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리슬링 와인병들]
‘그래서 달다는 거야? 안 달다는 거야?’ 와인21닷컴기자들의 단톡방이 후끈 달아올랐다. 사연인 즉, 와인 애호가들을 위한 당도 안내 기준이 모호해서였다. 와인 기자들도 잘 모르는 리슬링 당도 및 레이블에 숨겨진 암호. 리슬링 환자로 분류된 필자는 세상에 나 같은 동지가 있길 기대하며, 독일 리슬링 레이블에 숨겨진 비밀을 낱낱이 풀어 봤다.
※독일 리슬링 당도 및 레이블에 관한 내용은 독일 국가공인 와인컨설턴트인 황만수 대표가 감수했다. 그는 2014년 와인박람회 프로바인(ProWein)에서 프로 리슬링(Pro Riesling)이라는 단체가 수여하는 <독일 리슬링에 대한 언론 분야 공로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글은 본의 아니게 독자의 머리를 아프게 할 위험성을 내포 하고 있으니, 피로가 누적되신 분, 어제 저녁 과음을 하신 분, 리슬링을 원래 싫어하시는 분은 읽기를 금합니다.

[독일 리슬링 와인 레이블]
자, 이제 사진 속 와인레이블을 보자.
위에서부터 ‘마르쿠스 몰리터(Markus Molitor)’라는 생산자 이름, 수확 년도, 모젤(Mosel) 내 마을 이름과 포도원 이름이 나란히, 그리고 그 아래 슈페트레제(Spätlese) 등의 표시가 보인다. 또 어떤 병엔 아우스레제(Auslese)글자 어깨위로 * 표시가 보인다. 그 아래엔 리슬링(Riesling)이라는 포도 품종이 써있다.
첫 번째로 생산자의 이름인 마르쿠스 몰리터(Markus Molitor)와 그 아래 생산 년도는 알아보기 쉽다. 이 생산자는 독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생산자다.
두 번째로 마을과 포도원 이름을 보자. 마을 이름 끝에는 알파벳 ‘er’이 붙고 그 옆에 포도원 이름을 쓴다. 사진 속 가장 오른쪽 와인은 벨레너(Whelener) 존넨우어(Soonenuhr)로 쓰여 있다. 즉, 벨렌 마을의 ‘해시계’라는 의미의 존넨우어 포도원의 리슬링으로 만들었다는 표시다. 황만수 대표에 따르면, 요즘은 점차 특급 포도원인 경우 마을 이름을 생략하고 포도원 이름만 쓴다고 한다.
세 번째로 살펴볼 내용은 바로 수확한 포도의 당도를 나타내는 표현이다. 독일 와인 품질 등급은 도이처바인(Deutcher Wein)< 크발리테츠바인(Qualitätswein)< 프래디카츠바인(Prädikatswein)으로 나뉜다. 최고 등급인 프래디카츠바인은 수확한 포도의 당도에 따라 카비넷(Kabinett)< 슈페트레제(Spätlese=Late Harvest)< 아우스레제(Auslese=Selected Harvest)< 베렌아우스레제(Beerenauslese, 줄여서 BA로 많이 쓴다) ≒ 아이스바인(Eiswein)<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Trockenbeerenauslese, 줄여서 TBA로 많이 쓴다)로 나뉜다. 베렌아우스레제와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는 귀부균(Botrytis)의 영향을 받아 수분이 줄어 쪼글쪼글해진 포도를 뜻한다. 바로 이 부분에서 수확된 포도의 당도 등급이 품질 및 완성 와인의 당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그럼, 와인 애호가들에게 가장 필요한 정보인 완성된 와인의 당도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독일 리슬링의 맛을 표현할 때, 단맛이 없는 드라이한 와인은 트로켄(Trocken), 약간 단맛이 느껴지면, 파인헤릅(Feinherb) 혹은 할프트로켄(Halbtrocken)을 와인 레이블에 표시한다. 달콤한 와인은 쥐스(Süss)라는 용어가 있으나 대부분 별도의 표기를 하지 않거나, 아우스레제와 같은 포도 수확 당도를 그대로 표시한다. 파인헤릅이란 표시는 아직 독일 와인 법이 인정하지 않지만, 점점 더 많은 생산자들이 할프트로켄이라는 표현 대신 사용하고 있다. 발효 후 와인 속에 남은 당분 수치로 살펴보면, 할프트로켄은 리터 당 당분이 13~18g, 파인헤릅은 리터 당 당분이 13~40g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파인헤릅으로 표기된 경우, 단맛이 적은 와인부터 단맛이 많이 느껴지는 와인까지 있어 입맛에 딱 맞는 와인을 고르려면 신중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 브랜드 이름으로 팔리는 리슬링의 경우 맛에 대한 별도의 표시가 없지만, 거의 파인헤릅이며, 와인 구매하는 사람들이 이전 경험을 바탕으로 그 맛을 알고 고른다고 볼 수 있다. 브랜드 리슬링이란 찔리켄(Zilliken)와이너리의 버터플라이(Butterfly)나 라인홀트 하트(Reinhold Haart)의 하트 투 하트(Haart to Haart) 같은 와인을 예로 들 수 있다.
상대적으로 수확된 포도의 당도가 낮은 슈페트레제, 카비넷, 크발리테츠바인은 양조자가 발효를 중지시키는 시점에 따라 다양한 당도로 만들어진다. 카비넷(Kabinett)을 예로 들면, 당분이 모두 발효된 와인은 단맛이 없는 카비넷 트로켄(Kabinett Trocken), 약간 단맛이 느껴지면 카비넷 파인헤릅(Kabinett Feinherb) 혹은 카비넷 할프트로켄(Kabinett Halbtrocken), 달콤하면 카비넷(Kabinett)으로만 쓴다. 반면, 수확된 포도의 당도가 높은 아우스레제, 베렌아우스레제,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 아이스바인은 달콤한 디저트 와인으로만 만들어진다. 단, 아주 드물게 아우스레제임에도 드라이한 와인이 있다.

[병목이 금색 캡슐로 포장된 모습]
그럼 아우스레제 표시에 붙은 별과 그 개수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별은 대부분 아우스레제 라고 쓰인 와인에 붙으며 *, **, ***로 그 개수가 다르다. 이는 생산자가 포도알 선별을 통해 더 높은 당도와 품질의 포도로 와인을 만들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별의 개수가 많을수록 더 높은 품질의 포도가 사용되었음을 뜻한다. 황만수 대표에 따르면, 최근 독일 와인 생산자들은 별 표시 대신 병목을 금색 캡슐(Gold Kapsel)로 포장하는 방식을 더 선호하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와인레이블에 트로켄(Trocken)으로 명시된 경우도 있지만, 표시가 없는 경우 단맛이 없는 드라이한 독일 리슬링을 알아보는 방법도 배워보자. 바로 그로세스 게벡스(Großes Gewächs), 줄여서 쥐쥐(GG)라는 표시를 찾으면 된다. 과거엔 클래식(Classic), 셀렉션(Selection), 라인가우(Rheingau)지방에서 1등급을 뜻하는 에어스테스 게벡스(Erstes Gewächs), 모젤과 라인라우에서 그랑 크뤼 등급을 의미하는 그로세스 게벡스(Großes Gewächs), 특별 시음단의 시음 평가와 산과 당 함량 기준에 부합하는 차르타 리슬링(Charta Riesling) 등의 표현이 사용되었으나 사용 빈도가 많이 줄어들었다.
골치 아프실 독자들은 위해 간략하게 줄여본다. 독일 리슬링 카비넷과 슈페트레제는 최종 와인의 당도가 단맛이 없는 경우, 트로켄(Trocken)으로, 약간 단맛이 있는 경우 파인헤릅(feinsherb) 혹은 할프트로켄(halbtrocken)으로 표시된다. 별도의 표시가 없이 카비넷 혹은 슈패트레제로 쓰인 경우 단맛이 있는 와인이다. 아우스레제, 베렌아우스레제,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는 모두 달콤한 와인이다. 그리고 쥐쥐(GG)라고 쓰여진 와인은 반드시 단맛이 없는 와인이다.

[위 사진 속 레이블을 읽어보자]
복습으로 위 사진 속 와인레이블을 함께 읽어보자. 먼저 왼쪽, 바인굿(Weingut, 와이너리) 파울린스호프(Paulinshof, 생산자 이름)의 와인이다. 이 리슬링은 브라우네베르크(Brauneberg)마을 캄머(Kammer)포도원에서 왔다. 완성된 와인의 당도는 파인헤릅(Feinherb)으로 약간의 단맛이 있고, 2015년도에 만든 와인이다. 오른쪽 사진 속 레이블은 베겔러(Wegeler)와이너리의 닥터(Doctor)포도원이며, 그로세스 게벡스(Großes Gewächs), 줄여서 쥐쥐(GG)이니 단맛이 없는 드라이한 와인임을 알 수 있다.
복잡하고 어려운 독일 리슬링 암호 풀기가 와인 애호가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리슬링 환자로서가 아니라 리슬링은 와인 생산자가 힘들게 만들고, 잰시스 로빈슨(Jancis Robinson)과 같은 와인저널리스트들이 앞장서서 홍보하는 와인이지만, 정작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덜 사랑 받고 있어서다. 리슬링은 우아하고 고결하다. 안주 없이도 즐길 수 있고, 어떤 음식과 함께해도 완벽한 궁합을 보인다. 심지어 사진 찍을 때 ‘리슬링~’을 외치면 얼굴도 예쁘게 나온다. 일상에 리슬링이 자주 올라오는 시대를 꿈꾸며 암호 풀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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