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한 덩이가 앞에 놓여있다고 생각해 보자. 이 치즈는 동그랗거나 네모난 또는 그 외 다른 모양의 치즈일 수도 있다. 그리고 바스러질 듯 연약한 페이스트일수도, 말랑말랑하거나 매우 단단할 수 도 있다. 이처럼 제각각 다른 형태와 질감을 가진 치즈를 자르는 치즈 커팅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자.

식탁에 오르기까지 계속 숨을 쉬며 숙성을 거듭하는 자연 치즈는 치즈 중심부와 껍질의 맛은 서로 다르다. 까멍베르(Camembert) 치즈를 예로 들어보면, 육안으로도 흰 털이 뽀얗게 내려앉은 껍질 부분과 치즈 중심의 흘러내릴 듯한 페이스트는 확연히 다르다. 까멍베르는 껍질 쪽으로 갈수록 버섯, 이끼와 같은 진한 풍미를 느낄 수 있고, 내부는 껍질보다 더 부드러우며 크리미하다.
따라서 여러 사람과 함께 치즈를 즐기는 자리라면, 모든 사람이 치즈의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도록 작은 배려가 필요하다. 프랑스에서는 ’치즈를 자르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그냥 하는 말이 아닌 것이다. 치즈 플레이트를 돌려가며 함께 치즈를 즐기는 자리에서 앞사람이 치즈 중심부만 잘라 먹는다면, 다음 사람에게는 치즈 껍질만 주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한 조각에 치즈의 모든 부분이 고루 분배되도록 자르는 것이 좋다. 치즈 속에 숨겨진 기하학에 대한 작은 이야기, 치즈 커팅 방법을 소개한다.

[모양별로 자른 치즈들]

1.동그란 치즈
까멍베르, 꿀로미에처럼 납작하며 작고 동그란 치즈들은 케이크를 자른다고 생각하자. 생일 케이크를 자르듯이 치즈의 중심에서 껍질 쪽으로 균등한 조각이 되게끔 부채꼴로 잘라내면 된다. 브리처럼 지름이 30cm를 넘는 큰 원형 치즈의 경우, 부채꼴 조각으로 잘라낸 뒤에도 크기가 매우 크기 때문에 다시 커팅이 필요하다. (부채꼴 모양으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

2.네모난 치즈
마루왈과 같이 정사각에 가까운 치즈는 앞서 이야기한 동그란 치즈와 같은 방법으로 자르면 된다. 모서리 끝과 끝을 엑스(X)로 잘라 네 개의 삼각형이 나오도록 한 뒤, 각각의 삼각형을 둘로 나누기를 반복하여 균등한 크기의 여덟, 열여섯 조각이 되도록 한다. 에멍딸처럼 한 변이 긴 직사각형 치즈는 적당한 두께로 가로로 먼저 자른 뒤, 이를 다시 세로로 조각낸다.

3.피라미드형 치즈
둥근 치즈처럼 자르되, 치즈 꼭대기 중심부에서부터 가늘고 긴 조각이 되도록 잘라낸다.

4.기둥형 치즈
김밥을 자른다고 생각하면 쉽다. 단순하게 첫 조각을 자른 후, 그와 평행하게 조각낸다.

5.블루 치즈
블루 치즈는 페이스트 곳곳에 꽃처럼 피어난 푸른곰팡이가 대리석처럼 결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그 결을 따라 잘 바스러지는 특징이 있어 자를 때 주의해야 한다. 또한, 푸른곰팡이(청록색 반점)에 톡 쏘는 블루 치즈 특유의 강한 맛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한 조각 당 고루 분배될 수 있도록 자르는 것이 좋다.

[다양한 종류의 치즈 나이프]

어떤 칼로 자르는 것이 좋을까?
치즈 속살부터 껍질까지 고루 분배될 수 있도록 잘 자르기 위해 치즈를 자르는 적합한 도구가 필요하다. 고기를 자르는 칼과 과일을 깎는 칼이 다르듯 치즈 또한 다른 식품들과 구분되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단단한 치즈, 말랑말랑한 치즈, 흘러내리는 치즈 등 치즈 페이스트에 따라 다른 칼을 사용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세 종류의 치즈 칼을 소개한다.

[연성 치즈 칼로 커팅한 까멍베르 치즈]

1.연성 치즈 칼
가장 전통적인 스타일의 치즈 칼이다. 치즈 칼날 중간에 구멍이 뚫려 있는 모양새인데, 주로 까멍베르, 브리와 같은 연성 치즈를 자를 때 많이 사용한다. 연성 치즈는 녹으면서 속살이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특징이 있어 일반 칼로 자를 경우 치즈 칼날에 치즈 페이스트가 쉽게 달라붙는다. 그러나 칼 중간 중간에 있는 이 구멍 덕에 깔끔하게 자를 수 있다.

[경성 치즈 칼로 커팅중인 미몰레뜨 치즈]

2.경성 치즈 칼
꽁떼, 에멍딸과 같이 단단한 페이스트의 치즈, 특히 숙성이 많이 진행된 경성 치즈를 자르는 것은 꽤 많은 힘이 필요하다. 이때 도끼처럼 생긴 크고 단단한 칼을 이용하면 손쉽게 자를 수 있다. 경성 치즈는 페이스트가 녹아내려 칼날에 달라붙는 일이 거의 없으므로 대부분의 경성 전용 칼에는 칼날 중간에 구멍이 뚫려 있지 않다.

[약한 페이스트 전용칼로 커팅중인 블루 치즈]

3.약한 페이스트 전용 칼
위에서 말한 것처럼 블루 치즈는 푸른곰팡이 결을 따라 잘 부서지기 때문에 잘못 자르면 블루 치즈 페이스트가 흩어져 산산조각이 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와이어를 이용하는데, 얇은 와이어가 연약한 치즈 페이스트를 흐트러트리지 않고 깔끔하게 자를 수 있게 도와준다. 블루 치즈처럼 페이스트가 약한 염소 치즈를 자를 때도 유용하다.

치즈 성질에 따라 적합한 치즈 나이프를 골라 사용하면 좋지만, 모든 치즈 나이프를 가정에 준비해두기는 쉽지 않다. 이럴 때는 치즈 칼의 종류보다 치즈 칼의 개수에 신경을 써보자. 다양한 치즈를 한 자리에서 즐길 때, 하나의 칼만 사용한다면 각각의 치즈가 가진 고유의 맛이 모두 섞여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블루 치즈를 자른 칼로 뒤이어 까멍베르를 자른다면, 까멍베르에서 블루 치즈의 쿰쿰한 푸른곰팡이 풍미가 느껴질 수 있다.

치즈 자르는 방법, 치즈 칼에 대한 이야기는 치즈를 즐기는 작은 팁일 뿐 절대적인 법칙이 아니다. 이 방법을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치즈를 잘못 먹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각자가 좋아하는 방법으로, 각자에게 가장 맛있는 방법으로 치즈를 즐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