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보르도, 마고 포도밭 생존일지 – 6. 그린 하베스트(Green Harvest), 에끌레르시사주(Éclaircissage) 혹은 방당주 베르트(Vendange Verte)

* 본 기사는 프랑스 보르도 마고에 위치한 와이너리 샤또 라베고스(Château Labégorce)와 샤또 마르키 달렘(Château Marquis d’Alesme)에서의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졌습니다.

 

[에끌레르시사주 작업 후 포도밭 (출처: danielohwine.com)]

 

기간별 포도밭 업무 요약

- 4월 초 : 포도밭 설치 및 보수

- 4월 말 ~ 5월 중순 : 데두블라주

- 5월 중순 ~ 6월 중순 : 에빰프라주

- 5월 말 ~ 6월 말 : 흘르바주

- 6월 말 ~ 7월 중순 : 에퍼이아주 및 에샤르다주

- 7월 초 ~ 9월 초 : 에끌레르시사주

 

[에끌레르시사주 작업 전후 비교 사진 (출처: danielohwine.com)]

 

7월 동안 잎 제거 작업인 에퍼이아주와 에샤르다주 작업이 진행되는 동시에 녹색 포도를 미리 따는 에끌레르시사주(Éclaircissage)를 시작한다. 이 작업을 부르는 또 다른 말로는 방당주 엉 베르트(Vendange en Verte), 이를 영어로 하면 우리에게 다소 친숙한 그린 하베스트(Green Harvest)이다. 이 작업은 말 그대로 색이 변하는 베레종(Véraison)이 시작되기 전 포도가 아직 초록색을 띠고 있을 때 불필요한 포도를 제거하는 것이다. 에끌레르시사주를 하는 목적은 단순하다. 불필요한 포도를 제거함으로써 남은 포도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여기서 불필요한 포도에 대한 정의가 필요할 것이다. 샤또 라베고스와 샤또 마르키 달렘에서는 다음과 같은 포도를 불필요한 포도로 보고 제거하도록 한다.

 

[에끌레르시사주 작업 시 제거 대상 포도 12종]

1. 3번째 이상의 포도

2. 빠께(Paquet) : 겹쳐서 엉킨 포도

3. 병에 감염된 포도

4. 그라피용(Grapillon) : 작은 포도

5. 잎이 없는 줄기에 자란 포도

6. 밀헝다주(Milerandage) : 다 자라지 못한 중간 크기의 포도알이 섞인 포도송이

7. 2번째에 자란 포도 중 불레(Boulet) : 공 모양의 포도

8. 얇은 가지에 자란 2번째 이상의 포도

9. 한 쪽 브라(Bras)에 열매가 충분히(5~7개 이상) 열렸을 때 가장 끝 줄기의 2번째 포도

10. 포도나무 혹은 말뚝에 닿아있는 포도

11. 땅과 가깝게 자란 포도

12. 포도송이의 날개

 

[에끌레르시사주 작업 시 제거 대상 포도 12종 (출처: danielohwine.com)]

 

첫 번째는 가장 기본이 되는 포도이며 반드시 빠뜨리지 말고 제거해야 하는 포도다. 포도나무의 한 개 줄기(브랑슈 Branche)에 최대 2개의 포도만 남겨두는 것이 생산량과 품질 면에서 가장 이상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개 줄기에 3개 혹은 4개의 포도가 열렸다면 가장 아래(나무에 가까운) 2개를 제외하고 전부 제거해준다. 2번째 빠께는 프랑스어로 덩어리라는 뜻이다. 가까이 자란 포도끼리 엉켜 하나의 덩어리를 만들었을 때 빠께라고 부른다. 문제는 덩어리가 져 더 이상의 생장을 서로 방해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하나의 포도를 희생해 주변 포도들을 살리는 것이 목적이다. 보통 3개의 포도가 뭉쳐있을 때 가운데 있는 포도를 제거해 양쪽 포도를 남긴다. 


4번째는 그라피용이라고 불리는 작은 포도이다. 에샤르다주 작업을 할 때 이 그라피용이 나는 피율(Filleul)을 제거하지만 2번째 포도 이상 수준에서 자라는 피율들은 남아있다. 이 때문에 그라피용은 여전히 남아있고 포도나무의 양분은 여전히 낭비된다. 그라피용은 베레종이 끝난 8월 말, 9월에도 여전히 녹색의 미성숙된 상태로 수확할 수 없는 상태이므로 제거해준다. 5번째로는 줄기에 포도잎이 자라지 않거나 트랙터에 의해 짧게 잘린 가지에 자란 포도가 있다. 줄기가 짧거나 잎사귀가 없을 경우 광합성이 부족하고 포도는 제대로 성숙하지 못하므로 전부 제거해주고 이 줄기마저 제거해준다. 6번째로는 밀헝다주 포도의 제거다. 밀헝다주란 중간 정도로 자란 포도알을 의미하는 단어로 이 존재 자체가 다른 포도의 생장을 방해하기 때문에 미리 제거해준다. 


7번째는 공 모양으로 자란 불레를 제거해주는 것이다. 특히 줄기의 2번째에 자란 포도가 불레라면 반드시 제거해준다. 수확기까지 성숙이 진행돼도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8번째는 얇은 가지에 자란 2번째 포도이다. 얇은 가지와 작은 잎사귀 등 포도 생장에 좋지 않은 조건을 가졌기 때문에 줄기 당 1개의 포도만 남겨 그 품질을 높인다. 9번째는 포도가 충분히 열렸을 때 마지막 줄기의 2번째 포도를 제거하는 것이다. 포도나무를 좌우로 나눴을 때 한 쪽당 5-7개 정도면 충분한 생산량이다. 이를 넘었을 때 잘 자란 포도라도 제거해 나머지 포도의 품질을 높여준다. 


10번째는 포도나무 혹은 말뚝에 닿아있는 포도이다. 이는 포도가 생장하며 부패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포도가 충분히 많을 때 제거해준다. 11번째는 줄기가 아래쪽에서 자라 땅과 가깝게 자란 포도를 제거해주는 것이다. 땅과 가깝다는 것은 벌레가 쉽게 포도를 부패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다른 열매가 충분히 많을 때는 제거해주고 그렇지 않을 경우는 포도송이의 아래 절반 정도를 제거해준다. 마지막으로 포도송이의 날개를 제거해준다. 포도송이가 2개로 갈라져 자라는 경우가 많다. 열매가 작고 충분히 많이 열리지 않았을 때는 놔두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이 날개를 전부 잘라준다. 이를 프랑스어로 데젤레(Désailer)라고 한다.

 

[빠께 제거 전후 비교 (출처: danielohwine.com)]

 

또한 에끌레르시사주 작업 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는데 다음과 같다.

1. 손으로 과도하게 포도 만지지 않기 – 보트리티스 감염 위험

2. 제거한 포도는 나무 밑이 아닌 열과 열 사이에 두기 – 벌레 공격 예방

3. 꿀뤼르(Coulure)라고 불리는 아주 작은 열매가 있는 포도는 남겨두기

4. 미처 하지 못한 선행 작업들(데두블라주, 에빰프라주, 에퍼이아주, 에샤르다주) 같이 진행하기

 

먼저 손으로 과도하게 포도를 만지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보트리티스 곰팡이 감염 위험을 예방하기 위함이다. 손으로 포도를 너무 세게 잡을 경우 포도알들이 터지게 되고 이를 남겨두었을 때 곰팡이에 감염되며 나머지 포도알의 품질에 영향이 미치게 된다. 또한 남겨둬야 하는 포도가 꺾여나갈 수 있으므로 되도록 손으로 포도를 세게 잡지 말아야 한다. 2번째로는 제거한 포도를 나무 밑이 아닌 열과 열 사이에 두기이다. 이 주의사항은 특히 다른 와이너리보다 라베고스에서 주의를 많이 주는 부분이다. 포도를 제거하고 그대로 나무 아래에 둔다면 벌레가 꼬이고 포도나무에 남아있는 열매까지 공격당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열과 열 사이에 두어 트랙터가 밟고 지나가 벌레가 꼬이지 않게 한다. 3번째로는 꿀뤼르라는 아주 작은 열매가 있는 포도는 남겨두는 것이다. 위 제거 대상 포도 중 6번, 밀헝다주는 다른 포도가 성장하는데 방해를 하기 때문에 제거한다. 하지만 꿀뤼르는 다른 포도의 생장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제거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미처 하지 못한 선행 작업이 있다면 에끌레르시사주와 동시에 같이 해준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데두블라주, 에빰프라주, 에퍼이아주, 에샤르다주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포도는 생장해야 하고 양분 낭비는 최소화해야 되기 때문에 동시에 진행해준다.

 

[밀헝다주와 꿀뤼르 포도 제거 여부 (출처: danielohwine.com)]

 

[각 기관 자료]

프랑스 포도나무와 포도 연구회 IFV(Institut Français de la Vigne et du Vin)는 화학적인 방식과 손으로 직접 하는 경우를 비교해 다음과 같은 차이점을 말한다. 먼저 손으로 직접 할 경우 송이 자체를 제거함으로써 송이의 무게에 변화가 없다. 화학적 방식은 그라피용을 제외하고는 송이의 무게만 조절하지 수 조절에는 크게 관여하지 못한다. 두 작업 방식 모두 사후 송이 무게를 10% 정도 증가시킨다. 그리고 IFV의 실험 결과 화학적 방식의 경우 목표치 대비 실제 에끌레르시사주 도달 수치의 변동성이 굉장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 측면으로 따졌을 때 손으로 직접 하는 경우 헥타르당 600유로(비숙련공 시급 15유로 기준)가 소모된다. 화학적 방식은 에끌레르시사주 화학 제품과 트랙터 등 모든 요소를 고려했을 때 헥타르당 181유로로 3배가 넘는 차이를 보인다. (자료 : IFV(www.vignevin-sudouest.com))

 

포도나무 한 그루당 포도를 얼마나 남겨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공식을 참고할 수 있다.

Ng = Rdt /( Ns x Pg )

- Ng: Nombre de grappes à laisser par souche. 나무에 남겨둬야 하는 포도 송이 수

- Rdt: Rendement potentiel optimum (kg/ha). 최적 잠재 생산량(kg/ha)

- Ns: Nombre de souches/hectare. 헥타르당 재식 나무 수

- Pg: Poids moyen des grappes (kg). 포도송이 평균 무게(kg) (자료 : www.bio-enligne.com)

 

또한 론 지역의 포도재배 협회 AREDVi는 포도 품종별 일반적인 기후 조건 하에서 이상적인 잔류 포도송이 양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이는 물론 기상상황과 지역, 각 와이너리의 의도에 따라 바뀔 수 있다.

- 무르베드르 : 4 ~ 5송이

- 그르나슈 :  5 ~ 6송이

- 시라 : 7 ~ 8송이

- 메를로와 마르싼느 : 8 ~ 9송이

- 까베르네 소비뇽과 루싼느 : 10 ~ 11송이

- 소비뇽 블랑과 비오니에 : 11 ~ 12송이

- 샤르도네 : 14 ~ 15송이 (자료 : http://www.aredvi.asso.fr/)


[에끌레르시사주 작업 영상 (출처: danielohwine.com)]

 

에끌레르시사주 작업은 포도 수확 전 가장 중요한 작업으로 포도의 품질과 직결된다. 그만큼 각 와이너리는 해당 작업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8월 말 기준 보르도의 화이트 품종들을 재배하는 와이너리들이 수확을 시작했고 샴페인 지역 또한 수확을 시작했다. 보르도 마고 지역의 까베르네 소비뇽과 쁘띠 베르도와 같은 만생종 품종들은 아직 최적 성숙도에 도달하지 못하고 산도가 높은 편이다. 샤또 라베고스의 기술 총책임자 파비엉 헤몽(Fabien RAYMOND)에 의하면 9월부터 2주간 모든 파셀의 모든 품종 테이스팅이 진행되고 수확 일을 정한다고 한다. 평균적으로 보르도 마고 지역은 9월 마지막 주에 레드 와인 품종 수확을 시작했었다.

 

[용어정리]

* 에끌레르시사주(Éclaircissage) : 7월부터 9월까지 진행되는 작업으로 포도가 초록색의 미성숙한 상태에서 불필요한 포도를 제거해 남은 포도의 산도와 당도 품질을 높이는 작업이다. 샤또 라베고스와 샤또 마르키 달렘에서는 불필요한 포도를 총 12가지로 구분한다. 자세한 내용은 본문 참조.

* 방당주 엉 베르트(Vendange en Verte) : 에끌레르시사주의 다른 말

* 그린 하베스트(Green Harvest) : 방당주 엉 베르트의 영어식 표현

* 베레종(Véraison) : 포도의 색이 변하는 시기를 일컫는다. 사전적 의미로는 과일의 숙성이지만 실제로 레드 와인 품종의 껍질이 초록색에서 검은색으로 변하는 시기를 일컫는다. 베레종은 대체로 8월 중에 일어난다.

* 빠께(Paquet) : 사전적 의미로는 덩어리이다. 포도가 인접한 포도와 겹쳐서 자라 덩어리졌을 경우 빠께라고 부른다. 더 이상의 생장을 서로 방해하기 때문에 포도 한 송이를 희생해 나머지 포도송이를 살린다.

* 그라피용(Grapillon) : 작은 포도를 일컫는 단어이다. 보통 피율(Filleul)이라고 불리는 작은 나뭇가지에 열리는 작은 열매로 양분을 낭비해 정상적인 포도가 생장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한다. 에샤르다주 작업 당시 한 번 제거하고 그 뒤 에끌레르시사주 작업에서 모두 제거한다.

* 밀헝다주(Milerandage) : 포도송이 내에서 다 자라지 못한 중간 크기의 포도알을 의미한다. 정상적인 포도알의 생장을 방해하므로 밀헝다주가 있다면 무조건 제거해준다.

* 불레(Boulet) : 정상적인 포도송이의 모습을 갖추지 못하고 공 모양으로 생긴 포도송이를 의미한다. 제거 대상 포도 중 하나인데 특히 줄기에서 2번째로 자랐을 경우 무조건 제거해준다.

* 데젤레(Désailer) : 포도의 날개(Aile)와 같이 자란 작은 송이를 제거하는 행동을 의미한다. 기존의 큰 송이와 함께 자라며 포도나무에 충분한 양의 포도송이가 자랐을 때는 되도록 이 날개를 잘라내준다.

* 꿀뤼르(Coulure) : 밀헝다주와 비교해 굉장히 작아 씨앗 정도의 크기를 보이는 작은 포도알을 의미한다. 다른 포도의 생장에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꿀뤼르가 있다고 포도송이를 제거하지는 않는다.


프로필이미지오동환 객원기자

기자 페이지 바로가기

작성 2018.08.31 11:58수정 2018.08.31 12:06

Copyrights © 와인21닷컴 & 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스펙테이터100
  • 보졸레
  • 책갈피 속 와인 아로마
  • 조지아인스타그램
  • 크룩 광고

이전

다음

뉴스레터
신청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