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킨보탐 포도원 전경]
히킨보탐 클라렌던 빈야드(Hickinbotham Clarendon Vineyard)는 마스터 오브 와인 앤드류 까이야르(Andrew Caillard MW)가 호주 와인 그랑 크뤼 포도원으로 평가한 곳이다. 과거 이곳 포도는 호주 특급 와인인 펜폴즈 그레인지(Penfolds Grange)와 하디스 에일린 하디(Hardys Eileen Hardy)에 쓰였다. 2012년 잭슨 패밀리 와인(Jackson Family Wines)소속이 되면서 히킨보탐 이름으로 와인이 출시되고 있다.
히킴보탐 클라렌던 빈야드 역사
히킨보탐 클라렌던 빈야드(이하 히킨보탐으로 줄임)는 호주 남호주 주도인 애들레이드(Adelaide)에서 차로 약 35분 거리에 떨어진 맥라렌 베일(McLaren Vale)에 위치한다. 맥라렌 베일 포도원은 1846년부터 서서히 개발되었고, 1858년 에드워드 존 피크(Edward John Peake)가 클라렌던 186헥타르 규모 땅을 사서 포도를 기르기 시작하면서 그 가치가 국제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클라렌던 포도원과 와인에 대한 명성은 앨런 데이비드 히킨보탐(Alan David Hickinbotham)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앨런 데이비드는 ‘호주 와인 양조학 아버지’로 불리는 앨런 롭 히킨보탐(Alan Robb Hickinbotham)아들이다. 앨런 롭은 1929년 현재 애들레이드 대학(University of Adelaide) 로즈워시 캠퍼스 소속 로즈워시 대학(Roseworthy)교수로 임명된 호주 최초 와인 과학 교수였으며, 1936년 호주 최초 와인 양조 학위 과정을 도입한 인물이다. 현재 애들래이드 대학은 와인 양조 분야에서 국제적인 명성을 지니고 있는데, 바로 앨런 롭 히킨보탐 연구와 저술 활동이 바탕이 됐다. 이런 아버지를 둔 앨런 데이비드가 1971년 히킨보탐 클라렌던 포도원에 보르도와 론 지역 포도 품종을 심었고 관개하지 않는 방법으로 카베르네 소비뇽 기르는 데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히킨보탐 포도는 펜폴즈 그레인지나 하디스 에일린 하디 같은 최고급 와인 양조에 쓰였다.
히킴보탐 이름을 붙인 와인이 나온 건 최근 일이다. 잭슨 패밀리 와인(Jackson Family Wines)은 전 세계 산악 지대 포도원을 가진 와이너리를 인수하며, 그들 와인 제국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2000년 양가라(Yangarra)를 인수했고, 2010년 앨런 데이비드가 세상을 떠나고 그 아들이 포도원을 내놓자 2012년 히킨보탐을 사들였다. 단지 3km 떨어진 데에 양가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히킨보탐을 획득한 이유는 히킨보탐 땅이 다른 맥라렌 베일에 비교해 1억년 정도 나이가 더 많고, 남다른 토양과 기후적으로 완벽한 조건을 지니기 때문이다.
잭슨 패밀리 와인 인수 후 히킨보탐은 3년에 걸쳐 환골탈태에 가까운 복원 과정을 거쳤다. 그들은 유타이파(Eutypa)라 불리는 곰팡이가 원인인 데드 암(Dead Arm)이 걸린 포도나무 가지 부분을 잘라내고, 이에 감염되기 시작한 포도나무를 회복시켰다. 또한, 이 지역에 맞지 않는 포도나무를 모조리 제거하고 그 자리에 맞는 쉬라즈와 카베르네를 다시 심었다. 이로 인해 히킨보탐 클라렌던 빈야드는 현재 30헥타르 쉬라즈, 16헥타르 카베르네 소비뇽, 소량 메를로, 그르나슈, 카베르네 프랑, 쁘띠 베르도 그리고 말벡을 재배하고 있다. 히킨보탐은 2019년부터 포도를 유기농 및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으로 기르고 있다. 현재 히킨보탐 팀원들은 포도나무 그루당 햇빛 노출 정도까지 관리할 정도로 결벽증에 가까운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
포도원 복원 후 히킨보탐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4종 와인이 출시됐는데, 바로 히킨보탐 더 피크(The Peake), 브룩스 로드(Brooks Road), 리바이벌리스트(The Revivalist), 트루맨(Trueman) 이다.
퍼즐 같은 히킨보탐 포도원 토양과 기후
히킨보탐은 다른 맥라렌 베일 지역보다 1억 년이나 빠른 7억 5천만 년 전 형성됐다. 따라서, 이곳은 맥라렌 베일이라는 큰 퍼즐 안에 들어 있는 다른 조각으로 볼 수 있다. 주요 토양은 오랜 시간 습곡, 단층, 풍화 작용을 받은 점토와 산화철이 많은 이암이다. 이곳은 맥라렌 베일에서 가장 북쪽에 자리하며, 해발고도는 260m 정도에 가파른 경사를 이루고 있다. 토양 자체가 영양분도 없고 얇아 농부 입장에서는 포도를 기르기 무척 어렵다. 하지만, 포도원엔 낮엔 해풍이, 밤엔 산풍이 불어와 포도가 천천히 완전히 익을 수 있다. 따라서, 히킨보탐 와인은 검붉은 과실, 섬세하지만 분명한 미네랄, 절제된 힘과 장기 숙성 잠재력을 지닌다. 이 때문에 히킨보탐 팀원들은 힘들지만, 가파른 테라스 형 포도원에서 농사를 짓는다.

[히킨보탐 수석 와인 메이커 크리스 카펜터]
히킴보탐 진정한 장인들
히킨보탐 수석 와인 메이커는 크리스 카펜터(Christopher Carpenter)다. 그는 카베르네와 카베르네 중심 블렌딩 와인 전문가로 미국 나파 밸리 컬트 와인인 카디날(Carninale), 로코야(Lokoya) 그리고 마운트 브레이브(Mt.Brave)를 20년 가까이 만든 인물이다. 그는 2012년 인수 직후부터 히킨보탐 와인을 책임지고 있다. 그는 히킨보탐에 부임하자마자 남호주 지역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을 전부 시음하고 개성이 두드러지는 모든 포도원을 방문하여, 이 지역이 갖는 특성을 정확히 파악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히킨보탐 와인이 각 구획 별 정기(精氣)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게 한다.
크리스 카펜터는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와인 메이커 피터 프레이저(Peter Fraser)와 함께 일하고 있다. 피터 프레이저는 론 품종인 그르나슈와 쉬라즈 전문가로서 20년 이상 경력을 지니며, 현재 양가라 와이너리를 책임지고 있다. 그는 2016년 호주 최고 와인 전문가인 제임스 할리데이(James Halliday)로부터 <올해의 와인 메이커 Winemaker of the Year>에 지명됐다. 그는 2017년부터 히킨보탐 와이너리에 합류해 크리스가 미국 나파 밸리로 가 있는 동안 히킨보탐 와이너리를 돌본다.
마이클 레인(Michael Lane)은 원예 육종 전문가로 2000년부터 양가라, 2012년부터 히킨보탐 포도원을 돌보고 있다. 그는 보물과도 같은 오래된 포도나무에 생기를 불어넣고, 포도원에 딱 맞는 새로운 포도를 심고, 각 포도원에 맞춘 관리로 최상급 포도를 얻는데 유능한 인물이다.
히킨보탐 와인들

[히킨보탐 와인들]
더 리바이벌리스트 메를로 The Revivalist Merlot 2016
더 리바이벌리스트 메를로는 히킨보탐 와인 출시 후 가장 먼저 완전히 판매된 와인이다. 크리스 카펜터에 따르면, 이 와인은 메를로를 기르면 안 된다는 땅에서 키워 빛나는 메를로 와인이 됐다고 한다. 프랑스 포므롤 샤토 페트뤼스(Château Pétrus)나 이탈리아 슈퍼 투스칸 와인인 마세토(Masseto)에 견줄 수 있는 와인이다.

[히킨보탐 메를로 구획]
1976년과 1989년에 심은 메를로를 모두 손으로 수확해 줄기를 제거하고, 포도알을 선별한 뒤 부드럽게 압착했다. 냉침용하며, 자연 효모로 발효하고, 매일 펌핑 오버해준다. 껍질과 21일간 접촉한 뒤 프리런 주스만 배럴에 옮겨 3번 통 갈이를 하며 15개월간 보르도 산 배럴에서 숙성한다. 새 오크 통 비율은 25% 다. 와인은 제임스 할리데이 95점, 제임스 서클링 92점을 받았다.
와인은 어두운 루비색을 띤다. 중상 정도 농축된 향 속에는 잘 익은 흑자두, 체리 페이스트, 포푸리, 말린 크랜베리, 라즈베리, 젖은 석회나 진흙 같은 묘한 흙 내음이 녹아 있다. 맛을 보면, 중상 정도 농축된 검은 열매, 클로브, 살짝 블랙티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짠맛을 동반한 감칠맛, 부드러운 잘 익은 타닌, 조화로운 산미, 미네랄 풍미를 즐길 수 있다. 시음한 4종 와인 중 표현력이 가장 좋으며, 향수처럼 강렬하게 전해지는 향이 훌륭해서 메를로 에센스(Merlot Essence)라 부르고 싶다.
트루맨 카베르네 소비뇽 Trueman Cabernet Sauvignon 2016
남호주에서 가장 뛰어난 카베르네 소비뇽 포도원에서 자란 포도로 나파 밸리 카베르네 전문가가 빚은 진정한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이다. 트루맨이라는 이름이 참 적절하다.

[히킴보탐 카베르네 소비뇽 구획]
1971년 심은 카베르네 소비뇽을 모두 손으로 수확해 포도알 선별을 한 뒤 메를로와 비슷한 양조 과정을 거치는데 껍질과 접촉 시간은 18일로 짧다. 와인은 타닌을 얻기 위해 양조 중 펌핑 오버(Pumping Over)하며, 18개월간 보르도 산 오크 통에 숙성하며, 새 오크 통 비율은 65% 정도다. 와인은 제임스 할리데이 96점,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 95점을 받았다.
와인은 어두운 루비색을 띤다. 중상 정도 농축된 향에서 삼나무, 허브, 장미, 체리 같은 붉은 과실, 블랙베리, 라즈베리, 블랙커런트를 느낄 수 있다. 향이 열리는 속도는 더 리바이벌리스트 메를로보다 다소 느리다. 맛을 보면, 중상 정도 농축된 검은 체리, 클로브, 민트, 미네랄, 약간 스모크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잘 익은 타닌에 산미가 높고 선이 좋으며 입에 착 감기는 풍미가 일품이다. 한 모금만으로도 이 와인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정도로 치명적이다.
브룩스 로드 쉬라즈 Brooks Road Shiraz 2016
히킴보탐에서 쉬라즈는 가장 높고 서늘한 구획에서 자란다. 와인은 프랑스 론 밸리 에르미타주(Hermitage)와 같은 선상에 설 수 있다고 평가받는다.

[히킨보탐 쉬라즈 구획]
와인은 1971년 심은 쉬라즈를 주로 사용하고, 2002년 심은 쉬라즈 10%정도 섞였다. 포도는 모두 손으로 수확되어 줄기를 제거한 뒤 절반 정도 으깬 상태로 발효조에 넣는다. 그 상태로 냉침용하고, 히킨보탐 와인 중 유일하게 발효조 위로 올라온 머스트를 눌러주는 작업을 한다. 이를 통해 쉬라즈 특성을 최대한 얻는다. 껍질과 16~21일간 접촉한 뒤 가볍게 압착해 배럴로 옮긴 뒤 3번 정도 통 갈이를 시행한다. 와인은 15개월간 부르고뉴 산 오크 배럴에서 숙성했고, 새 오크 통 비율은 30% 정도다. 와인은 제임스 할리데이 96점, 제임스 서클링 94점을 받았다.
와인은 가장자리가 투명한 루비색을 띤다. 클로브, 스윗 스파이스, 계피, 후추, 진짜 끝내주는 체리와 체리 페이스트 등이 매우 진하게 농축되어 있고 그 복합성이 뛰어나다. 여러 향 중 금방 으깬 후추 향이 은은하게 전해져 변화를 준다. 맛을 보면, 중상 정도 농축된 검은 열매, 커런트, 클로브, 약간 블루베리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정말 놀랍도록 부드러운 타닌과 싱그러움이 가득한 산미를 즐길 수 있다.
더 피크 카베르네 쉬라즈 The Peake Cabernet Shiraz 2016
카베르네 전문가인 크리스 카펜터는 호주를 대표하는 카베르네 쉬라즈 블렌딩에 대해 처음엔 무척 회의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히킴보탐 포도로 만든 펜폴즈 빈 60A 2004년 산(Penfolds Bin 60A 2004)을 맛본 후 이 블렌딩 와인에 확신을 갖게 되었고, 그의 손으로 히킨보탐 최고 와인인 더 피크를 만들게 됐다.
1971년 심은 카베르네 소비뇽 57%와 쉬라즈 43%로 만든 와인이다. 모두 손으로 수확해 줄기를 제거하고, 각각 18일 동안 침용 한 뒤 양조하고 쉬라즈는 100% 새 부르고뉴 산 오크 통에, 카베르네 소비뇽은 100% 새 보르도 산 오크 통에서 15개월간 숙성해 블렌딩 했다. 와인은 제임스 할리데이 96점, 제임스 서클링 96점을 받았고, 유명 와인 평론가인 후온 후크(Huon Hooke)는 더 피크 2016년 산이 다른 히킨보탐 와인 중 두각을 나타낸다고 평가했다. 같은 와인 2018년 산은 제임스 할리데이로부터 99점을 받았는데, 그는 이보다 훌륭한 카베르네 쉬라즈 블렌딩을 지금껏 본 적이 없다고 말했을 정도다.
와인은 진한 루비색을 띤다. 중상 정도 농축된 향에는 향나무, 바닐라, 코코넛, 잘 익은 검은 체리, 말린 체리가 녹아 있다. 화한 향이 있는데 흔히 호주 쉬라즈에서 나는 활명수 같은 느낌이 아니라 그저 잠시 스쳐 지나갈 뿐이라 마시는 이로 하여금 안달 나게 하는 매력이 있다. 이외 후추, 클로브, 정향 느낌이 아주 세련되게 느껴진다. 맛을 보면, 중상 정도 농축된 블랙 커런트와 블랙 베리 풍미가 훌륭하다. 잘 익은 타닌에 짠맛을 동반한 감칠맛, 조화를 이루는 산미, 긴 여운까지 참 아름답다.

[히킨보탐 와이너리 전경]
히킨보탐 4종 와인은 공통으로 꽤 높은 산미, 적당한 바디, 잘 익은 타닌은 부드러우면서 양도 적당해서 마시기 편안했다. 와인은 모두 장기 숙성 잠재력이 탁월했는데, 제임스 할리데이는 더 피크와 브룩스 로드는 향후 30년, 더 리바이벌리스트와 트루맨은 각각 15년에서 25년 정도 긴 숨을 쉴 것으로 전망했다. 와인 자체가 완성도가 높아 와인만으로 마시기도 좋고, 레드 와인임에도 기름진 해산물부터 양념이 강한 음식까지 다양한 페어링이 가능했다.
맥라렌 베일은 호주에서 남호주 와인 탄생지이자 울트라 프리미엄 와인 산지로 인식되는 와인 산지다. 많은 와인 애호가가 맥라렌 베일 전설적인 원조 포도원의 정기를 담은 히킨보탐 와인을 한 번쯤 경험해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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