 지나온 그 세월, 그 겹이 쌓여 전통과 혁신 사이의 이물감 없는 소통을 가능케한 지금의 알레그리니가 있지 않나 싶다.
WINE LIST
꼬르떼 지아라 소아베 2013(Corte Giara Soave 2013)
꼬르떼 지아라 발폴리첼라 2012(Corte Giara Valpolicella 2012)
팔라쪼 델라 또레 2010(Palazzo della Torre 2010)
알레그리니 라 그롤라 2010(Allegrini La Grola 2010)
알레그리니 아마로네 2008(Allegrini Amarone 2008)
[JW's 그릴에서 준비한 알레그리니 와인 디너 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