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눈 뜨면 들여다보는 사회 관계망 서비스 속 중국 와인 사진들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그중엔 마스터 오브 와인이 호평한 와인, 상상을 뛰어넘는 몸값을 자랑하는 중국 와인이 있다. 중국 와인의 역사와 와인 생산 현주소를 간략히 추려봤다.
중국 고대 포도 재배 역사
한 조사 기관의 자료 분석에 따르면, 기원전 1~2세기 포도나무가 유럽에서 중국으로 전파되었다고 한다. 이때의 포도나무는 40종 정도로 단순히 포도과(Vitis genus)에 속할 뿐이다. 제대로 된 양조용 포도재배는 간쑤(현재 신장) 일부 지방에서 의료용 와인 생산 목적으로 시작됐다.
220년 위나라 조비 황제가 '곡물로 만든 술보다 포도로 만든 술이 더 달콤하다'는 기록을 남겼고, 이후 7세기까지 중국에서 와인은 희귀하고 이국적인 술로만 인식됐다. 640년 당나라 시대, 암탕나귀의 젖꼭지(Marre's nipple)라고 알려진 크고 긴 송이 품종으로 만든 와인이 생산됐다는 기록이 있다. 8세기까지 중국에서 포도는 주로 식용 혹은 건포도용으로 생산됐다.
원대(1234~1368) 마르코 폴로(Marco Polo)는 중국 산시성의 성도인 타이위안(Taiyuan, 태원)이 중국 와인 생산의 거대 중심이었다고 기록했다. 8~13세기 기록이 비어있긴 하지만, 13~14세기를 거치며 중국인은 이미 포도재배, 양조 및 증류 방법을 터득한 것으로 보인다.
17세기 청나라 제4대 황제 강희제(이 당시 유럽엔 태양왕 루이 14세가 통치 중)는 유럽에서 수도회가 가져온 와인을 마셨다고 한다. 이 와인은 당시 통치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던 보르도 와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강희제는 제국 내 여러 곳에 포도원을 조성했으며, 아열대 기후인 남부보다는 북부가 양조용 포도재배에 적합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19세기 초부터 카톨릭 선교사가 대거 중국에 유입되며 그들과 함께 미사 집전 용도 와인을 중국에 들여왔다. 1830년 샹파뉴 지역에서 중국으로 와인 120상자가 들어왔다는 구체적인 자료도 있다.

[국제 와인 품평회에 출품된 중국 와인 샘플들]
중국 근대 와인 생산 역사
중국의 첫 상업적 와이너리는 1892년 설립된 장유(Changyu)다. 중국인으로 말레이시아에서 사는 장 비쉬(Zang Bishi)가 설립한 장유 와이너리는 현재 장유 파이어니러 와인 컴퍼니(Changyu Pioneer Wine Company)로 성장한 아시아 최대 와인 생산자이다.
순수한 중국 자본에 의해 와이너리가 생기기 시작한 건 1922년이다. 중국은 이 당시 5개년 계획을 수립해 포도원을 북경(베이징) 동쪽까지 확장했다. 이어진 2번째 5개년 계획에 따라 포도원은 황하를 따라 조성되었다. 과거 한동안 중국은 러시아와 협력 관계에 있었기에 주로 동유럽 국가의 와인을 수입하거나 불가리아 혹은 루마니아에서 양조용 포도를 들여다 심었다. 이 2번의 5개년 계획을 통해 중국에는 10개 와이너리가 생겼으며, 1970년대엔 그 수가 100개에 달했다.
1978년 중국 와인 생산량은 연간 1만 5천 톤 정도로 여전히 적은 수준이었다. 이 당시 중국 와인은 양조용 포도에 일반 식용 포도 혹은 다른 과실을 섞기도 했으며, 설탕, 향신료(심지어 후추, 정향, 계피, 육두구 같은)가 첨가되기도 했다. 레드 혹은 화이트 와인 나눌 것 없이 대부분 주정 강화되어 매우 달콤하고 향이 진했다. 이 시절 일명 고급 와인들(양조용 포도로만 정상적으로 빚은 와인)은 나라에서 관리하는 가게에서만 비밀 가격에 거래됐다.
중국 와인의 성장은 1980년 문호개방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980~90년대에만 중국 와인 생산량은 3.17배, 1990년~2000년 대 성장은 이전 10년에 비교해 4.13배를 기록했다. 1900년대 말, 중국엔 45만 3천 헥타르 포도원이 생겼고, 양조용 포도는 이 중 13% 정도를 차지했다.
중국인은 달콤한 레드 와인을 선호해 와인에 토닉 워터나 레몬 소다를 섞어 마시는 걸 즐겼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중국인의 입맛은 수입 와인의 영향으로 완전히 드라이한 와인 쪽으로 돌아섰다. 중국 와인 생산은 재배 및 양조 시설 근대화와 유럽이나 호주에서 공부하고 훈련받은 와인 양조가의 유입으로 이전과는 다른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꼬냑 생산자인 레미 마땡(Rémy Martin)은 1980년 톈진시 그레이프 가든(Tianjin City Grape Garden)과 협력하여 다이너스티(Dynasty)라는 와이너리를 시작했다. 다이너스티는 메를로와 카베르네 소비뇽을 섞은 보르도 스타일 와인으로 큰 성공을 거뒀는데, 2009년 기준, 와인 6천만 병을 생산했다. 장유 와이너리는 2002년 보르도에 기반을 둔 카스텔(Castel) 그룹과 조인트 벤처를 결성해 중국인 입맛에 맞는 과실 향이 풍부한 와인 생산을 시작했다.

[국제 와인 품평회에 출품된 중국 와인들]
닝샤 와인이 가져다준 중국 와인 혁명
그러다가 중국 와인 역사에 큰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2011년 12월 한 국제 와인 품평회 보르도 블렌딩 와인 부문에서 닝샤(Ningxia) 지방 와인 4종이 최고 10종 와인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룬 일이다. 이는 중국 와인이 전 세계 와인과의 경쟁에서 처음으로 받은 인정이었고, 이로 인해 닝샤는 <중국의 나파 밸리>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오늘날 중국 와인 전문가들은 국제 와인 품평회 심사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중국 전역에선 와인 관련 출판 및 와인 이벤트도 해마다 증가 중이며, 중국인의 와인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실정이다. 중국 와인 애호가의 69%가 인터넷을 통해 와인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검색한다. 와인 소비자의 64%가 다른 와인 애호가의 리뷰를 참고하며, 58%가 와인 회사의 홈페이지를 확인한다. 중국 와인 판매량의 20%가 전자 상거래를 통해 팔리는 실정이다. (Accenture, IPSOS, Cohn & Wolf자료)
중국 와이너리 중 70%는 연간 생산량이 1천 톤 정도, 상위 10% 와이너리가 각각 연간 5천 톤 이상의 와인을 생산한다. 중국의 거대 와이너리로는 옌타이 장유 파이어니어 그룹(Yantai Changyu Pioneer Group, 보하이만에 1만 7천 헥타르 포도원 소유), 다이너스티 파인 와인 그룹(Dynasty Fine Wines Group), 차이나 그레이트 월 와인(China Geatwall Wine), 코프코 그레이트 월 와이너비(COFCO Greatwall Winery, Yantai), 퉁화 그레이프 와인(Tonghua Grape Wine)이며, 이들의 시장 점유율은 70%다.
와인 생산지로 잠재력이 큰 중국
중국은 포도재배에 있어 이점이 많은데, 그중 포도의 유용 성분인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생산을 저해하는 곰팡이병 발생이 자연적으로 생길 수 없다는 엄청난 장점을 지닌다. 또한 오랜 시간 중국이 고립되었기 때문에 유럽에서 발생한 필록세라도 전해지지 않았다. 따라서, 중국 대부분 오랜 수령의 포도나무는 미국산 뿌리에 접목하지 않고 자신의 뿌리로 자라고 있다.
현재 중국 포도원 규모는 84만 7천 헥타르이며, 양조 목적 포함 다양한 용도의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 전체 포도 생산량으로는 이탈리아,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지만 포도 수출은 많지 않다. 현재 중국은 와인 생산에 있어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미국, 호주에 이어 6위를 차지하는데, 역시 와인 수출은 아직 많지 않다.

[중국 와인 산지 지도 및 대표 지역 포도원 면적, 기후, 해발고도 안내]
중국 대표 와인 산지
신장(Xinjiang Region)
중국 서부에 위치한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지다. 포도원은 투루판 분지를 중심으로 세군데로 분리된다. 신장은 평균 해발고도 154m에 매우 건조한 여름과 추운 겨울을 지닌다. 3개 세분 산지 중 마나스 분지(Manas Basin)가 온화하고 서늘한 기후를 지녀 3만 헥타르 포도원이 있다. 주 품종은 피노누아, 리슬링, 샤르도네다.
보하이 만(Bohai Sea Coastal Region)
중국 산둥반도로 둘러 쌓인 지역으로 중국 최대 와인 생산지이다. 포도원이 자리한 언덕은 모래와 석회암이 주를 이루며, 일조량이 풍부하고 600mm의 연강수량(여름철 집중 호우가 있음)을 지닌다. 주품종은 카베르네 소비뇽, 여러 종류의 뮈스캇, 샤르도네, 리슬링이며, 중국 와인 연간 생산량의 60%를 차지한다. 옌타이는 중국에서 <현대적 포도재배기술의 요람>으로 불리는 곳으로 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 저니쉬트(Cabernet Gernischt, 일명 까르메네르), 샤르도네, 리슬링을 주로 재배한다.
허베이성(Hebei Province)
북경(베이징)에서 동북쪽으로 100km 떨어진 곳으로 모래와 자갈 토양을 지녔다. 기후는 건조하며, 일조량이 유난히 많고, 연 강수량은 413mm다. 주품종은 메를로와 카베르네 소비뇽이다. 포도원은 만리장성 양 옆으로 5만 헥타르 정도 조성되었으며, 바로 중국 대표 와이너리 중 하나인 그레이트 월 와인 그룹이 자리 잡고 있다.
닝샤(Ningxia)
닝샤는 황사가 시작되는 곳으로 매우 건조한 대륙성 기후를 지닌다. 일교차가 어마어마하며, 연강수량은 200mm 정도로 포도재배에 이상적이다. 주 품종은 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 저니쉬트, 리슬링, 샤르도네 등이며 200헥타르 정도 포도원이 조성되어있다.
간쑤(Gansu)
간쑤 역시 연교차가 큰 대륙성 기후에 건조하며 연 강수량은 200mm 미만이다. 2400년이 넘는 포도 재배 역사와 실크로드와 하서주랑(Hexi Corridor)으로 유명한데, 포도원은 바로 하서주랑을 따라 분포한다. 배수가 탁월한 모래 토양이며, 주품종은 피노누아,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샤르도네, 리슬링이 자란다. 간쑤에는 중국에서 가장 해발고도가 높은 포도원(1500m 이상)이 있으며, 이곳에서 아이스 와인이 생산된다.
이외 중국에는 고비 사막, 겨울이면 영하 40도에 이르는 동북 장백산 지역 같은 포도원이 있다고 믿기 힘든 곳에서도 포도재배를 시도하고 있다.
상당수 와인 전문가들은 중국의 와인 생산이 조만간 세계 1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국제 와인 품평회의 문을 두드리는 중국 와인 품질은 이미 전 세계 와인 전문인을 놀라게 하고 있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은 마스터 오브 와인들이 중국 와인을 시음하고 와이너리를 방문하며, 글을 써내고 있다. 이제는 바로 옆 중국 와인에도 눈과 마음, 입을 열어봐야 할 거 같다.
다음은 중국 명품 와인 산지인 닝샤에 대해 알아볼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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