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젤란트근처포도원]
마주앙 모젤을 모르는 한국 사람은 없을 거 같다. 하지만, 마주앙이 만들어진 곳을 본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을 듯 하다. 마주앙 모젤을 비롯 8~9종의 와인을 생산해 한국으로 수출하고 있는 모젤란트(Moselland)를 방문해 그 속을 들여다봤다.
[마주앙사진]
마주앙의 역사
마주앙은 ‘마주 앉아서 즐긴다’라는 의미의 우리나라 최초 와인이다. 1977년 정부는 식량으로 쓰기에 부족한 쌀로 술을 빚기보다 포도로 와인을 만드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대기업이 양조용 포도를 생산하도록 권장했는데, 이에 두산주류의 전신인 동양맥주가 나섰다. 동양맥주는 독일 모젤과 가장 비슷한 기후를 지닌 경상도 일대에 리슬링 재배와 와인 생산을 시도했다. 하지만, 여름철 비가 많이 내리는 기후 탓에 100%국산 포도로 와인을 빚기 힘들었다. 그 결과, 독일 모젤에서 리슬링 원액을 가져와 블렌딩해 마주앙 와인을 만들었다. 1970년대 후반 마주앙이 천주교 미사주로 봉헌되면서 품질을 인정받고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1978년 카터 대통령 방한 시 한 수행 기자가 귀국 선물로 가져간 마주앙이 ‘동양의 신비’라 불리며 워싱턴 포스트지에 소개되기도 했다. 수입 와인이 없었던 당시, 국빈 만찬에 사용되면서 더욱 인기가 높아져 마주앙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70%를 기록했다. 마주앙은 과거와 같은 시장점유율을 갖지 않지만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모젤란트가 만드는 마주앙 모젤 카비넷(Majuang Mosel Kabinett)은 살구, 복숭아, 열대 과실의 상큼한 향이 풍부하고, 가벼우며, 약간의 단맛이 있어 편안히 마실 수 있다. 알코올 도수도 8.5%정도로 낮아 여러모로 부담이 적은 와인이다.
[모젤란트내부]
세계적인 리슬링 생산자 모젤란트 이야기
모젤란트는 마주앙을 생산하는 와이너리다. 1968년 설립된 모젤란트는 독일에서 2번째로 큰 협동조합이다. 조합은 모젤(Mosel), 나헤(Nahe), 팔츠(Pfalz)와 라인헤쎈(Rheinhessen)지역을 합하여 약 2천 헥타르 규모, 2000명 조합원이 연간 2천만 리터를 생산한다. 주요 품종으로는 리슬링이 40%, 뮬러-트루가우(Müller-Thurgau), 실바너(Silvaner), 피노블랑(Pinot Blanc), 피노 그리지오(Pinot Grigio), 피노누아(Pinot Noir), 도른펠더(Dornfelder)등 이 있다. 리슬링 재배 면적은 800헥타르이며, 모젤란트는 독일에서 리슬링을 가장 많이 생산하고 있다. 리슬링 강국 독일에서 리슬링을 가장 많이 생산하고 있으니 <세계적인 리슬링 생산자>라 부를 만 하다. 조합 소속 평균 포도원 규모는 약 0.3헥타르로 작아 조합은 소규모 와인 생산자들을 대신해 와인 마케팅과 영업을 하고 있다. 모젤란트는 전체 생산량의 30%를 수출하는데 주요 수출국은 미국, 스웨덴, 네덜란드 순이며, 아시아에서는 일본, 싱가포르, 한국 순으로 비중이 있다. 모젤란트 와인 창고는 6천 팔렛(Palette, 1팔렛은 750ml병 기준으로 672병을 의미)을 보관할 수 있으며, 전자동화 방식으로 운영된다.
[모젤란트창고]
모젤란트는 고객 주문 중심으로 와인을 생산한다. 따라서, 브랜드 와인 및 주문 제작 와인 등을 생산하며, 요청에 맞는 디자인을 개발한다. 조합은 포도원 관리, 와인 양조, 마케팅 및 영업 팀으로 구성된다. 포도원 관리 팀은 기후와 포도 상태에 맞는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고, 수확 시기를 알려주는 일을 한다. 병충해 혹은 곰팡이 문제가 있을 때는 이에 맞는 대처법도 알려준다. 조합 소속 와인생산자들은 각각의 포도원에서 수확한 포도를 소규모 트럭으로 운반한 뒤, 중량과 품질에 따른 포도 값을 받게 된다. 이렇게 양조장에 모인 포도는 배양 효모(Cultured yeast, 대량 생산용 와인의 균질한 품질을 위해 선별 배양된 효모)로 양조된다는 점만 제외하면 소규모 와인 생산자들과 같이 정성스레 와인을 만든다. 가파른 경사 포도원 혹은 유난히 맛이 좋은 단일포도원 포도의 경우, 따로 양조되어 틈새 시장용 와인으로 판매된다.
[마주앙과 모젤란트 고급라인들]
모젤란트 와인들은 품질 향상과 보증을 위해 아이에스오(ISO 9001-2008) 및 국제 식품 기준(International Food Standard)인증을 받는다. 또한 와인들은 베를린 와인트로피(Berlin Wine Trophy), 국제 와인 및 스피릿 품평회(International Wine&Spirit Competition), 문두스비니(Mundus Vini), 디캔터 세계 와인 상(Decanter World Wine Awards), 일본 와인 챌린지(Japan Wine Challenge), 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Concour Mondial de Bruxelles) 등 명망 있는 와인 품평회에서 수많은 상을 받고 있다.
[수출담당 안드레아 베슬리히]
모젤란트 수출담당 안드레아 베슬리히(Andrea Besslich)에 따르면, 마주앙은 한국의 요청으로 레이블을 교체했는데, 이전보다 모던한 글씨체와 색상을 채용했다고 한다. 그녀는 마주앙 모젤처럼 약간의 단맛을 지닌 와인이 초보자용이라거나 마트용 대량 생산와인으로 생각되지 않길 희망한다고 말한다. 리슬링처럼 높은 산미를 지니는 품종으로 만든 와인은 약간의 단맛을 통해 마시기 편안하고 더 다양한 음식과 매칭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의 요구가 있는 것이라 지적한다. 실제로 리슬링 강국 독일에서도 약간의 단맛이 있는 오프 드라이(Off dry)리슬링 소비가 가장 높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마주앙 모젤은 과거 외국에서 손님이 오실 때 마다 집에서 준비했던 유일한 와인이었다. 세월이 지나고 모젤에 와서 마주앙을 마셔보니 여전한 풍미와 맛이 반갑기 그지 없다. 예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목 넘김이나 여운이 좀 더 깨끗해진 점을 들 수 있다. 모젤란트의 미덕은 대규모로 와인을 생산하지만, 소비자의 요구에 맞는 와인을 고품질로 언제나 변함없이 생산해 낸다는 데 있다. 마주앙이 탄생한 곳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시음을 통해 잊고 있었던 마주앙 모젤의 가치를 다시 만나니 40년의 인연이 절대 그냥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주앙을 위하여! Che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