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마고 와인으로 알아보는 ‘세컨드 와인’ 이야기

[샤또 빨메의 세컨드 와인, 알떼르 에고 (출처: Château Palmer / Nicolas Joubard)]

 

세컨드 와인이란 일반적으로 보르도에서 자신들의 그랑 뱅(Grand Vin; 세컨드 와인과 비교하여 와이너리의 대표 와인)을 만들기에 품질 기준에 못 미치는 포도로 만든 작은 형제 와인이라고 볼 수 있다. 보르도 세컨드 와인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1874년, 샤또 삐숑-롱그빌 꽁떼스 드 라랑드(Château Pichon-Longueville Comtesse de Lalande)가 헤제르브 드 라 꽁떼스(Réserve de la Comtesse)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처음 내보이며 시작되었다. 출시 당시에는 세컨드 와인을 생산하지 않은 해도 많았지만 1973년부터 매년 출시하기 시작했다. 1902년에는 레오빌 라 꺄즈(Léoville Las Cases)가 끌로 뒤 마르키(Clos du Marquis)를 소개했고 1908년에는 샤또 마고(Château Margaux)에서 빠비용 루즈 드 마고(Pavillon Rouge de Margaux)를 선보였다. 1980년대 이후 이런 세컨드 와인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며 많은 보르도 메독에 위치한 와이너리들이 생산을 시작했고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세컨드 와인을 양조할 때 쓰이는 포도의 출처는 보통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로는 와이너리가 가진 포도밭 중 세컨드 와인만을 위한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를 사용하는 경우로 샤또 로장 세글라(Château Rauzan Séglas)의 세글라(Séglas)가 그렇다. 이들이 가진 토양 중 최고의 와인을 만들어내는 테라스 4기 충적토는 그랑 뱅을 위한 포도밭이며 테라스 3기와 5기 충적토는 기본적으로 세글라를 위한 포도 밭이다. 둘째로 포도밭에서 어린 포도나무에서 재배한 포도를 사용하는 경우다. 이미 그랑 뱅을 위한 토양에 자리 잡고 있어 고품질 포도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아직 어린 탓에 복합미가 부족할 경우 세컨드 와인을 생산하는데 쓰인다. 마지막으로 미기후의 영향이나 빈티지의 영향으로 와이너리가 스스로 만든 그랑 뱅 품질기준에 미달하는 포도를 사용하는 경우다. 샤또 마르키 달렘(Château Marquis d’Alesme)은 세컨드 와인을 생산하지 않지만 계열 와이너리 샤또 라베고스(Château Labégorce)의 경우 세컨드 와인인 제데 드 라베고스(Zédé de Labégorce)를 생산할 때 이 기준이 적용된다. 포도밭은 구분되어 있지 않으며 테이스팅을 거쳐 품질에 따라 그랑 뱅과 세컨드 와인에 들어갈 포도를 구분해 생산한다.

 

그렇다면 세컨드 와인은 왜 만들어진 것일까? 처음에는 각 와이너리가 특정 빈티지에 기후가 좋지 않아 자신들의 명성에 금이 가지 않도록 다른 이름으로 양조해 팔던 것에서 기원했다. 이런 세컨드 와인의 등장은 결국 그랑 뱅의 품질 수준을 더 높이게 되었다. 과거에는 빈티지가 좋지 않더라도 낮은 품질 기준을 통과하면 그랑 뱅에 블렌딩하여 판매를 했다. 하지만 세컨드 와인을 양조하기 시작한 뒤 그랑 뱅에 높은 품질 기준을 적용하고 그에 미달하는 포도로 세컨드 와인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알아둬야 할 점은 세컨드 와인 또한 품질 기준이 있으며 그에 미달하는 포도는 등급 하향을 하여(오-메독(Haut-Médoc) 혹은 보르도(Bordeaux) AOC) 와인을 만들거나 벌크로 팔아버리므로 세컨드 와인의 품질 또한 상당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그랑 뱅의 가격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무리하게 세컨드 와인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또 다른 세컨드 와인의 장점으로는 그랑 뱅과 같은 포도밭에서 난 포도를 사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또한 양조 시설과 양조 방식을 공유하므로 지역의 다른 일반적인 와인보다 품질이 좋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또한 역시 그랑 뱅의 명성 때문에 와이너리에서 가격을 비싸게 받는다는 비판에 부딪히기도 한다.

 

세컨드 와인의 특징으로는 그랑 뱅보다 품질이 낮은 포도를 사용해 만든다는 점과 함께 양조에서도 조금의 변화가 있다는 것이다. 보통 세컨드 와인은 장기 숙성용 와인이 아니며 바로 즐길 수 있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과한 오크 사용 등을 자제하는 편이다. 실제로 샤또 로장 세글라의 경우 새오크 사용 비율이 80%에 육박하지만 세컨드 와인인 세글라의 경우 20% 정도만 사용한다. 이들은 신선함과 바로 마시기 편한 스타일의 와인을 추구하기 때문에 이런 양조방식을 사용한다고 한다. 보통 10에서 20년 정도 숙성한 뒤부터 본모습을 보여주는 그랑 크뤼 클라쎄(Grand Cru Classé)의 그랑 뱅과는 달리 세컨드 와인은 빈티지로부터 5년 정도 기간 이내에 마시는 것이 좋다. 이런 면에서 봤을 때 세컨드 와인은 그들의 형제의 모습을 담고 있으면서도 일찍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고 볼 수 있다. 아래 마고 지역 7개 와이너리의 고품질 세컨드 와인을 소개한다.

 

[마고 그랑 크뤼 클라쎄 세컨드 와인 (출처: danielohwine.com)]

 

[샤또 키르완(Château Kirwan)]

샤또 키르완의 세컨드 와인은 샤름 드 키르완(Charmes de Kirwan)이다. 샤름은 영어로 참(Charm), 즉 매력을 의미하는 단어로 매력적인 맛을 내는 와인을 만들어내고 싶어 이런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이 와인은 1993년 처음 출시되었다. 양조에 사용되는 포도의 출처로는 샤름만을 위한 밭도 존재하며 그랑 뱅을 위한 포도밭에서 어린 나무에서 수확한 포도 또한 사용된다. 품종 블렌딩 비율은 까베르네 소비뇽 45%, 메를로 30%, 까베르네 프랑 15%, 쁘띠 베르도 10%를 기본으로 매년 조금씩 변한다. 16개월간 오크 숙성을 하며 15%만이 새 오크에서 숙성된다. 그 이유는 이들의 세컨드 와인에 대한 철학과 관련이 있다. 단순히 저품질의 싼 와인을 생산하는 것이 아닌 10-15년은 기본 숙성시켜야 진가가 드러나는 그랑 뱅을 바로 즐길 수 있게 만든 것이 이 샤름 드 키르완이다. 세계 각지에 샤름 마니아들이 있는데 그들로부터 단순히 그랑 크뤼 클라쎄 세컨드 와인이 아니라 샤름 그 자체이기 때문에 좋다는 대답이 가장 행복한 답변이라고 한다.

 

[샤또 로장 세글라(Château Rauzan-Ségla]

샤또 로장 세글라의 세컨드 와인은 세글라(Ségla)이다. 이렇게 이름 지은 이유는 그랑 뱅인 로장 세글라와의 연결관계를 강화시키기 위함이라고 한다. 1989년 첫 출시 후 계속 세글라를 만들어내고 있다. 포도밭은 기본적으로 세글라만을 위한 포도밭이 따로 존재하며 로장-세글라의 밭에서 매년 10% 정도 어리거나 품질 기준에 못 미치는 포도가 사용된다고 한다. 포도 품종 블렌딩 비율은 까베르네 소비뇽 61%, 메를로 37%, 쁘띠 베르도 1%, 까베르네 소비뇽 1%이다. 18개월 오크 숙성이 기본이며 그랑 뱅은 새 오크 비중이 60%에 비해 세컨드 와인은 20%만 새 오크에서 숙성한다. 이들의 세컨드 와인 양조 철학은 아주 신선하고 기분 전환이 되는 와인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 때문에 신선한 과실향을 방해하고 탄닌을 짙게 뽑아낼 수 있는 새 오크 비중을 줄였다. 세글라의 품질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며 이 때문에 세컨드 와인보다는 주니어 와인이 더 맞는 표현이라고 한다.

 

[샤또 라스꽁브(Château Lascombes)]

샤또 라스꽁브의 세컨드 와인은 슈발리에 드 라스꽁브(Chevalier de Lascombes)이다. 슈발리에라는 이름은 기사(Knight)를 의미한다. 이 이름을 지은 이유는 라스꽁브의 첫 주인, 앙또안 드 라스꽁브(Antoine de Lascombes)가 바로 기사 작위의 인물이었기 때문에 그를 기리기 위해 이런 이름을 사용했다고 한다. 슈발리에 드 라스꽁브라는 이름으로는 1997년부터 출시가 되었으며 96빈티지까지는 샤또 스곤느(Château Segonnes)라는 이름으로 생산이 됐었다. 그랑 뱅인 샤또 라스꽁브는 메를로 까베르네 소비뇽, 쁘띠 베르도로 만들어지고 18개월간 새 오크와 1년 사용 오크만을 사용해 숙성한다. 그에 비해 슈발리에 드 라스꽁브는 메를로와 까베르네 소비뇽 품종만으로 만들어지고 2년 사용 오크통에서 16개월간 숙성 후 출시된다. 세컨드 와인만을 위한 포도밭은 따로 없고 매년 테이스팅 후 어떤 와인 양조에 사용될지 결정한다.

 

[샤또 디쌍(Château d’Issan)]

샤또 디쌍의 세컨드 와인은 블라종 디쌍(Blason d’Issan)이다. 블라종은 가문, 문장이라는 뜻으로 이쌍을 대표하는 와인으로 발돋음하길 바라는 마음에 지어졌다고 한다. 블라종 디쌍은 1995년에 첫 출시했고 그랑 뱅과 같은 포도밭에서 어린 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만을 사용해 마고의 떼루아를 잘 담아냈다. 샤또 디쌍과 비교했을 때 오크 숙성기간은 2개월 짧은 14-16개월이다. 또한 1/2를 새 오크를 쓰는 그랑 뱅과 다르게 1/3만 새 오크를 사용한다. 샤또 디쌍의 연간 생산량은 10만 병이며 블라종 디쌍은 12만 병이다.

 

[샤또 빨메(Château Palmer)]

샤또 빨메의 세컨드 와인은 알떼르 에고(Alter Ego)로 사전적 의미는 절친한 벗, 동료이다. 알떼르 에고를 세컨드 와인의 이름으로 지은 이유는 이들의 양조 철학과 관련이 있다. 단순히 그랑 뱅에 비해 떨어지는 와인이 아닌 다른 블렌딩 비율로 표현할 수 있는 또 다른 마고 와인을 만들었기에 이런 이름을 지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빨메와 같은 밭에서 어린 포도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테이스팅 후 알떼르 에고에 적합한 포도를 선정해 블렌딩한다. 품종은 빨메와 동일하게 메를로가 주로 블렌딩되고 까베르네 소비뇽과 쁘띠 베르도가 섞인다. 오크 숙성 기간은 빨메보다 2개월 적은 20개월, 새 오크 비중도 50%의 빨메에 비해 25-40% 사이로 사용한다. 와인메이커는 알떼르 에고에서 집중도가 높으면서 우아하고 벨벳 같은 촉감의 탄닌, 신선한 과실향이 더 즉각적으로 드러날 수 있는 스타일을 추구한다. 1998년에 알떼르 에고가 첫 선을 보였고 그전 까지는 라 헤세르브 뒤 제네랄(La Réserve du Général)라는 이름의 다른 세컨드 와인이 존재했었다.

 

[샤또 쁘리우레-리쉰(Château Prieuré-Lichine)]

샤또 쁘리우레-리쉰의 현재 세컨드 와인은 꽁피덩스 드 쁘리우레-리쉰(Confidence de Prieuré-Lichine)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첫 세컨드 와인은 1972년 알렉시스 리쉰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당시 이름은 샤또 드 끌레르퐁(Château de Clairefont)라는 이름이었다. 이후 그랑 뱅과의 연결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르 클로아트르 뒤 샤또 쁘리우레 리쉰(Le Cloître du Château Prieuré-Lichine)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가 현재 이름으로 2008년 정해졌다. 클로아트르는 수도원이라는 뜻이며 꽁피덩스는 신앙고백을 뜻하는 꽁페시옹(Confession)의 유사어로 그들의 역사 속에 있는 베네딕트 수도회의 전통을 잇기 위해 사용되었다. 그랑 뱅이 까베르네 소비뇽이 주가 되는 블렌딩인데 비해 세컨드 와인은 메를로 60-65%, 까베르네 소비뇽 35-40% 비율로 양조된다. 숙성 또한 오크에서 그랑 뱅은 50% 새 오크 통을 사용해 16개월 숙성, 세컨드 와인은 2,3년 사용 오크통에서 12-14개월 숙성한다. 꽁피덩스만을 위한 포도밭이 따로 있으며 그랑 뱅을 위한 포도밭의 어린 나무에서 수확한 포도 또한 사용된다.

 

[샤또 보이드-깡뜨냑(Château Boyd-Cantenac)]

샤또 보이드-깡뜨냑의 세컨드 와인은 라 크로아 드 보이드-깡뜨냑(La Croix de Boyd-Cantenac)이다. 이들이 보유한 포도밭 근처에 수도회를 기리기 위해 1891년 세워진 유명한 십자가(Croix)의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포도 품종은 그랑 뱅과 동일하나 그랑 뱅을 우선적으로 블렌딩한 뒤 세컨드 와인의 블렌딩 비율이 결정된다고 한다. 오크 사용에 있어서는 그 기간은 14-17개월로 그랑 뱅과 세컨드 와인의 숙성 기간이 같지만 새 오크 사용 비중은 세컨드 와인이 최대 5-7% 정도밖에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포도밭은 세컨드 와인만을 위한 밭이 따로 존재하지 않고 같은 밭에서 자란 포도를 공유한다. 홈페이지나 일부 지역에서 다른 이름의 세컨드 와인을 발견할 수도 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자크 보이드(Jacques Boyd)는 1754년 이 와이너리를 매입하고 자신의 이름을 와이너리에 남긴 자크 보이드를 기리기 위해 지어진 이름으로 1997년에 첫 출시되었다. 조세핀 드 보이드(Josephine de Boyd)는 부드럽고 여성적인 와인을 표현하기 위해 여성의 이름을 차용한 또 다른 세컨드 와인 브랜드이다. 두 브랜드 모두 특정 시장을 겨냥해 만든 와인이며 2011년부터 라 크로아 드 보이드-깡뜨냑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공식 세컨드 와인이 되었다. 이들의 그랑 뱅인 샤또 보이드-깡뜨냑은 최소 5년에서 단단할 경우 20년 이상 숙성을 시켜야 제 모습을 보여준다고 한다. 이 때문에 더 빨리 즐길 수 있는 와인으로 만들어 낸 것이 바로 라 크로아 드 보이드-깡뜨냑이다. 구입 직후 바로 즐길 수 있으며 숙성 잠재력도 좋아 빈티지로부터 15-20년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마고 그랑 크뤼 클라쎄 전체 세컨드 와인 리스트 (출처: danielohwine.com)]


프로필이미지오동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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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18.07.30 09:11수정 2018.07.3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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