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스토리

세상을 떠난 친구의 빈자리를 채워온 시간 슐로스 폴라즈의 헤드 와인메이커 겸 CEO 로발트 헵(Dr. Rowald Hepp)

슐로스 폴라즈(Schloss Vollrads)는 1211년의 와인 판매 송장을 보유하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로 꼽힌다. 중세 때부터 왕가와 귀족의 사랑을 받아 온 최고급 리슬링을 800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독일 와인 등급의 하나인 카비넷이란 용어가 1716년부터 최상급 와인을 카비넷(Cabinet)이라 불리는 셀러에 보관했던 슐로스 폴라즈에서 유래했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 유구한 유산을 지닌 슐로스 폴라즈도 약 20년 전 소유주의 죽음과 함께 위기에 처한 일이 있다. 로발트 헵은 그때 세상을 떠난 친구인 소유주를 대신해 빈자리를 채웠고, 지금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슐로스 폴라즈의 헤드 와인메이커 겸 CEO 로발트 헵]
 
28세의 젊은 나이에 독일에서 가장 역사적이고 유명한 와이너리 클로스터 에버바흐(Kloster Eberbach)의 디렉터가 됐다. 어떻게 가능했나? 
최종 후보자 8명 대부분이 유명한 메이커들이어서 내가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그저 대학생을 위한 잡지에서 본 면접에 응하는 자세에 관한 기사를 충실히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면접관은 음료를 권하고 나서 응시자가 손을 얼마나 떠는지를 통해 긴장의 척도를 가늠한다’, ‘면접관의 질문이 끝난 후에는 응시자 역시 업무에 대해 질문 하는 것이 좋다’ 등의 내용이었다. 나는 면접관이 커피를 가지러 자리를 뜬 사이에 긴장감을 내려놓고 마음을 편하게 가졌다. 그들의 질문이 끝난 후에는 내가 준비한 질문을 했다. ‘만약 내가 뽑히면 누가 직속상관이 되나?’, ‘주요 업무는 무엇인가?’ ‘새로운 전략을 도입할 의향이 있나?’, ‘그에 따른 예산은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등을 시간을 초과할 정도로 열심히 물었다. 면접을 마칠 무렵 내가 너무 과했다는 생각에 기대를 버렸는데, 그 날 저녁 합격했다는 전화가 왔다. 첫 출발을 도와준 그 기사를 지금도 갖고 있고, 내가 새 직원을 뽑을 때도 활용한다. 
 
1994~1998년에 경영을 맡았던 슈타트리허 호프켈러(Staatlicher Hofkeller) 역시 매우 유명하고 역사가 긴 와이너리다. 
슈타트리허 호프켈러를 선택한 것에는 재미있는 사연이 있다. 1976년 내가 14살 소년이었을 때 포도밭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구했던 일이 있는데, 그 때 어린 나를 받아준 곳이 바로 슈타트리허 호프켈러였다. 18년이 지난 1994년 그들은 내가 디렉터로 와주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왔다. 당시 클로스터 에버바흐는 독일 넘버 원 와이너리였고 슈타트리허 호프켈러는 넘버 투였는데, 호프켈러 측의 ‘우리를 넘버 원으로 만들러 달라’는 제안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17년째 몸담고 있는 슐로스 폴라즈와도 특별한 인연이 있나?
호프켈러와의 계약이 끝날 무렵, 내 오랜 친구이자 멘토였던 지인이 세상을 떠났다. 그는 어린 나의 손을 잡아준 선배였고, 내가 성장하게 도와준 지기였다. 바로 슐로즈 폴라즈의 오랜 소유주였던 그라이펜클라우 가문의 28세대 마지막 소유주인 어베인 마투쉬카 그라이펜클라우(Erwein Matuschka Greiffenclau)다. 어베인은 1997년 경영의 어려움과 부채에 쫓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슐로즈 폴라즈의 소유권은 1999년에 은행으로 넘어갔다. (※1999년부터 현재까지 슐로즈 폴라즈는 나스 아우쉬 은행 Nassauische Sparkasse bank의 소유이며, 관리는 은행과 자문 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맡고 있다) 나는 그를 잃은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팠고, 그의 와이너리까지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없었다. 누군가 새 리더가 된다 해도 슐로스 폴라즈의 철학을 그대로 이어가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그 자리를 메우기로 마음먹었다. 당시 호프켈러는 슐로스 폴라즈보다 유명했고, 더 많은 수익이 보장돼 있었다. 나와 아내는 가난한 집안 출신이었고, 은행 대출금으로 세 자녀를 키우고 있었지만 결국 머리가 아닌 마음의 선택을 따랐다. 지난 경력 중에서 가장 신중한 결정이었다. 
 
 
슐로스 폴라즈에서는 전통적으로 리슬링 100%로 만든 와인만 생산하고 있다. 
리슬링은 생산량이 많지 않은 품종이다. 그래서 신대륙에서는 다른 품종을 블렌딩하는 경우도 있다. 블렌딩으로 인해 꽃향의 풍미가 더해지거나 묵직해지기도 한다. 블렌딩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반면, 고유의 속성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와인 경쟁대회의 심사를 맡아 보면, 리슬링에서 더 이상 본연의 속성을 찾을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섬세한 미네랄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고유의 특징을 전하는 것이 슐로스 폴라즈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스테인리스 통에서 발효하고 유리병 마개를 사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인가?
오크통과 코르크는 와인의 풍미를 변화시킨다. 그래서 스테인리스 통에서 발효하는 것은 물론이고, 2003년부터는 수백 년 동안 사용해온 코르크 마개 대신 유리 마개(비노락, Vino-lok glass closure)를 채택했다. 가이젠하임 대학의 연구를 통해, 와인의 본질을 유지하고 보관상의 위험 요소를 예방하는데 최상의 대체재라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이다. 
 
오랜 전통을 바꾼 셈이다. 
와인 메이커는 전통만 믿고 있으면 안 된다. 미래를 위해서 무엇이 나은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재배부터 병입까지 전 과정을 살펴서 유지와 변화 중 선택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해 와이너리 직원들이나 소비자들에게 타당하게 설명할 근거를 갖추고 실행해 옮겨야 한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품종이 리슬링 다음으로 피노누아라고 들었는데 그 이유는? 
리슬링과 피노누아는 각각 백포도와 적포도에서 가장 우아한 품종이다. 둘 다 도수는 낮고 복합미, 구조감, 균형감을 지닌 귀족적인 와인으로 완성된다. 슐로스 폴라즈를 예로 들면, ‘슐로스 폴라즈 카비넷(Schloss Vollrads Kabinett)’의 경우 알코올 도수가 9도 정도로 낮은데, 그렇게 낮은 도수에서도 결코 우아함을 잃지 않는다. 피노누아에 관해서는 연구하지 않고 그냥 취미로 즐기고 싶다. 일이 아니라 온전히 즐거움으로! 
 
자료제공: 금양인터내셔날(Keumyang International) 02-2109-9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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