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스토리

와인에 담긴 관능, 비비 그라츠

 

비비 그라츠(Bibi Graetz). 와인메이커이자 와이너리의 소유주이며 화가이기도 하다. 금속 조각 예술가인 아버지가 이탈리아 피렌체의 아름다운 빈칠리아타 성(Castello di Vincigliata)을 매입해 정착하면서 예술과 와인 양쪽 모두와 친해질 수 있었다. 아카데미아 델라르떼(Academia dell'Arte)에서 예술을 전공한 그는 1990년대 후반부터 와인 양조에 뛰어들어 명성 높은 와인 컨설턴트 알베르토 안토니니(Alberto Antonini)와 4년 간의 협업을 통해 2000년 테스타마타(Testamatta)의 첫 빈티지를 출시했다. 초반부터 평론가 로버트 파커(Robert M. Parker Jr.)로부터 호평을 받은 테스타마타는 2006년 빈티지가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로부터 98점을 받으며 정점을 찍었다. 이후 매 해 900병 한정 생산되는 콜로레(Colore)와 함께 대표적인 슈퍼 투스칸 와인의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사실 테스타마타를 슈퍼 투스칸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조금 애매한 면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슈퍼 투스칸의 격에 맞는 품질과 스타일을 지니고 있으되 그 재료가 토스카나 대표적 토착 품종인 산지오베제(Sangiovese) 100% 이기 때문이다. 품질과 스타일에 천착하여 DOC 규정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에 IGT Toscana가 되었고, 그 품질이 워낙 뛰어나 슈퍼 투스칸으로 불린다고 보는 것이 온당할 것이다. 다른 레드 와인들도 산지오베제로만 양조되거나 콜로리노(Coloino), 카나이올로(Canaiolo) 등 토착 품종들과 블렌딩된다. 비비 그라츠의 와인에서 산지오베제는 와인의 바디와 구조를 형성하며 카나이올로는 우아한 미네랄과 피네스(finess)를 더한다. 콜로리노는 보르도의 쁘띠 베르도(Petit Verdot)와 같이 진한 컬러와 단단한 뼈대를 구성한다. 토착 품종을 통해 지역의 특성을 드러내되, 현대적 해석을 통해 비비 그라츠의 예술적 감성을 더했다.

 

[비비 그라츠가 직접 그린 테스타마타(좌)와 콜로레(우)의 예술적인 레이블]

 

와인에 표현되는 그의 감각이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바로 레이블이다. 비비 그라츠 와인의 모든 레이블은 비비 그라츠 자신이 직접 그린 것이다. 아름다운 색감이 조화롭게 표현된 테스타마타나 콜로레의 추상적인 레이블은 그 자체로 와인에 품격을 높인다. 감각적인 곡선으로 아름다운 여성들을 표현한 레 치칼레(Le Cicale)나 소포코네(Soffocone) 같은 레이블에는 관능적인 매력이 담겨 있다. 그러 인해 발생한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다. 성(性)적인 이미지의 레이블을 금지하는 미국 법규 때문에 소포코네의 미국 수출이 금지되었던 것. 또한 인도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어려움이 발생해 결국 비비 그라츠가 직접 옷을 그린 레이블로 교체해 판매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만화 <신의 물방울>에 엔트리 급 와인 카사마타(Casamatta)가 소개되어 본격적으로 비비 그라츠라는 이름을 알렸다. 이후 테스타마타 등 프리미엄 와인들이 소개되면서 매년 뛰어난 품질로 꾸준히 입지를 다져 가고 있다. 그 훌륭한 맛에 담긴 예술적 감성을 한 자리에서 느낄 수 있는 시음회가 2월 2일 여의도 MEA서울 2층에 위치한 레스토랑 파크카페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시음한 테스타마타 세 빈티지 포함 여섯 종의 와인은 모두 훌륭했으며, 특히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으로부터 98점을 받은 테스타마타 2010년 빈티지와 현지에서 특별히 공수된 콜로레 2009년 빈티지는 절로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높은 품질을 보여주었다. 또한 이 자리에 참석한 비비 그라츠의 세일즈 & 마케팅 담당자 빈첸초 단드레아(Vincenzo d’Andrea) 씨로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더욱 뜻 깊은 시간이었다. 시음회에서 제공된 와인들의 테이스팅 노트와 관련된 이야기를 간단히 소개한다.

 

 

 

Bibi Graetz, Le Cicale di Vincigliata Chianti 2012

새콤한 붉은 베리 알, 커런트 아로마, 약간의 동물성 뉘앙스, 가벼운 먼지와 철분 같은 미네랄. 새콤한 체리와 야생 베리의 풍미가 은은한 스파이스와 함께 얇지만 날카로운 산미를 타고 전달된다. 미디엄 바디에 생생한 산미를 지녀 아시아 음식을 포함한 다양한 요리와 좋은 궁합을 보일 것이다. 산지오베제 100%.

 

Bibi Graetz, Soffocone di Vincigliata 2011 Toscana

치칼레가 붉은 기운을 담은 와인이라면, 소포코네는 좀 더 검푸른 과일의 인상이 도드라진다. 검은 체리, 블루베리, 자두, 프룬 힌트에 정향과 달콤한 오크 뉘앙스가 더해진다. 산미는 역시 강한 편으로 농익은 검붉은 베리 풍미와 균형을 이룬다. 미디엄풀 바디에 여운이 길게 이어지는 관능적인 와인. 소포코네는 ‘blowjob’이라는 의미로 빈칠리아타 성 근처 포도밭에 찾아오는 젊은 연인들이 이런 저런 즐거운 일(?!)들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붙이게 된 이름이라고 한다. 레이블부터 맛까지 진정 관능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와인. 산지오베제를 중심으로 콜로리노 7%, 카나이올로 3%를 블렌딩한다.

 

Bibi Graetz, Testamatta 2005 Toscana

알싸한 미네랄, 바이올렛, 삼나무, 블랙베리, 블루베리, 바닐라, 가죽 등 다양한 향기가 복합적인 부케를 형성한다. 입에 넣으면 새콤한 붉은 베리, 블랙 체리, 시나몬 캔디 등 달콤새콤한 맛. 타닌은 많이 온화해져 유려한 질감을 선사하며, 특징적인 산미를 잘 익은 과일 풍미가 받쳐 준다.  (미디엄)풀 바디에 흑연 뉘앙스의 매혹적인 피니시. 소스를 최소화한 쇠고기 스테이크와 최고의 매칭이 될 듯. 음용 적기이며 앞으로 몇 년간 좋은 풍미를 보일 것이다.

 

Bibi Graetz, Testamatta 2007 Toscana

농익은 붉은 베리, 부엽토, 약간의 버섯 뉘앙스. 검붉은 체리와 베리 풍미가 풍성하며, 산미는 비교적 정제된 반면 촘촘한 타닌에 바디는 좀 더 풍만해진 느낌. 아직 몇 년 더 숙성해도 좋겠지만 장기 보다는 현재를 즐길 만한 빈티지다.

 

Bibi Graetz, Testamatta 2010 Toscana

바이올렛, 말린 붉은 꽃잎, 오렌지, 열대 과일, 커런트 리커 등의 밀도 높은 아로마. 알싸하고 달콤한 체리, 딸기, 붉은 베리 풍미가 생생한 산미를 타고 흐른다. 스파이스와 허브 향 또한 비교적 강한 편이며 스모키한 초콜릿 뉘앙스로 마무리된다. 달콤하고 구수하며 영롱하고 어린 느낌의 미디엄풀 바디 와인. 양질의 타닌과 함께 완벽한 밸런스를 갖추고 있어서 현재는 물론 앞으로 10년 이상 즐겁게 마실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날 수록 화사하게 피어오르는 꽃 향기는 관능적인 쾌락의 끝을 보여준다.

 

테스타마타는 ‘crazyhead’라는 뜻으로 품질과 스타일에 대한 비비 그라츠의 열정을 드러낸다. 오픈된 바리끄에서 발효하며 하루 8번 손으로 펀칭 다운(punching-down)을 진행해 농밀함을 더한다. 18개월 프렌치 오크에서 숙성 후 6개월 병 숙성을 거쳐 출시된다.

 

Bibi Graetz, Colore 2009 Toscana

달콤한 라즈베리, 체리, 붉은 베리의 영롱함이 매혹적으로 드러난다. 정제된 계피사탕, 정향, 깔끔한 허브와 야생 베리의 긴 여운 또한 훌륭하다. 중용의 도를 가진 와인으로 한 모금 마시면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따뜻하고 아득한 풍미가 느껴진다. 미디엄풀 바디에 단단한 구조감, 월계수 잎 뉘앙스의 쌉쌀한 피니시. 강한 임팩트 보다는 온화하고 잔잔하게 존재감을 피력한다. 900병 한정 생산되는 아이콘 와인으로 산지오베제, 콜로리노, 카나이올로를 1/3씩 블렌딩한다.

프로필이미지김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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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15.02.09 07:46수정 2015.02.2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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