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다이닝

중식과 와인의 만남_ 사천요리와 와인

[홍콩 미쉐린 스타 사천요리 레스토랑 ‘Qi’의 주방]
 
사천요리의 주 조리기구인 웍(镬)과 온도조절을 위한 냉수 시설, 그리고 여러 향신료가 보인다.
 
한 지역 고유의 맛은 그곳의 환경, 특히 기후와 상당히 밀접하다. 복잡한 지형으로 이루어진 중국의 사천지역은 특히 분지 형태로 인한 서늘한 겨울과 덥고 습한 여름으로 인해 사람들이 이런 기후를 견딜 수 있는 강한 향신료를 이용한 요리를 탄생시켰다. 우리나라에도 ‘이열치열’이라는 말이 있듯, 중국에서도 웍(镬)이라는 커다란 팬에 매운 향신료를 첨가하고 재료를 볶는 강한 요리로 기후를 이겨내려는 것이다. 사천 음식은 대체로 두반장(豆瓣醬) 또는 마라(麻辣) 등 지방의 고유 향신료를 기반으로 한 음식이 발달했다.
 
[마라(麻辣) 향신료의 주재료인 화자오(花椒)와 마른고추]
 
사천요리의 대표적 향신료인 ‘마라’는 산초나무 열매인 화자오와 마른고추를 기름에 넣고 몇 달간 발효시킨 사천지방 특유의 매운 향신료. ‘마’는 얼얼하다는 뜻이고 ‘라’는 맵다는 뜻으로, 말 그대로 입안을 마비시키는 매운맛이다. 강렬한 매운맛은 단순히 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조리과정에서 특유의 매력적인 향이 나는데, 이 매운맛과 향은 강한 중독성이 있다. 그래서 중국 사람들은 마라 향신료를 표현할 때 그냥 맵다는 의미의 라(辣)보다는 시앙라(香辣)라고 향이 있는 매운맛이라 표현한다.
 
물론 맵지 않은 향신료를 사용하는 사천지방의 전통요리도 있지만 흔히 접할 수 있는 사천요리는 대부분 매운맛이고 향이나 맛의 강도와 복합성도 상당하다. 그래서 와인과 함께 즐길 때는 개성이 강하고 구조감이 좋은 와인보다는 음식의 맛을 보완해줄 수 있는 와인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러므로 타닌과 바디감이 높은 레드 와인을 지양하고 어느 정도 당도(糖度)가 높은 화이트 와인을 매칭하는 것이 잘 어울린다. 그런데 만약 당도가 높은 와인을 싫어한다면, 이처럼 맛이 강한 사천 음식을 과연 어떤 와인과 즐기는 게 좋을까? 
 
단단미엔(担担面)
 
[단단미엔]
 
중국의 6대 국수 중 하나인 단단미엔은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즐기는 사천지방의 대표적인 면 요리다. 고추기름과 참깨 향이 강한 이 음식은 상당히 깊고 풍부한 맛으로, 그 자체로 복합성이 있기 때문에 와인을 매칭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르헨티나에서 주로 재배하는 아로마틱한 포도품종인 토론테스와 함께 즐기면 여러 가지 좋은 상호작용을 한다. 특히 단단미엔의 주재료인 알후추가 와인의 꽃 향기를 강화해주고 매운맛은 약화시켜주기 때문에 단단미엔의 강한 매운맛을 꺼리는 사람들에게 좋은 마리아주가 된다.  
추천 와인: 알타 비스타 클래식 토론테스(Alta Vista Classic Torrontes)
 
마라샹궈(麻辣香锅), 마라탕(麻辣烫), 후어궈(火锅)
 
[마라탕의 한 종류인 油潑香水魚]
 
마라샹궈(麻辣香锅), 마라탕(麻辣烫), 후어궈(火锅). 이 셋의 공통점은 같은 마라 향신료를 기반으로 한 대표적인 요리라는 점이다. 마라 향신료를 이용해 볶음요리를 만들면 마라샹궈(麻辣香锅), 국물이 있는 탕으로 만들면 마라탕(麻辣烫), 그리고 육수를 만들어 샤부샤부로 즐기면 후어궈(火锅)가 된다. 세 가지 요리 모두 먹고 싶은 재료를 선택해 첨가하는 방식. 향신료를 적절히 사용해 매운맛을 조절하고, 가벼우면서 과실 향이 풍부하며 생기발랄한 루아르 지역의 토착품종 피노 도니(Pineau d’Aunis) 와인과 함께한다면 좋은 마리아주가 될 것이다.
추천 와인: 도멘 드 벨리비에 르 루즈 조르쥬(Domaine de Bellivière Le Rouge-Gorge)
 
마파두부(麻婆豆腐)
 
[마파두부]
 
한국에도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마파두부는 사천요리 중에서도 맛의 강도나 복합성이 상당한 편. 간 돼지고기나 쇠고기를 첨가해도 여전히 소스의 특징이 강하다. 하지만 주재료인 두부와 요리에 사용하는 전분이 한국사람들의 입맛에 잘 맞고, 쉽게 접할 수 있다. 와인도 잘 익은 과실 향이 좋고 누구나 쉽게 마실 수 있는 머스캣 베일리 A(Muscat Bailey A) 품종과 잘 어울린다.
추천 와인: 산토리 토미 노 오카 와이너리 재팬 프리미엄 머스캣 베일리 A(Suntory Tomi No Oka Winery Japan Premium Muscat Bailey A)
 
쿵 파오 치킨(宫保鸡丁)
 
[쿵 파오 치킨]
 
고소한 땅콩소스와 담백한 닭가슴살, 홍고추의 알싸함이 잘 어우러진 쿵 파오 치킨은 이제 사천지역뿐 아니라 외국까지 널리 알려져 전 세계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음식이다. 각 주재료의 조화가 좋은 쿵 파오 치킨 역시 과실 향이 풍부하면서도 가벼운 레드 와인과 잘 어울리는데 그중에서도 생기 넘치는 최근 빈티지의 보졸레 와인과 함께한다면 최상의 조합이 될 것이다. 다소 강할 수 있는 보졸레 와인의 산미가 부드럽게 느껴지면서도 구조감이 더해지고, 음식의 재료 맛을 살리면서도 매운맛은 약화하는 상호작용을 한다.
추천 와인: 샤토 데 뚜르 브루이(Chateau des Tours Brouilly)  
 

프로필이미지고성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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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17.04.19 10:01수정 2017.05.05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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