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다이닝

치즈도 패밀리가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슬라이스 치즈에서 나아가, 먹음직스럽게 늘어나는 모짜렐라, 하얀 솜털이 내려앉은 까멍베르, 만화영화 톰과 제리에 나오는 송송 구멍 난 노란색 치즈 에멘탈, 그리고 고르곤졸라 피자 속 블루 치즈에 이르기까지... 치즈의 종류는 셀 수 없이 다양하다. 이처럼 다양한 치즈를 분류하는 방법이 있을까? 있다. 원유에 따라, 지방 함유량에 따라 등 여러 분류법이 있으나 그 중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제조 과정에 따른 분류법’이다. 여덟 가지 방법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프랑스어로는 이를 패밀리(familles)라고 명시한다. 치즈의 여덟 패밀리를 알아보자.

 


[왼쪽부터 생치즈 / 흰색 피막의 연성 치즈]
 

1.생치즈 Fromages frais

생치즈는 인간의 역사에서 제일 처음 등장하는 치즈이며 제조 기술적으로도 맨 첫 번째단계이다. 왜냐하면, 가장 정제되지 않은 상태의 치즈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생치즈는 숙성되지 않은 치즈로, 젖산균이나 응유 효소를 사용하여 우유를 응고시킨 결과물이다. 대표적인 치즈로는 프로마쥬 블랑, 모짜렐라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쿰쿰한 치즈를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모두 좋아하고 쉽게 먹을 수 있는 순한 풍미의 치즈들이 이 패밀리에 해당한다. 이처럼 생치즈는 촉촉하고 부드러우며 순한 특징을 띠는데, 치즈의 ‘소년기’라는 별명이 뒤따라 붙는 이유이다. 우유에서 비롯된 흰 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신선한 우유의 풍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2.흰색 피막의 연성 치즈 Pâtes molles à croûte fleurie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겉면이 흰색인 연성 치즈이다. 치즈 외피에 뽀얗게 내려앉은 흰 솜털은 꽃(곰팡이)이라는 사랑스러운 이름으로 불린다. 뽀얀 외피 속에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질감의 페이스트가 숨어 있다. 대표 치즈로는 까멍베르, 브리 등이 있으며 효모, 이끼, 축축한 땅과 같은 향미와 버섯, 헤이즐넛, 버터와 같은 풍부한 맛을 느껴볼 수 있다. 제조 과정 중 아주 작은 포자를 주입함으로써 벨벳과도 같은 흰색 솜털이 자라나게 되는 것인데, 예를 들어 까멍베르 드 노르망디 치즈는 페니실리움 칸디둠이라는 포자를 주입한다.

 


[왼쪽부터 껍질을 닦은 연성 치즈 / 반경성 치즈(비가열 압착 치즈)]


3.껍질을 닦은 연성 치즈 Pâtes molles à croûte lavée

연성 치즈에는 또 다른 패밀리가 하나 더 있다. 바로 껍질을 닦은 연성 치즈인데, 여기에 해당하는 치즈들은 특유의 강한 냄새로 유명하다. 그 이유는 제조 과정 중 행해지는 매우 ‘특별한’ 작업 때문이다. 특별한 작업이 무엇일까? 패밀리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주기적으로 소금물 또는 치즈에 따라 특정 알코올 등으로 씻고, 솔질하는 것이다. 이렇게 정성이 깃든 과정은 치즈 고유의 풍미를 살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치즈가 쉽게 변질되지 않고 오래 보관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주황색에서부터 갈색, 붉은색에 이르기까지 외피는 다양한 색을 띠고 매끈하며 반짝거린다. 대표적인 치즈로는 에뿌아쓰, 랑그르, 마루왈 등이 있다.

 

4.반경성 치즈(비가열 압착 치즈) Pâtes pressées non cuites

이 치즈는 주형 과정 전후로 압착이 이루어지며, 소금물에 담그거나 소금으로 솔질을 하여 가염을 하고 뒤집고, 씻는 등의 과정을 규칙적으로 반복한다. 습도가 높고 서늘한 저장고에서 2주에서 길게는 1년에 이르는 숙성 과정을 거친다. 기간에 따라 치즈의 두께는 조금씩 달라진다. 대부분의 반경성 치즈는 호두껍데기같이 딱딱한 껍질 속에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속살을 감추고 있다. 대표적인 유명 치즈들로는 미몰레뜨, 껑딸, 체다, 고다 등이 있다.

 


[왼쪽부터 경성 치즈(가열 압착 치즈) / 블루 치즈]

 

5.경성 치즈(가열 압착 치즈) Pâtes pressées cuites

위에서 소개한 반경성 치즈(비가열 압착 치즈)와 가장 큰 차이점은 커드가 가열된다는 점이다. 우유는 집유 후에 가볍게 가열되지만, 커드는 보통 50도 이상의 어떠한 가열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이 패밀리에 속하는 치즈들은 커드를 50도 이상의 온도에서 강하게 가열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수분이 많이 빠져나가므로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치즈가 완성된다. 몇몇 치즈들은 따뜻한 저장고에서 숙성이 되는데, 여기서 진행되는 발효를 통해 치즈에 크고 작은 구멍이 만들어진다. 우리에게 익숙한 톰과 제리의 노란색 치즈 속 구멍이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생긴 것이다. 에멍딸, 꽁떼, 그뤼에르 등이 여기에 속한다.

 

6. 블루 치즈 Pâtes persillées / Bleus

블루 치즈라는 이름은 치즈에 있는 푸른색 대리석 무늬의 곰팡이 덕분에 붙여진 이름이다. ’블루’는 ‘푸른곰팡이 꽃이 핀’ 치즈를 칭하는 말로써, 치즈 페이스트에 푸르스름한 나뭇결무늬나 대리석 무늬가 있는 것을 말한다. 다른 패밀리의 치즈들과 유사한 과정을 거쳐 제조되지만, 딱 하나 큰 차이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치즈를 만들 때, 우유의 응고 과정 중이나 응고 전에 페니실린의 곰팡이 포자를 주입하는 것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페니실리움 로끄포르띠 또는 페니실리움 글라우쿰 균을 주사한다. 숙성을 거치며 곰팡이가 자라서 치즈에 작고 불규칙한 푸른 구멍을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균은 푸른곰팡이로부터 나오며, 건강에는 위험이 되지 않는 매우 훌륭한 미생물이다. 익숙한 고르곤졸라를 비롯하여 블루 도베르뉴, 로끄포르 등이 이 패밀리에 해당한다.

 


[왼쪽부터 염소젖 치즈 / 가공치즈]


7.염소젖 치즈 Chèvre

원유가 염소젖인 치즈가 이 패밀리에 속한다. 제조 과정에 따라 생치즈에서 경성 치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다. 100% 염소젖으로 만든 순 염소 치즈와 소젖을 섞어 만든 반 염소 치즈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특유의 염소젖 치즈 풍미가 있어 한입에 바로 알아볼 수 있다. 그만큼 호불호가 갈리지만, 셰프들이 매우 사랑하는 치즈로 다양한 요리 속 재료로 활용된다. 3월과 10월 사이가 염소젖 치즈 시식의 최적기이다. 


8.가공 치즈 Fromages fondus

우리가 가장 처음 접한 형태의 치즈는 아마 네모난 슬라이스 치즈가 아니었을까. 가공치즈는 여러 치즈를 섞거나 우유, 버터, 크림과 같은 다른 유제품을 첨가하여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또는 천연향, 견과류, 햄, 마늘 및 향신료를 첨가하여 다양한 맛을 표현하기도 한다. 가공 치즈를 만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이러한 제조 방법으로 가공 치즈를 구분하기보다는 일반적으로 상표 및 제품 이름으로 더 많이 통용된다. 자연 치즈와는 달리 유통기한이 비교적 긴 편이며, 어른이나 아이 모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자연 치즈와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치즈 한 덩어리의 어떤 부분을 먹든, 어느 계절에 먹든 균질화된 같은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자료제공: 프랑스 국립낙농협의회(CNIEL), 소펙사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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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18.03.20 11:44수정 2018.03.2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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