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특성상 주변의 문제점을 듣고 해결방법을 찾는 일을 많이 한다. 그런데 간혹 문제를 해결하고 난 뒤에, 전혀 다른 반응을 듣게 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실제로는 누구도 그 것이 문제가 아니라는, 즉 본질도 아니고, 사람들이 공론이라 생각 했으니 자신도 따라서 생각하였다는 경우가 있다. 내 경우를 하나 예로 들어볼까 한다. 주제를 밝힐 수는 없으나, 한 분야에 여러 해 고질적인 문제가 있었다. 조사를 해 보니 그 주제를 가지고 해마다 세미나도 있었고, 언론 기고도 있었다. 마침 관련 기관을 집어서 문제를 제기한 신문 기사 덕분에 본격적으로 문제를 풀어보기로 하고, 약 두 달 만에 답을 만들어내었다. 모두 다 만족한다는 답을 얻고서는 이 답을 시행해보려 했다. 그 때 의외의 반응을 많이 경험했다. 예를 들면 “문제점이 해결되어서 좋기는 합니다만, 굳이 그 개선된 제도를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같은 반응 말이다.
제도 개선을 한다고 움직였는데 정작 혜택을 받거나 꼭 필요로 하는 곳은 몇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적었고, 실제 액션을 취할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여러 해 동안 논쟁의 중심에 있었을까? 순간 많이 허탈하면서도, 공론(公論)이라는 것이 힘을 얻게 되면 그 자체의 관성으로 누가 원하지 않더라도 그냥 밀려가며 흘러가는 주제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필요로 했다고 생각했는데, 문제를 풀고 나니 필요 없는 것으로 판명되는 것이었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 했는가 곰곰이 생각하니 대부분 피상적으로 접근을 했고, 자신의 목소리만을 내는데 집중했지 이에 따른 파급 효과, 필수불가결성 등 근저에 깔린 여러 문제점을 충분히 살피지 않아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나는 이 일을 겪으면서 와인부문의 통신판매 주제가 문득 떠올랐다. 과연 통신판매란 필요한 것인가, 그리고 와인업계는 통신판매로 인해 수익이 늘어날 것인가, 어떤 문제점이 있으며, 누가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가? 내가 생각하기에 이 문제점에 대해서 피상적으로만 생각하고 구체화된 방법론을 정하지 않은 것 때문에 공론(公論)이 공론(空論)으로 뜬구름 잡기 식의 피상적 접근만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전문가 집단 내에서 논의를 아무리 한다고 한들, 문제점만 나올 뿐, 해결책은 나오지 않는다. 이유는 주제분야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전문가 간담회를 하고 공청회를 해도 답이 잘 안나오는 이유도 내부의 논의에 그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문제가 진정한 문제인지에 대한 사항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 집단 내에서 논의를 하게 되면 그 논의가 계속 맴돌게 되고 결국 내부적인 문제로 정리되고 만다. 와인의 통신판매인 경우에도 이것이 법, 시행령, 시행규칙 중 어느 곳을 손을 보면 되는지, 국세청만 통과가 되면 되는 것인지, 이 규정이 변경됨으로써 다른 분야와 조세형평성 관점의 문제는 없는지 등 개정 전-개정 후의 항목과 이에 따른 정량화된 기대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맴도는 주제가 되어버렸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논의를 위해서 필요한 정보를 생각해보자. 가장 기본적인 자료는 국가별 통신판매 현황이다. 어디에 찾아보면 나온다는 말이 아니다. 각 국가별 주세 구조, 국가별 통신판매가 허용된 경우 와인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 미국의 통신판매 허용/비허용 주들의 이유, 미국내 주요 주별 통신판매 허용에 따른 파급효과를 분석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로 고려해야 할 점은 논점이다. 통상 이 주제를 이야기 하다 보면 주세 구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된다. 그러나 주세는 법개정이 필요하므로 보다 큰 담론을 요구한다. 술 전체를 보아야 하며, 사회 통념상 술에 대한 관점까지 고려하여 접근해야 한다. 그러니 논의 과정에서 주세로 논의가 번지는 것을 정리하는 노력 또한 필요하며 주세는 다른 주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만약 국회나 혹은 대통령 면담, 민원을 통해서 해결 될 것이라 생각한다면 이 것 역시 큰 오산이다. 만약 운이 좋아 대통령이 통신판매를 허용하라고 지시했다고 가정하자. 관련 부처 내에서는 관련 세수 분석, 그리고 여성가족부나 국토교통부, 국세청 모든 부처의 의견을 종합한다. 그리고 이에 따른 종합 의견서를 받는다. 그 결과 풀기 위해서 걸림돌이 많고, 다른 것보다도 공공복리 측면의 이슈가 제기된다면 대통령도 그 명령을 거두어들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선순위에서도 이슈가 밀리므로 크게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문제를 하나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상 이상의 노력과 희생이 필요하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내어놓을 반대 논리를 뛰어넘을 그 이상의 논리를 준비해두어야 한다.
과연 통신판매가 진정 필요하기나 한 것인가? ‘내가 그냥 인터넷 가서 편하게 사고 싶어서 통신판매가 되면 좋겠다’, 그리고 ‘통신판매가 되면 와인 매출이 많이 오르겠지’라고 생각한다면, 절대로 이 문제는 풀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자. 그리고 그 이전에, 이것이 진정 필요한 것인가 하는 점을 통합적으로 바라볼 때 이 문제의 실마리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통합적으로 고민하는 사람도 없고, 다들 공론(空論)으로 주장만 한다면 아직까지 실마리조차 나오지 않은 통신판매 주제는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이다.
제대로 된 공론이 제대로 힘을 얻으려면 자료를 모으고 기반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 만약 논리를 만들어보니 우리 스스로 논리의 모순에 빠진다면 접는 것이 맞다. 그렇지 않다면 모든 항목별로 대응 논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 논리를 토대로 근거자료를 토대로 논점을 벗어나지 않은 준거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통신판매를 포기하든 이루어지게 하든 결론을 만들어낼 수 있다. 답은 의외로 쉬운 결론으로 귀결될 수도 있고, 영원히 풀리지 않는 실타래가 될 수도 있다.
ps. 개인적인 견해는 소비자 편의성 관점에서 통신판매 허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것을 강력하게 지지할 수 있는 필요성, 반대 논리에 반박할 수 있는 준거는 희박하기에, 이런 부분에 대한 담론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