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스토리

로커의 예술적 감수성, 와인에 녹아들다

와인을 만드는 것을 예술작업에 비유하는 와인메이커들을 종종 만난다. 작품을 완성하듯 와인을 생산하는 장인정신이 흡사하다는 것이다. 워싱턴주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개성 넘치는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찰스 스미스(Charles Smith)의 작업에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와인메이커가 되기 전, 록 음악계에서 활약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음악계를 떠나 와인산업에 뛰어들었지만 그의 ‘예술적 감수성’은 와인메이킹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난 1월 25일, 롯데주류에서 한국에 소개하고 있는 찰스 스미스의 와인 몇 가지를 시음해볼 수 있었다.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그와 함께였다.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와인메이커, 찰스 스미스]


“먼저, 가장 중요한 것은 와인을 즐기는 것입니다.” 찰스 스미스가 처음 꺼낸 말은 자신에 대한 소개도, 자신이 만드는 와인에 대한 소개도 아니었다. 와인을 즐기라는 첫 마디. 작품을 세상에 꺼내놓은 예술가다웠다. 작품에 대한 비평을 듣기보다는 사람들과 함께 와인을 마시는 기쁨을 먼저 누리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캘리포니아에서 자란 그는 젊은 시절 레스토랑과 호텔에서 근무하며 와인에 대한 열정을 키웠고 지식을 쌓았다. 1989년 덴마크로 갔고, 그곳에서 10여 년간 음악 비즈니스에 몸 담으며 유명 록 밴드들의 유럽 투어도 진행했다. 와인을 업으로 삼진 않았지만 그곳에서도 와인이 늘 함께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와인에 뛰어든 것은 1999년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워싱턴주에 자리잡으면서다. 2001년 그는 왈라 왈라 밸리에서 생산한 시라 품종으로 만든 자신의 첫 번째 와인을 세상에 내놓았다. “모든 것엔 시작이 있죠. 제가 브랜드의 1세대이자 와인메이킹의 출발이고, 이 와인의 시작입니다. 앞으로 후세대가 발전시켜가겠죠.”


그와 함께 시음한 첫 번째 와인은 식스토 언커버드 샤르도네(Sixto Uncovered Chardonnay) 2016. 소비뇽 블랑이 아닌 샤르도네를 가장 먼저 시음한 것은 자신의 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단번에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 했다. 식스토는 미국 최고의 샤르도네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오직 샤르도네만을 위한 브랜드로 론칭했다. ‘식스토’라는 이름에는 그의 여섯 번째 프로젝트라는 의미가 있고, 뮤지션 식스토 로드리게스(Sixto Rodriguez)의 이름을 딴 것이기도 하다. 세 곳의 다른 싱글 빈야드의 샤도네이를 블렌딩해 생산한 식스토 언커버드 샤르도네는 그의 의도대로 훌륭한 첫 인상을 남겼다. 미네랄과 산미가 조화롭고 부드러운 오크 터치가 느껴지는 우아한 와인이라는. 


다음으로 시음한 것은 와인 오브 섭스탠스 소비뇽 블랑(Wine of Substance Sauvignon Blanc) 2017. ‘와인 오브 섭스탠스’는 전 세계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탁월한 와인을 생산하겠다는 목표로 생산하는 와인. 콜롬비아 밸리의 싱글 빈야드에서 생산한 소비뇽 블랑으로, 야생 효모를 사용해 풍미가 독특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향이 부드럽게 바뀌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서 레드 와인으로 찰스 스미스가 자신의 딸, 샤를로트(Charlotte)의 탄생을 기념해 이름 붙인 K 빈트너스 샤를로트(K Vintners Charlotte) 2014를 시음했다. 무르베드르, 그르나슈, 시라를 중심으로 한 남부 론 스타일의 블렌딩. 빈티지마다 블렌딩 비율이 다른데 그는 블렌딩에 관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다. 발효 전, 블렌딩 비율을 일찌감치 결정하는데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 자신의 느낌을 우선시한다고. “내 와인은 매우 개인적 표현의 결과물이에요. 다른 와인과 비교해 우열을 말하기보다는 이런 스타일이 유일하다는 걸 말하고 싶네요.” 


감각적 블렌딩을 선보인 와인에 이어서 등장한 건 과감한 실험작이었다. 다양한 품종으로 와인을 생산하는 찰스 스미스가 100% 템프라니요로 만든 K 빈트너스 엘 제프(K Vintners El Jefe) 2014. 블랙 과실향과 향신료 풍미가 어우러진 와인으로 워싱턴주 떼루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첫 빈티지가 2002년이니 그는 누구보다 일찍 워싱턴주에서 스페인 품종을 시도한 것이다. 


[찰스 스미스와 함께 시음한 와인들]


무엇보다 찰스 스미스의 와인은 시라가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그는 시라에 대해서도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저는 버건디를 생각하면서 시라를 만듭니다”라고. 자신이 추구하는 우아함을 어떻게 구현해내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이날 두 가지 시라가 소개됐는데 K 빈트너스 파워라인 시라(K Vintners Powerline Syrah) 2015와 K 빈트너스 로열 시티 시라(K Vintners Royal City Syrah) 2015였다. 왈라 왈라 밸리에서도 특히 높은 고도에 자리한 파워라인 빈야드에서 생산하는 파워라인 시라가 복합적인 아로마와 스모키한 오크 풍미로 화사하면서도 섬세한 느낌이라면, 와이너리에서 가장 프리미엄 와인으로 꼽히는 로열 시티 시라는 레이블의 강렬한 이미지만큼이나 개성적이고 긴 여운을 남긴 와인이었다. 


그는 2014년 와인 엔수지애스트(Wine Enthusiast)로부터 올해의 와인메이커로 선정된 것을 비롯해 수많은 수상 경력이 있고, 그의 와인은 여러 와인 매체와 평론가로부터 꾸준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독특한 커리어와 함께 독학으로 양조를 시작했다는 사실 때문에 개성파 와인메이커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그는 자신을 다르게 표현했다. “패키지가 현대적이라 해도 제 와인은 부드러운 스타일이죠. 산도나 탄닌 등 어느 한 가지가 튀지 않는 밸런스와 복합성을 중시합니다. 그런 면에서는 저는 스스로를 ‘전통적인 스타일의 와인메이커’라고 생각합니다.” 바이오다이내믹을 추구한다는 그는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적인 방법으로 양조하며 사람들이 와인의 순수함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단, 판매에 도움이 될 만한 인증서를 획득하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는다고. 


양조 기술을 언급하기보단 자신의 지향점과 추구하는 가치, 느낌을 강조한 찰스 스미스는 아티스트다운 자부심으로 마지막 와인을 소개했다. 가장 프리미엄급 와인을 마신 뒤, 와인 오브 섭스탠스 까베르네 소비뇽(Wine of Substance Cabernet Sauvignon) 2016을 내놓으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와인임에도 퀄리티가 뛰어나고 고유한 스타일을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와인메이커로서 와인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기적적’이라는 거예요. 매순간이 그렇습니다. 지금 제가 한국에 와있는 것처럼 말이죠.” 그는 2001년 와이너리 설립 이후 지금까지 7개의 브랜드를 만들었고 현재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단 하나도 소홀하지 않고 모든 와인을 집중해서 생산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감수성 넘치는 와인메이커의 과감한 행보다.  


프로필이미지안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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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19.01.31 09:10수정 2019.01.3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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