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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와인 혁명가의 대를 잇다, 가이아 가야(Gaia Gaja)

 

가야(GAJA). 이탈리아 와인 전문지 감베로 로쏘(Gambero Rosso)에서 최고 와인에 부여하는 트레 비키에리(tre bichieri)를 50회 이상 수상한 유일한 와이너리다. 가야를 향한 수많은 찬사는‘이탈리아 와인 혁명의 시작’이라는 로버트 파커(Robert M. Parker)의 호평조차 클리셰(cliche)로 보이게 만들 정도다. 가야는 근거지인 피에몬테의 바르바레스코(Barbaresco)를 비롯하여 바롤로(Barolo), 토스카나의 몬탈치노(Montalcino)와 볼게리(Bolgheri)에서도 최고의 레드와 화이트 와인을 만든다. 가야 와인에는 기본급 와인, 프리미엄 와인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와인이 세계적 수준, 최고 품질을 지향한다. 품질을 위해서라면 등급이나 품종 따위의 제약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면에서 그들은 혁명적이다. 역사와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최고를 위해 타협하지 않는 자세, 이것이 5대를 이어 온 가야 가문의 새로운 전통이다.

 

아버지 안젤로 가야(Angelo Gaja)와 함께 와이너리 경영을 맡고 있는 장녀 가이아 가야(Gaia Gaja)가 3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그녀의 방문에 맞춰 에노테카코리아에서 마련한 디너는 애호가들의 마음에 거대한 폭풍을 몰고 왔다. 먼저 소리 산 로렌조(Sori San Lorenzo), 소리 틸딘(Sori Tildin), 코스타 루시(Costa Russi) 등 바르바레스코 지역에 위치한 세 싱글 빈야드가 1999년 동일한 빈티지로 제공되었다. 세 와인의 특징과 개성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이탈리아 본토에서도 흔치 않을 기회였다. 이외에도 피에몬테 최초의 샤르도네(Chardonnay) 와인 가이아 앤 레이(Gaia & Rey) 2005년, 바르바레스코 2001년, 피에몬테의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와인 다르마지(Darmagi) 1989년 등 시음 적기에 들어선 가야 와인들의 품격을 느낄 수 있었다. 볼게리의 수준급 와인 카마르칸다(Ca’Marcanda) 가 맛보기로 보였을 정도. 서울 신라호텔 한식 레스토랑 라연의 음식들 또한 가야의 와인들과 환상적으로 어우러지며 와인의 가치를 드높였다.

 

 

[가이아 가야와 그녀의 친필 메세지]

 

디너에 참석한 가이야 가야는 오랜 해외 일정으로 지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상세한 설명과 열린 소통으로 한국 애호가들에 대한 애정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특히 와인이 제공될 때 마다 각 테이블을 돌며 참석자의 의견을 묻고 그들의 질문에 자세히 답변하는 성의를 보였다. 특히 참석자들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는 모습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의례적인 답례가 아니라 진정으로 공감하는 모습이 애호가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이끌어냈음은 물론이다. 아버지만큼이나 호탕한 그녀 가이아 가야와 디너 시작 전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먼저 인터뷰 내용 메모를 위한 스마트폰 사용을 양해해 달라. 스마트폰을 언급하다 보니 가야는 홈페이지가 없다는 것이 떠오른다. 웹 혹은 스마트폰 앱 서비스 등은 언제 제공될 지 궁금하다. (웃음)

반대로 묻고 싶다. 어떤 와이너리 웹사이트 중 기억나는 것이 있는가? (내가 잠시 머뭇거리자). 웹사이트에는 화려한 디자인과 ‘우리는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런 면이 좋다’는 자화자찬이나 불필요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는 이런 것에 힘을 낭비하는 대신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필요한 내용은 레이블에 담을 수 있고, 오늘과 같이 고객과 직접 만나 소통할 수 있다. 사실 이렇게 고객과 소통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비슷한 이유로 일반인의 와이너리 방문을 허용하지 않았다. 모든 방문자를 허용하면 와인을 만들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년부터 300유로 이상의 기부 이력이 있는 일반인들의 방문을 허용하고 있다. 자국에서 기부한 영수증이 있어도 된다. 벌써 모금액이 20만 유로를 넘어섰고 전액 공익 용도로 사용된다.

 

 

스페인 카탈루냐(Cataluña) 지역에서 이주한 가문으로 알고 있다. 그러면 가야의 ‘j’는 ‘ㅎ[h]’로 발음해야 하지 않나.

맞다! 원래 발음은 가하에 가깝다. 그런데 이탈리아어에는 원래 j가 없다. 그래서 i를 차용해서 ‘가야’로 발음하게 되었다. 그런 이유로 잘못 발음하는 경우도 잦다. 미국의 힙합 뮤지션 제이지(Jay-Z)는 가야 와이너리 방문 후 자신의 노래에 가야를 ‘가자’로 발음하기도 했다. (웃음)

 

*언급된 노래는 Excuse me Miss로 ‘buy some red wine, a little Gaja 97’라는 가사가 나온다. 1997년은 대단히 훌륭한 빈티지이다.

 

 

며칠 전에 개인적으로 당신이 볼게리에서 생산하는 화이트 와인 비스타마레(Vistamare)를 생선회와 함께 마셨다. 대단히 우아하고 복합적이며 섬세한 와인이더라. 아직 피에몬테에서 생산하는 가야의 화이트 와인들은 제대로 접해 보지 못했는데 세 와인에 대한 당신의 의견을 듣고 싶다.

우선 가이아 앤 레이는 내가 태어난 1979년 식재한 샤르도네 100%로 양조한다. (이래서 나이를 속일 수가 없다.) 첫 빈티지는 1983년으로 가이아는 내 이름, 레이는 증조 할머니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남향의 수분을 많이 머금은 토양에서 재배하여 달콤한 열대과일 풍미와 함께 묵직하고 어두운(dark) 느낌의 미네랄이 드러난다. 부르고뉴의 화이트와는 다른 피에몬테의 특징을 느낄 수 있는 장기 숙성용 화이트 와인이다. 금일 제공되는 2005년 또한 10년이 지났지만 아직 어린 느낌일 것이다. 로씨 바쓰(Rossj-Bass)는 여동생 로싸나(Rossana Gaja)가 태어난 1981년 조성한 밭을 중심으로 1985년 첫 빈티지를 생산했다. 비교적 서늘한 북향 밭의 영향으로 가볍고 산뜻한 느낌이다. 샤르도네에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을 5% 정도 블렌딩한다. 알테니 디 브라시카(Alteni di Brassica)는 소비뇽 블랑 100%로 양조하며 1986년이 첫 빈티지다. 얼마 전 뉴욕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델 포스토(Del Posto)에서 알테니 디 브라시카 1986년과 2013년 빈티지를 동시에 시음했는데 컬러부터 풍미까지 구별이 안 갈 정도로 완벽했다. 우리가 화이트 와인을 국제 품종으로 만드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피에몬테의 전통적인 화이트 품종의 경우 장기 숙성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바르바레스코의 세 싱글 빈야드 얘기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싱글 빈야드 생산의 배경이나 계기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피에몬테(Piemonte)는 프랑스 부르고뉴(Bourgogne)와 비교될 정도로 테루아(Terroir)를 중요시하는 지역이다. 차이점은 부르고뉴는 수도사들이 정교한 지도를 작성한 반면, 피에몬테는 그 지도가 농부의 머리 속에만 존재했다는 데 있다. 때문에 크뤼(Cru) 개념이 존재하지만 강하게 드러나지 않았고 주로 밭들을 블렌딩하여 와인을 양조했다. 바르바레스코도 마찬가지로 싱글 빈야드 보다는 포도밭들을 블렌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전통을 깨고 1960년대 싱글 빈야드 와인을 만들기 시작한 생산자가 바로 프루노토(Prunotto), 브루노 지아코사(Bruno Giacosa), 레나토 라티(Renato Ratti), 그리고 가야다. 가야의 첫 싱글 빈야드 와인은 소리 산 로렌조로 1958년 바티칸으로부터 구매했다. 산 로렌조라는 이름은 포도밭 안에 있던 교구회에서 따온 것이다. 처음엔 블렌딩용으로 사용되었으나 점차 그 특별함을 알게 되어 9년 후 단독으로 출시하게 되었다. 이어 소리 틸딘과 코스타 루시를 연이어 구매했다. 세 싱글 빈야드는 현재 바르바레스코에 사용되는 14개 밭에 이어 15, 16, 17번째로 구매한 밭들이다. 14개의 밭이 비교적 유사한 특징을 드러낸 반면, 뒤에 구입한 세 밭은 각자 다른 개성을 매년 드러냈기 때문에 싱글 빈야드로 출시하게 되었다. 사실상 싱글 빈야드와 (블렌딩) 바르바레스코는 품질의 우열을 가릴 수 없다. 특징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앞의 이야기와 연결되는 질문인데, '바르바레스코만이 가야의 플래그십'이라는 소개를 보았다. 바르바레스코 와인과 세 싱글 빈야드 와인과의 관계가 궁금하다. 또한 가야에서 바르바레스코 와인에 두는 특별한 의미가 있나.

이미 알고 있겠지만 세 싱글 빈야드 와인들은 바르바레스코 DOCG가 아닌 랑게(Langhe) DOC로 출시된다. 앞에 언급한 대로 싱글 빈야드와 (블렌딩) 바르바레스코는 우열을 논할 수 없는 와인들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점차 전통적인 바르바레스코를 싱글 빈야드보다 낮은 ‘일반급(normal)’으로 보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바르바레스코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 와인이었기에 이는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90년대 중반, 우리는 세 싱글 빈야드에 소량의 바르베라(Barbera) 품종을 섞어 등급을 랑게 DOC로 격하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완전히 새로운 프로젝트였다. DOC/DOCG 등급이 제정된 이래 우리 외에 누구도 이런 결정을 내린 적이 없다. 하지만 1966년 바르바레스코가 처음 DOC 등급이 되기 전 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바르바레스코에 바르베라를 섞었다. 바르베라는 높은 탄닌의 드라이한 맛과 강건한 구조를 지닌 네비올로에 부드러움과 산미를 더해 주는 장점이 있다. 어쨌거나 세 싱글 빈야드가 랑게 DOC가 된 이후 우리에게는 하나의 바르바레스코만이 남았다.

 

 

싱글 빈야드가 추가될 가능성은 없나.

현재로서는 없다. 당분간은 현 체제로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가야는 지난 15년간 소리없는 변화를 지속했다. 자사 밭에서 200개의 우수한 묘목을 선정하여 확산시켰고 가지치기(pruning) 또한 새로운 방식(simonit & sirch)으로 변경했다. 또한 화학 비료 사용을 일절 배제하고 소가 되새김질한 비료로 토양의 영양분을 강화했다. 참고로 2012년은 어려운 빈티지로 싱글 빈야드 와인을 만들지 않고 그 포도를 바르바레스코에 사용했다. 2013년은 훌륭한 빈티지여서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근래 진행한 리노베이션의 정수가 담길 것으로 확신한다. 

 

 

 

오늘 제공되는 피에몬테 레드 와인들은 모두 10년이 훌쩍 넘은 것들이다. 평균적인 숙성 가능 기간(aging potential)과 출시 직후 음용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또한 이 와인들은 일반적으로 신규 출시까지 어느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는지도 궁금하다. 

세 싱글 빈야드로 예를 들어 설명하겠다. 보통 3-4주 정도 발효한다. 마세레이션(maceration) 기간은 포도의 상태에 따라 다양하다. 이후 프렌치 바리크(barrique)에서 통갈이(racking) 없이 1년 숙성하고 효모 찌꺼기(lees) 제거 후 대형 배럴(barrel)로 옮겨 1년 더 숙성한다. 병입 후 4개월 안정화를 거친 후 출시한다. 전체적으로 30개월 정도 걸리는 셈이다. 오늘 제공된 1999년은 훌륭한 빈티지 중 하나로 아직도 많이 어린 느낌이 들 것이다. 보통 빈티지로부터 5년까지는 향긋함이 도드라지지만 이후 5년은 와인이 닫혀 제 맛을 내지 못한다. 10년 이후 열리기 시작해 풍미가 최고조에 이른 후 20-25년 정도 지속된다. 풍미를 제대로 즐기려면 10년 이상 숙성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어린 와인의 풍미를 좋아한다면 출시 후 바로 마셔도 무방하다. 다만 앞서 설명한 대로 수면 기간인 5-10년 사이의 음용은 피하는 것이 좋다. 

 

 

본인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히 묻겠다. 언제부터 와인 일을 시작했나.

2004년 업무를 시작했다. 바르바레스코는 인구 600명 수준의 작은 마을이다. 그런데 100개 정도의 와이너리가 존재하니 거의 대부분이 와인업에 종사하는 셈이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와인 관련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세 남매 모두 와인에 종사하는 것도 놀랍다. 앞으로도 가족경영은 계속될까.

5대를 이어오며 자식들이 모두 가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처음이다. 두 살 아래 여동생 로싸나는 가야의 직원 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오늘 동행한 남동생은 대학을 졸업한 지 몇 주 되지 않았다. 그도 곧 나와 함께 일할 예정이다. 우리 남매 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가야에서 대를 이어 일하고 있다. 총 70명의 풀타임 직원 중 22명이 2세대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발전을 이루는 방식이다. 자식들은 단순히 지식의 교환이 아니라 산 지식을 경험하게 된다. 전통은 계속될 것이다. 

 

 

다르마지와 같은 와인의 탄생 과정을 보면 가야의 전통에 대한 존중에 기반한 혁신을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또한 본인이 앞으로 가야에서, 와인업계에서 이루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당분간은 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을 뒤집기 보다는 작은 디테일들을 손질하고 싶다. 그 작은 변화의 결과를 고객은 와인으로 느낄 것이다. 나의 성장 또한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고.

 

 

프로필이미지김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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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15.12.11 03:47수정 2015.12.2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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