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은 마셔 보고 싶은 미국의 컬트 와인. 하지만 가격을 확인하는 순간 희망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는 느낌이다. 비싼 와인이 맛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합리적인 가격에 컬트 와인 못지 않게 맛도 좋다면 어떨까? 아마 한달음에 달려가 득템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 와인이야말로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현명한 소비자에겐 ‘착한 컬트’이니 말이다.
착한 컬트를 찾는 데에는 와인21의 검색 메뉴 중 필터 기능이 상당히 도움이 됐다. 미국 와인 중에서 ‘10~20만 원대’를 검색하니 무려 758 종이나 결과로 도출됐다. 선택의 폭을 좁히기 위해 이중 유명한 와인보다는 숨은 보석을 우선적으로 취하고, ‘지역적 다양성’과 ‘화이트, 레드, 단일품종, 블렌드 등 종류의 다양성’을 고려했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 선정된 와인은 15종. 모두 뛰어난 실력을 가진 와인메이커들이 자신만의 철학과 장인정신으로 소신껏 만든 와인들이다. 컬트 와인을 탄생시킨 유명 와인메이커의 와인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다양한 와인을 소개하기 위해 한 와이너리에서 하나만 택하다 보니 아쉽게도 소개되지 못한 와인들이 꽤 많다. 따라서 독자 여러분들이 금번에 소개되는 베스트15 를 만든 와이너리의 다른 와인에도 흥미를 가져주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여러분의 관심 와인 리스트가 더욱 풍성해질테니 말이다.
캘리포니아의 착한 컬트 I : 좋은 것들만 쏙쏙 뽑아서!
캘리포니아는 미국 안에서도 상당히 큰 주다. 해안 산맥과 시에라 네바다 산맥이 남북으로 길게 흐르고 서쪽에는 거대한 태평양이 자리하고 있어 지형과 미기후(microclimate)도 다양하다. 같은 품종이라도 지역별로 맛과 향이 제각각인데, 한 지역에서 생산된 포도로 만든 와인이 과연 캘리포니아를 대표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가진 와인메이커들이 캘리포니아의 우수한 밭에서 좋은 포도만 골라 만든 와인들이 있다. 레비아탄과 메이오미 피노 누아다.
[(왼쪽부터) 레비아탄, 메이오미 피노 누아]
레비아탄(Leviathan)
레비아탄은 성서에 나오는 바다 괴물 이름이다. 와인 이름 치고는 좀 유별난데, 아마도 이 괴물처럼 ‘단 하나의 뛰어난 와인’이 되라는 뜻이 아니었을까 싶다. 레비아탄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스크리밍 이글을 만든 앤디 에릭슨(Andy Erickson)의 와인이다. 그는 레비아탄을 계획하며 모든 고정 관념을 버렸다. AVA(American Viticultural Area)라는 지역적 한계를 뛰어 넘은 것은 물론이고, 싱글 빈야드나 단일 품종 등 고급 와인의 조건처럼 여겨지는 제약도 벗어 던졌다.
레비아탄은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시라 등 다양한 품종을 섞어 만든다. 앤디 에릭슨은 ‘블렌딩이야말로 와인 양조에 있어 가장 즐겁고 창의적인 과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나파, 소노마, 시에라 풋힐까지 캘리포니아 전역의 포도밭을 넘나 들며 최상의 포도를 골라 레비아탄을 만든다. 숙성에는 프랑스산 오크 배럴(25% 새 오크)을 이용한다. 레비아탄을 맛보면 라즈베리, 체리, 자두 등 신선한 과일향이 풍부하고, 계피, 정향, 후추, 초콜릿, 삼나무, 세이지 등 다채로운 향미가 복합미를 이루고 있다. 부드러운 타닌과 묵직한 보디감은 입안을 가득 채운다. 이름처럼 캘리포니아의 최고를 보여주는 신비한 괴물 같은 와인이다.
* 판매처: 뚜르뒤뱅(T.02-533-1846), 와이너리 테누타(T.0507-1403-6336), 와인 블랑(T.0507-1354-1349), 와인샵 뮈지니(T.010-8289-8774), 와인타임 광주봉선점(T.062-674-0985), 그랑비비노 광주(T.062-266-0715)
메이오미, 피노 누아 (Meiomi, Pinot Noir)
메이오미의 캐치프레이즈는 ‘Flavor Forward’, 우리말로는 ‘풍미 우선주의’라고 번역할 수 있겠다. 메이오미는 케이머스(Caymus) 와이너리의 오너인 척 와그너(Chuck Wagner)의 아들 조 와그너(Joe Wagner)가 2006년에 설립했다. 설립 계기는 벨 글로스(Belle Glos) 피노 누아 와인이었다. 조 와그너의 할머니인 로나 벨 글로스(Lorna Belle Glos)의 이름을 딴 이 와인을 맛본 조 와그너가 자신도 이렇게 근사한 와인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로 탄생시킨 것이 바로 메이오미 피노 누아다.
메이오미의 성장은 폭풍을 방불케 했다. 첫 빈티지부터 10만 병 이상 판매되더니 설립된지 11년만인 2017년에는 천만 병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현재 메이오미는 세계적인 주류회사인 컨스텔레이션 브랜드(Constellation Brands)가 소유하고 있다. 컨스텔레이션은 저렴한 와인들을 매각하며 프리미엄 와인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들의 주력 와인들 중 하나가 메이오미다. 메이오미 피노 누아는 딸기, 라즈베리, 블랙베리 등 달콤한 과일향이 풍부하고 커피, 토스트, 바닐라 향이 우아함을 더한다. 적당한 보디감과 경쾌한 신맛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긴 여운이 아름답게 마지막을 장식한다.
* 판매처: 와인타임 압구정점(T.02-548-3720), 와인타임 송파점(T.02-401-3766), 와인타임 종로점(T.02-2158-7940), 와인타임 여의도점(T.02-3773-1261), 와인타임 광주 봉선점(T.062-674-0985), 압구정의 하루일과(T.02-547-6611), 이촌의 하루일과(T.02-798-8852), 하루일과 오목교점(T.02-2645-5666) / 전국 주요백화점(현대/신세계/롯데/갤러리아)
캘리포니아의 착한 컬트 II : 우아하고 정교한 바닷가 와인들!
태평양의 차가운 해류는 캘리포니아의 해안가 포도밭을 완전히 딴 세상으로 만든다. 햇살은 강렬하지만 내륙에 비해 기온이 훨씬 서늘하기 때문이다. 큰 일교차 속에서 자란 포도는 산뜻한 풍미와 경쾌한 신맛을 품으며 우아한 와인을 생산한다. 캘리포니아에서도 가장 유명한 바닷가 산지인 소노마(Sonoma)와 산타바바라(Santa Barbara)의 와인들을 만나 보자.
[(왼쪽부터) 더 힐트 샤도네이, 키슬러 레 누아제티에 샤도네이, 크로스반 바이 폴 홉스 피노 누아 소노마 코스트, 마운트 피크 그래비티]
더 힐트, 샤도네이 (The Hilt, Chardonnay)
더 힐트는 스크리밍 이글의 오너인 스탄 크론키(Stan Kroenke)가 소유하고 있는 와이너리다. 스크리밍 이글이 나파 밸리에서 묵직하고 진한 카베르네 소비뇽을 생산한다면, 더 힐트는 산타 바바라에서 피노 누아와 샤도네이로 섬세하고 정교한 와인을 생산한다. 산타 바바라는 남북으로 흐르던 산맥이 급격히 동서로 방향을 틀면서 태평양을 향한 깔때기 같은 지형을 하고 있는 곳이다. 거침없이 들어오는 바닷바람은 이곳을 서늘한 해양성 기후로 만든다. 더 힐트의 포도밭은 바다로부터 겨우 20km 떨어진 북향 경사면에 자리하고 있다. 고도가 높고 척박한 산등성이에서 자라는 샤도네이는 신선한 과일향과 상쾌한 신맛을 품으며 완숙도를 높인다.
더 힐트는 와인의 복합미를 살리기 위해 40%는 프랑스산 새 오크 배럴에서, 50%는 프랑스산 중고 오크 배럴에서, 나머지는 스테인레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하고 숙성한다. 앙금과 함께 숙성시키지만 앙금 젓기는 하지 않는다. 청량한 쿨 클라이밋(Cool-Climate) 샤도네이의 진수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맛을 보면 복숭아와 살구 등 핵과류 향이 풍부하고 열대과일의 터치도 살짝 느껴진다. 오크와 부싯돌의 은은한 풍미는 세련미를 더한다.
* 판매처: 와인타임 압구정점(T.02-548-3720), 와인타임 송파점(T.02-401-3766), 와인타임 종로점(T.02-2158-7940), 와인타임 여의도점(T.02-3773-1261), 와인타임 광주 봉선점(T.062-674-0985), 압구정의 하루일과(T.02-547-6611), 이촌의 하루일과(T.02-798-8852), 하루일과 오목교점(T.02-2645-5666) / 전국 주요백화점(현대/신세계/롯데/갤러리아)
키슬러, 레 누아제티에 샤도네이 (Kistler, Les Noisetiers Chardonnay)
키슬러는 두 친구가 합심해 탄생시킨 소노마의 명품이다. 키슬러의 시작은 1978년. 당시 스탠퍼드에서 문학을 공부하던 스티브 키슬러는 늙은 포도나무를 보고 감동한 나머지 버클리에서 화학 박사 과정에 있던 친구 마크 빅슬러(Mark Bixler)를 ‘꼬셔서’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만약 필자에게 부르고뉴와 맞짱 뜰 만한 소노마 와인을 꼽으라면 자신 있게 언급할 와인이 바로 키슬러다. 그들의 저력은 무엇보다 ‘포도의 품질’에서 나온다. 수 년 전 키슬러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이들은 좋은 포도를 얻기 위해 샤도네이의경우 1에이커(약 4000 평방 미터)당 6톤 이하로 생산량을 제한하고 있었다. 나무 한 그루당 포도 생산량이 적을수록 맛과 향의 집중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키슬러의 레 누아제티에는 상큼한 과일향, 고소한 너트향, 은은한 미네랄향이 우아한 샤도네이의 진수를 보여준다. 와인은 배럴에서 발효되며, 젖산 발효를 거친 뒤 이스트 앙금과 함께 11개월간 배럴에서 숙성된다. 산뜻함을 강조하기 위해 새 오크의 비율은 매우 적게 유지한다. 잘 익은 과일향, 과하지 않은 오크향, 적절한 복합미가 조화로운 균형을 이루며 서늘한 소노마의 기후가 탄생시킬 수 있는 최상의 퀄리티를 보여준다.
* 판매처: 레드텅 압구정점(T.02-517-8407), 서래점(T.02-537-8407), 여의도점(T.02-782-8407), 부산센텀점(T.051-731-3407) / 신세계백화점 본점, 강남점, 센텀시티점 / 롯데백화점 본점 / SSG PK마켓 청담점(T.02-6947-1234) /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T.02-3449-4114), 타임월드점(T.042-480-5000), 나인원 한남점(T.02-6905-4940) / 현대백화점 본점(T.02-547-2233)
크로스반 바이 폴 홉스, 피노 누아 소노마 코스트 (Crossbarn by Paul Hobbs, Pinot Noir Sonoma Coast)
폴 홉스는 UC Davis에서 양조학 석사를 취득한 뒤 로버트 몬다비를 거쳐 오퍼스 원에서 수석 와인메이커로 일한 인물이다. 크로스반 바이 폴 홉스는 그가 2000년에 땅에 대한 경외심과 그것을 가르쳐준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설립한 와이너리다. 그의 아버지는 그가 어릴 적 같은 사과도 땅이 다르면 다른 맛이 난다는 것을 가르쳐 준 분이었고, 그런 가르침은 오늘날 그가 있게 된 토대가 됐다.
크로스반 바이 폴 홉스의 피노 누아 소노마 코스트는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밤에 포도를 수확해 만든다. 16일간 포도껍질을 포도즙에 침용시켜 풍성한 과일향를 얻고, 부드러운 맛을 위해 9개월간 이스트 앙금과 함께 숙성시킨다. 고유의 풍미를 지키기 위해 새 오크의 사용 비율은 8%로 제한하며 정제 과정을 거치지 않고 병입한다. 영롱한 루비빛을 띠는 이 와인은 체리, 라즈베리, 딸기, 석류 등 과일향이 풍부하고 홍차, 계피, 회향 등이 복합미를 더한다. 발랄하면서도 순수함이 돋보이는 와인이다.
* 판매처: 에노테카코리아 압구정점(T.02-3442-3305), 그랜드워커힐점(T.02-450-4474~5), AK플라자 분당점(T.031-707-0433), 포시즌즈호텔점(T.02-6388-5450), 롯데호텔점(T.02-3442-1150), 시그니엘 부산점(T.051-922-1550) / CJ더마켓 IFC몰 여의도점(T.02-6137-5600), 제일제당센터점(T.02-6740-7951)
마운트 피크, 그래비티 (Mount peak, Gravity)
마운트 피크의 전신은 몬테 로소 와이너리였다. 이 와이너리는 한때 캘리포니아 10대 와이너리 중 하나였지만 1920년부터 1933년까지 이어진 금주령 시기에 안타깝게도 문을 닫고 오랜 시간 유령 와이너리로 남아 있었다. 와이너리는 폐업했지만 다행히 포도는 씩씩하게 자라고 있었고, 이 포도들이 지금 마운트 피크의 기초가 됐다.
마운트 피크의 포도밭은 지대가 높아 소노마 전역을 뒤덮는 태평양의 차가운 밤안개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곳이다. 덕분에 라즈베리, 자두 등 과일향의 집중도가 탁월한 와인을 생산한다. 이렇게 순수한 테루아의 맛을 여과없이 전달하기 위해 마운트 피크는 그래비티를 야생 효모로 발효한다. 숙성은 10개월간 이스트 앙금과 함께 프랑스산 오크 배럴(10% 새 오크)에서 진행한다. 그래비티의 둥글고 부드러운 질감은 입안 세포 하나하나를 희롱하는 느낌이다. 계피, 삼나무, 화강암, 후추 등 다양한 향미는 우아한 복합미를 이룬다. 풍성함을 자랑하는 소노마 고지대 피노 누아의 모범답안 같은 와인이다.
* 판매처: 가자주류관악봉천점(T.02-884-8808), 비눔와인스토어(T.0507-1462-3117), 빈야드723(T.031-977-7235), 신림 세계주류(T.02-2605-8888), 안스와인(T.02-6030-8530), 와인방가(T.0507-1485-0812), 춘천세계주류마켓(T.033-264-0632), 하늘도시(T.032-719-8448)
캘리포니아의 착한 컬트 III : 나파 밸리의 강렬함을 담다!
나파 밸리는 모두가 인정하는 미국의 프리미엄 와인산지다. 4월부터 10월까지 비가 거의 오지 않는 이곳은 풍미의 집중도를 높이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테루아를 지닌 곳이다. 나파 밸리의 전형은 묵직하고 진한 스타일이지만, 다양한 지형과 토질에서 의외로 다채로운 와인이 생산되고 있다. 장인 정신으로 만든 개성 넘치는 와인도 상당하다. 나파 밸리의 남다른 착한 컬트 세 가지를 만나 보자.
[(왼쪽부터) 로버트 몬다비 오크빌 퓌메 블랑, 레이몬드 리저브 셀렉션 카베르네 소비뇽, 패러다임 메를로 나파 밸리]
로버트 몬다비, 오크빌 퓌메 블랑 (Robert Mondavi, Oakville Fume Blanc)
로버트 몬다비는 워낙 유명한 와이너리지만 이들이 만든 퓌메 블랑은 접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이 와인이 로버트 몬다비의 큰 딸 같은 와인임에도 말이다. 원래 와인 가문 출신인 몬다비는 1966년 독립해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그가 맨처음 주목한 품종은 소비뇽 블랑이었다. 당시 소비뇽 블랑은 미국에서 가장 싸구려 와인을 만들던 품종이었다. 하지만 몬다비의 목표는 프랑스 루아르 밸리(Loire Valley)의 푸이 퓌메(Pouilly-Fume) 같은 프리미엄 와인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에 몬다비는 소비뇽 블랑에는 좀처럼 적용하지 않는 오크 숙성을 도입했다. 은은하게 느껴지는 부싯돌 풍미를 내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대성공! 잘 익은 소비뇽 블랑의 농익은 과일 풍미와 은은한 스모크 향은 강렬한 햇살과 오크 숙성이 빚어낸 우아한 명품 그 자체였다. 하지만 문제는 소비뇽 블랑이 가진 저급한 이미지였다. 그래서 그는 푸이 퓌메에서 퓌메(Fume, 스모크라는 뜻)를 가져와 퓌메 블랑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탄생시켰다. 몬다비가 레시피를 독점하지 않고 공개했기 때문에 캘리포니아에는 퓌메 블랑을 생산하는 와이너리가 다수 있다. 하지만 원조는 뭔가 다른 법! 오크 숙성 소비뇽 블랑의 독특한 풍미를 느껴보고 싶다면 몬다비 퓌메 블랑을 적극 추천한다.
* 판매처: 신동와인 직영 한남점(T.02-797-9994), 압구정점(T.02-3445-2299) /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무역점, 목동점, 더 현대 서울, 신촌점, 천호점, 중동점, 킨텍스점, 판교점, 부산점, 대구점, 울산점 / 롯데백화점 부산서면점, 부산광복점
레이몬드, 리저브 셀렉션 카베르네 소비뇽 (Raymond, Reserve Selection Cabernet Sauvignon)
이 와인을 접하면 부드러운 벨벳으로 감싼 붉은 레이블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벨벳의 부드러운 질감이야말로 이 와인의 특징을 진솔하게 표현하는 탁월한 선택이다. 레이몬드의 역사는 193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서 깊은 와이너리지만 전통에만 머무르지 않고 레이몬드는 혁신을 거듭했다. 건강한 자연에서 좋은 포도를 생산하기 위해 오가닉과 바이오다이나믹 인증을 획득했을 뿐만 아니라 와이너리도 지속가능형으로 새롭게 구축했다.
리저브 셀렉션 카베르네 소비뇽을 맛보면 응축된 향미와 부드러운 질감 속에서 섬세한 터치가 느껴진다. 수석 와인메이커인 스테파니 퍼트넘(Stephanie Putnam)의 손길이다. 그녀가 강조하는 것은 강렬함보다는 길고 아름답게 이어지는 풍미의 지속성이다. 카베르네 소비뇽 90%에 말벡, 프티 베르도, 카베르네 프랑, 프티트 시라, 메를로 등이 블렌드된 이 와인은 검붉은 야생 베리가 하나 가득 담긴 바구니를 연상시킨다. 다크 초콜릿, 민트, 담배, 후추 등의 풍미는 야생 베리들 사이사이에 꽂혀 화사함을 더한다. 진한 루비빛, 탄탄하고 매끄러운 질감과 순수한 풍미가 오감을 부드럽게 감싸는 매혹적인 와인이다.
* 판매처: 롯데백화점 본점, 잠실점, 노원점, 강남점, 청량리점, 건대스타시티점, 분당점, 일산점, 평촌점, 인천터미널점
패러다임, 메를로 나파 밸리 (Paradigm, Merlot Napa Valley)
패러다임의 역사는 대대로 나파 밸리에서 살아온 렌(Ren)과 마릴린 해리스(Marilyn Harris) 부부가 1976년 나파 밸리의 토지를 매입하면서 시작됐다. 포도밭 중개업을 하던 렌은 누구보다 나파 밸리 토양의 다양성을 잘 파악하고 있었기에 그들은 나파 밸리에서도 가장 뛰어난 테루아를 자랑하는 오크빌을 선택했다. 훌륭한 밭을 갖추었으니 그 다음에 필요한 것은 바로 뛰어난 와인메이커. 이들과 합류한 사람이 바로 스크리밍 이글 등 다수의 컬트 와인을 만든 하이디 베렛(Heidi Barrett)이다.
패러다임이란 영어로 ‘전형’이라는 뜻이다. 이름처럼 패러다임은 오크빌 포도의 솔직한 맛과 향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와인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메를로 특유의 실크처럼 매끄럽고 탄탄한 구조감을 살리기 위해 프랑스산 오크 배럴에서 20개월 숙성된 뒤 추가로 16개월간 병숙성을 거쳐 출시된다. 패러다임의 메를로는 결코 입안을 무겁게 짓누르지 않는다. 체리와 자두 등 과일향이 산뜻하고, 오크향과 향신료향이 우아하다. 길게 이어지는 여운 또한 매력적이다. 잘 익은 과일의 달콤함이 입안에서 끊임없이 맴돈다.
* 판매처: 에노테카코리아 압구정점(T.02-3442-3305), 그랜드워커힐점(T.02-450-4474~5), AK플라자 분당점(T.031-707-0433), 포시즌즈호텔점(T.02-6388-5450), 롯데호텔점(T.02-3442-1150), 시그니엘 부산점(T.051-922-1550) /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T.02-3467-8870) / CJ더마켓 IFC몰 여의도점(T.02-6137-5600), 제일제당센터점(T.02-6740-7951)
오리건의 착한 컬트: 독특한 테루아의 진수!
오리건은 우아한 와인의 상징인 프랑스 부르고뉴와 가장 많이 비교되는 산지다. 이는 단지 이곳이 피노 누아를 주로 생산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리건은 높은 위도와 태평양에 인접한 지리적 위치 때문에 최근 각광받는 쿨 클라이밋(Cool Climate) 와인 생산에 매우 적합한 곳이다. 미사질의 양토부터 화산토양까지 다양한 토질도 한 몫 한다. 덕분에 피노 누아와 샤도네이의 다채로움이 가장 잘 표출되는 곳이기도 하다.
[(왼쪽부터) 도멘 서린 이븐스테드 리저브 샤도네이, 파트리샤 그린 프리덤 힐 피노 누아]
도멘 서린, 이븐스테드 리저브 샤도네이 (Domain Serene, Evenstad Reserve Chardonnay)
미네소타에서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둔 그레이스(Grace)와 켄 이븐스테드(Ken Evenstad) 부부는 원래 부르고뉴 와인 팬이었다. 오리건이 피노 누아와 샤도네이를 기르기에 최적지임을 일찌기 알아본 이들은 최고의 테루아로 평가받는 던디힐(Dundee Hills)에 42 에이커의 땅을 매입하며 1989년 와인사업을 시작했다. 딸 이름인 서린을 와이너리 이름으로 삼을 정도로 이들의 와인에 대한 열정은 대단했다.
현재 도멘 서린은 총 여섯 군데의 밭을 보유하고 있다. 주로 피노 누아와 샤도네이를 재배하지만 토질, 미기후, 경사 방향, 고도, 클론 등에 따라 각기 다른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븐스테드 리저브 샤도네이는 이 여섯 군데 밭에서 생산된 와인을 블렌딩한 뒤 프랑스산 오크 배럴(30% 새 오크) 14개월간 숙성을 거쳐 완성된다. 레몬, 자몽, 복숭아, 열대 과일 등 과일 풍미가 가득하고 꽃, 미네랄, 오크 풍미가 매력을 더한다. 이 와인의 2014 빈티지는 2016년 와인 스펙테이터 100대 와인 중 2위에 오른 바 있다. 최근 도멘 서린은 화이트 와인 전용 와이너리를 따로 구축했다. 앞으로 이들 와인이 얼마나 더 큰 발전을 보여줄지 기대가 크다.
* 판매처: 비티스 와인샵(T.0507-1326-4105)
파트리샤 그린, 프리덤 힐 피노 누아 (Patricia Green, Freedom Hill Pinot Noir)
오리건이 피노 누아로 유명하지만, 파트리샤 그린처럼 피노 누아만 고집하기도 쉽지 않다. 이 와이너리는 파트리샤 그린과 짐 앤더슨(Jim Anderson)이라는 두 와인메이커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1993년에 처음 만난 이들은 2000년에 윌라메트 밸리(Willamette Valley)의 리본 릿지(Ribbon Ridge)라는 곳에 둥지를 틀고 함께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가장 특별한 피노 누아 와인’을 목표로 하며, 그것을 이루기 위해 기본에 충실해야 함을 철학으로 삼고 있다.
파트리샤 그린의 피노 누아는 대부분이 싱글 빈야드다. 밭마다 각기 다른 피노 누아의 특징을 충분히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중에서도 프리덤 힐 피노 누아는 탄탄한 구조감과 향미의 집중도가 탁월하다. 이런 개성이 유감없이 발휘될 수 있도록 파트리샤 그린은 포도를 송이째 발효하고 오크 숙성(15% 새 오크)도 1년 이내로 제한한다. 와인의 맛을 보면 풍부한 과일향과 함께 꽃향이 은은하고, 매끄러운 타닌이 강건한 구조감을 이루고 있다. 충분한 병숙성을 거친 뒤 복합미를 즐겨도 좋지만 어릴 때 마셔도 신선한 풍미가 돋보이는 와인이다.
* 판매처: 신세계백화점 본점 와인하우스(T.02-310-1227) / 현대백화점 목동점(T.02-2163-2145), 판교점(T.031-5170-2078), 천호점(T.02-2225-8632) /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송도점 와인샵(T.032-727-2498)
워싱턴주의 착한 컬트: 찬란한 햇살이 탄생시킨 섹시한 와인들!
워싱턴주는 미서부에서 가장 북쪽(북위 46도)에 위치한다. 주도인 시애틀은 캐스케이드 산맥의 서쪽에 위치해 비가 많이 오기로 유명하지만 동쪽에 위치한 와인산지는 산맥이 비구름을 막아 맑고 건조한 날씨가 지속된다. 캘리포니아와 비교하면 한여름 낮이 두 시간이나 더 길다. 이렇게 찬란한 햇살과 22도나 되는 큰 일교차 속에서 자란 포도는 달콤한 과일향과 산뜻한 신맛을 자랑하는 섹시한 와인을 탄생시킨다.
[(왼쪽부터) 롱 쉐도우 포에츠 립 리슬링, 베츠 패밀리 더 언톨드 스토리, 샤토 생 미셸 아티스트 시리즈 메리티지, 테네트 GSM]
롱 쉐도우, 포에츠 립 리슬링 (Long Shadows, Poet’s Leap Riesling)
전 세계에서 날고 기는 와인메이커들로 드림팀을 구성해 와인을 만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배가 산으로 갈 것 같지만 이런 이상을 실현한 와이너리가 바로 롱 쉐도우다. 롱 쉐도우의 설립자 알렌 슙(Allen Shoup)은 샤토 생 미셸의 CEO를 역임하며 워싱턴 와인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사람이다. 2000년에 샤토 생 미셸에서 은퇴하며 그는 구대륙과 신대륙의 완벽한 조화를 보여주는 와인을 꿈꿨다. 이를 위해 그는 세계적인 와인메이커들을 워싱턴으로 초청했고, 이에 동참한 와인메이커가 무려 아홉 명이었다. 미셸 롤랑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 한 사람들이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출신 국가도 모두 달랐다.
포에츠 립 리슬링은 독일 나헤(Nahe)에 위치한 슐로스구트 디엘(Schlossgut Diel)의 오너인 아민 디엘(Armin Diel)이 만든 와인이다. 그는 2003년 알렌 슙의 요청으로 워싱턴으로 날아와 이 와인의 첫 출시부터 직접 관여했다. 독일의 장인이 워싱턴 리슬링으로 만든 와인 맛은 어떨까? 레몬, 라임, 청사과, 복숭아 등 풍부한 과일향이 산뜻한 신맛의 밸런스가 완벽하고 흰꽃의 향긋함과 은은한 미네랄리티가 맛깔스런 조화를 이루고 있다. ‘시인의 비약’이라는 이름처럼 순수함과 경쾌함이 돋보이는 와인이다.
* 판매처: 와인하우스 분당(T.031-711-6895), 와인하우스 여의도(T.02-780-9771) / 전국 와인앤모어(체인 와인샵)
베츠 패밀리, 더 언톨드 스토리 (Betz Family, The Untold Story)
더 언톨드 스토리라니, 무엇이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란 말일까? 레이블에 그려진 잭과 콩나무 그림에 답이 있다. 콩나무를 타고 올라가 거인과 맞서 싸우는 잭. 거인은 바로 보르도와 나파 밸리, 잭은 워싱턴의 와인 생산자들을 뜻한다. 워싱턴의 테루아와 생산자들의 노력으로 만든 와인이 거인들의 와인보다 낫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아직 모른다는 의미다. 이 와인을 만든 사람은 워싱턴 와인의 대부라고 일컬어지는 와인메이커 밥 베츠(Bob Betz)다. 그는 샤토 생 미셸에서 37년간 일하며 대표적인 와인들을 생산했는데, 여기에는 안티노리와 함께 출시한 명품 콜 솔라레도 포함된다. 그는 좋은 포도를 발견하면 아무리 정성껏 기른 포도라도 과감히 포기하고 매입한 포도를 사용할 정도로 매사에 완벽을 기하는 사람이다.
더 언톨드 스토리는 카베르네 소비뇽과 시라가 40%씩, 메를로와 그르나슈과 10%씩 블렌드된 와인이다. 보르도와 론 품종의 아름다운 결합체다. 라즈베리와 블랙커런트 등 잘 익은 과일향이 풍성하고, 들꽃, 훈제한 고기, 마른 허브, 향신료 등 복합미가 우아함을 더한다. 숙성잠재력이 좋지만, 질감이 부드럽고 매끄러워 영 빈티지로 마시기에도 좋다. 한 병 팔릴 때마다 $5씩 기부 된다고하니, 진정한 의미의 착한 컬트 와인이다.
* 판매처: 비니더스코리아 와인샵(T.2253-0035), 디오니 올림픽점(T.02-402-0388), 디오니 해운대점(T.051-743-0003), 와인파크 장전점(T.051-333-2128), 아베크와인365(T.051-525-3300), 와인아트(T.1566-0890), 디오니 전주 본점(T.1599-6314), 와인지몽(T.063-254-1500), 금수장 와인샵(광주) /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와인웍스, 더현대서울(여의도)
샤토 생 미셸, 아티스트 시리즈 메리티지 (Chateau Ste. Michelle, Artist Series Red Wine)
워싱턴 주의 와인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샤토 생 미셸이다. 워싱턴 와인의 시작과 발전을 이끈 주체이기 때문이다. 1954년 설립된 이후 이곳을 거쳐간 수많은 와인메이커들이 워싱턴을 빛내는 훌륭한 와인들을 만들어냈기 때문에 '와인메이커의 사관학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샤토 생 미셸은 중저가 와인부터 프리미엄까지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지만, 모든 종류를 통틀어 공통된 특징은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프리미엄 라인에도 숨은 보석 같은 와인이 워낙 많지만 그중 하나를 굳이 꼽자면 아티스트 시리즈를 들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화가의 예술혼과 와인메이커의 장인정신을 결합한다는 취지로 출시된 아티스트 시리즈는 레이블에 표현된 걸작을 감상하며 병 안에 담긴 걸작을 맛보는 특별한 와인이다. 카베르네 소비뇽을 주품종으로 메를로, 말벡, 카베르네 프랑이 블렌드된 이 와인은 배럴에서 21개월간 숙성을 거친 뒤 출시된다. 부드럽게 익은 타닌 속에서 풍부한 과일향과 오크 숙성의 복합미가 묵직하게 피어 오르고 달콤한 여운이 오래도록 입안을 맴돈다.
* 판매처: 전국 이마트 / 현대백화점 목동점, 울산점, 무역점, 대구점, 판교점 / 신세계백화점 동대구점 / 메가마트 삼성수원점
테네트, GSM (Tenet, GSM)
테네트는 샤토 생 미셸이 에로이카(Eroica), 콜 솔라레(Col Solare)에 이어 세번째로 내놓은 국제 협력 프로젝트 와인이다. 테네트는 2012년 샤토 생 미셸의 헤드 와인메이커 밥 버소(Bob Berthau), 프랑스 론 밸리의 와인메이커 미셸 가시에(Michel Gassier)와 양조 컨설턴트 필리프 캉비(Philippe Cambie)의 만남으로 시작됐다. 세 사람은 ‘워싱턴에서 자란 남프랑스 품종들은 신대륙보다 구대륙 와인과 스타일이 유사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12년 빈티지가 워낙 좋았지만 그들은 이듬해인 2013년부터 와인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원하는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포도 재배부터 관여해야 했기 때문이다.
GSM은 그르나슈, 시라, 무르베드르를 뜻한다. 전통적인 남부 론의 블렌딩 스타일이다. 품종별 비율은 빈티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그르나슈가 50%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시라와 무르베드르가 25%씩이다. 1년간 프랑스산 오크 배럴에서 숙성을 거치는데, 새 오크의 비율은 40% 정도다. 체리, 자두, 딸기 등 붉은 베리류의 과일향이 가득하고, 허브, 다크 초콜릿, 흙, 향신료 등의 풍미가 복합미를 구성한다. 입안을 가득 채우는 부드러운 질감과 길게 이어지는 여운이 무척 고급스럽다.
* 판매처: 전국 롯데마트 / 전국 이마트 / 롯데백화점 본점 /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 / 더현대서울(여의도) / 메가마트 삼성수원점
*스마트 오더: 모바일 또는 웹을 통해 해당 제품을 주문하고 지정한 매장에서 직접 픽업하세요.
*마트 및 백화점: 방문 전 해당 와인샵으로 문의하여 재고를 확인하세요.
*체인 와인샵: 인터넷 검색으로 가까운 지점을 확인 후 방문하세요.
*로드샵 및 호텔&레스토랑: 소개한 매장 연락처로 문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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