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고의 소믈리에를 선정하는 아시아 베스트 소믈리에 대회는 2015년 첫 개최 이후 매년 아시아 각국을 대표하는 소믈리에들이 참가하고 있다. 올해로 6회를 맞은 이 대회는 프랑스 농식품부(MAA)가 주최하고 소펙사 코리아가 주관한다. 지난 11월 25일 개최된 준결승전에서 각국을 대표하는 소믈리에 12명이 출전했고 최종 선발된 3명이 결선에 올랐다. 12월 15일 진행된 결선 대회에는 싱가포르의 다이스케 시부야(Daisuke Shibuya), 대만의 쓰 하오(Szu Hao), 그리고 우리나라의 최준선 소믈리에가 진출해 실력을 겨뤘다.
[한국 출전자 최준선 소믈리에와 대회 진행을 맡은 이다도시]
올해는 전 세계에 확산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아시아 베스트 소믈리에 대회에도 색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개최국에 모여 함께 결선을 치르던 기존의 방식과 달리, 이번에는 싱가포르, 대만, 한국을 화상으로 연결해 동시 진행하며 그 현장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해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대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지만 소믈리에들은 조금 낯선 분위기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각 단계를 수행했다. 한국에서는 밀레니엄 힐튼 서울 오크룸에서 개최됐으며 소믈리에와 심사위원, 게스트, 기자, 촬영 스태프 등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대회에 참석했다.
대회는 총 6개의 테스트로 진행됐다. 레드 와인을 서빙하는 테스트에서는 밀랍으로 밀봉된 와인을 오픈해 6분 이내에 5명에게 서비스하도록 했고, 두 번째는 화이트 와인 4가지를 블라인드 테이스팅했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에 출제된 와인은 부르고뉴 알리고떼(Bourgogne, Aligote) 2017, 생 브리 소비뇽(Saint Bris, Sauvignon) 2017, 샤블리(Chablis) 2019, 부르고뉴 꾸벙 데 자꼬뱅(Bourgogne Couvent des Jacobins) 2018이었다. 그다음으로는 프랑스 곳곳의 사진을 보고 와인생산지를 맞추는 문제와 7분 내에 2가지 다른 종류의 칵테일을 제조하고 칵테일과 샴페인 총 5잔을 서빙하는 테스트가 이어졌다. 그리고 현장에서 공개된 와인, 마 드 도마 가샥(Mas de Daumas Gassac)을 3분 동안 소개하고 설명하는 과제와 마지막으로 즉석에서 주어진 질문에 답하는 문제가 출제됐다.
[칵테일 제조와 서빙 테스트를 수행하는 최준선 소믈리에]
한국의 최준선 소믈리에는 모든 단계에서 안정적으로 과제를 수행했다. 특히 레드 와인 서빙과 칵테일 제조 후 서빙하는 단계에서는 시간이 넉넉하게 남을 만큼 능숙하고 여유로웠다. 모든 출전자들이 어려움을 겪은 문제도 있었는데 마지막으로 출제된 ‘2017년 생 테스테프(Saint-Estephe)의 샤토 라퐁 로쉐(Chateau Lafon-Rochet)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라는 문제였다. 세 출전자들 모두 정답을 말하지 못했지만, 모르겠다고 답한 다른 출전자와 달리 최준선 소믈리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최대한 설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답은 그 해에 샤토가 유기농 생산을 중단했다는 것이었다.
세 출전자의 테스트가 모두 끝난 뒤 발표된 결과에서 최준선 소믈리에가 우승을 했고, 2위는 싱가포르의 다이스케 시부야, 3위는 대만의 쓰 하오 소믈리에에게 돌아갔다. 아시아 베스트 소믈리에 대회에서 한국인이 우승한 것은 2015년 안중민 소믈리에가 우승한 이후 처음이다. 이 대회에 세 번째 도전해 마침내 우승을 차지한 최준선 소믈리에는 작년 한국 소믈리에 대회 준우승, 올해 한국 소믈리에 대회에서 우승한 데 이어 또 한번의 큰 성과를 거뒀다. 두가헌에서 5년 동안 경력을 쌓은 그는 그랑아무르를 거쳐 최근 신라호텔 라연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최준선 소믈리에를 인터뷰하며 우승 소감과 대회 준비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 제6회 아시아 베스트 소믈리에 대회 우승자, 최준선 소믈리에와의 만남
먼저, 축하드립니다. 올해 제19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 우승 이후, 이번 아시아 베스트 소믈리에 대회에서도 연속으로 우승해 더욱 특별한 기록인 것 같습니다.
예년과 달리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된 대회라 처음에는 우승을 하고도 실감이 잘 나지 않았습니다. 주변의 축하를 받으면서 조금씩 실감이 나네요. 3년 전 처음 이 대회에 나갔을 때 우승한 소믈리에를 보면서 언젠가 저 자리에 오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 꿈이 실현되어 기쁩니다.
2017년과 작년에 이어 올해 세 번째 출전이었어요. 단계마다 침착하게 참여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지난 대회와 다른 환경이라는 점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결선 대회의 경우, 무대와 동선 등 예상 가능한 현장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온라인으로 진행되니 그런 부분을 쉽게 예측하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다른 대회보다 더 광범위하게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대회의 난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평을 했습니다. 실제로 참가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느꼈나요?
해마다 추가되는 부분이 있어요. 첫 대회에는 칵테일도 없었고 치즈 관련 문제도 나오지 않았죠. 예전에는 와인 서비스와 블라인드 테이스팅이 위주였다면 이제는 칵테일이 복잡한 방식으로 출제되고 와인에 대한 설명을 얼마나 풍부하게 하는지 평가하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지난 대회들보다 칵테일 제조 시간을 넉넉하게 주면서 조금 더 복잡하게 출제한 느낌이 들었어요. 같은 테이블에서 샴페인 한 잔과 2가지 종류의 칵테일을 두 잔씩 서빙해야 하니 칵테일을 정량에 맞게 준비하면서 온도를 차갑게 유지할 수 있도록 순서를 지키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대회를 준비하고 연습하셨나요?
예선이 있었던 전후로 코로나19의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단계가 높아졌어요. 레스토랑은 모두 9시에 문을 닫으니 소믈리에 선후배들을 만나서 연습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바를 준비해 연습했어요. 아내도 프랑스어를 잘하기 때문에 제가 와인을 테이스팅하고 소개하는 것을 보며 피드백을 주고 노트에 적어서 빠진 부분은 없는지 확인할 수 있게 도와줬습니다. 매일 집에서 테이스팅을 하면서 준비했고 일상 속에서 익숙한 방식으로 연습하다 보니 대회에서도 편안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출전자들이 영어를 선택한 반면 유일하게 프랑스어를 선택해 참가하셨어요. 이번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까지 프랑스에서의 다양한 와인 경험이 큰 도움이 됐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생산 지역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지만 생산 과정에 대한 공부는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프랑스에 가서 6년간 살면서 프랑스 소믈리에 과정과 양조 책임자 과정을 밟고 와이너리에서 근무해보기도 했습니다. 교육 과정 중에 프랑스의 모든 와인 생산지역을 1주일에서 열흘간 방문하고 시험을 보기도 했어요. 여러 와이너리를 다니면서 생산자들을 만나 그들의 철학을 들어본 것이 프랑스 와인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부르고뉴에 가장 오래 계셨죠. 최준선 소믈리에님에게 부르고뉴 와인은 어떤 의미인가요?
와인 산업에 대해 배우기 위해서는 보르도에 가는 게 좋다고 생각했지만 저는 철학적인 부분과 문화에 더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부르고뉴에 가서 공부했고 졸업 논문도 그곳에서 완성했어요. 부르고뉴 와인은 생산자의 철학과 성격이 그대로 묻어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과 대화해보면 처음에는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지만 상대가 그 문화 속으로 들어왔다고 생각하면 정말 열린 태도로 받아줍니다. 이해하고 교감한다는 느낌을 중시하는 거죠. 양조자가 이야기하는 철학과 의도가 와인에 어떻게 표현되는지 경험해볼 수 있고, 젊은 양조자의 경우는 장기적으로 장인의 길을 가면서 자신의 스타일을 완성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습니다.
올해는 여러모로 큰 성취가 있었던 한 해인 것 같습니다. 다음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요?
프랑스에서 6년, 한국에서 5년, 지난 11년 동안 공부와 일, 그리고 대회 준비를 쉼없이 이어오며 바쁘게 보냈던 것 같아요. 최근에 이직을 했으니 이제는 지금까지 해온 것들을 정리하면서 공부를 계속할 생각이에요. 대회 준비에 아내가 많은 도움을 줬는데 이제 곧 아기가 태어날 예정이므로 가정에 더 많이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습니다.
Copyrights © 와인21닷컴 & 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