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와인 종사자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있다. 와인 생산지가 아닌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와인을 접하냐는 물음이었다. 특히, 이탈리아 와인을 어떻게 즐기는지 궁금해했다. 전 국토가 와인 생산지인 이탈리아에서 와인에 관심을 갖는 것은 쉽다. 하지만 국내에서 어떻게 와인을 소비하는지는 와인 생산자들에게 일리 있는 호기심이었다.
[네비올로 면목점 모습 (사진: 김예름)]
이탈리아 와인에 빠진 네 사람의 네비올로
국내에서 이탈리아 와인의 인기와 소비 패턴이 궁금하던 차에, 이탈리아 와인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와인샵 '네비올로'를 방문해 스토리를 들어 보았다.
'네비올로'라는 이름부터 범상치 않다. 이탈리아 와인킹으로 꼽히는 피에몬테 지역의 바롤로 와인을 만드는 품종이 바로 네비올로이기 때문이다. 국내에 네 개의 네비올로 와인샵이 존재한다. 서울 중랑구 면목동, 송파구 문정동 그리고 경기도 분당과 이천에 있다. 와인 모임에서 만난 이탈리안 와인러버 4명이 함께 네비올로라는 와인샵을 각각 오픈했다. 샵 이름과 컨셉은 동일하지만, 자신이 운영하는 매장은 각자의 취향대로 와인 리스트를 만들어 간다. 즉, 같은 이름의 와인샵이지만 프랜차이즈 형태는 아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 이탈리아 와인을 좋아하고, 그 중 네비올로로 만든 와인을 가장 좋아한다는 것이다. 고급 품종이면서도 동시에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네비올로의 특성이 와인샵의 이름과 딱 들어맞았다.
깜짝 놀랄 만한 이탈리아 와인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는 네비올로 면목점을 방문해 보았다. 와인 리스트를 확인해 보니, 필자가 토스카나 전통 에노테카에서 보았던 와인들을 이 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또한 좋은 와인들을 무료로 고객들에게 나누는 '와인나눔' 행사가 인상적이었는데, 네이버 카페 와인 모임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등 이탈리아 와인의 인기에 적극 기여하고 있었다.
[네비올로 샵에서 가장 인기있는 피에몬테와 베네토 지방의 와인들 (사진: 김예름)]
와인을 고르는 즐거움 & 음식과 매칭하는 즐거움
가장 큰 궁금증은 '왜 이탈리안 와인인가'였다. 대형마트나 와인 매장에서 이탈리아 와인 섹션은 상대적으로 작다. 그 점을 감안했을 때 이탈리아 와인을 택한 이유가 궁금한 것은 당연했다. 네비올로 면목점의 정상우 대표의 대답은 '다양성'이었다. 이탈리아에는 약 400여 종류의 포도 품종이 존재하고 20개의 모든 지방에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와인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수 많은 와인과 지역을 배워 나가는 것도 흥미로운 도전이고, 판매자의 입장에서 고객의 취향이나 상황에 따라 추천을 해 줄 수 있는 재미가 있다고 한다. '이 정도 와인 리스트라면 충분하겠지' 하다가도 또 다른 와인을 만나게 된다. 새로운 와인을 발굴하는데 매너리즘에 빠질 겨를이 없는 것이 바로 이탈리아 와인이다. 또한 와인 판매자로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가격 경쟁력이다. 이탈리아에는 지역별로 생산하는 토착 와인이 최소 2-3종류 이상 존재하기 때문에 가격 접근성이 좋다고 한다. 좋은 품질의 와인을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 역시 이탈리아 와인의 큰 장점이다.
이탈리아 와인을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그는 '음식과의 매칭을 통한 와인 즐기기'라는 표현을 했다. 그 순간 필자는 무릎을 탁 치고 말았다. 그것이 바로 이탈리아에서 배운 와인의 이용법이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식사 때 함께 즐기는 국내의 와인 소비 스타일을 고려하면, 음식과 함께 즐겼을 때 경험하는 이탈리아 와인의 시너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 맛본 키안티 와인과 화덕 피자와의 매칭을 잊을 수 없다고 했는데, 이 경험을 항상 떠올리면서 한국 음식과 이탈리아 와인의 매칭에 큰 노력을 들인다고 한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 역시 한식과 함께 마실 와인이다.
그의 조언을 공유하자면, 한식과 함께 곁들일 데일리 와인으로는 풀리아(Puglia)지방의 프리미티보(Primitvo) 혹은 네그로아마로(Negroamaro)를 추천한다. '토착'이라는 뜻의 프리미티보와 '검은쓴맛' 이라는 뜻의 네그로아마로는 강한 바디감과 잔당감이 매력적인 이탈리아 남부 와인이다. 덕분에 맵고 강한 한식과 조화가 훌륭하다. 동시에 높지 않은 가격으로도 좋은 와인을 구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와인을 접한 후에는 북부 베네토 지방의 발폴리첼라(Valpolicella)를 추천한다.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법한 부드러움과 동시에 탄탄한 바디감 덕분에 와인 입문자들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이다. 유명 이탈리아 와인을 마셔본 후에 추천하는 와인도 있다. 피에몬테의 랑게 네비올로(Langhe Nebbiolo)이다. 바롤로의 높은 가격과 고급스러움에 지쳤다면(?) 피에몬테 랑게 지역의 토착 품종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이 와인이 제 격이다. 그는 격식을 차리지 않고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랑게 네비올로의 매력을 꼭 함께 나누고 싶어했다. 이탈리아 와인을 마실 때는 지역과 품종에 대한 공부를 곁들이면 와인 경험이 더욱 풍성해질거라고 조언한다.
[홈술과 혼술의 증가로 인기가 급격히 높아진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 (사진: 김예름)]
와인을 넘어 문화 즐기기
곧 설이다. 전통적인 설 음식과 맞는 이탈리아 와인이 과연 무엇일까 호기심이 생겼다. 그는 명절에 먹는 전과 함께 매칭이 완벽한 와인으로 산도가 높은 베네토 지방의 소아베(Soave) 화이트 와인을 추천했다. 이탈리아 북부 와인 생산자들 사이에서만 몇 번 들을 수 있었던 베네토 토착 와인 소아베를 이 곳에서 추천받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마지막으로 이탈리아 와인 러버들에게 한 마디를 부탁했다. 이탈리아의 유명 와인을 섭렵한 후로는, 알토 아디제(Alto Adige) 지역으로 눈을 돌려보라고 말한다. 이 지역은 이탈리아 최고급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는 곳으로 유명한데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이 지역의 토착 품종인 라그레인(Lagrein)과 피노 네로(Pinot Nero) 등 레드 와인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고 한다. 알토 아디제의 레드 와인이라. 이탈리아 와인을 정말 사랑하는 것이 틀림없다.
이탈리아의 전통 에노테카와 마찬가지로, 네비올로 와인샵은 와인 사랑방 느낌이다. 와인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찬 오너가 운영하는 와인샵을 방문한다는 것은 좋은 술을 고르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와인과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되고, 그것을 풀어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와인을 매개로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는 것은 보너스다. 이런 방식으로 국내에서 이탈리아 와인을 접하는 것이, 이 글의 첫 질문에 적절한 대답이 되지 않을까.
[네비올로 면목점 내부 모습 (사진: 김예름)]
네비올로 면목 와인샵 정보
서울시 중랑구 답십리로 75길 100
인스타그램 @nebbiolo_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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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비올로 송파 @nebbiolo_sp
네비올로 분당 @nebbiolo_bd
네비올로 이천 @penielch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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