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와인 시음회 행동 요령


[수십종의 와인이 전시되는 와인 시음회]

 

크고 작은 와인 행사가 연말까지 줄줄이 이어지는 와인의 계절이 왔다. 그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시음회를 드나들며, 참 많은 일을 보고 겪었다. 본격적인 와인 시음회 시즌을 앞두고 몰라서 실수한 일, 눈살 찌푸린 일, 창피했던 일과 알아두면 좋은 시음회 행동 요령을 공유한다.

 

와인 시음회 대상에 맞춰 신청하기
와인 시음회는 와인 업계인과 와인애호가로 나뉘어 열린다. 와인 업계인으로 제한된 경우는 시음에 나온 와인이 레스토랑 및 호텔 와인리스트에 오르며 직접 매출로 연결돼야 되기 때문이다. 즉, 수입사 입장에서는 밥줄이 달린 시음회인 것이다. 와인미디어도 이런 자리는 정식 초대가 아니라면 실례다. 반면, 와인애호가를 초청하는 경우는 대규모 홍보이기 때문에 상황이 좀 다르다. 와인애호가로 맛있는 다양한 와인을 맛보고 싶은 마음은 알지만 때로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

 

가능한 어두운 색 옷과 편안한 신발을 신자.
화이트 와인 혹은 스파클링 와인의 경우엔 옷에 와인이 튀어도 웬만하지만, 레드 와인은 흔적 없이 지우기 힘들다. 그러니 가급적 어두운 색상의 옷을 입자. 스탠딩 방식 시음회는 많이 걷고 서있어야 하니 가능한 편안한 신발을 신자. 소매가 풍성한 옷, 길이가 긴 자켓도 시음회엔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다.
잔소리를 더하자면, 시음회엔 주머니가 있는 옷이 유리하다. 한 손은 이미 잔을 들고 있으니, 핸드폰으로 사진도 찍어야 하고, 비스킷도 먹어야 하고, 명함도 주고 받아야 하며, 악수도 해야 하니 말이다. 긴 머리 여성의 경우, 머리 고무줄 하나는 손목에 끼자. 와인을 뱉을 때 머리가 쏟아져 귀찮고, 스핏 툰에 닿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냄새 적은 물 휴지도 챙기면 참 유용하다.

 

냄새가 적은 간식을 준비하자.
시음회 장에선 바게트나 비스킷을 준비한다. 하지만, 간혹 그 양이 부족하거나 테이블이 멀어 왔다 갔다 해야 할 지도 모른다. 비스킷 혹은 스트링 치즈를 주머니에 넣어둔다면 편리하다.

 

제발! 향수는 생략하자!
와인 잔을 흔들어 향을 맡고 있는데 어디선가 불가리 향수가 끼어든다. 그 사람은 그 순간 공공의 적! 시음에 방해가 될 수 있으니 시음회 당일만큼은 향수를 생략하자!

 

시음 계획을 세우자.
수십 종이 전시되는 와인 전시회에 아무 대책 없이 들어선다면 시음은 방향을 잃는다. 최소한 스파클링 와인, 화이트 와인, 레드 와인, 스위트 와인 순으로 시음하겠다는 등의 원칙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모든 시음을 마친 뒤 스파클링 와인 시음하는 걸 선호하지만, 시음회 끝까지 스파클링 와인이 남아있지 않는 점이 아쉽다. 다른 예를 들면, ‘유기농 및 바이오다이내믹 와인을 맛보겠다’, ‘해마다 열리는 시음회라면 새로 들어온 와인을 맛보겠다’, ‘특정 가격대의 와인을 맛보겠다’는 등의 계획이 필요하다.

 


[와인 시음부스에서는 와인을 받고 뒤로 물러서자]

 

시음 와인을 받으면 뒤로 빠져라.
각 와이너리 별로 테이블은 작고 사람은 많고 여간 붐비는 게 아니다. 해당부스 와인을 모두 시음하겠다며 자리를 비우지 않는다면, 원활한 흐름을 가질 수 없다. 뒤로 한 발짝 물러서는 배려를 한다면, 나도 다음 부스에서 똑같이 배려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미디어라도 독점하지 마라.
와인미디어는 질문이 많다. 하지만, 한 부스에서 취재거리를 얻기 위해 배수진을 치는 건 수입사 입장에서는 무척 곤란한 일이다. 그들은 시음회를 통해 만난 거래처와 새로운 매출을 연결시킬 기회를 잃을 수 있다.

 

자신의 입은 절대적이지 않다. 그러니 말 조심하자.
와인수입사 혹은 해외에서 온 와이너리 담당자와 간단한 소통을 하는 건 좋다. 하지만, ‘난 메를로가 싫어’, ‘이 집에서 제일 비싼 거나 줘봐’, ‘이거 파커 몇 점이야?’ 를 이런 어조로 얘기하는 건 참 당황스러운 일이다. 엄연히 수입사가 고르고 고른 와인이자, 힘들게 만들어 들고 와 따라주는 자식 같은 와인임을 기억하자. 우리와 정서가 다른 해외 와이너리 담당자들은 와인을 받아 들고 바로 등돌려 가버리는 일도 싫어하는 경우가 있다. 목 인사 혹은 눈 인사라도 고마움을 표시하자.

 

와인을 뱉기 전 가글 하지 말기. 으익
도대체 얼마나 와인 속 타닌을 느끼시려고 막 출시된 레드 와인을 입에 넣고 양치질 하듯 가글하는 분들이 시음회엔 꼭 있다. 왜 그러시냐고 정말 묻고 싶다. 궁금하다.

 

와인을 뱉는 연습은 미리 좀 하고, 스핏툰과 멀고도 가까운 사이가 되자.
스핏툰에 와인이 차기 시작하면 와인이 튀는 게 무서워 저절로 몸을 가까이 해서 와인을 뱉게 된다. 이러면 와인을 뱉는 순간 얼굴에 튀는 일이 있는데, 그게 참 끔찍한 일이다. 와인으로 날아가는 파리는 못 맞히더라도 적당한 거리에서 뱉는 연습은 매우 유용하다. 훈련이 되면, 매우 전문인으로 보이고 폼도 난다.

 


[제발! 와인을 뱉자! 취한다!]

 

제발! 와인을 뱉자!
와인전문인이든 와인애호가든 우리는 취한다. 아무리 뱉는다 해도 소량의 와인은 흡수되는 법. 와인은 아깝지만 시음이니 뱉자. 화장실에 쓰러진 그녀도, 응급차를 부르게 하는 그와도 이제는 그만 헤어지고 싶다. 프로답게 뱉자!

 

와인 잔은 와인으로 헹구자.
대부분 와인의 pH는 3.5. 물은 pH가 7을 살짝 넘는다. 와인 잔을 물로 헹구면 잔 속의 액성이 크게 변화하면서 와인의 향미가 바뀐다. 새로 시음해야 하는 와인을 소량 받아 잔을 헹구고 시음하는 게 더 정확한 향을 느낄 수 있다. 이 사실은 이미 입증되었다.

 

와인 잔을 바닥에 털지 말자.
시음회가 열리는 공간 대부분은 카펫이 깔려있다. 카펫에 와인 잔을 털면 얼룩도 남지만, 냄새도 날 수 있다. 자주 교체하는 카펫이 아니니 와인 잔을 바닥에 터는 건 큰 실례다. 마루바닥인 경우도 미끄러울 수 있으니 와인 잔을 터는 건 옳지 않다. 가능한 스핏 툰에 털거나 휴지로 닦는 게 좋다.

 

와인을 구걸하지 말자.
이제까지 본 가장 창피했던 순간은 요구르트 통 여러 개를 깨끗이 씻어와 와인을 담아달라고 조른 경우였다. 해외에서 온 와이너리 담당자는 그를 알코올 중독자쯤으로 보는 듯 했고, 사이에 낀 수입사 직원은 당황함에 어쩔 줄을 몰랐다. 이건 정말 아니지 않나. 원칙을 지키자!

 

와인 시음회 후 바로 양치질은 금물!
시음회를 마치고 나면 이는 회색을 띤 보랏빛에, 혀는 죠스바 색을 띠며, 입가는 조커처럼 꼬리가 올라가 있다. 신나게 시음한 증거다. 하지만, 바로 치약을 묻혀 닦아내는 건 금물. 이를 보호하는 벽이 손상을 입어 더 쉽게 착색되고, 시린 이가 될 수 있다. 물을 많이 마시고, 껌을 씹는 정도가 좋다. 시음회 후 일정이 없는 경우라면, 맥주로 입가심을 하면 입 속도 중화되고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소금물로 가글을 하거나 시간이 좀 지난 후 살살 닦아내는 게 좋다.

 

앞으로 다가올 시음회는 눈살 찌푸리는 일 없이 서로에게 유익한 시간이 됐으면 하는 바램으로 글을 쓴다. 와인의 계절, 다가오는 와인 시음회를 위하여! Cheers~!

프로필이미지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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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16.09.04 21:03수정 2016.09.0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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