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인은 섬세하고, 풍부하고, 꽤 미네랄하고 드라이하네요(delicate, rich, rather mineral and dry)“
샤블리(Chablis) 한잔을 마신 후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생각보다 비싼 와인을 골라 가슴이 약간 아리긴 하지만, 그래도 좋은 와인을 알아주는 것 같아서 기분은 괜찮다. 섬세하고 풍부하다면 좋은 말 아닌가? 그리고 미네랄하다면… 근데 잠깐, 와인이 미네랄한게 뭐지? 와인에도 미네랄 맛이 있나?
미네랄? 아 생각해보니 편의점에 가득한 미네랄 워터가 생각난다. 물 한 병에 몇 천원씩 하니 왠지 미네랄은 물의 맛을 좋게 만들어주는 무슨 성분이겠지? 그리고 이왕이면 몸에도 좋았으면 좋겠다. 대형마트 한쪽 코너에서 알약으로 파는게 미네랄 아니었나?
좀 더 생각해보니 미네랄은 SCV(건설로봇)가 열심히 캐서 나르는 반짝거리는 물질이라는 사실이 생각났다. 신기하게도 미네랄(과 가스)만 있으면 건물도 뚝딱 짓고 탱크도 나오고 커다란 비행기도 나왔었지. 심지어 핵도 쏠 수 있고!
그런데 와인에서 미네랄이라니.. 와인에서 느껴진다는 미네랄리티는 도대체 무슨 의미이지?
[아.. 미네랄이 부족해… 당신은 이 기분을 알고있다]
I
일반 와인 애호가들은 와인에서 느껴지는 미네랄리티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할까? Deneulin와 그 동료들은 실제로 일반 와인 소비자들에게 물어보았다1.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1) 와인에 대한 경험이 가장 적은 소비자들은 미네랄리티를 몰랐다. 그렇다. 이 단어는 아직까지도 공식적인 와인 용어가 아니다.
(2) 젊은 여성그룹은 미네랄 워터의 미네랄 이온을 연상했다. 역시 이해할 수 있다. 나도 그랬다.
(3) 경험 있는 소비자들은 떼루아(Terroir)와 연관시켰다.
(4) 가장 경험이 많은 소비자들은 산도, 부싯돌 향과 같은 감각적인 요소와 연관시켰다.
그러면 일반 와인 애호가들과 와인 전문가들은 어떻게 다를까? 미네랄리티에 대해 어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Rodrigues의 연구2에 따르면 와인 전문가들은 대부분 맛과 향 등의 감각적인 몇 가지 요소로 미네랄리티에 대해서 답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에게 공통적인 것은 떼루아 밖에 없었고, 매우 다양한 범위의 용어들로 대답하였다. 그리고 와인 전문가에게 미네랄리티는 항상 긍정적인 의미를 가진 용어였지만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중성적인 의미, 혹은 부정적인 의미로 느껴지는 경우까지 있었다.
하지만 와인 전문가들 사이에도 미네랄리티가 어떠한 감각인지는 의견이 많이 나뉜다. Ballester는 34명의 샤블리 전문가들에게 미네랄리티를 묘사하게 했다3. 그 중 20%는 미네랄리티가 맛에서, 16%는 향에서, 나머지 전문가들은 맛과 향 모두에서 느껴진다고 대답했다. 즉 미네랄리티가 향에 대한 용어인지 맛에 대한 용어인지도 서로 동의가 안 되어 있었다. 그리고 다른 연구에서는 전문가들은 와인이 혀에 닿는 느낌, 즉 텍스쳐에서 미네랄리티를 느낀다고도 얘기했다.
자, 현재까지의 연구를 정리해보자. 일반 소비자들은 와인에서 느껴지는 미네랄리티에 대하여 (이 단어를 들어봤다면) 왠지 ‘땅’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만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었다. 미네랄리티가 어떤 느낌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매우 다양하게 나뉘었다. 이는 미네랄워터를 마시면서 공기 좋은 산의 계곡 혹은 커다란 빙하의 모습이 떠오를 수는 있어도, 그것이 어떤 맛인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것과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보다 구체적으로 와인에서 느껴지는 어떤 ‘감각’을 표현하기 위하여 각자 ‘미네랄리티’라는 용어를 사용하곤 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의미와 정의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 용어가 후각, 혹은 미각, 촉각에 대한 용어인지도 의견이 나뉜다. 사실 와인을 묘사하는 단어 중에 이만큼 서로 다른 뜻으로 쓰고 있는 단어도 없는 듯 하다.
[샤블리에서는 화석이 발에 마구 밟힌다. (출처: Kurtis Kolt; via William Fèvre twitter)]
II
미네랄리티가 가장 잘 느껴진다고 소문난 와인으로는 아무래도 프랑스 샤블리(Chablis) 와인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지역은 과거 조개 껍질이나 산호가 암석이 되어 형성된 석회질 토양으로 되어 있으며, 굴 화석이 발견되기도 한다. 그래서 “굴 요리를 먹을 때는 아무래도 샤블리지!” 하는 사람이 많다. 얼마나 낭만적인 조합인가! 태고의 굴내음을 머금은 와인과 함께 하는 굴요리라니! 와인만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로 손색이 없다.
이정도 스토리가 일반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는 미네랄리티에 대한 느낌이다. 충분히 아름답고 이해할 만하고 충분히 술자리에서 안주삼아 얘기할 만한 이야기이다. 왠지 미네랄이라고 하면 땅에 있는 광물이 생각나고 그 땅에 있는 광물질(?)을 포도가 흡수하여 와인에도 풍부하게 표현이 되어있을 것 같다. 충분히 논리적이고 아름다운 듯 하지만 안타깝게도 과학적 근거는 없다.
일단 간단히 정의를 하자. 미네랄(Mineral)은 일반적으로 광물질(우리의 프로브와 드론도 좋아하는)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와인에서의 미네랄은 광물질의 강력한 결합을 뚫고 나온 미네랄 이온을 의미하며 무기영양소(Mineral Nutrients)를 줄여서 쓰는 말이다. 오늘 아침에도 알약으로 챙겨 먹은 그 영양소이다.
포도도 적어도 16종류의 미네랄 영양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모든 생물과 마찬가지로 매우 적극적으로 필터링하여 딱 자신의 생존에 필요한 만큼만 체내로 흡수를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비타민이 몸에 좋다고 하루에 열 알씩 먹지 않는 이유이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여러분은 비타민이 풍부한 비싼 소변을 누게 된다.
또한 뿌리는 물만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물에 녹은 이온 상태의 미네랄만 흡수 할 수 있다. 하지만 광물질인 미네랄은 쉽게 깨지지 않는 단단한 상태이다. 즉 뿌리 주변의 광물질은 바로 흡수되지 못한다. 사실 포도에 흡수되는 대부분의 미네랄 영양 성분은 돌이 아닌, 땅에 있는 부엽토(Humus)에서 온다4. 부엽토란 토양에 있는 부패된 생물학적인 물질을 의미한다. 즉 현재까지 밝혀진 과학으로는 샤블리 지역에서 자라는 샤도네이가 굴의 기운을 빨아들여 와인에 표현한다는 이야기는 단지 만화 작가의 흥미로운 상상력일뿐이다.
그런데 암석 중 유일하게 잘 깨질 수 있는 돌이 있는데, 바로 암염이다. 미네랄리티를 ‘짭조름한’ 감각으로 평가하는 전문가도 있다. 혹시 암염의 소금 성분이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지만 소금 성분은 식물 생장을 크게 방해한다. 로마를 끈질기게 괴롭혔던 카르타고에게 3번에 걸친 포에니전쟁에서 결국 승리한 후 로마가 한 일이 무엇인지 아는가? 카르타고에 더 이상 생명이 살 수 없도록 도시 전체에 소금을 뿌린 일이었다.
미네랄 워터에 대해서도 잠깐 이야기해보자. 미네랄 워터의 미세한 다른 맛들은(그리고 다른 가격들은) 물 안 미네랄의 종류와 양에 의해 결정된다. 참고로 미네랄 양은 TDS(Total Dissolved Solids, 물속에 녹아있는 고형물질의 총량)값으로 나타내고 mg/l 단위를 사용한다.
땅 위로 떨어진 빗물은 땅에 천천히 스며들어 바위의 미세한 구멍틈에서 자연적으로 필터링된다. 이로 인해 지형에 따라 서로 다른 미네랄 성분이 남게 된다. 가장 순수한 물이라고 일컬어지는 빙하수(Glacial Water)는 매우 낮은 TDS 값(< 50 mg/l)을 갖는다. 매우 부드러운 맛과 (미세먼지로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빗물같은 맛이다. 중간 정도의 미네랄리티를 가진 물(250-800mg/l)에는 재미있는 뉘앙스가 생기고 800이상의 높은 TDS의 물은 그냥 마시기에 힘든 경우가 많다. 물에서 황의 냄새가 나거나 스파이시한 느낌까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보통 돈을 내고 마시는 미네랄 워터는 낮은 TDS값을 가지며 그럴 수록 더 맛이 좋다고 느낀다. 즉 역설적으로 미네랄이 적을 수록 좋은 미네랄 워터라고 평가하곤 한다5.
이는 또다른 발효주인 맥주와도 연관이 있다. 맥주의 맛은 물맛에 의해서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가장 유명한 맥주 중에 하나인 체코 Plzeň 지방 맥주(보통 필스너라고 부른다) 양조에 사용되는 물은 매우 낮은 미네랄 성분을 가지고 있다. 순수한 라거 스타일의 맥주를 만들기에 최적의 조건을 지닌다. 반대로 영국의 Burton-on-Trent 지방의 에일은 많은 양의 미네랄 성분과 약간의 황 성분도 가지고 있는데, 이점이 독특한 ‘Burton snatch’ 에 대한 매니아층이 생성된 이유이기도 하다.
다시 와인 이야기로 돌아오면, 와인 안에 존재하는 미네랄 양은 일반적인 미네랄워터의 미네랄 양보다도 더 적다. 물의 경우는 미네랄이 자연스럽게 용해되지만, 포도는 앞서 말했듯이 뿌리가 선택적으로 미네랄을 흡수하고 생육에 이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네랄 워터나 맥주와는 달리 와인 안에는 풍미를 만들어내는 성분들이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미네랄이 그 성분들과 경쟁을 해서 사람에게 ‘미네랄 맛’을 느끼게 하려면 훨씬 더 많은 양이 있어야 한다.
[누가 포도밭에 돌뿌려놨어? 프리오랏 리코레야 토양]
(출처: https://catalanwine365.wordpress.com/2014/02/15/llicorella-why-should-i-care-doq-priorat)
III
그런데 또 어떻게 생각해보면 미네랄리티가 땅과 연관이 있는 것 같은데? 어떤 특정 지역의 와인들이 특별히 미네랄리티가 높다고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 같던데?
보통 미네랄리티가 좋다고 얘기하는 와인들은 특정한 떼루아를 지닌 지역의 와인들이다. 앞서 언급한 석회질 토양의 샤블리, 슬레이트 토양의 모젤, 또한 슬레이트와 석영이 섞인 이코레야(Llicorella) 토양의 프리오랏이 그 예이다. 그렇게 보면 땅과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우리는 흙 성분보다는 이보다 더 넓은 떼루아의 개념으로 봐야한다.
많은 사람들이 산도가 좋은 와인을 미네랄리티가 더 높다고 표현한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대부분 미네랄리티가 높은 와인이 생산되는 지역은 서늘한 기후와 적절한 포도 생장 기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알칼리성 토양 타입이다. 알칼리성 토양 타입이 높은 산도와 낮은 pH를 지닌 와인을 생성한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이다. 또한 품종의 역할도 있다. 보통 모젤지역에서 자라는 리즐링에서 좋은 미네랄리티가 느껴진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리슬링 옆에 같이 심은 쇼이레베(Scheurebe)에서는 그만큼의 미네랄리티가 느껴지지 않는다. 리슬링이 더 산도가 높은 열매를 맺는 품종이기 때문이다.
물론 단지 산도만으로 미네랄리티를 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보통 산도와 어울어지는 맛(Savory)을 함께 미네랄리티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많으니 말이다. 이것도 전체적인 환경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와인에서 느껴지는 풍미(Flavor)는 단지 흙 성분 만이 아닌 온도, 바람, 포도 재배 방식, 양조 방식에 모두 영향을 받는다.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규명은 안되었지만, 토양의 어떤 구성성분이 효모의 물질대사(Metabolism)에 영향을 끼쳐서 발효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떻게 설명을 하더라도 바위 안에 미네랄이 직접적(Direct)으로 와인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모두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복잡한 간접적(Indirect)인 방법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IV
그런데 미네랄리티란 도대체 무슨 느낌인 것일까? 사실 돌이나 바위에는 아무런 맛과 향이 없다. 그냥 오돌돌한 혹은 매끈한 감촉만 있을 뿐이다. ‘비오고 난 뒤 젖은 바위의 향기’는 무엇일까? 이는 별로 낭만적이지는 않지만 식물로부터 떨어져 바위와 흙에 떨어진 유기물 화합물의 냄새이다. 비로 인해 휘발성 성분이 방출되어 우리가 느낄 수 있게 될 뿐이다.
동전을 손에 오랫동안 쥐고 있으면 맡을 수 있는 ‘돈 냄새’는 금속의 냄새일까? 사람 손에 묻어있던 땀이 돈에 묻어있던 성분과 반응하여 만들어내는 냄새일 뿐이다. 우리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미네랄의 느낌은 실제 미네랄과는 많이 다르다.
그러면 와인의 어떤 요소에 대해 사람들은 미네랄리티라고 평가할까? 우리는 와인의 어떠한 느낌 혹은 어떤 성분을 미네랄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물론 앞서 언급한데로 이것에 대한 정의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동의가 안되어 있긴 하지만, 여러 연구를 통해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몇 가지 요소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6.
(1) 산도
앞서 언급한대로 일반적으로 산도가 높은 와인을 미네랄리티가 높다고 평하는 경우가 많다. 와인 산지를 살펴보더라도 미네랄리티가 높은 와인을 논할때 보통 언급하는 프랑스 샤블리와 루아르, 독일 모젤, 오스트리아 바하우(Wachau)등 모두 산도가 높은 와인이 나오는 지역이다.
하지만 그 산도를 만드는 산의 종류가 호박산(Succinic acid)인지 사과산(Malic acid), 주석산(Tartaric acid)인지는 의견이 나뉜다. 어떤 연구에서는 역설적으로 주석산이 높으면 미네랄리티가 낮게 느껴진다고 평가되기도 했다. 사과산은 주석산 보다 더욱 날카로운 산도를 느끼게 하는 산이며, 덜 익은 포도를 깨물었을 때 ‘아이셔’ 하며 눈을 찡긋거리게 하는 산이다. 즉 선선한 기후에서 자란 포도가 지닌 높은 산도는 미네랄리티를 만드는 한 요소로 제일먼저 언급할 만하다.
(2) 이산화황 및 황화합물
몇몇 와인전문가들은 리덕티브한 환경7에서 생성되는 아로마들을 미네랄리티라고 평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서도 여러 연구들이 서로 상반되는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긴 하지만, 이산화황 혹은 황화합물이 미네랄리티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들은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다.
샤블리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8가 있다. 샤블리는 스렝(Serein)강을 중심에 두고 좌안과 우안으로 나뉘는데, 좌안에서 생성되는 와인이 더 강한 미네랄리티를 떠올리게 한다고 평가한다. 이 연구에서는 그 이유로 좌안에서 생산된 와인에 황화합물인 메테인싸이올(Methanethiol)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존재하는데, 이 물질이 조개껍질을 연상시키는 향을 만들기 때문이라는 가설을 제시한다9. 샤블리의 일곱개 그랑크뤼는 모두 우안에 위치하고 있는데, 샤블리 와인에서 말하는 미네랄리티가 더 많이 느껴지는 와인은 그랑크뤼 아랫등급 와인이라고 볼 수 있다. 굴요리와 매칭할 때 낮은 등급의 샤블리를 매칭시키는 것이 좋다는 속설의 한가지 이유로도 볼 수 있듯 싶다.
부싯돌(Flinty) 혹은 연기(Smoky)같은 향을 미네랄리티와 연관짓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와인에 존재하는 또다른 황화합물인 벤젠메테인싸이올 (BMT, Benzenemethanethiol)성분이 만드는 향인데, 샤도네이, 소비뇽 블랑, 세미용등은 특별히 이 성분이 많은 품종들이다10,11. 따라서 이는 품종에 따라서 미네랄리티가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한 가지로 볼 수 있다.
(3) 짠맛
종종 와인에서 느껴지는 소금맛(Salty Taste)을 미네랄리티와 연관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와인에는 사람이 느끼기에 매우 작은 양의 소금(Sodium Chloride)성분만이 있다. 여러분은 짠 와인을 마셔본 적이 있는가? 이는 어쩌면 사람이 호박산 같은 성분을 소금맛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우리가 요리에서 사용하는 소금은 짠맛 이외에도 소량의 풍미가 함께 들어있다. 따라서 테이스터들이 짠맛(Salty)이라고 얘기하는 맛은 보다 복잡한 다양한 맛을 언급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이온 자체에 대한 연구12로 나트륨이온(Na+)과 미네랄리티와 연관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다시 언급하지만 와인에 존재하는 이러한 이온의 양은 사람이 느끼기에는 너무 적다. 즉 이런 이온 자체가 와인 맛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고 보기는 힘들다.
(4) 과일맛의 부족
과일맛(Fruitiness)이 부족한 와인이 역으로 미네랄리티가 높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는 과실 풍미가 많을 수록 미네랄리티를 주는 미묘한 성분을 가려버리기 때문일 수도 있다(오크성분 또한 미네랄리티를 가린다). 그리고 반대로 앞서 언급한 샤블리 좌안 와인에 많이 존재하는 메테인싸이올 같은 성분은 와인 안에 과실 느낌과 꽃 향을 가리는 효과가 있다. 즉 와인의 과일맛과 향은 미네랄리티와 서로 반대되는 측면도 있다.
(5) 우아한 느낌
미네랄리티는 와인에 우아함(Elegance)과 섬세함(Finesse)을 더해준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어떤 테이스터는 이 말을 와인에서 느껴지는 우마미(Umami)라는 단어로 표현하기까지 한다. 사실 이런 단어로 미네랄리티를 표현한다는 자체가, 미네랄리티는 어느 하나의 성분으로 만들어지는 요소가 아닌, 매우 다중적이고 복합적인 느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요 몇년간 다양한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는 있지만, 앞으로 과학적 분석과 더불어 여러 연구들이 더 진행되어 보다 공통된 연구결과들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이정도 분위기야지 미네랄리티가 좀 나오지.” 리베이라 사크라(Ribeira Sacra)의 멘시아처럼 레드와인에서도 미네랄러티를 느낄 수 있다]
(출처: https://creativetravelcanada.com/2015/12/29/ribeira-sacra-in-galicia)
V
사실 와인의 맛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용어들은 원래 모호하다. 맛이 여러층(Layers)으로 겹겹이 쌓여있다는 말은 무엇인가? 미드-팔렛(Mid-palate)은 정확히 어디서부터 시작되고 끝나는가? 블랙 커런트가 어떤 맛이길래 포도로 만든 술에서도 느낄 수 있는 것일까?
테이스팅 노트에는 테이스터들의 주관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전문가들의 테이스팅 노트는 때로는 유용하지만, 때로는 이해하기 힘들다. CMS(Court of Master Sommeliers)등에서는 표준화된 단어를 사용하여 와인을 표현하기를 권하지만, 사실 CMS 단어만 이용하면 노트가 재미가 없다. 그때 미네랄리티같은 용어를 쓰면 좀 더 트렌디하고 쿨한 느낌도 나고 전문적인 듯 감성적인 듯 느낌도 난다.
하지만 이 단어의 유일한 단점은 아무도 정확히 정의를 내리지 않고 각자의 느낌대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적어도 3-5가지 정도의 뜻을 가지는 듯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공통점을 찾고자 한다면, ‘땅’에 관련된다는 점이다. 물론 앞서 살펴본 것처럼 문자 그대로의 돌이나 바위의 의미가 아닌 ‘떼루아’의 의미이다.
혹시 미네랄리티는 최근에 과일 풍미과 오크 느낌을 강조한 글래머러스한 와인들이 와인샵을 가득 채우고 있는 상황에서, 조금 더 땅의 느낌을 잘 드러낸 섬세한 와인들에 대한 관심을 다시금 보여주는 단어가 아닐까? 떼루아라는 단어의 의미가 모호하기도 하고, 요즘 너무 이런저런 곳에서 다양하게 쓰이다보니, 일반적으로 좀 더 친숙한 미네랄이라는 단어가 새롭게 떠오른 것은 아닐까13?
어쨋든 미네랄리티는 와인을 묘사하기에 제법 유용한 단어일 수 있다. 어차피 와인 테이스팅은 와인에 대한 자신의 느낌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지만 어떤 느낌인지 알지?” 정도의 쿨한 느낌으로 사용하기엔 이만한 단어도 없으니 말이다.
그러고보니 차갑게 칠링된 미네랄워터 한잔처럼, 미네랄리티 가득한 시원한 화이트 와인 한잔이 생각난다. 샤블리만 얻어 마시고 떠나간 그녀는 이제 잊기로 한다. 분명 저렴한 피노 그리지오에서도 느껴지는 북이탈리아산 미네랄리티에 감동하는 또다른 그녀가 언젠가 내 앞에 나타날 것이니까.
[참고문헌]
1. Deneulin, P., Le Bras, G., Le Fur, Y., Gautier, L., Bavaud, F. La minéralité des vins: Exploitation de sémantique cognitive d’une étude consommateurs. La Revue des OEnologues 2014, 153, 56–58.
2. Rodrigues, H., Ballester, J., Saenz-Navajas, M.P., Valentin, D. Structural approach of social representation: Application to the concept of wine minerality in experts and consumers. Food Qual. Prefer. 2015, 46, 166–172.
3. Ballester, J., Mihnea, M., Peyron, D., Valentin, D. Exploring minerality of Burgundy Chardonnay wines: A sensory approach with wine experts and trained panellists. Aust. J. Grape Wine Res. 2013, 19, 140–152.
4. Maltman, A.J. Minerality in wine: A geological perspective. J. Wine Res. 2013, 24, 169–181.
5. 몇몇 대중적인 미네랄 워터의 TDS값은 다음과 같다: Voss(44), Icelandic Glacial Water (62) Fiji(210), Evian(309). 다른 물들에 비해서 에비앙의 물맛이 약간 강한 이유이기도 하다.
6. Parr, W.V., Matman, A.J., Easton, S., Ballester, J. Minerality in Wine: Towards the Reality behind the Myths. Beverages. 2018, 4, 77.
7. 리덕티브가 궁금하면 다음글을 참고해보자: http://wine21.com/11_news/news_view.html?Idx=17634
8. Rodrigues, H., Saenz-Navajas, M.-P., Franco-Luesma, E., Valentin, D., Fernando-Zurbano, P., Ferreira, V., De La Fuente Blanco, A., Ballester, J. Sensory and chemical drivers of wine minerality aroma: An application to Chablis wines. Food Chem. 2017, 230, 553–562.
9. 샤블리 우안 출신 와인에는 좌안 와인보다 구리(copper)성분이 더 많은데, 이 구리가 메테인싸이올(methanethiol)과 반응하여 냄새가 더 적은 화합물을 생성한다고 설명한다.
10. Tominaga, T., Guimbertau, G., Dubourdieu, D. Contribution of benzenemethanethiol to smoky aroma of certain Vitis vinifera L. wines. J. Agric. Food Chem. 2003, 51, 1373–1376.
11. 루아르 뿌이-퓌메(Pouilly-Fumé) 소비뇽 블랑 와인에서 미네랄러티를 느낄 수 있는 이유이다. 퓌메(Fumé)란 연기(smoke)를 의미하는데, 이 지역 와인에서는 스모키한 향을 느낄 수 있다.
12. Parr, W.V., Valentin, D., Breitmeyer, J., Peyron, D., Darriet, P., Sherlock, R.R., Robinson, B., Grose, C., Ballester, J. Perceived minerality in Sauvignon blanc wine: Chemical reality or cultural construct? Food Res. Int. 2016, 87, 168–179.
13. 실제로 1980년대 ‘미네랄러티’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이후로 ‘떼루아’라는 단어의 사용빈도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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