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스토리

자연이라는 드라마가 완성한 샴페인, 앙리오 브뤼 밀레짐 2012

빈티지 샴페인은 그 해의 기후적 특징과 생산 조건을 고스란히 반영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특정한 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그것이 샴페인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느끼며 시음하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다. 최근 출시된 샴페인 앙리오 브뤼 밀레짐(Champagne Henriot Brut Millesime) 2012년 빈티지는 샹파뉴 지역의 다이내믹했던 환경 속에서 생산자의 노력이 빛난 샴페인이다. 지난 10월 28일, 앙리오의 CEO 질 드 라루지에르(Gilles de Larouziere)와 셀러 마스터 알리스 테티엔(Alice Tetienne)이 진행한 온라인 테이스팅에 참석해 함께 이 샴페인을 시음하고 2012년 빈티지에 대한 풍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앙리오 샴페인 하우스]


샴페인 앙리오는 가족 기업인 앙리오 그룹이 소유한 샴페인 하우스로 1808년 창립자 아폴린 앙리오(Apolline Henriot)가 설립한 뒤 200년 넘게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지금까지 긴 시간 동안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훌륭한 테루아를 표현해낸다. 질 드 라루지에르 CEO는 앙리오의 철학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샴페인은 놀라울 만큼 복합적이고 정교하지만 앙리오는 그 속에서도 샴페인 하우스의 철학을 보여줄 수 있는 일관성을 중시합니다. 또한 품질과 노하우가 반영된 고유성과 우아함을 갖춘 차별성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고, 이는 역시 테루아를 표현하는 작업과도 연결됩니다.” 셀러 마스터 알리스 테티엔은 앙리오 빈야드가 설립 당시에 이미 크뤼마다 다양성이 형성돼 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앙리오에서 다양성은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2012년 빈티지는 분명 새로운 샴페인이지만 동시에 이러한 오랜 철학과 정체성이 이어진 것이기도 하다.


[샴페인 앙리오의 질 드 라루지에르 CEO ] 


그런데 두 사람은 2012년을 “고통과 안도, 기쁨을 동시에 안겨준 해”라고 표현했다. 예상을 벗어난 기후로 인해 아주 어려웠고 드라마틱했던 한 해였다는 것이다. 빈티지 샴페인을 통해 표현하고자 한 것은 바로 ‘그 해의 특별함’인데, 극단적인 환경을 겪으면서 앙리오의 철학을 반영한 샴페인을 생산한다는 것은 큰 도전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창작의 고통 속에서 나온 작품이 더 아름다운 법이다. 앙리오도 과연 그런 결과물을 낼 수 있었을까.


2012년 샹파뉴 지역의 기후는 크게 세 시기로 나눌 수 있다. 특히 연초부터 7월 중반까지가 생산자들에게 고통의 시기였다. 1월에  많은 눈이 쌓였고 기록적으로 추운 날씨가 이어졌다. 4월부터 7월까지는 많은 비가 내려 습한 환경이 조성되며 빈야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고 종종 우박까지 떨어졌다. 이후 두 번째 시기인 7월 중순부터 두 달 동안은 이전과 전혀 다른 날씨였고 그 또한 예상을 뛰어넘었다. 기온이 매우 높고 뜨거운 날씨로 사람과 포도나무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다. 


[예상을 벗어나 전혀 다른 세 시기의 기후를 겪었던 2012년] 


그러나 9월 중순 이후 수확기가 되자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오며 건조하고 따스한 날이 이어졌다. 최상의 날씨는 극단적인 두 시기를 겪은 뒤 마침내 찾아온 평화였고, 혼란스러웠던 지난 시간마저 아우르며 화해하고 조화를 이룰 수 있을 만큼 소중했다. 자연은 2012년 샹파뉴 지역에 엄청난 소재를 안긴 셈이다. 이 까다로우면서도 강렬하고, 드라마가 깃든 소재들을 활용해 작품을 만드는 것은 생산자의 몫이다.  


그렇게 탄생한 샴페인 앙리오 브뤼 밀레짐 2012은 몽타뉴 드 랭스(Montagne de Reims)의 트레파이(Trépail), 샹파뉴 마이(Mailly-Champagne), 베르즈네(Verzenay), 아브네(Avenay)와 꼬뜨 데 블랑(Côte des Blancs)의 아비즈(Avize), 쇼우이(Chouilly)까지 총 6개 크뤼에서 생산한 포도를 사용했고 54%의 샤르도네와 46%의 피노 누아를 블렌딩했다. 각각 정교하게 관리한 크뤼와 최종 결정한 블렌딩 비율 등 모든 다양성을 하나의 샴페인에 집중도 있게 아우르는 작업이었다. 


[샴페인 앙리오 브뤼 밀레짐 2012]


흥미로운 부분은 아로마에서도 그 해의 기후처럼 대조적인 면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자연의 스토리가 고스란히 샴페인으로 이어진 브뤼 밀레짐 2012는 극단성이 반영돼 있으면서도 그것들이 조화를 이룬 모습이다. 집중도 있는 허브향이 우아한 꽃 향기로 이어지며 복합적인 매력을 보여주고, 잘 익은 과일 풍미와 함께 신선한 산미와 미네랄을 느낄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드라이하면서 스윗한 인상을 남기며, 이질성과 복합성을 균형 있게 수렴한 듯하다. 매우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2008년 빈티지가 적당한 비와 완벽한 기온 등 예상 가능한 기후가 만들어낸 클래식한 우아함이 있다면, 힘든 시간을 겪고 마침내 조화를 이뤄낸 2012년 빈티지는 또 다른 매력과 개성이 있다. 셀러 마스터는 샴페인이 아름다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미래의 시간을 염두에 두고 생산하기 때문에 앙리오의 모든 샴페인은 긴 숙성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한다. 브뤼 밀레짐 2012는 지금 생산자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고 즐기기 좋은 상태로 시장에 출시했지만, 더 시간을 두고 마시면 뛰어난 집중도와 스모키한 아로마 등 숙성미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 해의 환경 조건과 그로부터 어떤 영감을 받았는지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는 것이 당연하다. “노하우와 생산과정도 중요하지만 와인은 공산품이 아니므로 그 모든 것 이전에 자연이 무엇을 주었는지가 중요합니다. 앙리오는 고유한 스타일과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자연의 조건을 반영해 매년 한 걸음 더 나아가려고 합니다.” 질 드 라루지에르 CEO의 말이다. 자연이 무엇을 주었는가에 대한 고민 끝에 탄생한 브뤼 밀레짐 2012는 독특하면서도 뛰어난 표현력을 갖췄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을, 바로 ‘그 해의 특별함’을 담은 샴페인이다.


프로필이미지안미영 기자

작성 2021.11.09 12:23수정 2021.11.09 18:38

기자, 작가, 인터뷰어로 사람을 만나고 글을 쓴다. 2004년부터 매거진 에디터로 근무하며 아시아나항공 기내지 'Asiana Entertainment' 수석기자, 월간 '노블레스' 피처 에디터로 13년간 일했다. 와인은 문화의 가장 아름다운 한 부분이라 생각하며, 여러 와이너리의 철학을 담은 브랜드 스토리, 와인업계 리더들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풀어내는 인터뷰 기사 등 와인과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의 글을 쓰고 있다. 에세이와 여행서 등 4권의 저서를 출간했고, 카피라이터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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