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와인, A부터 Z까지 쉽고 재미있게 배우기 - WSA 와인아카데미, S-class

사탕을 물고서는 할 수 없는 말, 어제 본 영화의 간략한 줄거리를 이야기하며 할 수 없는 말. ‘깊다’는 말은 그런 말이다. 산지와 품종에 따라 맛이 확연히 달라지는 와인에 대해 ‘깊게’ 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와인 생산지를 알아보고, 품종을 구분하며, 그 미세한 맛을 구분해내는 일이 어디 그리 쉽겠는가. 하지만 WSA 와인아카데미가 마련한 최선주 선임 강사의 ‘S class – 와인에 빠지다’ 는 와인을 쉽고 재밌게 알아갈 수 있는 지름길로 안내했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필수 와인 지식과 함께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와인까지 시음해볼 수 있는 일석이조 과정이었다. 
 
와인 공부, 왜? 
“와인을 왜 공부하고 싶으세요?” 지난 9월 8일 논현동의 WSA 와인아카데미. 최선주 강사의 질문에 수강생들은 솔직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답변했다. “와인을 선물할 때마다 고민돼서요.”, “마트 갈 때마다 어떤 와인을 사야 할지 잘 몰라서요.”, “와인을 잘 알면 뭔가 있어 보일 것 같아서요.” 등 각기 다른 이유처럼 보였지만, 결국 한 가지로 모였다. “내 취향에 맞는 와인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택하기 위해서”였다.
 
[WSA 와인아카데미 S Class 수업현장]
 
와인 생산지, 알면 이해하기 쉽다
와인 생산지는 크게 유럽과 뉴월드로 분류된다. 유럽은 와인의 본산지라 할 수 있는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독일이 속해 있고, 후발주자 격인 뉴월드에는 미국/캘리포니아•호주•칠레•뉴질랜드•아르헨티나•남아프리카공화국이 뒤따른다. 이처럼 생산지를 분류하는 이유는 와인의 품질이 기후와 토질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최선주 강사는 “이분법처럼 설명하기는 위험한 측면이 있지만, 유럽은 다소 서늘한 기후 덕분에 단맛보다는 산도가 높은 화이트 와인이 상대적으로 많이 생산되며, 뉴월드에서는 무더운 날씨로 단맛이 강한 레드 와인이 많이 생산된다고 이해하면 쉬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고급 와인은 너무 덥지도 서늘하지도 않은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많이 생산된다”는 최 강사의 설명을 들으니 축복받은 땅에 대한 부러움과 질시가 자연스레 생겨났다. 
 
와인 병 라벨 들여다보기 
와인을 사러 마트 진열대에 갔다가 좌절한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수많은 와인 병 앞에 서면 눈은 갈 길을 잃고 헤매기 시작한다. 순간 “어떤 와인이 필요하세요?”라고 묻는 상냥한 말투의 직원이 등장. 그리고 이후엔 직원이 추천해준 와인으로 결제까지 직행한다. 그 결과 와인에 대해 알아갈 기회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잃고 만다.  
최선주 강사가 와인 병의 라벨 보는 법을 귀띔한 이유도 바로 이런 상황 때문일 것이다. 와인 병은 사람으로 치면 신분증과도 같은 것이어서 라벨만 보고도 대충 어떤 와인인지 가늠할 수 있다. 유럽에 비해 뉴월드의 와인 라벨이 단순하고 외우기 쉬운 편인데, 나라별로 와인 병 라벨을 보는 법을 구분하기도 하지만 대동소이한 편이다. 
뉴월드 와인은 병의 상단에 생산자 혹은 브랜드(Santa Ema)를 표시한다. 프랑스 와인과 달리 산지보다는 브랜드명을 더 중요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 아래엔 포도의 품종(Sauvignon Blanc), 산지명(D.O Maipo Valley)과 포도 수확 연도인 빈티지(2011)가 순서대로 표시된다. 하지만 빈티지는 포도의 수확 연도이지 생산 연도가 아님을 명심, 또 명심할 것. 
 
[와인 라벨 보는 법] 
 
와인 취향을 좌우하는 요소라면?
와인의 맛을 묘사하기란 쉬울 수도, 어려울 수도 있다. 여기서 동원되는 단어는 과일 향을 연상시키는 단맛(Fruity), 시큼함이 느껴지는 신맛(Intensity), 떫은 정도를 나타내는 탄닌(Tannin), 알코올 도수(Finish)다. 최 강사는 “와인을 마신 뒤 ‘피니시가 좋다’는 말을 듣게 될 때가 많은데, 입 안의 여운이 오래 남는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와인을 음미할 때 자주 표현되는 표현 중 하나가 바디감이다. 바디감을 한국말로 풀자면 무게감으로 해석되고 라이트 바디, 미디엄 바디, 풀 바디로 표현된다. 레드 와인이건 화이트 와인이건 오크통(참나무통) 숙성을 거치면 태운 향과 달달한 맛, 떫은 맛, 톡 쏘는 맛까지 복합적인 맛으로 거듭나기에 고급 와인으로 간주될 때가 많다. 하지만 모든 와인을 오크통에 넣는다고 저절로 좋은 와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나의 ‘취향 저격’ 와인 스타일은? 
한국 사람들이 선호하는 와인 중에 하나가 스파클링 와인이다. 탄산으로 인한 청량감으로 가볍게 즐길 수 있어서다. 이처럼 탄산의 유무는 와인의 분류 기준이 되기도 한다. 탄산이 없는 스틸 와인, 발효되는 동안 브랜디를 넣은 주정강화 와인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유형의 대표적인 와인은 포트와인이다. 화이트•로제•레드 와인은 누구나 다 알지만, 분류기준이 양조과정임을 아는 이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 청포도를 사용하면 화이트 와인, 적포도를 사용해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방식으로 발효시키면 핑크빛 로제 와인, 껍질째 적포도로 만들면 레드 와인이다. 물론 맛에 따라 와인을 구분하기도 한다. 단맛이 적으면 드라이 와인(리터당 포도당 10g 미만), 단맛이 적당하면 미디엄 와인(10~18g 미만), 단맛이 강하면 스위트 와인(18g 이상)으로 분류된다. 
 
와인은 ‘오감’으로 마신다
빅뱅의 태양이 부른 인기곡 ‘눈, 코, 입’은 와인을 마실 때도 기억하면 좋겠다. 와인은 입 외에도 눈과 코로도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와인을 눈으로 관찰하려면 흰 종이 위에 잔을 비스듬히 눕혀 색을 관찰한다. 화이트 와인은 시간이 흐를수록 황금색으로 변하고, 레드 와인은 루비색이 옅어진다. 와인 잔을 돌리는 것은 공기와 접촉면적을 넓혀 숨겨진 와인 향을 깨우기 위해서다. 그런 뒤 와인을 입 안에서 굴려 맛과 향을 동시에 느낀다. 이 때 와인의 바디감에 대한 이야기가 오갈 수 있다. 최선주 선임강사는 “물과 우유를 비교한다면 물은 바디감이 없고 우유는 풀 바디”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풀 바디 와인이 나오는 것은 품종 자체가 갖는 맛 외에도 오크통으로 인해 다양한 향이 뒤섞이는 상태다. 그래서 가벼운 느낌의 라이트 바디 와인은 샐러드 등과 어울리고, 묵직한 풀 바디의 와인은 강한 맛과 향을 지닌 스테이크와 짝을 이룬다. 
 
수업에서 시음한 와인 
2시간 남짓 진행된 두 번의 수업에서 이런 이론을 장착한 뒤 시음이 이뤄졌다. 첫 수업에서 준비된 와인은 드라이 화이트 와인인 슈냉 블랑(Chenin Blanc), 로제 스파클링 와인인 바바 로제타(Bava, Rosetta), 스위트 레드 와인인 그라함 리저브 포트(Graham‘s Reserve Port)였다. 슈냉 블랑은 산뜻하고 깔끔한 반면, 그라함 리저브 포트는 달콤한 과일 향이 풍부한 풀 바디 와인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라함 리저브 포트는 크리스마스 때 즐기는 디저트 와인 중 하나로 꼽힌다. 반면 은은한 장미향을 달콤하고 가볍게 즐길 수 있었던 바바 로제타는 수강생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최 강사는 “바바 로제타는 차게 해서 마시면 어느 장소에서 즐겨도 손색이 없다”면서 “매콤한 한국음식과 환상 궁합을 자랑하는 와인”이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 수업에서 테이스팅한 와인은 같은 품종(샤도네)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기후에서 재배돼 전혀 다른 스타일인 화이트 와인이었다. 한국에서는 유달리 레드 와인 추종자들이 많지만,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며 다양한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것은 화이트 와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 그런 점에서 와인에 대한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자리였다.   
 
따발리 리제르바 샤도네(Tabali Reserva Chardonnay)는 칠레의 온난한 지역인 리마리 밸리에서 재배된 와인이다. 파인애플과 같은 트로피컬한 향이 신선하게 감돌면서 기분 좋은 피니시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가볍고 산뜻한 와인이어서 어떤 음식과도 쉽게 어울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선호도가 높았다.
 
하셀그로브 스타프 샤도네(Haselgrove Staff Chardonnay)는 호주의 비교적 온화한 기후인 맥라렌 베일에서 생산된 와인으로, ‘하셀그로브’는 가문의 이름이자 와이너리의 이름을 딴 것이다. 볏짚색을 띠는 이 와인은 부드러우면서도 적절한 바디감이 있으며 복숭아, 살구 등의 과일 향과 오크향이 어우러져 마시면 마실수록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즐긴다고 해서 유명해진 켄달 잭슨 빈트너스 리저브 샤도네(Kendall-Jackson, Vintner‘s Reserve Chardonnay)는 미국 캘리포니아산 와인이다. 물론 수업에서도 인기가 좋았다. 잘 익은 사과와 메론, 열대 과일의 향이 어우러지며 부드러운 피니시가 매력적. 최근엔 레이디 가가가 이 와인에 빠져 매 공연마다 대기실에 캔달 잭슨을 꼭 제공하라는 계약서를 쓸 정도라는 기사까지 나왔다. 현재까지 22년간 미국 레스토랑 판매 1위를 유지하며 가장 대중적인 와인으로 꼽히는 이유일 것이다.  
 

프로필이미지이화정 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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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15.10.02 06:44수정 2018.06.2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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