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는 붉은 색상에는 매우 다양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스포츠카인 페라리의 정열적인 붉은 색도 사랑하지만, 장미의 붉은 색상도 사랑한다. 우리가 시내에서 간혹 보는 급행버스의 붉은 색도 선호하는 색이 아니더라도 그저 붉은 색이라 이야기 하며, 여자의 입술에 바른 립스틱도 남자들은 통칭하여 붉은 입술이라 부른다. 그래서 우리는 대부분의 색깔이 있는 와인을 레드 와인으로 부르고 있다. 그렇지만 한 번 생각해본 적 있는가? “왜 이 색을 붉다고 하지?”라고 말이다.
내 경험으로 칠레나 호주의 영 빈티지 레드 와인과 숙성이 이제 막 시작되려는 와인은 오히려 색깔이 자주색에 가깝다. 그렇다면 이 색상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우리가 시장에 가서 만나는 대부분의 포도 껍질도 붉은 색은 아니다. 집에서 포도 그림을 그릴 때에 포도 알갱이는 아이들에게 색을 선택해보게 하면 주로 보라색을 선택한다. 붉은 색상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와인이 잘 숙성되어 가는 과정, 그리고 잔에 투영되어 아래에 비치는 색상이 붉기 때문에 레드 와인이라 부른다. 물론 분류하기도 좋은 이점도 있다.
나는 언제나 이 색상에 대해서는 조금 삐딱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레드 와인이 과연 레드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 쉽게 인정하지 않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화이트도 마찬가지다. 내 눈에는 노란 빛깔로 비친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을 통칭하여 화이트 와인이라고 지칭한다. 재미있는 것은 레드나 화이트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차 색상이 갈색으로 변해간다는 것이다. 화성에서 온 남자나 금성에서 온 여자나 비슷한 방향으로 스타일이 변화해 나아가는 것 같다.
(출처: winefolly.com)
내 관점에서 색상으로 와인을 이분법으로 보는 것은 앞으로 점차 보완해야 할 것으로 본다. 우리는 와인을 스틸 레드 와인, 스틸 화이트 와인, 스파클링 와인, 디저트 와인으로 분류하는데, 앞의 두 경우는 색상을 기준으로 했으나, 뒤의 두 분류는 기포의 여부, 당도의 수준으로 분류하니 분류학적 기준으로 보았을 때에는 뭔가 층위가 맞지 않는 것 같다. 층위를 맞추어 본다면 양조 기법으로 스틸, 스파클링, 디저트, 주정강화로 나누고 그 아래에 색에 의한 분류법을 넣어주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디저트 와인의 경우 빈 산토나 몇몇 자연주의 와인들은 거의 갈색 톤이 도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양조하여 화이트 품종으로 오렌지 색상이 나는 와인도 만들고 있으니 사실 색상으로 이분법적인 분류를 하기에는 어려운 것 같다.
최근에는 스파클링 와인에서 파란색이 도는 것도 등장했다. 아마 국내에서도 관심 있는 소비자들은 이런 와인을 관찰한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와인은 샤르도네 100%에 약간의 블루베리 추출물을 더한 공법을 썼다고 한다. 이렇게 와인의 색을 다양하게 나누어 혼란을 주었다 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진실은 하나 있는 것 같다. 바로 와인의 색상은 언제나 우리의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푸른 색이 도는 것도 우리의 눈에 매혹적인 느낌을 주는 매혹의 요소일 것이기 때문이다.
출처: http://www.blancdebleu.com/
그런지 모르지만, 와인의 색상은 아주 좋은 레스토랑의 노란빛 조명에서 더욱 아름답게 빛나는 것 같다. 나의 경험에서 노란 빛 아래에서 화이트 와인은 그저 희게 보이며, 자주색이 도는 와인도 아주 멋진 붉은 빛을 잔 아래에 투영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레드와 옐로우 화이트 톤이 사람의 머리에 최고의 관능감을 주는 색상은 아닐까 하는 추측도 잠시 해 본다. 오늘 저녁은 좋은 와인도 좋지만, 좋은 조명 아래에서 와인을 한 잔 기울여 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