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LIV-EX: 30년간의 레드 와인 알코올 함량 비교

런던국제와인거래소(London International Vintners Exchange; 이후 LIV-EX)는 2021년 6월 21일 보도자료 (LIV-EX, 2021)를 통해 주요 와인 산지 다섯 곳의 지난 30년간의 레드 와인 알코올 함량 (alcohol by volume: abv)의 변화를 기록한 데이터를 발표했다. LIV-EX는 2020년부터 현재까지 35,000병의 알코올 수치 자료를 데이터화 시켰고 그중 20,000병은 창고에 보관 중인 와인을 직접 확인하였다. 이번 조사에 사용된 데이터는 해당하는 다섯 개 산지의 13,120여 데이터를 창고에서 와인 보틀에 적혀있는 알코올 도수를 직접 확인 후 기록한 자료이다. 필자는 LIV-EX 측으로부터 데이터 사용에 대한 허가를 받았으며 자료에 대한 분석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아래의 도표에서 붉은 막대그래프는 1990년에서 1999년까지의 알코올 평균값이고, 다음 회색 그래프는 2000년에서 2009년의 평균값, 그리고 마지막 진한 그래프는 2010년에서 2019년의 평균값을 나타낸 그래프이다. 다섯 지역 모두 30년간 레드 와인 알코올 함량의 상승을 가졌으나 지역별 평균 편차는 0.12%에서 1.01%까지 약 10배 가량의 차이가 난다.


  • 1. 가장 큰 알코올 수치 상승을 보인 보르도

조사된 지역 중 가장 큰 변화를 나타낸 지역은 프랑스 보르도 지역으로 지난 30년간 평균 1.01%의 상승을 가졌으며 계속 상승의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다음은 캘리포니아 지역으로 2000년을 진입하면서 0.95%의 가파른 알코올 도수 상승을 가졌으나, 2010년부터는 그 추세가 낮아져서 현재 14.56%의 알코올 도수를 유지하고 있다. 다음은 이탈리아 투스카니 지역으로 증가폭은 30년간 0.53%의 증가이지만 계속 상승을 이어가고 있고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은 30년간 0.37도의 증가가 이루어졌으며 최근 10년은 2000년대의 평균치를 살짝 밑도는 14.28%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부르고뉴 지역은 알코올 도수의 변화가 가장 작은 지역으로 30년간 오로지 0.12도의 알코올 값 상승만이 있었다.


20세기 보르도에서 가장 뛰어난 빈티지 중의 하나로 일컬어지는 1945년도 빈티지의 샤또 무통 로칠드는 12.5%의 알코올을 가졌고 1948년은 10.5%의 아주 낮은 알코올을 가진 해였다. 그런데 2018년 샤토 무똥 로칠드는 13.8%의 알코올을 가졌으니, 1948년으로부터 60년 뒤인 2018년엔 3.3도의 알코올이 높아진 셈이다.

 

  • 2. 미국와인은 디저트와인?

미국 재무부 산하의 주류담배세무국(Alcohol and Tobacco, Tax and Trade Bureau; TTB)에서 정한 와인에 대한 연방 규정 (TTB, Wine Labeling: Standards of Identity, 2019)에는 알코올 도수 14%까지의 와인만이 테이블 와인이고 그 이상의 알코올을 가진 와인은 디저트 와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2000년대 이후에 만들어진 평균적인 미국 캘리포니아의 레드 와인은 모두 테이블 와인의 알코올 허용치 14%를 넘어섰기에 모두 디저트 와인으로 부를 수 있다. 이 14%는 또한 연방정부의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 (TTB, ALCOHOL – Tax Rates for Calendar Years 2018 to Present, 2020)으로도 사용되었었다. 1991년부터 2017년까지 14% 이하의 와인에는 갤런 당 $1.07의 세금 (750ml 와인 한 병 당 약 21센트에 해당)을, 그리고 14%초과의 와인에는 $1.57의 세금을 부과하였다. 그러나 연방정부의 세법상 와인의 알코올에 대한 규정은 2017년 12월 미 의회에서 새로이 14% 기준에서 16% 기준으로 개정되어서 알코올 수치 16% 이하의 와인까지 추가적인 세금을 부과하지 않도록 변경되었다. 그리고 이 개정안은 2020년 12월 TTB가 영구적으로 확정 (KPMG, 2020)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 3. 알코올 상승의 요인

그럼 어떠한 요인이 이러한 알코올의 상승을 주도했을까? 가장 먼저 고려할 수 있는 부분은 기후변화에 의한 온도 상승이 포도의 광합성을 촉진하고 이는 포도의 당도를 높여서 발효과정에서 당분이 더 높은 알코올 수치로 변환되는 것이다. 보르도나 부르고뉴는 신대륙 와인에 비해 낮은 일조량으로 알코올 도수가 전반적으로 낮았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가져온 높은 일조량은 너무 높을 수 있는 산도를 낮추고 알코올 함량을 높여 이 지역의 와인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두번째로, 로버트 파커 등의 영향력 있는 와인 평론가의 선호하는 스타일이 아무래도 풀바디에 농익은 과실향이 강한 집중도와 파워풀하면서 매우 단단한 (big, bold, powerful) 스타일의 와인이다 보니, 자신이 유지해온 스타일보다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자신의 스타일을 조정했을 수 있다. 기후변화로 야기된 좀 더 나아진 환경에서도 와인메이커가 가지고 있는 알코올의 수치를 잡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음을 생각해 보았을 때, 이는 기후변화로 인한 어쩔 수 없는 변화라기보단, 추구하는 스타일의 변화로 생각할 수 있다.


셋째는, 제도의 변화도 생산되는 와인의 알코올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마스터 오브 와인 잔시스 로빈슨에 따르면 (RobinsonJancis, 2021), 2019년 10월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EU의 에어버스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이유로 알코올 14% 이하의 프랑스, 스페인, 독일, 영국산 4개국 와인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 관세 사태 이후로 미국으로 수출된 일부 유럽산 와인의 레이블에서 인용된 알코올 도수가 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 14% 이상으로 조정된 것은 업계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한다. 제도의 영향에 대한 비슷한 사례의 연구 (GrayW., 2018)가 있다. 미국 UC Davis에서 1992년부터 2009년까지 생산된 미국산 레드와인 약 130,000병의 평균 알코올 수치를 구해보니 13.99%로 조사되었다. 당시의 세금 부과 기준이 14% 이하의 와인에만 낮은 세금을 부과하였으므로 여기에 맞춰 알코올 수치를 조정하여 유통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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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 LIV-EX 자료가 가지는 의미

알코올 수치의 상승은 이번 보고 이전에도 다른 많은 연구를 통해 14도 이상의 와인이 보편화되어 가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유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확실한 데이터를 찾기 힘들었는데, 이번 LIV-EX의 자료는 다섯 개 주요 산지에서 생산된 13,120개의 레드와인 샘플의 레이블을 보관 중인 창고에서 직접 확인한 자료로서 기존의 연구에 대한 신뢰성을 높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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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 지금까지의 상승은 예견되었으나 앞으로는 미지수

LIB-EX의 자료에서 보았듯이 전 세계 와인의 알코올 수치는 점점 높게 올라가고 있다. 하지만 얼마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현재, 미국 로다이 지역의 진판델 품종 와인에서는 알코올 함량 16%에서 많게는 16.5%의 와인을 쉽게 찾을 수 있으며 개선된 세금 제도로 인해 와인 생산업자들의 경쟁력 또한 개선되었다. 반면에, 조사 지역 중 가장 높은 알코올 군을 가진 미국 캘리포니아의 경우에도 지난 10년간의 알코올 수치는 2000년 초반의 매우 큰 알코올 수치의 증가에 반해 오히려 소폭 떨어지는 (-0.05도) 반대의 현상을 보여줬다. 따라서 앞으로 알코올 수치가 계속 증가될지의 여부는 더 많은 조사와 연구를 필요로 한다.


이상의 내용은 2021년 7월 북저널리즘 ‘알코올 함량과 와인 트랜드의 상관관계’라는 제하의 글 (변정환, 2021) 내용 중 LIV-EX의 최신 보도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자료이다.


인용 자료

GrayBlakeW. (2018년 1월 11일). “Tax Changes Hit Wine's Alcohol Levels.” Wine-searcher: https://www.wine-searcher.com/m/2018/01/tax-changes-hit-wines-alcohol-levels에서 검색됨

KPMG. (2020년 12월 29일). “TTB announcement: Permanent reduction of excise tax rates for beer and spirits, tax credits for wine.” KPMG: https://home.kpmg/us/en/home/insights/2020/12/tnf-ttb-announcement-permanent-reduction-of-excise-tax-rates-for-beer-and-spirits-tax-credits-for-wine.html에서 검색됨

LIV-EX. (2021년 6월 21일). “Alcohol levels in wine are rising and here’s the proof.” LIV-EX: https://www.liv-ex.com/2021/06/alcohol-levels-wine-rising-proof/에서 검색됨

RobinsonJancis. (2021년 3월 6일). “Alcohol on labels – how accurate?” Purple Pages: https://www.jancisrobinson.com/articles/alcohol-labels-how-accurate에서 검색됨

TTB. (2019년 9월 23일). “Wine Labeling: Standards of Identity.” U.S. Department of Treasury.

TTB. (2020). “ALCOHOL – Tax Rates for Calendar Years 2018 to Present.” National Revenue Center, Tax Audit Division: Alcohol and Tobaxcco Tax and Trade Bureau.

변정환. (2021년 7월 11일). “알코올 함량과 와인 트랜드의 상관관계.” BOOK JOURNALISM: https://www.bookjournalism.com/@Wine/35에서 검색됨


프로필이미지변정환 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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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1.07.12 11:16수정 2021.07.1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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